내가 웹에서 본 일이다.


애니 프사 하나가 레딧 r/rifles에 가서 손떨림 보정도 안 된 사진 한장을 올리면서,

"황송하지만 이 파츠가 레플리카는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스레드를 기웃거렸다. 다른 레딧러들은 모니터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자기 파츠와 비교해 보고

"예스(맞소)."

하고 답을 한다. 그는 '맞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얼른 ⬆️ 버튼을 누르고 감사 리플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더 가더니 디시 밀갤로 찾아 들어간다. 새 글 수가 줄어드는 걸 한참 기다리다가 또 그 사진을 올리며,

"이것이 정말로 스틸로 만든 파츠이오이까?" 하고 묻는다.

밀갤러들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사진 어디서 퍼왔어?" 애니 프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럼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요즘 EXIF 태그로 뽀록날 짓을 하나요? 그냥 글 지우렵니다."

애니 프사는 삭제 버튼에 마우스를 올렸다. 밀갤러들은 웃으면서

"ㅇㅇ(좋소)"

하고 다른 글로 사라졌다.


그는 얼른 글을 지우고 황망히 달아난다. 이 커뮤니티, 저 SNS를 들락거리다가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파츠를 이 각도 저 각도로 다시 찍는 것이었다. 거친 손가락으로 사진을 스크롤 하며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아카라이브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애솦챈 안에 쪼그리고 앉아서 사진을 올리며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개추를 눌러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좋은 걸 더판 합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파츠를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고로시하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밀수한 것이 아닙니다. 도깨비 시장에서 나온 것도 아닙니다. 누가 이런 마이너한 파츠를 그런 데서 팝니까? 불법이라고는 한 톨도 없습니다. 파츠 이름 알아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정식수업 절차, 통관, 관세 공부도 쉽지 않습니다. 파파고, 챗GPT 같은 걸로 어름어름 주문서를 적었습니다. 이렇게 쓴 것으로 SOLD OUT이 아닌 스토어를 찾아다녔습니다. 운송업체가 여섯번 바뀌고 겨우 추적가능이 되었습니다. 이 파츠를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파츠를 구했단 말이오? 그 파츠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파츠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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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 피천득 수필 '은전 한 닢'

비하, 비방할 목적 없는 패러디 글입니다.

기분 해친 분이 안 계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