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럼은 디플로마티코 때 좀 실망을 많이 해서 제 머릿속에는 품질이 딸리면 가당하면 장땡인 술 정도로 인식이 잡혔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스미스 앤 크로스 처럼 미친 듯한 펑키함과 개성을 지닌 독특한 술 정도?

그래서 처음 나눔해주신 분께 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냥 재미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불경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호랭이 상어 요 친구는 여러 토끼 중 한 마리라도 잡았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왠걸, 호랭이 상어는 두마리, 세마리 이상의 토끼를 잡은 바다의 제왕이었습니다. (상어가 토끼를 잡을 수 있나?)

나눔해주신 @RUmRaisin 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경험이 럼과 관련된 제 술질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법한 술이었습니다.



Velier Royal Navy Tiger Shark 2nd Edition
숙성 연수 : NAS (평균 숙성 연수 14년)
도수 : 57.18%
가격 : RUmRaisin님 바이알 나눔

향, 노즈) 열대과일, 호두, 견과류, 코코넛, 호두마루 아이스크림, 감초, 데메라라, 머스코바도 류 비정제원당, 커피, 팬케익, 아세톤

향을 맡자마자 나는 열대과일, 초콜릿, 호두, 견과류, 코코넛, 호두마루 아이스크림, 감초의 느낌이 난다. 

그리고 데메라라 설탕 시럽, 머스코바도 설탕시럽 같은 비정제원당의 향이 매우 진하게 난다. 

또한 향에서 나는 비정제원당 향이 커피향과 섞여 시럽 때려박은 달달한 커피 향이 나는데, 믹스커피보다는 좋은 원두를 사용한 커피 같은 느낌이다. 

또 맡아보니 고소함과 달달함이 섞여 견과류와 시럽을 올려둔 팬케익 같은 느낌도 난다. 

행복한 향이다. 럼의 펑키함을 예상했는데 이는 매우 적은 편, 그나마 아세톤 향이 조금씩 올라오는게 전부이다. 

맛, 팔레트) 카라멜, 당밀 시럽, 모카빵, 크리미, 실키, 감초, 다크 초콜릿

맛은 달달한 카라멜, 당밀 시럽, 모카빵과 같은 달달함이 있는데, 생각보다 향에서 느낀 만큼 달지는 않다. 

입 안에서 도수에 비해 크리미하고 실키하다. 

스파이시함은 거의 없는 편이다. 

입에 머금고 계속 있다보면 감초나 초콜릿같은 달달떫은 맛이 잡힌다. 

피니쉬) 당밀, 비정제원당 시럽, 견과류, 크리미


피니쉬 당밀, 비정제원당 시럽, 견과류. 

매우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간다.

끝까지 57.18도라는 도수에 맞지 않은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총평)

사실 저번의 조지 티 스태그를 마실 땐 예상 가능한 범주 내에서 향과 맛을 극한으로 깎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맛이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움은 없었죠.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매우 큰 기대를 성공적으로 만족시켰다는 대단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호랭이 상어는 아무런 정보도, 기대도 없던 상황에서 정말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시음하는 내내 뒤통수를 한 대 맞은 얼얼함과 신선함이 있었습니다. 

혼이 쏙 빠질만한 맛이었어요.

와 이거 존맛탱이에요. 

초심자들부터 많은 경험을 한 애호가들까지 두루 좋아할것같은 럼입니다. 

도수에 비해서 크리미하게 넘어가는 것이 음용성도 뛰어난데, 맛과 향의 밸런스까지 좋아요.

내가 지금까지 가장 비싸게 산 럼인 디플로마티코는 쓰레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고 향미가 꽉 찬 좋은 술입니다.


재구매의사 : O 무조건 (꼬미수라니 넘나 아쉬운 것이에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