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채널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하위문화에 설레여 하는 사람들을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얕잡아 부르는 말이 '오덕'이지

나도 지금부터 단어편의성의 이유로 나와 그 사람들을 오덕이라고 하겠지만
오덕들의 감수성은 누구보다 풍부하고 깊다고 생각해.

재작년에 서코에 가서 노래자랑을 보고 있었어
끝에 러브라이브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데 
너무 반가운 나머지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앉은 자세에서 방방 뛰었는데
뒷자리에 앉은 아이엄마가 화들짝 놀라서 무섭게 쳐다보더라

그래서 내가 민폐를 끼친건가 싶어 조용히 손만 앞뒤로 흔들었는데
양 옆에 앉는 또래 남자로 보이는 사람들도 조용히 내 동작을 흉내내면서 웃더라
그때 오덕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주위를 보며 자신의 내면으로 감쌀수 있는 풍부한 감수성이 있다고
다시 한번 느꼈어

오덕들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그림이나 물체에 자신의 감정을 진심으로 투영시킬수 있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같아
그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고 반드시 내면세계가 풍부하고 부드러워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보거든

대게 오덕들은 외로움이란 감정에 익숙해져있어
혼자만의 시간을 천천히 곱씹다가 우연히 2d에 매료된거지
외롭기 때문에 2d를 사랑한거고

그런데 과연 오덕들이 연애를 하면 2d의 감정을 싹 잊을까?
연애와 2d의 감정은 다른것 같아
사실 연애란 것도 어느정도 조건이 맞는 사람 둘이서 서로에게 생물학적 본능이든 경제적 이득이든 어떤
건설적인 이득이 있기에 이루어지는 계약같은게 아니겠어?

오덕들의 2d에 대한 관념은 그런 빡빡한 계약같은 본능으로 이루어진 감정과는 다른것 같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가 보내다가 못해 외로움에 지쳐쓰러질때쯤 이읏고 조우한 그림한장을 바라보는 감수성과 
한낱 서로간의 이득이 되기에 만나서 이루어지는 연애와의 감정은 완전 다르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연애의 감정은 우연이고
오덕들의 관념은 필연이야 
취미 이전에 존재하는 어떤 깊은 감정적 이유가 있다는거지 
그래서 오덕들은 누군가의 외로움에 대해 일반사람보다 더 잘 동조하고 쉽게 이해해 주는것 같아

오덕인건 단순히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불명예의 호칭이 아니라,
외로움을 견디다 견디다 못해 2d라는 장치를 통해 외로움을 조율할수 있는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이지
그런 오덕들끼리 만나면 서로의 외로움을 더 잘 아니까 서로가 이해하고 헤아려주고 보듬어 줄거야

50과 50이 만나서 100이 되는게 아니라
60과 60이 만나서 120이 되는거지
그래서 오덕의 연애는 일반사람들의 연애보다 더 뜨겁고 흥분될것 같아

어떻게 해서든지 같은 오덕끼리 연애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