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3년? 정도되는 얘기에다가 내가 거의 짬찌때 일어났던 일들이라 그렇게 정확하지는 않을수도 있는데

설마 이걸로 이게 사실인지 구라인지 검증하고 파헤치진 않을거라 생각하고 쓴다ㅋㅋ 그냥 이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


좀 길 수도 있으니까 뒤로가기 눌러도 됨


일단 나는 특공여단에서 다이나믹한 군생활을 기대하면서 특공병으로 입대했다가

특공여단에 신병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빠꾸먹어서 연대로 빠졌다가 해안경계부대로 자대를 두 번이나 옮긴 케이스임


먼저 우리 연대는 다른 연대에 비해서 무사고 100일 채우기가 존나게 힘들었다

이에 빡친 당시 2작전사령관께서 말씀하시길


'마 느그 연대는 와 이리 무사고 달성하기가 힘드냐 니네 무사고 채우면 내 헬기타고 니네 연대 축하하러 간다 ㅋㅋ'


근데 그걸 내가 전입오고 몇 주 뒤에 겨우 무사고 100일을 달성함

진짜 사령관님이 노빠꾸 상남자이신게 ㄹㅇ 헬기 파파팦파ㅏ 타고 행차하셔서

연대장님이 포스타 앞에서 'ㅇㅇ연대장!' 하고 관등성명 외치는 걸 처음 봤음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해안중대로 자대를 옮기고 도착할 때 중대 무사고가 198일? 200일 얼마 안 남아있었음

200일 되던 때에 해안중대 들어온 지 얼마 안된 나도 얼떨결에 무사고 휴가 이틀을 거저먹기 식으로 받게 됨

그 때 내 선임 중 한명이었던 부분대장 C상병이

(C상병: 내랑 같은 분대의 부분대장, 유쾌 상쾌 통쾌 이 세가지를 겸비한 대구 출신 씹상남자)


'중대장님! 솦붕이도 들어온 지 얼마 안됐는데 솦붕이도 무사고 휴가 받습니꺼?' 하고 중댐한테 여쭤보니까


중댐: ㅇㅇ 쌉가능


주변 선임들이랑 C상병이 '와따 솦붕이 들어오자마자 휴가 이틀 생겼노 진짜 운 좋다 잘 됐다' 하면서 축하해줬었고 ㅎㅎ


워낙 우리 중대가 독립중대라 작아서 사고가 잘 안나서 그런지

아니면 사람이 다 좋아서 그런지 연대에 있을때보다 사람간의 분위기도 좋았고 그렇게 어느 덧 무사고 300일을 앞두던 시점이었다.


내 소대에는 소대장 - 부소대장 다음 라인으로 P 하사가 있었음

중대 내 부사관들 중에서도 막내 급이었고, 민간부사관 출신이라 나이도 정말 어린 편이었음


사람은 진짜 구라안치고 착하다 정말로


격일로 특정 분대가 타 해안중대 소속 TOD 기지로 파견가서 타 중대 애들이랑 하루씩 번갈아가는 로테인데

P하사가 그 TOD 기지 파견가는 날이면 PX에서 분대원들이랑 같이 먹을 간식 한 두박스 꽉꽉 채워서 샀던 사람이었음 


근데 약간 간부 그 특유의 의식? 이 있었던가 나랑 대구 출신 선임인 C상병이랑 그 P하사랑 같이 철조망 작업하러 갔는데

나랑 C상병은 사'다리 타고 철조망 작업하는데 P하사는 휴대폰으로 노래 틀어놓고는 우리하는 걸 계속 '보고만' 있었음

P하사가 어디로 잠깐 자리 비운 때에 C상병이 '하 시발 저 도움안되는 짬찌새끼...' 라고 욕하더라


한번은 그 P하사가 우리 해안기동타격대 조장으로 실상황걸려서 같이 닷지타고 출동했는데

어디 항구 입구에 주차해놓고 대기하던 중이었거든?


나랑 C상병, 우리 분대원들은 닷지 짐칸에서 겨울바람 맞으면서 '으 시발 존나춥노' 하면서 후달달하고 있는데

갑자기 씨발 어디서 거어어어어 하고 코고는 소리가 들린거임ㅋㅋㅋㅋ


분대장: 야 씨발 어떤 새끼가 코 고냐? 야 00이(내 맡후임, 막내) 너냐?

막내: 아이 저 안잤습니다아

내 맞선임: 운전병 자고 있는 거 아닙니까?ㅋㅋㅋ

나: 않이 우리는 추워서 덜덜 떨고 있는데

부분대장 C병장: (선탑자리 쪽 살짝 보면서)씨발 P하사 이 새끼 안에서 히터틀고 따땃하게 쳐 자고 앉았노ㅋㅋㅋㅋㅋ


부분대장이 전투화 뒷굽으로 트럭 짐칸 바닥 쾅 치니까 P하사 놀래가지고 컼 하면서 깨더라

우리 그거보고 안들리게 '역시 P하사다' 했었음


P하사는 이걸로 끝내지 않았음


야로나때문에 우리 분대는 아침 수색을 전면 중단하고 순식간에 직업을 잃어버린 우리 해기타는

책임구역 내 CCTV 감시임무에 보조적으로 투입되었는데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딱 CCTV 모니터에 앉았는데 그 때 당직서고 있던 P하사가 위병소 근무자의 가스총을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시발 툭 떨궜는지 분사해버린건지 모르겠는데 가스가 푸슈슈슉 하고 새어나온거임


내가 여름군번이라 신교대 자체에서 너무 더워서 화생방도 안시키고 가스도 안 마셔봤는데

거기서 가스분사기 가스때문에 재채기랑 기침 존나 했던 적도 있었음 ㅅㅂ


하지만 P하사의 하이라이트는 여기서부터다


어느덧 중대 무사고 300일이 이틀 정도 남은 298일

우리 소대는 중대에서 대대로 철수해서 예비소대로 존나 무료하게 보내고 있을 때였음


좀만 기다리면 중대 무사고 300일 달성으로 무사고 휴가 3일 받을 생각에 싱글벙글하던 우리는


우리 중대 무사고 공든탑이 폭삭 무너져내렸단 소식을 들었다


'이 시발 어떤 새끼고' '누구인지 몰라도 모가지를 떼어버려야 한다' '죽여야 한다' 등

빌라도 총독이 예수를 심문하고도 '나는 이 사람으로부터 아무런 죄도 찾지 못했소 여러분들은 이 자를 어찌하면 좋겠소?' 라는 말에

묻고 따지지도 않고 무지성으로 '십가자에 못박으시오' 라고 부르짖던 군중들마냥 화가난 상태였음


그리고 그렇게 성난 군중 상태가 되어버린 우리를 달래러 오신 듯 대대까지 찾아오신 우리 중대장님이 한 말씀 함


'얘들아 P하사를 너무 원망하지 말고 사랑으로 보듬어주어라'


여담으로 우리 중대장님은 한번은 내 선임들끼리 서로의 출신지역으로 라도니 쌍도니 하면서 서로 티키타카하던걸 들으시더니

'어휴 난 충청도라 다행이다 ㅎㅎ' 하면서 지나갈 정도의 평화주의자셨고, 전방 GP장부터 교육장교까지 쭉 해오시다가 마지막으로

해안중대장 맡고 전역해야지 하고 해안중대장으로 계시던 최고참 말년대위셨음.

 

한번은 왕년에 농구를 좀 하셨던 우리 중대장님은 자율체력단련 시간에 중대 농구장에서 농구하던 병사들을 보시고는

'야 공 이리로 줘 봐' 하시고 옛 영광을 다시 보여주려 하시듯 장거리 슛을 도전하셨는데


그 공이 농구 골대를 한 참 위로 넘어가다가 부대 철조망을 넘어서 바다에 텀벙 하고 빠지는 걸 농구하던 병사들과 중대장님이 3초동안 보다가 '어휴 내가 뭐랬어 체력단련장가서 체력단련 하랬지' 하고 돌려보내시는 무서운 힘을 가진 분이셨다.


다시 P하사 얘기로 넘어와서 우리는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됨


중대 내 외진환자들 데리고 수도병원으로 가는데 P하사가 선탑을 맡음.

거기까지는 좋았음


이제 다시 중대로 복귀하려는데 워낙 장거리다 보니 운전병이 피곤해할 것 같아서 P하사가 운전대를 잡겠다고 했음.


어...일단 취지는 좋았음

진짜 사람은 착하다고.


근데 씨발 과속을 함


않이 뭐...ㅎㅎ 과속 할..수도...있....나?


군용차를 허가 없이 사적으로 운행을 함 (업무와 관련없고 어디 딴데로 샘)


이 두 가지 크리로 걸려서

그렇게 우리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중대 무사고 300일 탑은


개씨부랄와르르맨션마냥 박살나서 0일로 초기화됨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에는 징계위 회부되어서 다른 대대로 전출가면서 이 소동은 마무리됨


몇 달뒤에 우리 소대장도 보직변경되어서 어디로 전출가는데 하필 P하사 전출갔던 대대로 가게 되어서 개싫어하더라ㅋㅋㅋㅋ


에휴 진짜 사람은 참 착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