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V-6 - 북극성]



08:30 A.M 날씨/폭설

북쪽 땅, 빙원, 라인 생명 420호 임시 실험 관측소



시스템: 시스템이 잠금 해제되었습니다.

시스템: 현재 연도:알 수 없음

시스템: 시간 설정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수동 제어 모드로 전환합니다.

시스템: 다음 조작을 하시려면, 신분 인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마젤란: 음, 생각해보자......음, 라인 생명 과학 연구원, 마젤란.


시스템: 인증 중——

시스템: 인증 완료, 목소리가 확인되었습니다.

시스템: 삐빕——

시스템: 지문이 확인되었습니다.


시스템: (활발한 여자 목소리)헤이, 안녕 마젤란, 어서와!


마젤란: ......

마젤란: 이상해!

마젤란: 아아, 메이어 언니 말대로 이런 인증 시스템 테스트해보는 게 아니었어, 완전 이상한 기능이잖아 이거......

마젤란: 후우, 아무튼 일을 시작해볼까!

마젤란: 이번해 마지막 탐사지에서 새로운 발견은 없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마젤란: 이것으로 이번 년도에 예정됐던 모든 탐사가 끝났습니다, 다른 임무 완료 여부를 확인한 다음 돌아갈 예정입니다.

마젤란: 후우, 됐다.

마젤란: 보고서를 쓰는 게 가장 힘들다니까, 녹음이나 들을까.


시스템: (활발한 여자 목소리)안녕, 마젤란. 오늘은, 네가 이번 탐사를 나온지 1,8,7일째야.


마젤란: 우와, 이번에도 정말 오랫동안 밖에 있었구나, 나도 모르고 있었네.


시스템: (활발한 여자 목소리) 밖으로 나온지 정말 오래 됐으니 이제 슬슬 돌아올 때가 되지 않았어? 모두들 널 보고싶어 한다고.


마젤란: 어라?! 전에도 이런 구절이 있었나......혹시 메이어 언니가 몰래 녹음한 다음 트리거를 설정해둔건가?

마젤란: 우와, 뭐가 어찌됐든, 이런 서프라이즈도 넣어줬었다니, 완전 기뻐!

마젤란: 근데 돌아가도 되기야 한데......



마젤란: 이 눈폭풍, 아마 일주일은 계속 이런 상태겠지, 에휴, 물자가 아직 충분히 남아서 다행이지.

마젤란: 됐어, 임무표나 다시 한번 훑어볼까, 몇 가지는 아직 작성 안된 걸로 기억하는데.

마젤란: 어디 보자, 음, 주변 샘플 수집, 완료. 유적의 흔적 찾기, 안했네~ 근데 한 거나 마찬가지지.

마젤란: 작년에 비해서 별 새로운 발견은 없었네, 재재작년처럼 큰 발견 하나만 했으면 좋겠다.

마젤란: 이게 정상이긴 한데, 과장님이 옆에 계셨다면 분명 욕심이 많다며 뭐라했겠지.

마젤란: 아마 뭐 없겠지......응? 하나가 비어있네, 신재료의 저온 성질 테스트......아.

마젤란: 완전 잊고 있었다!!! 그것보다 그 신재료라는 걸 어디다 놨는지 잊어버렸어!!!

마젤란: 망했다망했다, 이거 잃어버리면 진짜 죽음인데!


마젤란: 휴우, 위험해라, 바깥 주머니에 놨었구나......

마젤란: 바깥 주머니는 영하 43도, 지속 시간 6시간, 여전히 탄력성을 유지하고 있어.

마젤란: 다음엔 강도를 체크해볼까.

마젤란: 이얍!

마젤란: 응, 문제 없음. 좋아, 그럼 이제 이걸 실험용 병에 넣자.

마젤란: 음, 외투에 넣어둬서 다행이지......

마젤란: 좋아, 마침 지금 눈폭풍이 왔으니,아예 이걸 문 밖에 놔서 저온 내성 테스트나 하자.

마젤란: 지금 외부의 기온이라면 적당하겠지.


마젤란: 잘 들어, 마젤란, 일단 숨을 깊게 들이 마셔야 해, 문이 열리는 순간에 물건을 던지고 바로 문을 닫는 거야

마젤란: 빠르게, 정확하게, 철저하게! 눈폭풍이 들어오기라도 하면 큰일날 거야.

마젤란: 1,2,3!




???: ......


마젤란: ......


???: 저기......


마젤란: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마젤란: 마젤란,너 방금 유령 하나를 본 거 같아.

마젤란: 마젤란,그녀는 정말 아름답지만 유령이었어.

마젤란: 하지만 여긴 북쪽 땅인데 어떻게 나말고 다른 사람이 있을 수가 있겠어?

마젤란: 서, 설마 정말로 눈속의 유령?

마젤란: 안돼안돼, 다시 문을 열어서 한번 봐야겠어, 과학적인 시각으로 말이야!

마젤란: 유령같은 건 없어! 내 체온도 환각을 볼 정도로 떨어지지 않았고!

마젤란: 만약 새로운 종족이라면 그건 대발견이야! 힘내라, 마젤란!


???: ......


마젤란: ......


???: 저기, 들어가도 될까?


마젤란: 으, 음......저......저는......


???: 무서워 하지 마. 난 살아있어, 못 믿겠다면 내 얼굴을 만져볼래?


마젤란: 에? 에?

마젤란: 아, 네에......

마젤란: 우아, 따듯하잖아! 어째서, 여긴 북쪽 땅인데, 어떻게......

마젤란: ......혹시 사미인이신가요?

마젤란: 에......음.


???: 네가 왜 실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사미인이 맞아. 안녕, 아가씨.


마젤란: 아, 안녕하세요. 어떻게 여기까지 오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들어오세요, 지금 밖은 사람이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온도가 아니에요!

마젤란: 아무리 사미 사람이라도 이 정도의 눈폭풍에는 못 당해내죠?


???: 고마워.


마젤란: 여기, 따듯한 차에요.


???: 고마워.


마젤란: 언니는 이름이 뭐에요?


???: 날——

???: 시모나라고 불러줘, 시모나. 아가씨 이름은 뭐야?


마젤란: 코드네임 마젤란! 라인 생명 연구소 연구원이자, 420호 관측소의 담당자......

마젤란: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 지금은 저 혼자 쓰고 있어요.


시모나: 그렇구나.


마젤란: 시모나 씨, 어떻게 이곳에 오시게 된 건가요? 눈폭풍 속에 갇혀계시다니......


시모나: 난 부탁을 받고 사람을 찾으러 온 거야.


마젤란: 사람을 찾아요? 여긴 북쪽 땅인데, 사람은 무슨, 전 한달 동안 생물은 하나도 못 봤는 걸요.


시모나: 내게 의뢰했던 사람이 그녀가 이 일대에서 활동하고 있을 거라 했어.


마젤란: 그녈 찾아서 뭘하시게요?


시모나: 이 눈폭풍이 정말 오랫동안 지속될 예정이라, 그녀가 늦어질 수도 있어서 데리러 온 거야.


마젤란: 엥, 그런 건가요?! 절 데리러 오신 건가요?


시모나: 그건 나도 잘 모르겠는 걸.


마젤란: 그, 그런 건가요, 제가 아닌가요, 에휴. 하지만 지금 날씨가 정말 나쁜데 시모나 씨는 정말 괜찮으신 건가요?


시모나: 사미인은......아니, 난 눈에 대해 잘 알아서 말이야.

시모나: 하지만 날씨가 계속 이렇게 열악하다면 많은 일들이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진 않겠지.


마젤란: 음, 이 눈폭풍이 꽤 오래 가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이 정도로 심각한 수준일 줄이야.

마젤란: 원래 바람이 잠잠해질 때 갈려고 했는데......그렇다면 떠나는 시간을 더 앞당겨야 겠네요.

마젤란: 일정표랑 관측 결과에 따르면, 가장 좋은 시기는 내일이에요!

마젤란: 응, 물자도 충분히 잘 쌓아뒀네, 장하다 내 자신!


시모나: 이렇게 많은 물자를 너 혼자 쓰는 거야?


마젤란: 아뇨아뇨, 이건 이 관측소에 살 사람이 내년 관측 시기까지 버틸 수 있도록 둔 거예요!


시모나: ......응?


마젤란: 만약 시모나가 여기서 오랫동안 살아야 한다면, 여기에 있는 이 물자들을 써도 좋아요!

마젤란: 응, 하지만 실험 도구들은 함부로 만지면 안 돼요!


시모나: 응, 알겠어.


마젤란: 좋았어, 이렇게 정해졌으니, 바로 짐정리를 하죠!

마젤란: 죄송해요, 시모나 씨, 저도 짐을 싸야 해서.


시모나: 응, 상관없어, 난 신경 쓰지 마.


마젤란: 캐리어, 캐리어, 캐리어를 어디에 뒀더라, 아, 생각났다, 저번 달에 내가 그걸 발받침으로 써서 주방에 놨었지!


마젤란: 맵퍼(Mapper)랑 무인기의 상태는......음, 문제 없네!

마젤란: 그래도 충전은 해둬야 겠어.


시모나: 내가 도와줄 일이 없을까?


마젤란: 아, 괜찮아요, 저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마젤란: 전 원래부터 혼자 모든 걸 해왔기 때문에 이미 많이 익숙해졌어요.


시모나: 넌 여기서 일을 하는 거야?


마젤란: 아 네, 전 여기서 탐사 및 연구하는 일을 해요.


시모나: 뭘 탐사하는 거야?


마젤란: 북쪽 땅 빙원 전체를요!


시모나: 여길 겨우 너 혼자서?


마젤란: 네, 그게 원래부터 제 일이었는 걸요?


시모나: 외롭지 않아?


마젤란: 외롭죠! 하지만 외로움과 즐거움은 별 문제가 없어요.

마젤란: 저도 제 동료들이 절 기다려 주는 걸 알고, 이 빙원에는 제가 파헤쳐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비밀들이 있는 걸 알아요, 그래서 그렇게 무섭진 않아요!

마젤란: 어떨 땐 저도 엄청 외롭지만, 즐거울 때도 정말 많아요!


시모나: 혼자서......정말 무서운 일이네. 이런 생활은 내가 뭐라할 수가 없겠는 걸.


마젤란: 모든 사람들이 저처럼 즐거울 순 없을 거예요.

마젤란: 탐험가가 되려면 이 정도도 능력은 가지고 있어야죠!

마젤란: 아, 크흠, 연구대원을 말한 거예요!


시모나: 넌......정말 낙관적이구나.


마젤란: 헤헤, 선배가 했던 말을 빌려서 하자면 “탐험가의 가장 좋은 친구는 외로움이다”에요!

마젤란: 아, 그리고 과장님께서 제가 무의식적으로 혼잣말하는 버릇이 생긴 거 같다 했는데, 그런가요? 아니죠?


시모나: 괜찮아, 마젤란, 넌 정말 좋은 사람이야.


마젤란: 으, 음, 하하, 그런가요?


시모나: 응.


마젤란: 음, 관측소의 에너지도 문제 없을 거예요, 휴면 상태에 들어가는 시간만 잘 설정하면 되거든요, 다음은......

마젤란: 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실험 설비를 제외하면 시모나 씨도 다른 물건들을 마음대로 사용하실 수 있어요!


시모나: 그렇구나, 고마워.

시모나: 하지만 나는 감염자인데, 이렇게 물자랑 시설들을 같이 써도 정말 괜찮은 거야?

시모나: 너도 알고 있었지, 마젤란?


마젤란: 아, 저도 알고 있었어요. 시모나 씨도 굳이 감추실 필요 없으세요.


시모나: 두렵지 않니?


마젤란: 처음 봤었을 땐 조금 놀랐었어요......정말로요! 이렇게 분포된 오리지늄은 정말 처음 봤었거든요......

마젤란: 하지만 언니께서 너무 아름다우셔서 그 결정들도 정말 신비하게 보여요!


시모나: 내 눈을 피하지 않아도 괜찮아.


마젤란: 아, 눈......말인가요? 시모나 씨도 자주 검사받으세요, 거긴 민감한 부분이니까......


시모나: 내가 묻는 건 그게 아냐, 넌 감염되는 게 두렵지 않은 거야?


마젤란: 아, 그건 걱정 않으셔도 돼요, 라인 생명에서 수차례 연구를 통해 밝혀냈어요,

마젤란: 광석병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건 어느 정도 규칙이 있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무서운 건 아니에요.

마젤란: 물론 많은 사람들이 들으시려 하지도 않지만요......에휴.

마젤란: 제 많은 친구랑 동료들도 감염자에요! 문제없어요.


시모나: ......그렇구나.


마젤란: 아, 맞다, 라인 생명의 의학 연구는 모두가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고 있어요!

마젤란: 하지만 감염자 영역에선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제약 회사보다 못하죠......

마젤란: 제 동료도 화는 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해요, 그들은 광석병 방면에선 확실히 대단하거든요.

마젤란: 결국 나중엔 라인 생명이 아예 로도스랑 협력을 해버려서, 저까지도 그쪽으로 가게 됐다니까요!

마젤란: 정말 기대돼요, 어떤 곳일까요, 제가 계속 탐사 작업을 할 수 있을 줄이야! 계속 연구실에만 있어야 할 줄 알았는데......


시모나: 너 이야기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지?


마젤란: 당연하죠! 다른 사람이랑 얘기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윽, 제가 말이 너무 많은 거라면 시모나 씨가 말씀해주세요, 조용히 있을 게요......


시모나: 아냐. 난 내가 몰랐던 얘기를 해주는 걸 좋아하거든.


마젤란: 음, 어, 뭔가 죄송하네요......

마젤란: 시모나 씨도 괜찮으시다면 저랑 로도스에 가서 치료 받아요! 그래요, 함께 가죠!


시모나: 넌 내가 다른 꿍꿍이를 갖고 있을까봐 무섭지 않니?


마젤란: 다른 꿍꿍이요?


시모나: 나쁜 사람, 말이야.


마젤란: 그럼 시모나 씨, 시모나 씨는 나쁜 사람인가요?


시모나: ......그러게, 난 나쁜 사람일까 아닐까.


마젤란: ......


시모나: 마젤란, 이곳의 온도가 낮아진 게 느껴져?


마젤란: 온도요? 어라, 그러고보니 방금보다 조금 추워진 거 같기도 하고......잠깐, 설마......



경고, 온도 조절 시스템 문제 발생, 즉시 외부 난방 시설을 차단하세요.

경고......



마젤란: 큰일이에요, 시모나, 잠깐만 나와주세요! 감시 시스템을 한번 봐야겠어요!


마젤란: 큰일이다, 노화 때문에 외부 난방 가스관에서 유출되고 있어......

마젤란: 죄송해요, 한번 나갔다 와야 할 거 같아요.


시모나: 무슨 일이 생기는데?


마젤란: 외부 난방을 차단하면 관측소는 다음 탐사 기간 이전에 작동을 멈춰요. 적어도 생활 유지 기능은 쓰지 못하겠죠.


시모나: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어?


마젤란: 두 달 정도겠죠......아무리 시모나 씨께서 눈이 익숙하다해도 이런 곳에서 살 순 없겠죠.


시모나: 아니, 난 금방 북쪽 땅을 떠날 생각이야.


마젤란: 그렇군요.


시모나: ......지금 왜 정리하고 있는 거야?


마젤란: 나, 나갈 준비를 하는 건데요?


시모나: 두 달 동안 버틴다고 하지 않았어?


마젤란: 네, 그건 절대 안돼요! 반드시 다음 탐사 기간까지 버텨야 해요!


시모나: 바깥의 눈바람은 일반인이 견딜 수 있을 수준이 아니야. 이런 열악한 환경은 사람의 목숨도 앗아갈 수 있으니까 나가지 마.


마젤란: 아뇨, 관측소는 저 혼자만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이곳은 원래부터 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었어요.


시모나: 이런 날씨에 다른 사람들이 올 리가 없어.


마젤란: 시모나 씨도 이런 날씨에 여기까지 오시지 않으셨나요?


시모나: 난 달라, 난 탐험가가 아니야, 마젤란.


마젤란: 흣챠......가열 장비가 너무 무겁네......

마젤란: 그럼 이 관측소가 더더욱 중요하죠.

마젤란: 탐험가에게 있어, 관측소 같은 기지가 생명줄이나 다름없어요.

마젤란: 관측소가 멈추기라도 한다면 자원을 못 쓰게 되고, 여기까지 온 탐험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시모나: 그럼 이곳이 만들어진 이후로, 나말고 다른 사람 아무나 이곳에 방문한 적이 있어?


마젤란: 아뇨.


시모나: 그렇다면 네 의지는 정말 필요한걸까?


마젤란: 필요해요.


시모나: 왜 그렇게 확신하는 거야?


마젤란: 왜냐하면 내일, 다음 탐사 시기에, 그게 아니라면 두 달 후에 사람이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에요.


시모나: 그건 아무 근거도 없는 생각이야, 마젤란, 바깥은 정말 위험해.

시모나: 아무도 여길 찾아오지 않을 거야, 탐험가들은 적어도 건기 전까진 오지 않을 거야.


마젤란: 시모나 씨......탐험가가 아니라고 하셨죠?


시모나: 그래.


마젤란: 탐험가마다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마젤란: 어떤 이는 가장 평온할 때 북쪽 땅 전체를 밟아보기 위해 이곳을 찾아와요.

마젤란: 지금까지 아무도 해내지 못한 일이지만 모두들 열심히 노력하고 있죠.

마젤란: 어떤 이들은 이 땅의 모든 변화들을 보기 위해, 그리고 여러 기록과 풍경들을 문명 세계에 담아오기 위해 가장 위험한 시기에 이곳을 찾아와요.

마젤란: 볼리비아의 흑류수해, 카시미어의 고지평원, 이베리아의 수하(水下)화산......이런 곳은 과거엔 사람들이 가지 못한 곳이었죠.

마젤란: 하지만 지금은 갔다 온 사람들이 있죠. 그곳엔 우리 탐험가들의 깃발이 꽂혀 있어요.


마젤란: 이 땅엔 아직 우리가 밟아보지 못한 장소가 많아요, 밟을 틈이 없었다고 해야 더 맞는 표현이겠죠.

마젤란: 지금 이 빙원은 이미 제가 밟았죠, 그럼, 앞으론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올 거예요.

마젤란: 그들이 어떤 조건 아래서 이곳을 찾아오는 건진 저희도 모르지만요.


시모나: 만약 이후로도 계속 이곳에 사람이 오지 않으면 어떡해?

시모나: 만약 네가 돌아간 이후로 이 관측소가 폐기된다면?


마젤란: 그래도 전 그 조금의 가능성도 포기할 수 없어요.

마젤란: 시모나 언니......저 마젤란, 탐험을 믿어요, 탐험가들을 믿어요.

마젤란: 언젠가는 우리의 족적이 온 대지를 뒤덮을 거예요.


시모나: ......일어나지 않을 미래에 희망을 걸다니, 정말로 실망하지 않겠어?


마젤란: 괜찮아요, 탐험가들은 평생 발견하고, 평생 실망하는 사람들이거든요.

마젤란: 혼자서 발견을 이뤄내는 탐험가는 없어요.

마젤란: 탐험가들은 모두 이전 사람의 어깨에 기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마젤란: 모든 중대한 발견들은 머나먼 과거와 연관되어 있는 법이거든요.

마젤란: 마치 제가 이 빙원에 온 것처럼 말이에요, 전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 때문이었어요.


마젤란: 하지만 전 깨달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존재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내가 했던 모든 것들엔 의미가 있었다고.

마젤란: 아무리 허무맹랑한 것이라도 존재의 의미가 있어요.

마젤란: 에이 이 발열기, 출력이 너무 쎄진 않으려나......저번엔 머리까지 다 태워버렸었는데. 모르겠다, 그냥 써야지!


시모나: ......알겠어.


마젤란: 네! 그럼 전 갈게요!


시모나: 그럼, 내가 너 대신 갈게.


마젤란: 에?

마젤란: 시모나 씨는 사람을 찾으러 오신 거죠? 하지만 저희 관측소엔 달리 고용된 사람이 없는 걸요!


시모나: 이미 그 사람을 찾았 거든.


마젤란: 에.

마젤란: 엥, 저 말씀하시는 건가요?


시모나: 환경이 이미 상당히 열악해져서, 메신저가 네게 연락할 방법이 없었어.

시모나: 다시 한번 자기소개할게. 로도스 대원, 코드네임 “아모나”. 난 널 데리러 온 거야. 물론 넌 계속 날 시모나라고 불러도 좋아.

시모나: 이제부턴 내가 할게.


마젤란: 그렇구나......

마젤란: 안 돼요. 바깥 환경은 너무 위험해요!


시모나: 방금 그 말, 내가 아까 했던 말이지?


마젤란: 아뇨아뇨아뇨, 전 탐사대원이니까, 이건 제 책임인걸요!


시모나: 날 얕보지 마.


마젤란: 에.


시모나: 수리하는 방법을 알려줘, 대원 마젤란. 바깥의 일이라면 내게 맡겨줘.


마젤란: 아, 알겠습니다! 이거, 드릴 게요!


시모나: 이건?


마젤란: 이 버튼을 누르시면, 제가 바로 시모나 씨를 찾을 게요! 그리고 이 장비랑, 이 장비랑......


시모나: 하하, 고마워......

시모나: 내가 정말 맞는 사람을 찾은 모양이네, 사양할게, 마젤란.


마젤란: 안 돼요! 전 시모나 씨를......


시모나: 아니. 대원 마젤란......날 믿어줘.

시모나: 이 땅도 날 믿어주고 있거든.




시모나: 우린 평생 발견하고, 평생 실망한다, 인가.




==========


???: 멍청한 사미인들, 이런 저항을 한들 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 넌 확실히 대단해, 우린 이 눈폭풍을 벗어날 수 없어.

???: 근데 그게 뭐 어때서? 그래도 우르수스는 너흴 억압하고, 너희의 도시를 집어삼키고, 너희의 땅을 먹어버릴 걸!



???: 마녀......우린 널 죽이지 않을 거야.

???: 우린 죽지만, 넌 살아야 해! 넌 살아서 이 대지가 모두 피로 물드는 모습을 봐야 해!



???: 이걸 줄게. 우리같은 죽은 이들의 선물이다, 받아! 네 한쪽 눈으로 받으라고!

???: 울부짖어라, 울어라, 그리고 살아라!

???: 우린 영광스럽게 죽지만, 넌 비천하게 살아남는 거다! 그리고......넌 계속 살아가는 거야!!

???: 마녀!


==========



시모나: 정말이지. 예전의 난 왜 이 땅이 말라비틀어질 거라고 생각한 거지?

시모나: 이런 아이들이 존재하는 이상, 대지는 계속 번성할 게 틀림없을 텐데 말이야.

시모나: 안심해, 마젤란. 어떤 일들은 아직 네게 어려울 거야, 우리 어른들에게 맡겨주면 어른들도 정말 기쁠 거야.



시모나: “......들어라♪......”

시모나: “......흰 생명이 피어오르니, 칠흑의 씨앗은 흙 속에 깊이......

시모나: “노래를 부르렴, 아름다운 아가씨. 울어라, 아름다운 아가씨♪

시모나: “눈바람은 네 노래를 들어주며, 꼭 안아줄 거야♪

시모나: ——북쪽 땅의 눈바람아, 노랫 소리를 들었니?



시모나: 마젤란......난 말이지, 네 꿈을 계속 지켜보고 싶어졌어.

시모나: 그래, 눈도 곧 멈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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