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 ME BURN 번역 링크














 모든 것이 선명하고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미쳐버릴 것 같았던 정적이 끝나고, 저는 온몸으로 『열』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재앙의 구름 속에 가득 찬 활성 오리지늄의 맹렬한 에너지. 그 입자 하나하나가 몇 십 년 동안 함께해온 동반자처럼 느껴집니다. 직경 수십km에 걸친 파괴의 소용돌이가, 손바닥 안의 장난감 모형처럼 가볍고 작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모든 에너지를 열로서 지각합니다. 그 감각 기관에는 상한이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데, 마치 모든 것을 손에 쥔 것처럼. 


 전에 없을 정도로 의식이 맑아집니다. 몸 전체가 단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져있는 것처럼. 


 그 어떤 의문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위해 몸이 움직입니다. 



 ――모두를, 지켜야 해. 



 저는 활성 오리지늄 폭풍 속에서 불꽃을 내뿜었습니다. 


 그것은 불꽃을 만들어낸다기보다는, 마치 몸에 구멍을 내서, 처음부터 몸 안에 가득 차 있었던 불꽃을 뿜어내는 것처럼 사소한 일로 느껴졌습니다. 제가 쏜 불꽃은 핵분열과도 같은 장렬한 열을 만들며 거대한 폭풍에 부딪쳤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재앙 구름에 함유된 활성 오리지늄에 전파되며, 분진 폭발과 같은 기세로 불꽃이 퍼져갑니다. 


 이대로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릴 수 있다면―― 그 사고에 끼어들어 온, 맹렬한 위기감. 


 하늘에서 저를 향해 열에너지가 다가왔습니다. 저는 손바닥을 치켜올려 그곳에 불꽃을 내뿜습니다. 


 재앙 구름의 너머에서 내리친 번개가 불꽃과 부딪치며 격렬한 폭발을 일으켰습니다. 


 저의 열 감지는 저 너머, 재앙 구름 속을 헤엄치는 그것의 존재를 지각합니다. 


 그것은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던 제게 위협을 당해, 곤혹과 초조함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번개가 치고, 그것이 저를 관통합니다. 


 그것은 어마어마한 힘을 얻은 저마저도 압도하고 패배시킬 정도로 강력한 에너지였습니다. 뒤늦게 불꽃을 뿜어 상쇄한 제 팔이 부서지는 것 같은 충격으로 떨립니다. 


 저는 재앙 구름 속을 날며 번개를 피하면서 그것에게 불꽃을 쏘았습니다. 오리지늄 분진에 유폭을 반복하며 퍼지는 폭염은, 그것에 도달하기도 전에 방출된 무수한 번개에 의해 소멸됩니다. 




 재앙 구름과 폭풍 속을 날아다니면서, 불꽃과 번개의 응수가 시작되었습니다. 


 받아넘기는 게 고작인 강력한 번개가 비 오듯 쏟아집니다. 저는 그것을 필사적으로 흘려넘기며 그것을 향해 불꽃을 쏘았습니다. 


 온몸을 갉아먹은 활성 오리지늄, 그 모든 것을 사용한 저의 불꽃은 한 인간이 낼 수 있는 아츠 출력을 아득히 능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힘의 차이는 역력했습니다. 제가 필사적으로 날린 일격은 허무히 지워지고, 그 답례처럼 몇 배로 위력이 증폭된 번개가 저를 덮칩니다. 어느덧 저는 공격을 멈추고 쏟아지는 번개를 막는 일에 급급하게 되어버렸습니다. 


 번개가 몰아치고, 저의 가슴을 꿰뚫기 직전에 불꽃에 부딪혀 튕겨나갑니다. 열을 감지하는 저의 감각기관이 충돌해오는 에너지를 붉은 폭풍처럼 수신합니다. 눈이 부실 정도의 열기. 시끄러울 정도의 열기. 요란스러울 정도의 열기. 그 열기의 한 줄기라도 닿는 순간 저는 그 자리에서 증발해버리고 말 것입니다. 저는 숨을 몰아쉬고,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열을 포착하고, 불꽃으로 번개를 받아내며 상쇄합니다. 


 마치 양손으로 쏟아지는 비를 받아내는 것 같은, 뇌 회로가 타버릴 것 같은 전력의 방어전. 


 그런 싸움이라고도 부를 수 없을 괴로운 시간을 넘기는 중. 


 저는 서서히, 제 몸이 변질되어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이 얼음으로 변해가는 것처럼. 몸 안에 차오른 오리지늄 결정이 빠직빠직 몸을 침식해 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육체로 전환된 활성 오리지늄은, 그 순간 저의 아츠의 촉매가 됩니다. 


 침식이 진행될 때마다 '저 자신'이 불꽃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내뿜는 불길은 매초마다 위력이 올라가고, 동시에 저 자신도 불길이 되어 사라져 간다. 




 불길과 나의 경계가 사라져간다. 


 살이, 뼈가, 영혼이, 화염이 되어 사라져간다. 


 로도스의 식물원에서 꽃을 어루만진 손가락이. 화산을 답파하고 대지의 웅장함을 느낀 발이. 안젤리나 씨와 우타게 씨가 멋지게 가꾸어주었던 머리가. 마젤란 씨가 비경 연구 기념품으로 가져온 수많은 지역의 통조림에 일희일비했던 혀가. 선배가 '항상 고마워'라고 칭찬해주며 쓰다듬어준 볼이. 


 내가, 추억과 함께 타들어간다. 


 더욱 거대한 것으로 변화해간다. 


 그것은 무언가 위대한 발걸음을 내딛는 것 같음과 동시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워서. 



"아아...... 아아아아아......!"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오리지늄 폭풍 한가운데서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잃는다는 것은 어째서 이렇게 두려운 것일까요. 아무리 각오를 다져도, 이것밖에 없다고 이해하고 있어도, 어째서  마음이 겁에 질려 떨리는 것을 멈출 수 없는 것일까요. 그것이 인간이라면, 마지막에 잃기 위해 계속 무언가를 얻어나가는 우리들은 얼마나 불합리한 존재인가요. 


 그런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문자 그대로 몸을 태우면서 쏘아내는 불꽃도, 역시 저 너머에서 헤엄치는 그것에는 닿지 않고. 




 마침내 그것이 날린 일격이 저의 온몸을 강렬하게 때렸습니다. 


 원래 금이 가 있던 몸이 완전히 부서지는 듯한 충격. 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재앙 구름 속에서 떨어져내립니다. 


 빠직거리는 소리가 몸 곳곳에서 울리고 있었습니다. 피부, 내장, 뇌, 의식 그 자체까지도 오리지늄 결정으로 뒤바뀌며 저를 범해갑니다. 


 뇌를 휘젓는 듯한 감각이 나서, 평형 감각도 알 수 없게 되어―― 그런 저를 두 번째 뇌격이 자비없이 내려찍으며 대지에 내리꽂았습니다. 


 몸 속의 뼈가 산신이 부서지고 온몸이 찌부러져 파열되는 듯한 충격. 오리지늄으로 대체되기 직전인 저의 육체가 맹렬한 통증을 호소합니다. 


 빠직, 하는 절망적인 소리가 몸 어딘가에서 났습니다. 그곳에 의식을 돌리자 오른쪽 발목이 없어져있었습니다. 그곳은 이미 오리지늄 결정으로 완전히 대체되어 있어서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 영혼은 다리를 잃었다는 상실감조차 주지 못했습니다. 




 맹렬하게 터져나오는 불꽃과는 달리, '저 자신'의 존재는 이미 바람 앞의 등불이었습니다. 


 그 얼마 남지 않은 의식마저 침범당해 사라져가는 공포에 울부짖습니다. 


 무서워. 무서워. 싫어. 괴로워. 아파. 죽고싶지않아사라지고싶지않아끝나고싶지않아.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데도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고, 떨리는 이가 멈추질 않습니다. 


 만약 저의 의식이 이 이상 경외에 굴복하여 아주 조금이라도 포기하는 마음을 먹게 된다면, 결정화가 진행중인 뇌는 순식간에 의식을 놓아 체내의 불꽃에 몸을 맡겨버리겠지요. 


 몸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우화」의 충동을 참지 못하고, 저것과 같이, 하늘을 채우는 파괴의 화신으로 승화를 일으킬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분명. 

 그 때 일어난 것은, 기적임에 틀림없습니다. 






―――――――――――――――― 






 새하얀 세상의 끝에서 무언가를 느낍니다. 


 공기의 일렁임 같은. 


 뺨을 어루만지는 산들바람처럼 가냘픈, 그럼에도 무척이나 필사적인. 






――――――――――아―――――― ! 






 겁에 질린 의식이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주마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제가 진작에 포기했던, 이미 오래 전에 잃은 것이니까. 


 하지만, 새하얀 저의 세상에게는, 얼마나 지나쳐봤자, 현재를 사는 제가 보는 새하얀 채로. 






"......아............아아아아............!"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 


 저는 제가 로도스 터미널 갑판 위에 떨어졌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들려옵니다. 






 '들려옵니다'. 






 "에이야퍄들라! ――에이야퍄들라아아아아!!" 



 피부로 느껴질 정도의 고함 소리와 함께, 저는 안겨 있었습니다. 


 치이익하고 수분이 증발하는 소리에, 비통하게 외치는 소리. 


 결정화된 제 몸은 용광로에 담근 철과 같은 고열을 내고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몸은, 안아일으켜진 채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으윽, 으으으으으으......! 에이야퍄들라, 정신차려, 에이야퍄들라!" 



 ......아아, 이것은 신의 장난일까요. 


 뇌가 붕괴해가는 가운데, 파열된 신경 회로가 기적적으로 샛길을 찾은 것일까요. 



"――닥, 터―" 



 저는, 저에게도 들리는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이제 다시는 되찾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저의 목소리. 그의 목소리. 


 죽음을 향했던 저의 마음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닥터―...... 닥터, 닥터, 닥터..." 


"나야, 에이야퍄들라...... 이렇게 될 때까지......!" 



 뺨에 떨어진 눈물이 치익, 증발해 사라집니다. 


 저는 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동시에, 눈물이 나올 정도로 기뻤습니다. 


 아아, 정말로...... 상상한 대로, 다정한 목소리. 


 저는 새하얀 세상에서, 허공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이미 결정화되어 감각을 잃은 손을 그가 잡았습니다. 치이익, 피부 타는 소리도 신경쓰지 않고, 꽉, 강하게. 



"닥터......" 



 파직파직거리는 오리지늄의 침식 소리는 아직도 제 안에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그 어떤 기적일지라도, 저의 몇 분 남은 목숨을 연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마지막으로―― 하얀 세상 너머로, 확실히 이어진 당신에게. 


 이 세상을 떠나며 가져가기에 알맞은, 마지막 말을 요청합니다. 



"아직, 저를 사랑해주시고 있나요?" 



 매달리는 듯한, 기도하는 듯한, 애원하는 듯한 물음. 


 돌아온 것은, 타오르고 있는 제 몸보다도 뜨거운 포옹이었습니다. 



"영원히 사랑할 거야. 너와 나의 세상이 끝날 때까지" 



 그리고 그는, 조용히 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습니다. 


 치익, 그의 피부가 타들어갑니다. 부드러운 입술이 타며, 마치 녹아내리는 쇠처럼 저에게 달라붙습니다. 


 격통과 비장함을 동반한 그것은, 서로의 육체가 녹아들며 하나가 되는듯한, 세상의 무엇보다도 달콤한 키스였습니다. 


 이윽고 여러 명의 발소리가 나고, 그의 몸이 억지로 떼어집니다. 



"뭐 하고 있어! 활성 오리지늄이야, 너도 감염돼버린다고!" 


"상관없어, 지금 그녀만 있어준다면, 나한테 미래같은 건......!" 


"알았으니까 떨어져, 이러다 네가 죽겠다! 어서 떨어져!" 


"싫어, 가지 마. 에이야퍄들라......!" 



 그의 울음소리가 멀어져갑니다.


 하늘의 그것이 로도스 터미널을 겨냥하여 번개를 떨어뜨릴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안쪽의 불꽃을 쏘아내어, 이동 도시에 내리꽂히는 번개를 걷어냈습니다. 발생한 충격에 그들이 갑판을 구르는 소리도 들립니다. 



"......고마워요, 닥터" 



 ――이제, 망설임도 미련도 없습니다. 


 저는 다시 한 번 하늘을 올려다보며 서서히 상승해갔습니다. 


 닥터가 저를 부르는 소리가 멀어져갑니다. 그는 로도스 터미널 갑판에서 다른 직원들에게 붙들린 채, 눈물이 흘러넘치는 눈을 저에게서 떼지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나를 나로 보아주고 있어. 


 눈이 보이지 않아도, 그건 전해졌으니까. 


 저는, 저를 장작으로 삼아 불을 피웠습니다. 


 그 순간, 저의 안에서부터 그 어느 때보다 엄청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불길은 저의 주위를 가득 메우며 끝없이 퍼져갑니다. 



"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몸 전체를 감싼 오리지늄 결정이 강렬하게 빛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리지늄이 차례차례 결정화하며 저의 육체를 침식해, 전혀 다른 존재로 전환시켜 갑니다. 


 저는 그 육체를 잡아먹으며 생성되는 오리지늄 모두를 저의 아츠의 촉매로 사용합니다. 


 온몸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오고, 한데 모여 온도를 더욱 끌어올리며, 재앙의 구름을 불꽃으로 뒤덮어갑니다. 


 그것은 저도 모르게 울부짖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절망적인 상실감이었습니다. 신체가, 의식이, 불꽃에 잡아먹혀간다. 내가 불꽃이 되어간다. 



"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대지에서 올려다보고 있을 닥터 쪽에서는 분명, 갑자기 항성이 탄생한 듯한 엄청난 빛과 열을 목격했을 것입니다. 


 그것은 경계심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양의 천둥을 저를 향해 쏘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저 자신을 불태우며 생성시킨 화구의 표면에 상처 하나도 입힐 수 없습니다. 


 빠직빠직 소리와 함께, 육체가 오리지늄 결정으로 바뀌어 깎여갑니다. 


 기적적으로 부활했던 귀에 영원한 이별이 찾아왔습니다. 


 허리 아래는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우직, 팔을 뻗자 오른팔이 부러져나갔습니다. 그것은 부서지자마자 작열하는 불꽃이 되어 저의 주위를 소용돌이 칩니다. 


 계속 지연되던 끝이, 드디어 제게 찾아옵니다. 



"――――――――――――――" 



 여기까지 와서도, 무섭다. 


 괴롭다. 슬프다. 아프다. 허무하다. 


 누군가가 손을 잡아줬으면 좋겠어. 안아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제게는 이제 그럴 수 있는 몸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 행복한 결말을 공상하고, 그 달콤한 꿈 속으로 도망치고 싶어진다.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고 싶어진다.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아득한 아래에서, 지상에서 닥터가 저를 보고 있습니다. 


 그는 계속,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저의 마지막 모습을 망막에 각인시키고 있었습니다. 




 아아...... 그래요. 그렇습니다. 


 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이렇게나 힘들고 괴로운 세상에서도 외롭지 않았으니까요. 


 파삭파삭 오리지늄으로 전환되며, 이윽고 불꽃이 되어갑니다. 


 타들어가는 뇌세포가, 맹렬하게 타오르는 지금, 저의 세상에 눈부신 색채를 남기고 있습니다. 


 수많은 동료들과 함께 싸운 날들. 보람 있는 연구의 날들. 친구들와 화목하게 이야기를 나눈 날들. 땀흘려 열심히 노력한 날들. 힘들어서 울었던 날들. 서로 위로하던 날들. 서로 기뻐하던 날들. 


 사랑스럽고, 멋진, 소중한 시간들. 


 내 안에서 흘러내리며, 불꽃이 되어가는 기억들이 보여주는, 선명한 무지갯빛 색채. 


 그것은 틀림없이, 오늘까지 살아 남은 저를 칭송하고, 저의 결단을 자랑스럽게 여길, 축복의 불꽃인 것입니다. 



"아아...... 아아아......!" 



 분명, 숨을 들이마실 수 있는 폐와, 외칠 수 있는 목을 남겨주신 것은, 신의 자비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남아있는 있는 힘껏 숨을 들이마시고. 


 넘쳐흐르는 마음을 불길 속에서 외쳤습니다. 



"아아아아아아아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요! 정말로정말로, 사랑했어요!!" 



 아아, 근처에 있을 로도스 본함에서도 제가 보이고 있을까요. 


 제가 살아왔던 이동도시. 저의 인생이 담긴 멋진 장소. 


 부디 나의 목소리가 닿기를. 나를 불태우며 빛나는 불꽃이 당신들에게도 보이기를. 


 저는 정말로 행복했습니다. 


 제가 살아온 날들은, 수많은 빛으로 넘쳤습니다. 


 저의 광석병을 막아주려 해서 고마워요. 


 저의 나날들을 빛나게 해줘서 고마워요.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아미야 씨. 켈시 선생님. 로도스의 오퍼레이터 여러분. 


 여러분 덕분에, 저는 광석병 환자라는 저주받은 처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광석병 환자에게 굶주리지도 않고 박해받지도 않는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 저의 불길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빼앗는 것이 아닌, 구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는지. 


 피부에 떠오른 오리지늄을 숨길 필요가 없는 자리가 얼마나 편안한지. 그리고 그럼에도 감출 수 없는, 오리지늄이 떠오른 몸을 비참하다고 느끼게 되는 괴로움을, 서로 이해하고, 위로하고, 함께 울고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도대체 얼마나 기쁜 일이었는지.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일이, 도대체 얼마나 행복했는지. 


 로도스 여러분 덕분에, 저는 저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살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에이야퍄들라라는 삶의 방식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배. 


 저를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당신에게 '고마워'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몸을 꼬~~옥 껴안기는 듯한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당신이 저를 칭찬해주었을 때의 두근거림은, 세상에서 가장 생생한 감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감염자인 저에게, 사랑을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분명 앞으로도 당신은 많은 사람을, 세상을 구할 것입니다. 


 그런 당신 곁에 잠시라도 있을 수 있었던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닥터. 


 제게서 고독을 없애줘서 고마워요. 


 당신 덕분에 저는 상상을 초월하는 괴로움 속에서도 저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고통에 시달리고 감각을 빼앗기는 상실감에 흐느끼면서도, 진정으로 절망만은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신이 나를 사랑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저를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혼자 두지 않아줘서 고마워요. 


 괴물로 변해가는 저를, 사람으로 보아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선배, 닥터! 사랑해! 사랑해사랑해! 사랑해!!" 



 아아, 추억들이 불타갑니다. 


 저에게서 깎여나가 불꽃으로 변하는 광채가 새하얀 세상을 아름답게 채워갑니다. 


 저는 자긍심을 가슴에 품고 죽어갑니다. 


 제가 살아온 지금까지의 나날들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저는 에이야퍄들라.


 재앙 연구자. 로도스의 캐스터 오퍼레이터. 


 젊은 나이에 생명을 잃는 광석병 환자. 


 로도스가 구할 수 없었던 많은 환자 중 한 명. 


 그리고, 로도스에게 삶의 의의를 가르침받아 구원받은, 무수한 생명 중 하나. 


 아무리 힘들어도, 무서워도. 내가 맞이할 마지막에는 조금의 후회도 없습니다. 


 아미야 씨. 켈시 선생님. 오퍼레이터 여러분. 선배. 닥터.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마음속 깊이 사랑했습니다. 


 여러분께 받은 반짝이는 많은 추억들이, 저의 혈육이 되고, 용기가 되고, 마지막에 여러분을 지키는 결의가 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을 비추는, 불꽃이 됩니다. 






 그러니―― 그러니 부디, 부탁드립니다―― 




 부디 하늘을 바라보며, 눈을 떼지 말아주세요. 




 제 마지막 빛을 잊지 말아주세요. 




 여러분을 사랑했던 제가, 긍지를 가슴에 품고, 마지막까지 저 자신인 채로 끝났다는 사실을, 부디 기억해 주세요. 




 이 의식이 완전히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저와 이어지고 있어주세요. 




 여러분에게 구원받은 생명의 빛을. 




 단 하나의 후회도 없는 생명의 끝을. 






 제가 불타 사라지는 것을, 부디 지켜봐 주세요. 






 별들과 같이 몸이 녹아갑니다. 


 제 의식이 반짝이는 불꽃과 함께 변해갑니다. 


 『저』는 재앙의 구름을 태우며 하늘을 펼치고, 폭풍 속을 떠도는 그것을 삼켰습니다. 


 그것이 괴로움에 찬 신음소리를 냅니다. 


 그 목소리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당혹감과, 동료라고 생각했다는 실망감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 실망감마저 지지듯이 더욱 불길을 내리칩니다. 


 그래, 나는 너희 동료가 되지 않을 거야. 


 여기 있는 건 에이야퍄들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는, 로도스의 오퍼레이터니까. 




 저의 각오를 실은 불길은 그것의 온몸을 태우고, 때리며―― 마침내 그것은 저항을 포기하고, 완만하게 진로를 변경시켰습니다. 


 소용돌이치는 재앙 구름이 로도스 터미널에서 떠나갑니다. 


 그 구름 속에 떠다니는 저도, 동시에 떠나갑니다. 


 역할을 마친 불꽃이 서서히 기세를 떨어뜨려 갑니다. 


 불꽃을 내뿜던 오리지늄 결정의 빛이 사라지고, 그저 오리지늄 먼지로 변해 재앙의 폭풍에 휩쓸려 섞여갑니다. 


 살며시, 의식이 풀려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반짝이는 불꽃을 별처럼 깜빡여 마지막 '고마워요'를 빛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사라져갑니다. 하늘로 녹아갑니다. 






 그것은, 완전히 타버린 숯이 재가 되어, 바람을 타고 흘러가는 것처럼. 


 저의 마지막에는, 그저 한결같은, 고요한 정적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일러스트 출처: https://www.pixiv.net/artworks/111539643

※ 이 소설은 원작자 「オリスケ」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하였습니다. 

※ 작가분 트위터: https://twitter.com/brava_novel

※ 원문출처: https://syosetu.org/novel/332051



안녕, 아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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