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 : 여기 엄청 크고... 조용하네, 다들 어디 간 거지?


헤카테 : 벽 뒤에 공간이 있어. 이 격리 구역은 여러 개의 폐쇄 병실로 나누어져 있을 거야. 다들 거기 어딘가에 있겠지.


구석에 초라한 사무 책상이 놓여 있었는데, 그 위에는 수기로 작성하 메모가 가득 쌓여 있었다. 노트마다 무척 부드러운 말투로 구원 병원 변이체의 상황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가장 오래된 한 권만이,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앤의 기록 : ...학원에서 mania value로 변이 정도를 표시하기 시작했다. 비록 정확도는 한참 떨어지지만... 수간호사님이 이에 대한 연구에 진전이 있었다고 하셨으니... 제발 그렇길...

앤의 기록 : 제시의 M 수치가 128에 이르자, 그녀는 기억을 잃기 시작했다... 이것은 순수한 정신이상 증세가 아니다. 그녀의 근육에 변화가 생겼다... 오후에는 내 갈비뼈를 부러뜨렸다...

앤의 기록 : ...제시가 사라졌다... 또 새로운 환자가 격리실에 들어간다... M 수치가 200이 넘으면, 예외 없이 전부 괴변체가 되었다... 병실을 함께 쓰는 사람도...

앤의 기록 : ...변이가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면, 현재 우리의 조치로는 택도 없다... 환자의 조직, 분비물, 목소리, 냄세, 심지어는 그 존재까지, 전부 공동 변이 효과를 유발한다...

앤의 기록 : ...패거리들이 또 싸우기 싲가해 변이체가 급증했다. 격리 공간이 부족하다... 3호 병동이 수류탄 때문에 격리 구역 전체가 파괴되었다... 환자들도...

앤의 기록 : ...수간호사가 떠났다... 우리는 버려진 건가...

앤의 기록 : ...어젯밤 페이가 울었다. 죽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내가 밤새 그녀 곁에 있어 주었는데, 깨어나니 내 M 수치가 47이 되었다... 여길 떠나야 하는게 맞는데, 하지만... 이미 여기를 돌봐 줄 사람이 없다...

앤의 기록 : 난 그들을 잃고 싶지 않다... 너무 무섭다. 변이는 도대체 뭘까...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왜 모두를 괴롭히는 건지...


여러 페이지가 뜯겨 있었다.


앤의 기록 : ...그녀들을 잃었다. 내 M 수치가 2,131에 이르렀다... 난 괴변체로 변하지 않았지만, 그녀들을 잃었다... 분명 구해주겠다고 했는데...

앤의 기록 : ...만약 이것이 변이가 내게 준 힘이라면... 내가 너희들을 구해줄게... 페이, 기다려...


이 노트엔 매우 고통스러운 듯 일그러진 필적을 마지막으로 기록이 끊겼다.


엘라 : 그녀는... 진짜로 방법을 찾아낸 걸까? 하지만 지금 구원 병원의 변이체는 아직도...


헤카테 : 수감자의 편집증도 변이의 증상입니다.


엘라 : ...입 좀 다물어도 될 텐데.


노트의 노랗게 바랜 책장을 털어내자, 흐릿한 사진 하나가 붙어 있었다.



N.F. 84.12.22 디스씨 대폭발, 확인된 변이체 규모 : 87,231명 


앤은 사진 위에 적힌 시간과 경악할 만한 피해 인원수에 동그라미를 쳐두었다.

나중에서야 그 사건이 현재 당국에 남은 기록 중 최초의 변이 사건이라는 사실과, 그로 인해 FAC가 설립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위기가 완전히 진압된 뒤에도, 남는 자료는 역시나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영상에 나온 거대하고 붉은빛만이 당신의 뇌리에 깊이 새겨졌다.


헤카테 : 누가 있어요.


한 줄기 빛이 새어 나오며 멀리서 비밀 문이 열렸다. 구원 병원의 의사가 안에서 나와 당신을 향해 걸어 왔다.

그의 몸에서는 진한 피비린내가 풍겼고, 문 뒤로는 시끄럽고 공포스러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헤카테 : ...국장님, 전투 시작이에요.


구원 병원 의사 : 헤헤... 하하... 이제 괜찮아요, 전 의사예요... 제가... 구하러 왔어요...


헤카테 : 저 사람은 더 이상 가망이 없습니다. 국장님, 싸워야 해요!


작전후 



앤 : 의사든 환자든, 이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언젠가 치유될 수 있다고 믿어요. 이게 바로 구원 병원이에요.



어느 순간, 당신은 비밀 문을 연 것을 후회했다. 문은 원래 안쪽에서 잠겨 있었는데, 구원 병원의 의사들이 마지막 남은 이성으로 퇴로를 막아 광기를 차단한 것이다. 


피난 온 환자들, 내려와서 도와준 의사들... 모든 사람들이 가장 비참한 모습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


엘라 : 어이, 국장... 괜찮은 거야?


헤카테 : 테드를 찾았습니다. 앤, 그리고 그 킬러랑 같이 있어요. 일어나세요, 국장님. 당신의 목적을 잊지 마십시오.


선택지

그들은 어디에 있지?


악몽이 벽을 꺠부쉈다. 먼지가 흩날리고, 그사이로 익숙하고 역겨운 소리가 들려왔다.


테드 : 정말 악착같구만, 국장. 안타깝게도 한발 늦었다.



앤은 오염된 땅에 쓰러져 있었다. 흰옷이 피로 물든 채.


-2-8 오랜절망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