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이면 핏바, 개중에서도 아미 핏바에 반했는가?


일단 필자가 핏바 자체에 반한 이유는 물론 수려한 외관이었다.


검은색으로 도색된 가운데 유일하게 다른 색으로 빛나는 황동 바렐과 해머,


사선으로 그어진 서레이션 컷과 흔히 봐오던 것과 다른 평형 트리거,


이름값처럼 예리하게 절삭된 분리형 컴펜세이터와 슬라이드.


솔직히 말해서 글록처럼 기본에 충실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핏바는 누가 보든지 보편적으로 예쁘다는 반응을 이끌어낼 법한 디자인이었다.


택티컬하고, 날카롭고, 이름처럼 송곳니를 지닌 독사 같은 외양이 정말로 맘에 들었다.


그러면 남은 것은 어디 물건을 사냐는 문제 뿐. 필자는 당연히 EMG와 아미 사이에서 고민했다.


그러다가 아미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EMG 특유의 넓적쟁반 매그웰과 은색 트리거였다.


실총 고증의 문제는 아니다. 그저 그립의 크기에 비해 매그웰이 너무 과도하게 넓어보였고


전체적으로 흑색과 황동색으로 이루어진 외관에서 은색은 무언가 이단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길쭉하고 날렵한 형태를 좋아하는 필자로써


EMG 핏바의 전체적인 형태는 날카롭기보단 둥글고 짜리몽땅해보였다.


생각해보면 사실 이것도 그놈의 넓적쟁반 매그웰 탓인 것 같다.


또 아미를 선택한 것에는 필자에게 긴총 페티시가 있는 탓도 있다.


고증은 최대한 맞출 수 있으면 좋지만 그 이전에 내 아랫도리가 우선이다.


그리고 아미의 긴 상부는 필자의 에솦-선을 무참하게 유린했다.


말마따나 송곳니를 드러내고 몸을 펼친 독사처럼 새끈하기가 그지없었다.


그리고 아웃바렐, 보면 알겠지만 아미와 EMG는 바렐의 색감과 질감이 미묘하게 다르다.


동, 그러니까 구리색에 기인한다는 점은 같다. 특유의 그 광채 어린 갈색 말이다.


다만 EMG는 조금 더 노란색이 섞인, 밝은 색채에 가깝고 질감이 선명한 유광이다.


아미는 구리색에 가깝고 거슬거슬하고 난반사되는 반광 질감이다.


솔직히 직접 받아보기 전까지는 솔직히 바렐은 깨끗하게 반사되는 게 진리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직접 보니 아미핏바 특유의 반광 질감이 은은하게 빛을 반사해주며 전체적인 색감과 조화를 이루었다.


진심으로, 아미핏바 하나 때문에 유광 일변도였던 내 도색 취향이 반광으로 바뀌었다.


또 그립 세이프티도, EMG는 머리 긁다가 난데없이 터지는 여드름처럼 뭔가 툭 튀어나온 데 반해


아미는 전체적으로 그립의 굴곡을 따라가며 부드럽게 매치되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내구도나 QC 찐빠나 이런저런 문제는 그냥 운에 맡기고 아미를 직구했다.


결과적으로 직구해서 쥐어본 느낌은, 정말이지 만족스러웠다.


스틸 부품이 대거 사용되고 CNC 슬라이드를 채용했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내 손 안에 묵직한 쇳덩이가 있다는 느낌이 선명하게 전해졌다.


탄창까지 끼우고 슬라이드 스톱을 걸어보았다. 황동빛 아웃바렐이 구리로 이루어진 모래처럼 반짝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슬라이드를 전진시키는 순간, 그립을 잡은 손에 확실히 충격이 전해졌다.


아미 핏바이퍼는 명작이다. 여전히 해머하고 바렐 도색 까짐은 조금 마음이 아프지만


직구로 30 정도의 가격에 아미 핏바만큼 외장/내장/실성능까지 이렇게 만족스러운 모델은 희귀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예외는 AAP다. 생각해보니까 어지간히 핏바가 맘에 드는 게 아닌 이상 AAP 두개 사서 아킴보로 굴리는 게 더 재밌을 것 같다.


그렇다고 아미 핏바를 산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필자의 영원한 먹죽템일 테고, 적어도 처음으로 쥐어본 GBBP라는 의미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덤으로 상하부 분리가 굉장히 쉬워서 시간 날 때 뜯어서 안쪽에 기름칠하기도 좋다. 물론 이건 아미핏바만의 장점은 아니다.

그리고 쓰다보니까 스티플링이 뭔 선인장같고 매그웰도 STI 걸로 바꿔주고 싶긴 한데


어쨌든 아미 핏바는 까리한 권총 하나 갖고 싶으면 충분히 살 만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