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학식이 넓고, 강대하며 현실을 벗어난 듯한 초연한 모습을 보인다. 웃는 모습을 자주 보이지 않지만 늘 모두를 안심시킨다.

그녀는 화이트 드래곤의 사자이자 파로스 역사상 최연소 국사 크라파엘이다.


크라파엘은 뛰어난 체스 실력과 넘볼 수 없는 군사적 재능을 갖고 있다. 아비아의 책사로서, 종종 체스 기법을 전장에 응용하며 예상치 못한 전술로 매번 파로스에 승리를 안겨준다. 매번 가져온 승리는 파로스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었고 사람들 마음속에 심어진 희망의 싹은 결국 군주 아바아로 향한 무한한 충성과 신뢰로 열매를 맺었다. 사람들은 어린 아비아의 모습 속에서 파로스의 미래를 보게 되었고 ‘파로스의 보물’로 칭하며 아비아를 열렬히 옹호했다.


성역 파로스의 국사로서 크라파엘은 파로스의 후계자를 양성해야 할 의무를 짊어졌다. 

크라파엘은 미래의 군주가 나약한 모습이나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아비아가 실수를 범할 때마다 엄격히 가르쳤다. 크라파엘의 엄격한 모습 뒤에는 어린 아비아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숨겨져 있다. 아비아의 선생님으로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는 아비아를 지극히 아끼는 모습을 보인다.


놀라운 것은 성역 파로스의 책사인 크라파엘은 단 한 번도 성역 밖의 나라에 발 디뎌 본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책을 수없이 많이 읽은 크라파엘은 책으로만 이국 땅의 다양한 풍습과 정서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봤었다. 화이트 드래곤의 사자로 임명된 그날, 킹스랜드의 번화함을 직접 체험해 보고자 기대를 품고 처음으로 파로스를 떠나 킹스랜드로 향했다. 그러나 유람선이 킹스랜드에 도착하자 피어오르는 항구와 탁한 강물, 더러운 갑판 위에서 잠든 일꾼들이 크라파엘의 눈에 들어왔고 그 순간 크라파엘의 서대륙 최강국에 대한 환상이 깨지며 크라파엘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킹스랜드를 떠나 되로 파로스로 돌아갔다.

그 후 크라파엘은 다시는 파로스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티타니아 병사들이 파로스 성벽 아래까지 침공해 왔었던 그날, 크라파엘은 홀로 파로스의 높은 등대로 올라갔다. 꺼져있던 불을 마법으로 다시 금 빛을 발하게 했고 눈 부신 그 빛 속에서 크라파엘은 죽을 각오로 홀로 티타니아의 병사들을 맞섰다.


‘원하는 것이 생기면 꼭 최선을 다해, 너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하라고’

크라파엘은 일찍이 자신의 모든 것을 파로스에 바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