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게임을 그만두는 이유는 단지 돈 때문이 아니다.
 한때는 사랑이었고 이제는 증오로 모습을 바꿔 나를 괴롭히는 감정 때문임을 여기서 밝힌다.

 네가 만든 창작물을 좋아했다.
 누군가 한낱 데이터 쪼가리라 무시할 때면 저도모르는 사이 상대에게 날선 말을 쏟아내고 있을 정도로 네가 만든 세계를 사랑했다.

 그 포근하고 정겨운 느낌이 좋았다.
 아늑한 정취가 즐거웠다.
 느긋한 하루하루가 새로웠다.

 그러던 어느날, 돌연 네가 나를 배신했다.
 가격을 올렸다.
 게임을 즐기는데 필요한 재화의 가격을 상승시켰다.

 어리석게도 나는 그때까지 너를 믿었다.
 내가 너의 세계를 사랑하는 만큼 너도 네가만든 세계를 사랑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착각이었나보다.
 너에게 있어 나로 하여금 애정을 품게만든 세계는 내 지갑에서 금전을 갈취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너는 나를 겁박했다.
 내 믿음과 애정을 볼모로 삼아 나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그러나 이미 배신한 상대를 어떻게 믿으랴?

 그깟 돈. 네가 나에게 신뢰를 주었다면 2배를 더 올려도 나는 흔쾌히 지갑을 열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건데, 너는 나를 배신했다.

 사랑했다 개새끼야.

 다신보지 말자.

 오늘 혹시나 하고 갤에 들러본 내가 병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