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원병 세팅 얼추 마무리해서 조금 기분 좋아지려던 차 직구사태 관련 챈 념글들을 보고 팍 식어버린 차, 나름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해보려 노력해봄.


일단 지금까지 나온 여러 '공식 발언'들에 대한 중론은 '머통이라는 게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 '뭔 ㅅㅂ 사과를 하면 하는 거고 말면 마는 거지 저게 뭐냐' 등...


저들의 소위 '입장 표명'이라는 것은 우리가 학교에서 민주주의의 대원칙이란, 거버넌스란 이런 겁니다- 하는 것으로 배운, 소위 '상식'이라는 선에 맞지 않으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해. 근데 나는 당연하니까 그냥 포기하고 한잔해~ 하려고 솦챈에서 에솦이랑 군장 안 빨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님. 지피지기 백전불태라고, 쟤들은 근본적으로 우리와 다른 사고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 위에서 저들을 상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요지는 간단해. 쟤들의 사고방식은 기본적으로 '현대 대한민국' 의 방식이 아니라 1945년 8월 15일까지의 일본제국의 방식으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라 봐. 어제 글 쌌던 바와 같이, 저들의 관점은 기본적으로 전근대적인 가부장적 가족국가관에 기초해있고, 그 가부장은 다름아닌 'Gyong' 인데, 이 'Gyong'을 천황에 대입시켜보면 대략적으로 얼기가 맞음. 

*미리 좀 불편할 수 있을 사람들을 위해 언급해두자면, 내가 일뽕이라 천황이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전적, 학술적인 차원에서 그대로 언급하는 것일 뿐임.


전전 일본제국의 통치의 근거가 된 메이지 헌법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어.

'대일본제국은 만세일계의 천황이 통치한다'

'천황은 국가의 원수로서 통치권을 총람하고, 이 헌법의 조항에 따라 이를 행한다'

'천황은 육해군을 통수한다'


비록 전전 일본제국이나 현대 일본국은 모두 내각제이지만, 전전 일본제국의 경우 내각총리대신과 각 대신의 권한의 근원은 국민이 아니라 '만세일계의 천황'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으며, 그에 따라 이들의 각종 의정활동은 천황의 재가를 받아 천황의 이름으로 이루어졌어.


이는 비단 국내 정치 뿐 아니라 외교관계, 나아가 군 작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음. 비록 육군성, 해군성, 참모본부, 연합함대 사령부가 있었다고 하지만 이들의 작전은 모두 천황에게 보고되었고, 천황은 하문을 통해 각 실무자들 내지는 대표자들에게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였으며 이는 작전행위에 반영되었어. 


바로 여기서 전후 천황의 전쟁책임론이 대두하였던 것임. 근데 현실은 어땠는지 우리는 잘 알지. 최고사령관인 쇼와천황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았음. 왜일까? 단순히 맥아더와 미국이 전후 일본 통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도구로 천황을 살려두었기 때문에? 물론 그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서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그게 아니란 것을 잘 알거야.


바로 전전 일본을 지배한 '국체론' 담론 때문이었어. 실제로 일본이 항복을 질질 끈 이유로 국체호지(護持-보호하고 유지한다)라는 유일한 조건을 관철하기 위함이었고, 그 국체호지를 위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떨어져 수많은 민간인이 죽었어. 실제로 도조 히데키를 위시한 군부 및 내각 인사들은 국체의 정수이자 일본 그 자체를 표상하는 천황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살아남는다면 일본제국은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여겼고, 도조는 실제로 천황의 전쟁책임을 자신이 떠안고 동경전범재판에서 처형당했어. 이 때문에 실제로 쇼와 천황은 죽을 때 까지 도조 히데키에 대해 나름 애틋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고 해.


여하튼, 이들이 두려워했던 것은 자신들이 죽는 것 보다 자신들의 휘둘렀던 권력의 근원이자 자신들이 만들어갔던 일본제국이라는 것이 근본째로 부정당해서 두 번 다시 재기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고 봐야겠지. '천황이 살아남는다면 일본제국도 살아남아 다시 재기할 수 있다' 라는 그들의 생각이 이를 대변해주고 있어. 더욱이 천황 스스로가 국체호지를 언급하며, 패배나 항복 등을 직접 거론하지 않음에 따라, 배알기와 같은 편찬사를 보면 전후 내각총리대신을 역임했던 요시다 시게루는 천황 스스로가 '반성이라는 말을 넣어야겠는데' 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면 전쟁 책임론 불거지니까 그런 말 하지 마십시다' 라고 했었다고 하니, 천황 권력의 무오성에 대한 집착과 그것이 무너지는 것이 위정자들에게 갖는 의미가 어떠했는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임.


자, 여기서 다시 우리의 이야기로 돌아오자. 


왜 국민들이 다 싫어하고 안된다고 하는데도 인정하지 않는가, 명백한 정책실패임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인정하지 않는가, 대통령실은 개입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알지도 못했고, 대통령도 '난 사과 안 했음' 이라고 하는가.


그들의 국정 운영 사고관 자체가 우리가 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그것이 아니라, 명확히 1945년 이전 일본제국에서 통용되던 통치논리 및 그것을 운영하던 이들의 논리에 더 가깝기 때문이야. 고로 지금 국민들이 자신들의 정책들에 반대한다 하는 것에 대해 대화나 조율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는 잘 했는데 어린 국민들이 내 뜻을 몰라줘서 그래' 하는 것이지. 게다가 '그들' 역시 물러섰을 때 자신들의 체면이 깎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의 책임'이 불거졌을 때, 그들이 구축해둔 월드가 붕괴될 것을 두려워 한 셈이야. 때문에 대통령실은 몰랐다, 개입 안 했다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것이고, 대통령은 결코 사과해선 안 되며, 사과할 수도 없어.


이와 같은 국체론적 무오성의 신념에 기초한 이들인 만큼 그들에게 있어 '실수'는 있을 수 없으니 당연히 '사과'도 있을 수 없는 셈이야. 러시아의 신임 국방장관 벨로우소프는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어. 

'실수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거짓말을 해선 안 됩니다.'


위정자들도 인간인 만큼 실수할 수 있지만 하지만 그 실수를 바로잡는 것은 거짓말 하지 않고 실수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한다는, 자기 자신도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말이라고 봐. 

직구사태의 장본인들이 취해야 할 자세는 지금까지 보여준 그런 것이 아니라 벨로우소프의 그것이었어야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위에 장황하게 써놨듯, 저들의 인식은 철저히 국체론에 근거한 무오론으로 자리하고 있어. 그렇기에 이 직구사태 뿐 아니라, 지금까지 에솦 동호인들, 게이머들, 만화 애호가들을 위시한 제반 여러 요소들에 가해졌던 '탄압' 내지는 '지들 맘대로 하는 통제'의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저들 스스로가 '인간 선언'을 하게 만들 필요가 있어. 그들 역시 우리 에솦 동호인들과 다르지 않으며, 우리들 직구러와 다르지 않은 많은 우리 중 하나인 '범부'라고 말이야. 그 전까지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계속 기만적인 언사와 자세를 취하겠지.


뭐가 나도 말이 정제되지 않아서 좀 횡설수설했는데 그냥 야밤에 ㅈ같아서 쓰는 잡설이라 생각해주면 감사하게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