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월 14일.


시계는 오전 7시 45분을 알리고 있었다.


조종사는 잠에서 막 깨어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자신 옆에 누워있는 누군가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으아아ㅏㅏ 너 너 너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


"으으음? 어 조종사다... 좋은 아침~"




"아니 잠만 바이스? 왜 내 옆에서 자고 있는건데?"


"하아암... 오늘은 눈이 일찍 떠져서 조종사 방에 놀러와봤지~


근데 조종사가 곤히 자고 있길래 한번 옆에 누워봤어.


그러다 졸려서 그만... 헤헤."


"나 참, 적당히 웃으면서 넘어가려 하지 말라고 바이스."


"그치만 조종사를 탐구하는 것도 내 임무인걸?"


"너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아니..."




바이스는 책상 위를 가리켜보았다.


"조종사, 저길 봐봐. 뭐가 보여?"


"으음? 선물 상자..? 바이스가 주는거야?"


"물론! 조종사는 그걸 받을만한 자격이 있어!


밥 먹고 한번 열어봐~" 라고 말하고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방 문을 나가는 그녀였다.




'무겁진 않네. 안에 뭐가 들은걸까.'


조종사는 바이스의 선물을 들어올려본 후,


시계를 확인하곤 급하게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앞에서는 시로나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시로나 군단장님."


"따뜻한 인사로 지각을 넘기지 말라고, 조종사."


"하하... 죄송해요. 아침에 바이스랑 좀..."


"ㅁ, 뭐? 바이스? 무슨 일인데?"


"밥 먹으면서 이야기할게요. 같이 들어갈까요?"


"그래. 내가 납득가도록 잘 설명해야 할거야."




요즘들어 시로나는 조종사의 일정에 맞추어


주기적인 훈련과 아침 식사를 함께하고 있다.


식탁 위에 각자의 음식을 가져온 후,


"그래서? 뭔 일이 있었던거지?" 라고 그녀는 물었다.


"오해하지 말고 들으셔야 해요. 다름이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려 하는데 바이스가 제 침대에서..."


"크흡!"


"앗, 군단장님? 괜찮으신거에요? 목에 걸리신건 아니죠?"




"콜록콜록... 그러니까, 둘이 지금 같이 했다는 뜻?"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바이스는 그저 아침에 깜짝 선물을 방에 놓고 가려다가


너무 졸려 제 침대에 누웠다 깜빡 잠에든 모양이에요."


"그니까 같이 잠만 잔거고 다른건 하지 않았다?"


"그렇다니까요!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흐으음... 믿어보도록 할까.


바이스한테는 내가 그러지 말라고 전해줄게."


"아 굳이 수고하실 필요는 없으신데..."


"아니, 그러고 싶어졌어. 내 입지도 중요하니까 말이야."




'응? 군단장님의 입지? 무슨 뜻이려나.'


조종사는 순간 의문점이 생겼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지금 잠깐 내 방에 들러줘. 주고 싶은게 있거든."


"네? 어떤 것이길래..."


"잔말 말고 얼른."


그녀는 조종사의 팔을 잡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시로나는 조종사에게 쇼핑백을 건냈다.


"에... 이게 뭔가요 군단장님."


"ㄴ, 너가 평소에 나한테 고맙다고


이런거 저런거 많이 줬었잖아?


그거에 대한 보답이라고 보답! 다른 의민 없어!


딱히 널 위해서 준비한건 아니니까!"


'우와, 방금 유명한 멘트를 들은거 같은데.'


"잘 모르겠지만 알았어요. 정말 감사해요."


막상 그런 말을 들은 시로나는 기쁜 마음에


붉어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돌릴수밖에 없었다.




그 후, 복도를 걸어가던 조종사는 머뭇거리고 있는 카렌과


그녀 옆에서 응원을 하는 듯한 라파엘을 발견했다.


"라파엘이랑 카렌 호위대장님?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안녕~ 여기 카렌 언니가 조종사한테 할 말이 있대!


그럼 나는 이만~"


"에? 라파엘? 뭐야, 그냥 가버렸네.


호위대장님, 하실 말씀은 무엇인가요?"


"어 음 그러니까... 스카이워커 호에 머무르기 시작하고부터


조종사에게 도움받기만 한거 같아서... 이거 받아줘."




카렌은 그에게 예쁘게 포장된 선물 상자를 건냈다.


"에이 아니에요. 저도 마찬가지인걸요.


그리고 감사해요. 오늘따라 선물을 많이 받네요."


"그나저나, 조종사 왼손에 든 쇼핑백도 선물 받은거야?"


"네, 시로나 군단장님이 주셨어요."


"그 일루미나 여자가??"


카렌은 본인도 모르게 큰 소리로 되물어버렸다.




"저... 호위대장님? 왜 그러세요?"


"줄 때 뭐라고 하면서 줬어?"


"그냥 딱히 절 위해 준비한건 아니라고 하면서 주셨어요."


"그런가... 그럼 둘이 사귀는 사이는 아닌거지?"


"사 사 사귀다니요... 그런 일이 있을리가요 헤헤..."


"일단 알겠어.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실례가 많았구나. 그럼 이만 가볼게."


"아 네! 안녕히 가세요!"




나른한 오후, 조종사는 플뢰르에게 고민 좀


들어줄 수 있나고 부탁했고, 둘은 지금 카페에 있다.


"... 이런 일이 있었어. 어떻게 생각해?"


플뢰르는 조종사의 말을 경청하고는


"과연... 오늘이 밸런타인데이지?


조종사는 사랑받고 있구나." 라고 답했다.




"밸런타인데이...?"


"응, 너는 이런 문화에 대해 모르는게 어찌보면 당연하겠다.


밸런타인데이는 좋아하는 친구나 연인 사이에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야.


그런 의미로 보면 지금 상황은 마치


모두의 조종사 같은 느낌인걸?"


"모두의 조종사..."




"근데 조종사, 내가 감히 충고 하나 해도 될까?"


"그럼그럼, 그래달라고 너한테 부탁했는걸."


"너는 곧 중요한 선택을 해야할거야.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되어야해.


그러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는게 좋을거야."


"응 일단 알겠어. 열심히 해볼게..."




저녁 식사 후 개인 정비 시간, 조종사는 오늘 받은 선물들을


열어서 책상 위에 올려놓아 보았다.


조종사 인생사에 이렇게 많은 초콜릿을 받은건 처음이었다.


한 개 집어 먹어보려는 찰나,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그는 방 문을 열어보았다.




밖에는 바이스, 시로나, 카렌 셋이서 말싸움을 하는듯 보였다.


"어? 조종사! 기다려, 우리가 갈게!"


그러다 조종사를 발견한 그녀들은 그에게 돌격했고


우당탕 소리와 함께 조종사의 방은


4명이 한꺼번에 들어온 꼴이 되었다.


바이스: "조종사, 초콜릿은 어땠어? 내가 직접 만들었는데."


시로나: "나도 직접 만들었다고! 내꺼가 더 맛있지?"


카렌: "난 이거 만드느라 잠도 제대로 못잤는걸!"




"으아ㅏㅏ 다들 진정하고 제 말 좀 들어주세요..."


그의 소심한 요청이 그녀들에게 닿을 일은 없었다.


바: "조종사, 우리가 같이한 시간이 얼마나 긴데,


당연히 날 선택할거지?"


시: "우리가 땀 흘리며 훈련한 뒤에 먹은


식사의 가치를 조종사가 알아줄거라 믿어."


카: "휴양지에서 조종사가 나에게 했던 말...


아직도 귀에서 아른거려."




그녀들은 점점 그에게 다가갔고,


뒤로 밀려난 조종사는 결국 침대에 넘어져


여자 3명에게 덮쳐지는 모양이 되어버렸다.


시: "날 선택하면 널 지상 최고의 남자로 만들어줄게."


카: "내 뒤에는 백야성이 있다고? 나와 백야성 전부 줄 수 있어."


바: "조종사, 내가 여기서 제일 큰거... 알지?"




조종사는 얼굴이 새빨개져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커다란 사랑을 견디기엔 조금 버거울지도.


지금 이 순간은 그에게 정말 긴 세월처럼 느껴질게 분명하다.




오늘은 2월 14일.


시계는 오후 7시 45분을 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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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3명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는게 이렇게 어려울줄이야.

각자의 성격은 스토리를 참고해봤는데 위화감 없으면 좋겠다.

그래도 나름 노력해서 써봤어.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