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8-8]




방패병:  저 빌어먹을 우르수스 놈들이 감염자와 용병 틈에 껴있어!

방패병:  그 녀석들 리유니온인 척하고 있으니까 다들 두 눈 크게 뜨고 있으라고!

방패병:  방금 칠을 한 사람빼고 한 놈도 놓치지 마라! 한발짝이라도 이 안으로 들어올려하면 바로 죽여라!


로도스 가드 오퍼레이터?:  그치만 저 리유니온들도 속아서 오는 걸지도 모르잖아?! 그런 녀석들까지 죽여야 해?


방패병:  나중에 놈들한테 당하지나 말고 하기나 해!


로도스 오퍼레이터:  Guard, 적들의 화력이 너무 강해! 저건 리유니온이 가지고 있을 법한 화력이 아냐!


로도스 가드 오퍼레이터?:  가지고 있을 법한 화력이라는 건 무슨 소리야?!!


방패병:  만약 우리 쪽 포격수들에게 신식 병기가 있었다면 아마 바로 재앙에 기댈 필요도 없이 도시를 함락할 수 있겠지.

방패병:  저 녀석들 이제 정체를 숨기지도 않고 목숨 걸고 공격해오잖아!


환영 쇠뇌수:  왜 탈룰라는 저들을 곁에 두지 않는 거지?


방패병:  두려우니까! 우리가 녀석들의 속셈을 간파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는 거다!


로도스 오퍼레이터:  사람이 너무 많으면 아마 탈룰라라고 해도 숨길 수 없는 거겠지.

로도스 오퍼레이터:  게다가 저 신식 무기들은 리유니온이 직접 손에 넣기는 정말 힘든 물건이거든.

로도스 오퍼레이터:  저 무기들은 아마 처음부터 우르수스 곳곳에 숨겨져 있었을 거야, 적들은 이 혼란스러운 때를 기다린 거고!


방패병:  적들은 처음부터 우릴 상대할 생각이었던 거야! 저 녀석들은 우릴 전부 죽일 생각이겠지.

방패병:  하지만 저 녀석들 생각은 틀렸다! 죽는 건 우리가 아닌 저들이다! 우리가 저 녀석들을 죽인다!

방패병:  진형을 유지하고 돌격해라!


로도스 오퍼레이터:  뭐하는 거야?! 너희......진지에서 나가려는 거야?!


방패병:  똑바로 봐라, 로도스!

방패병:  우리가 바로 진지다! 우리가 서있는 곳이 곧 진지다! 전군 앞으로! 


리유니온 오퍼레이터:  안 돼, 우리 소대가 따라잡질 못 한다고!


방패병:  버텨라, 기회를 봐서 저들을 해치운다, 너희라면 할 수 있다!


로도스 가드 오퍼레이터?:  환영 쇠뇌수들, 할 수 있겠어?


환영 쇠뇌수:  ......

환영 쇠뇌수:  대장이 없어서 우리도 할 수 있는 건 많이 없다.


방패병:  하지만 너희라면 분명 해낼 수 있다!


환영 쇠뇌수:  그래.

환영 쇠뇌수:  파우스트 대장은 우릴 위해 목숨도 마다했어.

환영 쇠뇌수:  ......만약 그 로도스의 토끼가 정말로 대장의 복수를 해준다면, 우리 목숨도 별 것 아니야!


로즈마리:  아니.

로즈마리:  그럴 필욘 없어.


환영 쇠뇌수:  아......로도스의......


로즈마리:  적들의 진지를 날려버리면 되는 거지?


로즈마리:  Radian, 적들의 통신을 방해해줘.

로즈마리:  적들의 통신기만 터뜨려주면 돼. 아, 응, 소리를 크게 해줘, 진짜 터뜨리라는 게 아니야.

로즈마리:  물론 적들의 귀를 날려버려도 괜찮아.

로즈마리:  응, 5초인가.

로즈마리:  4초, 환영 쇠뇌수들, 준비해.


환영 쇠뇌수:  뭐?!


로즈마리:  3초. Guard, 사람들을 물러서게 해.


로도스 가드 오퍼레이터?:  ......알겠다.


로즈마리:  방패병, 방패를 거둬.


방패병:  그렇게 하면 적들에게 네 위치를 들킨다고!


로즈마리:  괜찮아.


리유니온 오퍼레이터:  하지만 유격대 형제가......


로즈마리:  1초.


방패병:  우리에게 목숨을 맡긴 사람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목숨도 당연히 그녀에게 맡겨야지!


환영 쇠뇌수:  아, 저 리유니온 사이에 섞여있었던 녀석들이 갑자기 쓰러졌어!


로즈마리:  3명.




Guard는 예전에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다.

지금 그는 또 다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기이한 힘을 가진 로도스의 오퍼레이터들, 전장을 지배할 수 있는 오퍼레이터들을 자신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Ace가 그에 대한 답을 주었다. Scout가 그에 대한 답을 주었다. 지금 로즈마리, Rosmontis가 그에 대한 답을 주었다.

거대한 검이 적군의 화포를 내리쳤다, 살카즈 용병들은 손에 들고 있었던 거대 석궁을 꺼내들었고, Guard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로도스 가드 오퍼레이터?:  방패병, 방패를 들어라! 로즈마리를 보호해라!




그들은 한 팀이다. 그들에겐 보호, 협력, 그리고 이해가 필요했다.

그들은 사람이다. 자신과 함께 계속 싸워나가는 사람들이다.








방패병:  먹어라! 너 눈이 꽤 예리한데!


로즈마리:  고마워, Guard.


로도스 가드 오퍼레이터?:  괜찮아. 계속해, 로즈마리.


로즈마리:  방패병들, 소대 오퍼레이터들, 감염자들......

로즈마리:  친구들, 가족들......

로즈마리:  우린 집에 돌아갈 거야. 우린 적들을 쓰러뜨리고, 아미야가 탈룰라를 무찌르고, 그 다음 우린 집으로 돌아갈 거야.




___





난 어디에 있는 거지?

돌아가야 해.

조금 춥네......

저 검은 그림자들은 뭐야?



아, 생각났다, 저들은 곧 얼어죽을 거야, 그래서 난 저들에게 무언가를 나눠줬지.

으으, 추워.

내가 저들에게 뭘 나눠준 거지?

생각이 안 나. 중요한 물건이었던 거 같은데. 누군가가 이 물건을 다른 이에게 넘겨주지 말라고 했던 것 같아.

근데 난 왜......저들에게 준 거지?

이 물건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건 아닐텐데. 너무 추워지면 나도 사라지고 말 거야.

......

알겠다.

내 친구들이라면 그렇게 했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어.

내 친구들......



정말 엄격했던 그 사람. 그 사람은 날 친구로 여겨줄까?

날 위해 노래를 불러줬던 그 사람. 그녀 노래를 듣지 않은지 정말 오래됐네.

눈빛이 매서웠던 그 사람. 하지만 그녀가 만들어 준 음식은 정말 맛있었지.

내게 가장 중요한 그 사람. 내가 어디든 가도 좋다고 얘기해준 사람은 그녀였지. 

그치만.....모르겠어. 난 도저히 모르겠어.

거기에 말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지.



무언가가 왔다.

검은 그림자들이 잔뜩 있어.

무얼 하려는 거지?

내 목숨을 빼앗으려고 하는 건가?

그래, 목숨.

목숨은......중요해.

그런 건가?

목숨이라는 건 쓸모가 있는 건가?

검은 그림자가 내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어.

......저 사람들은 내 목숨을 빼앗으려고 하는 건가?






Decision(1) : 저게......뭐야?



켈시:  물러서, 박사. 앞으로 다가서지 마.

켈시:  아무래도 늦은 모양이야.







저건 감염자가 아니다.

전혀 다른 종류의 생물이다.



켈시:  ......비참하군.

켈시:  이런 케이스는 나조차 과거에 단 한 번 본 적이 있는 정도인데.

켈시:  시술자(주문/마법을 시전한 사람)와 피해자들이 한 몸에 섞여, 육체와 오리지늄으로 이뤄진 언덕 위에 부숴지기 쉬운 꽃을 피워낸 거야.

켈시:  가루는 바람을 타고 퍼져, 그 저주받은 땅을 거친 자들에게 붙어 그들을 감염시키는 거야──

켈시:  ——그리고 불운하게도 피해를 입은 이들은 새로운 숙주가 되어 더 많은 고통과 죽음을 퍼뜨리고 다니겠지.



Decision(1) :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일을 설명하는 건 아닌 모양인데.



켈시:  그 어떤 말도 이 참상을 표현하기엔 부족하겠지, 내가 말한 건 전부 사실이다. 

켈시:  감염원의 활력은 마치 독약과도 같다, 그건 생물에게 끝없는 해를 끼치지.

켈시:  그때 난 다짐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게 두지 않겠다고. 

켈시:  하지만 현실은 실망스럽네. 난 깨달았어, 이런 일은 내 눈앞에서 한번 또 한번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거라고. 



???:  (낮은 목소리를 냄)


켈시:  ......아무래도 저 녀석의 의식은 깊은 잠에 빠진 모양이다. 무의식적으로 분출하고 있어.

켈시:  가축 살카즈떼들은 저 녀석이 조종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유롭게 다니고 있었던 모양이야.

켈시:  자유롭게라.

켈시:  정말 신랄하지. 가축떼에게 자유가 있다니. 



???:  (울음소리)


켈시:  !

켈시:  역시, 저 녀석이 대규모 오리지늄 가루 확산의 원흉이었어.

켈시:  ——

켈시:  이대로는 안 돼. 만약 가축 살카즈떼들도 전부 이 형태로 변한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거야.

켈시:  저 녀석의 가루는 이제 단순한 오리지늄 아츠가 아니야. 저건 평범한 감염자도 감염시킬 수 있다고.

켈시:  도시에 오리지늄 꽃이 가득 핀다니, 난 그런 광경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

켈시:  Dr.{@nickname}. 우린 지금 저 녀석을 막아야 해. 가축떼가 이 이상 확산하는 걸 막고 감염의 전파를 막아야 해.



Decision(1) : 저 녀석은......?



켈시:  누군지 알겠어?



Decision(1) : 응.

Decision(2) : 잘 모르겠어.

Decision(3) : 아니.



켈시:  ......

켈시:  난 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 박사. 

켈시:  난 심판자가 아니야, Dr.{@nickname}. 난 단지 의사일 뿐이야.

켈시:  이 대지는 병들었어, 만약 이를 치료할 사람이 없다면 이 대지는 나중에 어떻게 되겠어?

켈시:  물론 생물에겐 면역 체계라는 게 있지, 대지에게도 그런 게 있었다면 병이 들어도 스스로 회복하겠지......

켈시:  하지만 우리는 척박한 땅에서 살 수 없어. 대지가 우리 때문에 쇠약해지고, 우린 쇠약해진 대지 때문에 죽게 될 거야.

켈시:  그리고 우리 눈앞에 있는 감염자는......



???:  (날카롭게 우는 소리)


켈시:  우선 말해두겠는데, 만약 누군가가 불치병에 걸린 게 확정이 났다고 해도 의사는 그걸 사망 선고라고 여기지 않아.

켈시:  “특효약은 아직 개발되지 않아, 환자의 생명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단지 그 정도 뿐이야.

켈시:  의사는 절대 인정하지 않아—— 다른 모든 사람들이 인정한다고 해도 의사는 절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켈시:  “이 병은 죽을병입니다.”

켈시:  이건 핑계야. 이건 절대로 의사가 대선 안 되는 핑계야.

켈시:  어떤 위협을 받더라도 난 내 의학 지식들을 도리에 어긋나는 곳에 쓰지 않아.

켈시:  그리고 모든 생명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존엄성을 가지지.


켈시:  광석병 환자들을 치료하는 건 내 천직이야, 감염자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든 간에 말이지.

켈시:  그러니까 난 그 어떤 생명이라도 포기하지 않겠어. 아직 치료받을 수 있는 생명이라면 난 절대 포기하지 않아.

켈시:  하지만 의사에겐 부정할 수 없는 것도 있어, 일부 시술들은 우리가 반드시 해야만 한다고, 사람들이 질병의 습격을 받기 전에 해야만 하는 게 있다고.

켈시:  감염자들은 타인의 도구가 되어선 안 돼, 그 누구도 타인의 생명을 조종할 순 없어.

켈시:  ......만약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저 녀석은 일종의 목표, 일종의 무기, 일종의 핑계가 되어버리겠지.


켈시:  우리가 저 녀석을 놔준다면 우린 우르수스에게 복수할 수 없을 거야.

켈시:  오히려 우르수스의 상처는 다른 이들의 상처가 되겠지.

켈시:  우린 저 고통스러운 발버둥을 못 본 척할 순 없어.

켈시:  세상에는 평범한 의사가 고칠 수 없는 병들이 몇 가지 있어.

켈시:  이 대지가 그들에게 가하는 모든 것들은, 단지 때때로 다른 사람들에게 더욱 심하게 가해질 뿐 변하는 건 별로 없어.

켈시:  ——의사가 할 수 있는 일도 그리 많지 않아.

켈시:  더 많은 생명들을 구하고 싶다면......



???:  (울부짖음)


켈시:  결정을 내려야 해.




고요.

오퍼레이터들은 필터를 착용하고 있다, 그들의 무거운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켈시:  그러니까 지금 우리의 목표는 확실하겠지.

켈시:  Dr.{@nickname}, 우린 핵심 도시의 에너지 공급을 끊어야 해, 그 전에 우린 몰려드는 가축떼들을 상대해야만 해, 또 다른 재난이 일어나는 걸 막아야 해. 

켈시:  와라, Mon3tr!

켈시: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

켈시:  이런 결말......구제라고 할 수도 없겠지. 저 가축떼들의 결말은 이미 정해졌어.




켈시는 묵묵히 그곳에 서있다, 그녀는 감염자라고 불릴 수도 없는 백색 결정체를 바라보고 있다.

네 몸에는 얼마나 많은 흉터들이 있니? 켈시는 물었다.

당신은 켈시가 그 질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생물에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하얀 생물이 두 팔을 벌린다.




너희들이 원하는 건 뭐야?

그것이 앞을 향해 움직인다, 쇠약한 두 날개로는 자신의 육체를 지탱하지 못한다.

그것의 목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목소리, 마치 흐느끼는 것 같은 목소리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Decision(1) : 어딘가 이상해.

Decision(2) : 정말......아름다운 생물이야.




_



Decision(1)를 선택 시:


켈시:  네 예감은 정확하다. 저건 평범한 감염 생물체가 아니야, 저건......이번 대규모 감염이 일어난 원인이다.



Decision(2)를 선택 시:


켈시:  자연에서 생겨난 게 아닌 생물들은 대체로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지.

켈시:  하지만 겉모습에 속지 마, 아무리 저것이 아름답다고 해도, 저건 지금 이 참상의 원흉이니까.


_




켈시: ......

켈시:  노래를 부르고 있어.



[M8-8 END]




앞으로 가야만 해.

......



스프레이 준비! 방 안에 있는 가루들을 전부 없애라!

......



앞으로 가야만 해.

......



물러서! 변이는 이미 한계점에 달했어, 더 이상 저 개체에 부담을 줘선 안 돼!



......

누군가가 말하고 있다,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

모든 꿈들은 호수 아래로 가라앉으니♪

......

생명은 정말 소중해 정말 소중해

친구들은 생명을 잃었고, 친구들은 날 떠났어

친구들은 멈췄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어

......



“......네게 정말로 자신의 생각이 있다면,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생각이 있다면......”

......



Mon3tr!



......

난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

알겠어 알겠어

하지만 어딜 가든 맞고 말 거야

맞는 건 아파 다른 사람을 때리면 다른 사람도 아파

아픈 건 싫어 하지만 지금 너무 아파

......



이걸로 된 거야?! 감염자들은 결국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거냐고!



......

안 돼 역시 앞으로 가야겠어 그 사람들이 걱정해 더 이상 그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칠 순 없어

......

......시간조차 이곳에서 얼어붙으니♪

......

나도 알아 그들은 날 싫어한다는 걸 그치만 그들은 내가 잘못했으니까 날 싫어하는 걸

나도 잘못을 저지르고 싶지 않아

......



Dr.{@nickname}! 내가 말했지, 병의 조짐이나 병의 원인은 내게 있어 똑같은 거라고!



......

어둡네 어디까지 가는 걸까?

......



그럼 어서 선택해!

......

내 말대로 해!

......



“난 타인을 상처입히고 싶지 않아. 타인에게 상처받는 것도 싫고. 난 둘 다 싫어.”



......

이건 꿈인가?

모두가 조용히 웃고 있는 꿈

꿈은 깨야 해 꿈이라면 언젠가는 깨야 해 깨지 않는 꿈이라면 계속 제자리에 멈춰 있을 뿐이야

앞으로 가야만 해

......



해치를 닫아! 모든 감염원들을 처치해라, 어서!



......

가자 가자

뒤돌아보지 말자

생각 생각이 났어

그 사람들에게 말해줘야 해

그래 말해줘야 해

살아있는 건 좋은 거라고 살아있는 건 소중한 일이라고 살아있는 건 아픈 일이라고 하지만 친구도 있어 많은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 났어

나도 그 사람들에게 말해줘야 해 

살아있다는 건 좋은 거라고



가자

안녕 집 안녕 날 위해 노래를 불러준 사람 안녕 누나 안녕 사샤

안녕 친구




___





켈시의 손가락이 제어 패널 위로 스쳐간다, 석관에 있었던 낮고 무거운 울음 소리가 사라진다.




Decision(1) : 이걸로......끝이다.


켈시:  우린 지금 재난 하나를 막은 거야.

켈시:  ......우린 임무를 수행하고, 그 임무를 완수한 거야. 체르노보그 핵심 도시는 이제 에너지원을 잃었어. 

켈시:  이제 수 년 동안은 이 시설이 다시 가동될 일은 없다고 내가 보장하지.

켈시:  앞으로 몇 시간 동안 핵심 도시는 이미 비축해뒀던 에너지으로만 엔진을 돌려야만 하겠지.

켈시:  그 에너지가 바닥나는 순간 이 도시도 고철 더미가 되는 거다.

켈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전부 했어. 하지만 이게 용문에 부딪히기 전에 완전히 멈추기 위해선 핵심 도시의 긴급 제동 장치를 찾아야 겠지.

켈시:  그건 아미야의 임무야. 아미야만이 할 수 있는 임무이기도 하지. 



Decision(1) : 이 도시는 여기에 남겨두고 갈 거야?



켈시:  우르수스 제국이 알아서 가져가게 두자. 필요가 있다면 가져가겠지.



Decision(1) : 제국이 또 이걸 이용하진 않을까?



켈시:  ......

켈시:  여기선 나와 관계있는 일이 두 번이나 벌어졌었어.

켈시:  한 번은 20여년 전이었지. 

켈시:  20여년 전, 우르수스의 보리스 그룹 산하에 있는 소형 광산 업체가 남부 산맥에서 특이한 시설을 발견했지.

켈시:  이 소식은 빠르게 그룹의 권력자 보리스 후작의 귀에 들어갔어.

켈시:  그 당시 후작은 대담한 선택을 내렸지.

켈시:  그는 군 아래에 있었던 광산 기업과 군수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시설이 완전한 공업 도시를 만들 생각이었어. 


켈시:  이 설비가 신민들의 유산이든 살카즈의 주술 기계든 상관없이 돌아가기만 하면 보리스 그룹에게 돌파구가 되어줄 수 있었거든.

켈시:  물론 어쩌면 그건 단순한 고철 더미였을지도 몰라, 어떻게 연구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았었거든.

켈시:  그건 어쩌면 일종의 위협이었을지도 몰라, 눈 깜빡할 새에 여러 마을을 폐허로 만들어버렸거든.

켈시:  젊고 우수한 과학자들로 이루어진 팀이 만들어졌어, 그들은 단순한 이론을 싫어했었지.

켈시:  또 세상의 불합리함을 참지 못 하는 성격이었고, 돈이 필요했고 긴 시간 동안 학술의 압박에 시달려왔지.



Decision(1) : 네가 그 팀에 들어갔구나.



켈시:  그래.

켈시:  난 컬럼비아를 떠난 후로 내 개인적인 루트를 통해 이 소식을 접했지.

켈시:  난 그 팀에 들어갔어, 그 녀석들이 정말로 온 도시를 날려버릴까봐 무서웠거든.

켈시:  내 지식을 빌려 난 이 과학자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어.

켈시:  체르노보그는 단순한 신흥 도시가 아니야, 이전의 체르노보그는 정말 낡은 곳이었어.

켈시:  과학자들이 이 기계의 진정한 용도가 무엇인지 알아채기 전에, 난 그 기계를 일정 출력으로 사용하는 걸 허락했어.

켈시:  체르노보그에게 오리지늄과는 다른 에너지원을 제공한 거야, 많지는 않았지만 쓸만은 했지.

켈시:  보리스 후작은 매우 흥분하며 돈을 지불했어, 그리고 얻은 것도 많았지.

켈시:  후작은 확실히 상업 쪽에 안목이 있는 사람이었어.

켈시:  체르노보그는 빠르게 발전했고, 기회에 목마른 이들을 끌어들였지.

켈시:  그리고 수많은 소도시들이 보리스 그룹에 가입하기 시작했어.

켈시:  보리스 사람 자체를 존경했거나, 후작의 수완에 놀라서 그랬던 거겠지.

켈시:  체르노보그는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과학자들의 연구 또한 많은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어.

켈시:  난 어쩌면 그들을......막았어야 했을지도 몰라.



Decision(1) : 계속 말해, 괜찮아.

Decision(2) : ......

Decision(3) : 불편하다면 그만 얘기해도 돼.




켈시:  계속 얘기하겠어.

켈시:  내 몇몇 우수한 학생들은 스스로 이 기계의 비밀에 대해 알아냈지.

켈시:  우선 그들이 발견한 건 그들이 활용하던 에너지원이 단순히 기계가 작동하면서 생기는 부작용, 휴면 모드였다는 사실이지......

켈시:  이 에너지원은 원래 기계가 정상 작동하도록 만들어 주는 물건이었어.

켈시:  또 다른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는데, 그건 끝도 없이 체르노보그에게 공급되던 에너지가 사실은 이 장치가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이야.

켈시:  정말 극히 일부분 말이야.

켈시:  그들이 처음에 느꼈던 감정은 기쁨이었어.

켈시:  어쩌면 오리지늄 광업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도 있었으니까.

켈시:  또 이 기계를 복제해낸다면 우르수스가 더 이상은 에너지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겠지.

켈시:  거기에 오리지늄의 채굴이나 정제 과정도 대폭 간소화될 거야.

켈시:  그 다음 그들이 느꼈던 감정은 공포였지. 만약 이렇게 거대한 에너지로 무기를 만들고 다른 나라를 침략한다면, 우르수스는 그야말로 불바다가 될 거라고.

켈시:  다행인 건, 이 과학자들 전부 착한 사람들이었거든. 과학자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어.

켈시:  그들은 재난이 벌어지는 걸 막고 싶었었지.

켈시:  그리고 불행인 건......똑같아.

켈시:  제 4 군단이 이 일에 개입했을 때 과학자들은 마찬가지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어. 

켈시:  하지만 내 학생들이 막 기계를 봉인할 준비를 마쳤었을 때, 비밀경찰들은 이미 과학자들의 약점을 완전히 알아차린 후 였어.


켈시:  일리야, 과학자들의 리더 중 한 명이었지, 그 녀석은 정의롭고 고집이 강한 녀석이었어.

켈시:  비밀경찰은 만약 일리야의 가족을 옥에 가둔다면 일리야의 원한이 커질 뿐이라고 생각해서 다른 녀석을 목표로 골랐어.

켈시:  세르게이, 내 학생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던 녀석이다.

켈시:  우유부단했던 세르게이는 스컬슈레더와 미샤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켈시:  비밀경찰들은 아마 정말 가볍게 그를 위협했었겠지, 하지만 세르게이의 결심은 한순간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켈시:  가족을 잃는다는 두려움과 동료에 대한 존중이 세르게이를 계속 괴롭혀 왔겠지, 결국 세르게이는 가장 절충안에 가까운 방법을 택했다.

켈시:  그는 실험 프로젝트의 목표와 데이터들을 보리스 후작에게 알렸다.

켈시:  사실 세르게이는 그 누구도 믿어선 안 됐어.

켈시:  우리가 살기 위해 잡은 지푸라기가 오히려 우릴 죽이는 무기가 되는 일이 종종 있으니까.


켈시:  후작은 과학자들을 보호하지 않았어. 오직 세르게이만 보호했었지.

켈시:  이어서 후작은 군대가 습격하는 걸 허락했고, 그 습격으로 한바탕 학살이 일어났지.

켈시:  후작에겐 과학자들을 지킬 힘같은 게 없었어, 군대의 고위 장군들에게 늘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거든.

켈시:  비록 대반란 이후로 군대나 구 귀족들의 힘은 대폭 약해졌지만, 보리스 후작도 기껏해야 몰락 귀족으로부터 직위를 산 졸부에 불과한 걸.

켈시:  세르게이는 자기 자식들을 지켜냈지만 자신의 동료들이 하나하나씩 핵심 도시의 석관 안에서 죽어나가는 걸 절망스럽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어.

켈시:  시체와 혈흔은 깨끗하게 처리됐고, 세르게이의 새 연구소가 새워졌어, 망가진 그의 마음 위에 세워졌지.

켈시:  세르게이는 그 이후로 다시는 유익한 연구 결과를 제공할 수 없었어. 우수하고 정직했던 과학자들을 잃고 이 기계에 대한 우르수스의 연구는 정체할 수 밖에 없었지.

켈시:  그리고 여긴 사람들에게 잊혀졌어. 사람들은 관심도 없고 풀 수도 없는 문제에 대해 잘 잊어버리거든.

켈시:  비밀경찰과 주둔군이 물러가고, 후작과 세르게이는 이곳을 봉인했지......간단하게 이곳을 봉인했어.

켈시:  기계는 계속 작동했고, 에너지도 끊임없이 석관에서 체르노보그 핵심 도시로 흘러갔어, 심지어는 온 도시를 향해서 말이야.

켈시:  후작은 세르게이의 헌신에 감사하면서 그를 시 의회의 서기로 추천했어.

켈시:  아. 이 일은 세르게이의 아들인 알렉스가 감염자로 판명되고 유배 당한 이후에 일어난 일이야.

켈시:  후작은 드디어 군대와 대항할만한 힘을 갖게 되었고, 크고 작은 공장들이 그의 핵심 도시 밖에서 모습을 갖추게 되었지.

켈시:  제 4 군단은 그의 명맥을 더 이상 마음대로 할 수 없었고, 체르노보그가 그들의 세력 범위 내에서 벗어나는 걸 지켜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어.

켈시:  체르노보그가 다년간 운영되면서 보리스 후작은 생산 원료의 가격 협상 문제로 제 3 군단의 참모 중 한 명의 신경을 건드린 적이 있었거든.

켈시:  그건 가오잔 정제 공장(高瞻精炼厂)의 제 1 수혜자, 바이칼 대공이었지.

켈시:  바이칼 대공의 기습 공격은 체르노보그를 흔들 수 없었어, 체르노보그는 이미 우르수스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가 된 거야.

켈시:  더 나아가서, 후작은 체르노보그 내에서 군대가 주둔하는 걸 거절했어.

켈시:  군단들도 어쩔 수 없이 황제의 명령대로 체르노보그 주위에서 그걸 지키고 있을 수 밖에 없었어, 혹은, 감시했다고 해야겠지.

켈시:  또한 체르노보그는 군대와 구 귀족들의 규칙으로부터 독립했어.

켈시:  이와 비슷했던 도시들이 하나하나씩 일어서기 시작했지, 광물과 상품에 대한 갈망이 사람들로 하여금 더 나은 방법을 찾게 만들었던 거야.

켈시:  피비린내나는 노역보다 더 높은 수준의 노역이지.



Decision(1) : 문제는 거기서부터 생긴 거구나.

Decision(2) : ......

Decision(3) : 이게 체르노보그가 함락된 이유인가?



켈시:  그게 다가 아니야.

켈시: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과학자들, 내 학생들이......우르수스의 탐욕으로 인해 죽임을 당했을 때부터 체르노보그의 함락은 예정된 일이었어.

켈시:  하지만 난 그 핑계로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켈시:  주위 사람들의 선의와 추진력을 핑계로 할 순 없어.

켈시:  난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 만약 그걸 다른 이들을 위해, 만약 그게 그들에게 다른 길을 보여줄 수 있었더라면......

켈시:  우르수스의 과학자들은 그걸로 타인의 행복을 만들었겠지. 그들의 결말은 나도 뻔히 알 것 같지만.

켈시:  과거의 나라면 절대로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었을 거야.

켈시:  그건 더 많은 사람들을 해칠 뿐만 아니라, 아무리 그것의 시작이 좋다고 해도 사악한 세상에서 우리의 선의는 왜곡될 거야.

켈시:  그러니까, Dr.{@nickname}.

켈시:  내가 그들을 도살장으로 몰고 간 거야.

켈시:  난 그들이 죽어가는 걸 지켜보고만 있었어.

켈시:  이 모든 건 단지 내가 미숙하게 길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야, 지금까지도 이 대지에선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꿨기 때문이라고.

켈시:  단지 그들이 정말로 착했기 때문에.



Decision(1) : 원래는 무슨 생각이었어?



켈시:  ......정말 알고 싶어?

켈시:  그건 의사의 업무 범위 내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켈시:  너도 잘 알고 있겠지. Dr.{@nickname}, 난 단순히 의사가 아니야.



Decision(1) : 듣고 싶다.

Decision(2) : 역시 됐다.



_



Decision(1)를 선택 시:


켈시: 그건 네 진심이 아니겠지. 넌 단지 호기심에 찼을 뿐이야. 네가 답을 얻고 나면 넌 후회하게 될 거야.

켈시:  난 널 후회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Dr.{@nickname}.

켈시: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과거의 네가 나보다 그런 일에 대해 더 잘 안다는 것 뿐이야.



Decision(2)를 선택 시:


켈시:  너도 네 마음 속으로 자신만의 답을 얻은 모양이네. 너의 동정 혹은 너그러움이 내 실태를 막아준 모양이야.

켈시:  넌 내 이미지를 구했을 뿐만 아니라, 네 자신의 이미지도 구해냈어.

켈시:  이건 정말 까다롭게 얻어낸 승리야. 고마워, 박사.


_




Decision(1) : 그래서 넌 대답하기 싫어?



켈시:  내가 답하기 싫은 문제들은 수없이 많아.

켈시:  그래, 나도 인정할게, 나도 이런 식으로 일리야의 염원을 이룰 줄은 몰랐어. 

켈시:  이렇게 많은 피를 흘리고, 이렇게나 많은 이들의 목숨을 희생시키고, 결국 가장 먼저 했어야 했을 일을 여기서 하게 되다니.



Decision(1) : 왜 처음부터 그들을 돕지 않았던 거야?



켈시:  왜냐하면 난 그들에 대해 모르고 있었거든. 난 다른 결말을 예상하고 있었어.

켈시:  Dr.{@nickname}, 어떤 이들은 타인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극형을 가하기도 해.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해도 말이야.

켈시:  또 어떤 이들은 다른 한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해도 말이야.

켈시:  우리가 그들의 모든 걸 안다고 우리가 달라지는 게 있었을까?

켈시:  아니면 그들에게 다른 신분이 있었다고 그들의 행동이 무시 당하거나 거칠게 심판 당했다는 거야?

켈시:  단지 신분 때문에 유죄가 무죄가 되고, 무죄가 유죄가 됐다는 거야?

켈시:  그들이 귀족이나 빈민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일반인이나 감염자였기 때문에? 우르수스인이나 용문인이였기 때문에? 도시나 황야에서 자랐기 때문에?

켈시:  왜 로도스로 치료를 받으러 오는 감염자들은 종종 도시에서 왔거나 온화한 가정 환경에서 자랐고 우수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지?

켈시:  넌 반드시 인정해야 해, 황야의 감염자들, 통신 수단을 잃고 다른 도시의 감염자들과 교류할 방법이 없는 감염자들, 그리고 길거리에서 숨어다니며 연명하는 감염자들까지. 


켈시:  그들에겐 로도스라는 이름을 들어볼 기회조차 없어.

켈시:  하물며 많지도 않은 다른 감염자 제약 회사나 치료 기업은 어떻겠어?

켈시:  이게 현실이야.

켈시:  그들이 바라는 건 폭력이 아니야. 단지 그들에겐 다른 방법이 없었을 뿐이야.

켈시:  과거엔 수많은 이들이 폭력의 힘을 믿었지. 왜냐하면 그들도 다른 이들에게 폭력을 당해봤거든.

켈시:  폭력이 그들의 몸에 깃든 거야, 그들은 또 다시 폭력을 주변에 퍼뜨리고, 그렇게 폭력이 주위 사람들에게도 깃들게 된 거지.

켈시:  그리하여 폭력은 그들의 도구가 되었어. 왜냐하면 그들은 폭력 이외의 생활에 대해선 아는 게 없었거든, 그들은 평생 고통과 원한에 의해 지배 당했지.

켈시:  폭력은 쟁기가 아니야. 폭력으로 간 땅에는 풀이 자라지 않아.

켈시:  이 석관에 갇혀 변해버린 감염자는——

켈시:  사악한걸까?


켈시:  우린 태어났을 때부터 사악했을까?

켈시:  권력과 폭력이 인간의 사악함을 만든 걸까, 아니면 인간의 사악함이 폭력을 휘두르기 위해 이 동족을 해치는 도구들을 만들어낸 걸까?

켈시:  우리에게 타인을 심판할 자격은 없어. 인간 중 그 누구도 그런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지. 

켈시:  한 가지 일을 선(善)이라 인정하고 그것을 행하고, 한 가지 일을 악(惡)이라 인정하고 그것을 부정하고, 악행을 악행으로 맞서고, 우리와 우리의 적도 결국은 똑같은 인간이야.

켈시:  결국은 우리도 죽어 마땅한 거야.


켈시:  Dr.{@nickname}, 만약 네가 날 이해한다면 너도 알고 있을 거야, 어떤 이들에겐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는 걸.

켈시:  하지만 이런 건 절대로 합리적인 행위가 아니야, 떳떳하게 할 수 있는 일도 절대 아니고.

켈시:  동기가 무엇이든 우린 꼭 기억해야 해, 우리가 하는 건 우리 목숨을 갉아먹는 짓이라고.



Decision(1) : 네가 말한 것들은......


Decision(1) : 확실히 의사의 업무 범위를 많이 벗어났네.



켈시:  그래서 난 네가 내 모든 행동들을 이해해 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아. 

켈시:  널 설득시키는 일은 내가 아닌 아미야가 해야만 해.

켈시:  왜냐하면 내가 하는 많은 일들은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도 안 되고, 따라해서도 안 되고, 용서 받을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야.

켈시: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넌 더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할 거야. 결정을 내리는 건 내가 아니야.

켈시:  많은 사람들이 내가 아닌 너에게 기대를 걸고 있어.

켈시:  내 변명은 내 변명일 뿐이고, 네 행동은 네 행동일 뿐이야.

켈시:  난 네가 다른 선량한 사람들처럼 이 대지가 바뀔 계기를 줬으면 좋겠어.



Decision(1) : 정말 이 기계를 우르수스 손에 넘어가도록 둘 거야?



켈시:  난 만약 정말로 이 기계가 재가동된다면 선량한 이의 손에서 재가동되는 거라고 믿을 거야.

켈시:  난 이 대지가 바뀌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들 손에 미래가 달렸다고 생각해.



Decision(1) : 하지만 일이......


Decision(1) : 네가 처음에 나쁘게 생각했던 것처럼 굴러가면 어떡해?



켈시:  하.

켈시:  한 가지 알아야 할 점은, 이 사악한 세상 속에서......우리도 착한 게 아닐 수도 있어.

켈시:  만약 일이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켈시:  그건 아마 우리가 정말 많은 노력을 쏟거나 멸망을 수차례 막는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미래일 거야.

켈시:  부도덕함과 사악함을 한번에 없애버릴 간단한 방법을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인 짓이야.

켈시:  반대로 여러 문명이 한순간에 멸망할 수 있고, 그 이후에도 사람들이 기나긴 고통을 받게 하는 방법은 있을 거야, 너도 대충 생각해낼 수 있겠지.

켈시:  하지만 적어도......우리에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이 있어.



켈시:  소독 처리 작업도 곧 끝나. 나중에 또 사람을 보내서 흔적을 깨끗하게 없앨 생각이야. 로도스가 했다고 생각도 못 하게 말이야.

켈시:  우린 곧바로 아미야를 지원하러 간다.

켈시:  상황이 괜찮다면 우리가 지휘탑에 갈 때쯤 체르노보그 사건이 끝나있겠지. 우린 로도스의 대원들과 합류하는 것 뿐이다.

켈시:  ......그리고 여기서 일어난 일, 여기서 일어난 모든 일들은......

켈시:  난 최선을 다해서 이 고통의 여정을 끝낼 생각이다. 네가 방금 내게 바랬던 것처럼 말이다.

켈시:  그래, 박사, 어떤 일들은 오직 너만이 결정할 수 있어.




___






전투의 연기는 흩어졌다, 당신은 석관 주위를 배회한다, 알 수 없는 익숙함과 슬픔이 당신의 가슴 아래로부터 느껴진다.

당신은 오퍼레이터들을 바라본다, 또 생소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그들 중에 대부분은 당신이 모르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오퍼레이터들은 작업을 끝내고 현장을 떠난다, 켈시는 당신이 따라오지 않는 것을 눈치채고 다시 당신을 향해 걸어온다.




켈시:  신경 쓰이는 일이라도 있어?



Decision(1) : 석관에 대한 건 그렇게 얘기했으면서 나에 관한 얘기는 하나도 안 해줬잖아.



켈시:  그래.

켈시:  이 문제는 네가 묻는 편이 나으니까.



Decision(1) : 난 왜 여기서 깨어난 거야?


Decision(1) : 여기서 일어난 두 번째 너와 관련된 일이라는 건 대체 뭐야?



켈시:  ——

켈시:  사실 이것도 내가 널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이기도 해.

켈시:  아미야는 내가 너에게 어떤 일들에 대해 알려주는 걸 바라지 않아.

켈시:  우리가 석관을 매장하기 전에 난 우선 네 머릿 속에 있었던 사실의 조각들을 빼내야만 했거든.

켈시:  Dr.{@nickname}, 3년 전, 난 오랫 동안 봉인되었던 이곳으로 다시 돌아왔어, 그리고 심하게 다친 널 이 기계에 넣었지. 

켈시:  이 기계는 네 병을 치유할 수 있었어, 네 병 밖에 치유할 수 없었지.



Decision(1) : 뭐?......확실하게 설명해줬으면 좋겠는데.



켈시:  난 네게 사실을 말해준 거야.

켈시:  우리가 방금 마주친 백색 감염 생물은 괴상한 겉모습을 가지고 있었지, 하지만 그건 원래 그 모습이 아니었어.

켈시:  그리하여 난 확신할 수 있었지, 감염 생물이 되기 이전의 감염자가 분명 이 석관에 들어갔었을 거라고, 이 석관도 그것 때문에 가동된 거야.

켈시:  ......어쩌면 그 녀석이 아미야가 널 석관에서 구하는 영상을 찾아봤던 걸지도 모르겠어.

켈시:  이건 그 녀석이 석관을 작동하게 되는 계기가 됐겠지, 우연한 원인으로 그 녀석은 석관에 들어간 거야.

켈시:  이건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야.

켈시:  이 석관은 원래 사용자를 치유할 목적으로 만들어 진 물건이야. 하지만 감염자가 석관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지.

켈시:  그것이 만들어 낸 건 너도 봤어. 그 위험한 감염 생물은 절대로 자연적으로 탄생한 게 아니야. 석관은 그런 걸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야.

켈시:  그 전환은 하나의 인공적인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거야. 석관이 그를 전환시킨 거야.

켈시:  그리고 넌 석관에서 치유를 얻었지. 이 기계가 너희 둘에게 다른 반응을 보인 거야.



Decision(1) : 네 말은 그 녀석과 내가......다르다는 건가.



켈시:  당연하지, Dr.{@nickname}. 너와 그 녀석은 달라.

켈시:  누가 우리의 동족이야?

켈시:  ......누가 네 동족이야?

켈시:  어쩌면 이 기계는 네 동족만을 치유할 수 있거나, 감염자를 치유할 수 없는 걸지도 몰라.

켈시:  또 어쩌면 이 기계는 환자를 그들의 가장 오래된 모습으로 전환시켜 버리는 걸지도 몰라, 또 심지어는 이 기계가 나만을 조종자로 인정하는 걸지도 모르고——

켈시:  아무튼 결과적으로 넌 살아남았고, 그리고 아까 그 감염자는 가축떼의 근원이 되었어. 

켈시:  그래, 이 대지에 똑같은 개체라는 건 없어. 너와 나, 아미야, 그리고 그 사람까지 모두가 다 달라. 그리고 내 관점에서 보자면 너희도 나랑 크게 달라.

켈시:  누가 날 이해할 수 있고, 누가 널 이해할 수 있겠어?

켈시:  우리 곁에서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떠나갔고, 얼마나 많은 비극들을 우린 지켜볼 수 밖에 없었지?

켈시:  그것을 발굴해냈던 사람들, 그러니까 내 학생들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그것을 연구했던 게 아닌가?

켈시:  어째서 탐욕과 권력욕은 무의미한 죽음들을 수없이 만들어낸 거지? 이 얼마나 짖궂은 비극이지?

켈시:  이 석관은 이러기 위해 만들어진 건가? 또 우린 무엇을 위해 이 대지에 있는 거지?

켈시:  운명이 우릴 조종하는 건가? 우리들의 창조주가 터무니없는 이 연극을 느긋하게 감상하기 위해서?



Decision(1) : ......하지만 난 지금 여기 있는 걸.

Decision(2) : 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 이건 너무 고통스러워. 난 참을 수 없어.



_



Decision(1)를 선택 시:


켈시:  그런가.

켈시:  ......지금 난 널 타이를 수 있을까?

켈시:  아니, 잘 모르겠어, 내가 정말 그렇게 해야할까? 이게 네 연기라도 해도 난 기뻐해야겠지......

켈시:  그래도 난 네게 말해줘야겠어, 박사.

켈시:  이건 절대로 쉬운 선택이 아니야.

켈시:  Dr.{@nickname}......이 대지에는 오직 너만이 속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



Decision(2)를 선택 시:


켈시: 물론 그래도 돼. 너에겐 떠날 자유가 있어.

켈시:  로도스는 너와 PRTS 간의 신경 연결을 끊을 거야, 넌 곧바로 이동 단말의 가상 센터로부터 연결이 끊기고 PRTS의 눈과 권한을 잃겠지.

켈시:  넌 로도스 정보 처리 시스템의 정보의 바다에서 해방되는 거야, 그 다음엔 넌 로도스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할 필요도 없게 되겠지.

켈시:  네 정보 단말기를 끄고 나면 모든 건 사라지게 될 거야. 간단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연결이 끊겨, 그리고 넌 자신이 선택했던 세계에 남게 되는 거야.

켈시:  ——

켈시:  난 준비 됐어.

켈시:  네가 그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돼.

켈시:  ......

켈시:  ......

켈시:  만약 네가 정말로 그렇게 선택했었다면, 넌 내 말을 듣지도 못 했겠지.

켈시:  역시 넌 이곳에 남기로 한 거구나.

켈시:  Dr.{@nickname}......준비가 된 사람이 어디 있겠어?



_



켈시: 우린 여러 가지 사물들로 인해 이 세계에 묶여있어, Dr.{@nickname}.

켈시:  우리의 삶은 고민으로 가득해, 심지어는 의미도 별로 없지.

켈시:  하지만 우리가 계속 나아가다, 뒤돌아볼 때쯤이면 우리의 발밑이 곧 여정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켈시:  밝고 평탄한 길은 걷기 쉽고, 어둡고 험한 길은 걷기 힘들지.

켈시:  그렇다 하더라도 과학자들이나 로도스의 엘리트 오퍼레이터들, 용문의 의사(義士)나 체르노보그의 감염자들 모두......

켈시:  계속 걸어나가려고 하고 있어.

켈시:  고통이 그들을 뒤쫓고 있고, 악몽이 그들을 괴롭히고 있고, 원한이 그들을 방해하고 있어. 결국은 죽음이 그들을 따라잡게 되겠지.

켈시:  하지만 그들은 수많은 부담으로부터 벗어난 거야, 이 대지가 그들에게 가하는 모든 억압과 약점으로부터 해방된 거야.


켈시:  대다수의 사람들은 약해.

켈시: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이 우리의 존재를 증명시켜줬기 때문에 우리가 밤에 안심하고 잠에 들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켈시:  우리의 고난은 아직 한참 남았어. 이 대지의 고난은 끝이 없을 거야.

켈시:  그렇다 하더라도 우린 아직 선택할 수 있어. 



Decision(1) : 하.

Decision(2) : ......

Decision(3) : 네 말이 맞을지도.



켈시:  박사.

켈시:  내가 이런 말들을 하는 건 책임감 때문에, 그리고 내가 한 약속 때문인 것도 있지만......

켈시:  앞날에 대한 기대 때문에 그러는 것도 있어.

켈시:  난 너에게 기대를 하고 있어.

켈시:  Dr.{@nickname}, 내가 평소 너에게 자주 짖궂게 굴지만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켈시:  앞으론 나도 가능한 자제하도록 할게.



Decision(1) : 짖궂게 구는데 어떻게 신경을 안 써?

Decision(2) : ......

Decision(3) : 말만 예쁘게 해도 싸우는 횟수가 훨씬 줄어들 걸.



켈시:  내가 너한테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내 기억 때문이야. 네 기억은 지워졌지만 내 기억은 다를 것 없지.

켈시:  원래 이런 가정용 생체 회복 장치에 이런 기능이 있어선 안 돼.

켈시:  이게 고장이 난 건지 네가 연기를 하는 건지 상관 없이, 지금의 너, 겉으로 보이는 넌 정말 청렴해. 네가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말이야.

켈시:  ——박사. 내가 지금부터 할 말들 때문에 당장 불편해하지는 마.

켈시:  지금 딱 한번, 난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자유롭게 흘려보낼게. 난 단지 널 일깨워주고 싶을 뿐이야, 아미야가 그걸 원하지 않더라도 말이야.


켈시:  만약 가능하다면, 난 너에게 복수할 거야.



Decision(1) : 뭐라고......?



켈시:  네 기억이 돌아올 때쯤이면 넌 다시 스스로의 선택을 돌아볼 기회가 생길 거야.

켈시:  그렇게 된다고 해도, 네가 네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친다고 해도, 혹은 네가 정말로 영원히 잊어버린다고 해도 넌 내 생각을 바꿀 순 없을 거야.

켈시:  난 내 마음 속에서 심어진 원한의 싹을 틔우진 않을 거야, 하지만 내겐 그것을 남겨둘 권리는 있어.

켈시:  영원히 분노할 권리 말이야.


켈시:  ......그리고 지금의 난 이 분노를 누구를 향해 쏟아야할지 모르겠어.



Decision(1) : 나?

Decision(2) : ......

Decision(3) : 내가 전에 뭐라도 한 거야?



켈시:  난 그 사람을 너라고 보지 않아. 그렇지 않았더라면 난 너한테 말도 많이 하지 않았겠지. 난 차라리 널——

켈시:  차라리 널......

켈시:  ......


켈시:  난 아직도 잘 모르겠어, 왜 테레사가 널 그렇게 신뢰했었는지.



Decision(1) : 테레사가 누구야?



켈시:  테레사는 내 친구야, 내 예전 친구.

켈시:  3년 전, 테라사는 죽었어, 난 그녀를 영원히 잃고 말았어.

켈시:  진실을 듣고 싶어, 박사?



Decision(1) : 응.

Decision(2) : ......

Decision(3) : 아니.



켈시: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난 네게 진실을 들려주기 위해 널 이곳으로 데려온 거야.

켈시:  너와 난 이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어.

켈시:  박사, Dr.{@nickname}, 예전에 너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의 손에 테레사의 피가 잔뜩 묻어 있었어.


켈시:  “네가” 테레사를 죽인 거야.

켈시:  그녀도 예전엔 네 친구였어.



Decision(1) : 뭐?!

Decision(2) : ......

Decision(3) : 이게 그 진실이야?



켈시:  넌 석관에 들어가 모든 걸 잊어버렸지. 하지만 이 "너와 관계 없는" 일이 있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켈시:  너나 나나 이 일에 대해선 정말 유감이지.

켈시:  ——내가 너에게 절대로 조금의 피해도 가해선 안 된다고 해도, 난 네가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켈시:  ......테레사와 아미야가 널 믿는다고 해도, 난 널 믿지 않아.



Decision(1) :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



켈시:  대답하는 걸 거절하겠어. 이 질문에 대답하는 건 내가 아니야. 난 내가 널 저주해버릴까봐 무섭거든.



Decision(1) : 그럼 지금의 난 대체 누구야?



켈시:  넌 Dr.{@nickname}. 넌 박사야. 넌 이 대지 위에 있는 한 생명이지.



Decision(1) : 네 말을 난 정말 믿어야 하는 거야?



켈시:  내가 너에게 답을 내놓으면 넌 그렇구나하고 바로 받아들일 거야?

켈시:  넌 네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너를 향한 내 "경멸"을 거부하고 있어. 그러니 나도 내 감정적인 요소가 들어간 "답변"과 "사실"을 말하지 않을 거야.

켈시:  난 네가 날 신뢰하라고 요구하지 않을 거야, 이 이상 진실을 말해주지도 않을 거고.

켈시:  내 원한은 진실에 관한 설명을 왜곡시킬 거야, 분노로 가득한 내 말이 네 사고를 방해할 거고. 

켈시:  난 네가 모든 전말을 알아내는데 필요한 열쇠나 기본적인 사실 이야기빼고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을 거야.

켈시:  네 스스로 보고, 네 스스로 판단하고, 네 스스로 찾아내.

켈시:  그렇게 한다면 넌 진정한 자아를 찾아낼 수 있을 거야.



Decision(1) : 넌 대체 뭘하고 싶은 거야?!



켈시:  ......널 지키고 싶어.

켈시:  내가 약속했던 것처럼.

켈시:  난 약속한 적이 있어, 아미야와 널 지키겠다고.

켈시:  난 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널 지킬 거야, 박사. 이건 내가 해야하는 일이니까.

켈시:  하지만 난 널 계속 미워할 거야. 내겐 로즈마리를 교육하거나 비난할 자격이 없어, 왜냐하면 나도 내 자신이 너에게 복수할까봐 두렵거든.



Decision(1) : ......너......




비슷한 장면, 비슷한 말, 다른 감정과 다른 시대가 당신 기억의 구멍 속에 다리를 놓는다.




Decision(1) : 나는 누구지? 박사는 또 누구고?



켈시:  ......

켈시:  너......뭐라도 떠올린 거야?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무언가가 혼란스러운 당신의 생각 속으로 들어온다.

......

귀를 찌르는 듯한 사이렌 소리가 당신의 귀로 들려온다. 

......

당신들은 복도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다.

......

당신은 그 차가운 기계 안으로 누웠다, 갑작스런 피로감이 맑았던 당신의 정신을 어지럽힌다.

......

이 광경은 당신에게 정말 익숙한 광경이다. 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기억의 베일을 파헤치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

그 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말이다.



___



???:  ......Dr.{@nickname}......

???:  ......손을 놓기 싫은 게 제가 될 줄은 몰랐네요.








???:  전 반드시 이렇게 해야만 해요. 제가 이래야만 당신을 살릴 수 있으니까요.


???:  ......아, {@nickname}......이대로 가다간 우리가 다시는 못 만나게 될지도 몰라요.


???:  안 돼요. 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  Dr.{@nickname}, 전 우리의 관계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거라고 믿어요.


???:  아무리 바다가 끓고, 대기가 사라지고, 우리의 위성이 중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하더라도, 우리의 태양이 흉악하게 팽창하여 자신의 아이들을 전부 먹어치운다고 해도......


???: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어둠과 별빛으로 점철된 문명의 끝에서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반드시요.


???:  전 그 날을 기다릴 거예요. 저라면 당연히 그 날까지 기다릴 거예요. 절 기다려 주세요. 당신도 절 기다려 주세요.


???:  ......Dr.{@nickname}. 절 잊지 말아 주세요.



___





켈시:  ......박사......?



조각들은 머릿 속에서 점점 맞춰지고, 당신의 머릿 속에서 한 이름이 떠오른다.



Decision(1) : 프리......스티스......?



켈시:  ......

켈시:  ......Dr.{@nickname}?



Decision(1) : 켈시, 프리스티스가 누구야?








로도스 오퍼레이터:  화력이 너무 강해! 어이, 머리 집어 넣어!

로도스 오퍼레이터:  어떻게 이 좁은 곳에 사람이 저렇게 많이 들어간 거지? 이제 몇 층 안 남았는데!


아미야:  탄 냄새가......여기까지 나네요.

아미야:  여기까지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


로도스 오퍼레이터:  ......저희로선 도움이 안 되는 거겠죠?


아미야:  아뇨,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에요. 단지 여러분에게 너무 위험할 뿐이에요.


로도스 오퍼레이터:  위로 안 해주셔도 됩니다.


아미야:  아뇨, 전 위로한 게 아니에요. 여러분, 한 가지 꼭 말씀드려야 할게 있어요......

아미야:  여러분이 없었다면 전 여기까지 오지 못 했었을 거예요.


로도스 오퍼레이터:  ......

로도스 오퍼레이터:  힘내세요, 아미야.

로도스 오퍼레이터:  모든 게 끝나면 관리가 심하지 않은 도시에서 뭐라도 마셨으면 좋겠네요.


아미야:  반드시 그러죠.




___






아미야:  아, 이건......첸 경관님의 칼집이잖아. 긁힌 자국이 잔뜩이네......

아미야:  ......혹시 탈룰라는 일부로 첸 경관님을 올라오게 둔 건가? 이——

아미야:  ——꼭 그럴 리는 없나.

아미야:  지금의 첸 경관님은......쉽게 당하실 분이 아니야.

아미야:  자신이 뭘 원하는지 첸 경관님께선 이미 찾으셨겠지.

아미야:  다른 사람이라면 이렇게 연이어 일어난 사고에 어쩔 줄 몰랐겠지. 하지만 첸 경관님의 분노는 이미 그것을 뛰어넘을 정도가 됐어.

아미야:  그리고 첸 경관님께서 분노하시는 건......곧 우리 모두가 분노하는 것과 같아.




아미야는 계단을 올랐다.

그녀는 아직 그 일에 대해 생각에 잠긴 모양이다.

용문 사무실에서 마지막으로 첸을 봤을 때......그 당시 보았던 광경들이 떠오른다.

칼집을 만지는 그 순간, 그 장면들은 아미야의 눈앞에 벌어진 것처럼 생생하게 보여진다.

갈수록 선명해진다.




___







나인:  역시 너랑 임무를 나가면 좋은 일이 없다니까.


:  윽......아!

:  나인......! 무사했구나......!


나인:  그렇지. 근데......왜 네가 그런 죽을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거야?

나인:  폭탄은 내 면전에서 터졌는 걸. 넌 십 몇 미터 떨어져 있었고.


:  복부를 심하게 다친 거 같아. 미안, 너무 아파서......실례했군. 네 맷집은 원래부터 나보다 훨씬 강했었지......

:  ......나인. 뒤돌아서 네 모습 좀 보여줘 봐.


나인:  상사한테 이래라저래라하지 마.


:  ......아. 아니. 너어......


나인:  미안해, 첸. 널 지키지 못 해서.

나인:  대다수 파편들은 막았는데 역시 조금은 날라가버렸네.

나인:  ......너도 파편에 찔린 거 봤어. 어서 가서 치료해.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몰라.


:  나인......너......설마......

:  넌 어쩌게?


나인:  ......

나인:  내 아츠보다 내 몸상태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건 없어. 난 그 파편들을 빼낼 수 없어.

나인:  ——나도 근위국의 일원으로서의 프라이드가 있어. 넌 내 뒷모습만 기억하면 돼, 나대신 근위국 사람들한테 안부 좀 전해줘.

나인:  그리고 웨이도. 안부 좀 전해줘.


:  어디 가는 거야?


나인:  이 정도 상처라면 난 분명 감염될 거야. 난 감염자가 가는 곳으로 갈 거야.


:  ......나인, 네가 감염자라고 해도 꼭 떠날 필요는 없어! 넌 용문과 근위국을 위해 많은 걸 해줬잖아, 모두들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나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염자를 두려워 하고 있는지 너도 봤잖아......

나인:  이 오리지늄 폭탄도......난......난, 으음, 대체 누가 이런 걸 만든 건지.

나인:  꿈같은 소리는 그만해, 첸. 내가 이 한 마디는 꼭 너에게 해줘야겠어.

나인:  감염자와 일반인 사이의 경계는 너와 내가 정하는 게 아니야, 그들 스스로 정하는 거지.

나인:  빈민 구역 감염자들의 일에 너무 끼어들진 마, 내가 너한테 경고했었잖아, 우리 둘 모두 재난을 만난 거라고.


:  ......빈민 구역에 주둔하기로 했었잖아? 새로운 감염자 거주안을 내려고 했었잖아? 이게 있으면 적어도 어제보단 나아지지 않겠어?

:  우린 감염자들을 평등하게 대할 준비가 됐어, 감염 여부에 상관없이 용문의 모든 사람들을 소중하게 대할 준비가 됐다고!


나인:  우린 준비가 됐지만 용문은 준비가 됐을까? 대중들은? 상업 연합회는? 지금 내가 근위국에 가서 내가 감염자라는 걸 밝히면 어떻게 될 것 같아?


:  너라면 문제 없어, 신분을 재신청하면——


나인:  권력으로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면 그게 직권 남용이랑 다를 게 뭐야? 난 쫓겨나는 한이 있더라도 그럴 수 없어.

나인:  웨이옌우가 만들고 우리가 지금까지 지탱해온 근위국......근위국은 법을 대표해, 그러니까 조금의 불공정도 용납할 수 없어!

나인:  그리고 첸, 넌 잘 사는 사람일수록 광석병 처리를 더 잘하고, 빈민구나 광산에서 사는 사람들은 감염되면 죽는다고 생각해?

나인:  아니, 네가 감염자가 되면 이 대지가 널 대할 방식은 단 한 가지밖에 없어.

나인:  감염자는 모두 죽을 거야. 죽는 방식이 전부 같다고 치면 감염자 간의 차이는 없다고 봐야겠지.

나인:  난 관용을 바라지 않아, 내가 처리한 감염자 범죄자들만 세 자리 수야. 내가 감염자가 되는 건 응보가 아니야, 이 대지가 원래부터 이랬기 때문이야.

나인:  대지가 감염자들을 처리하는 방식은 정말 각양각색이라니까, 마치 실적을 쌓는 것처럼──


:  어째서......나인, 넌 용문에 대해 언제나 믿음을 갖고 있었잖아?


나인:  믿음? 내가 그동안 투박하게 해왔던 게 너희들 눈에선 믿음의 표현으로 보였었구나——

나인:  난 진심으로 이 도시를 사랑해. 용문은 갈 곳 없었던 날 받아줬었지.

나인:  하지만 마음 속으로 난 알고 있었어, 이 대지에 진정 감염자들을 받아줄 수 있는 곳은 없다는 걸.

나인:  용문을 사랑한다고 해서 그걸 믿고 있는 게 아니야, 난 단지 용문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을 뿐이지.

나인:  너무 잘 알아서 어떤 행동이 쓸모가 있고 어떤 행동이 시간 낭비인지 난 똑똑히 알아.

나인:  내가 사무실에 안 있고 너희랑 같이 골목에서 돌아다니는 건 서민적인 척을 하거나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야.

나인:  내가 여기 온 유일한 이유는 용문이 날 필요로 했기 때문이야.

나인:  웨이옌우가 감염자들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단 한 가지야. 용문이 아직 감염자들이 가져오는 문제를 겪지 않았었기 때문이지, 앞으로는 그 문제들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어.

나인:  하지만 그 문제들이 다 해결되고 뿌리까지 전부 뽑히고 나면 그 다음엔 누가 나서려고 할까?

나인:  만약 웨이옌우가 나서지 않는다면? 상인과 대중들? 노동자와 경찰들?


:  용문은 감염자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 용문은 그들에게......그리고 우리에게 속해있어!

:  아무리 감염자라도 이 도시의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거잖아! 이 도시는 감염자들을 지켜줄 수 없다는 거야?


나인:  없어.


:  아니, 우린 다 똑같아. 우리 모두 감염자야, 우린 차별없이 똑같이 보여질 거야. 이건 네가 했던 말이야.


나인:  그렇다면 그 말은 없던 걸로 하겠어. 웨이옌우는 널 보물처럼 여겨지, 용문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너와 전혀 다른 생활을 살고 있다고.


:  너......!


나인:  난 네 헌신과 노력을 부정하는 게 아니야, 첸.

나인:  넌 내가 본 가장 우수한 근위국 대원이야. 하지만 넌 확실히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


:  ......아니, 난 이 신분 때문에 용문에서 일하고 있는 게 아냐. 난 근위국의 일원이야, 용문의 일원이라고.

:  우린 용문을 위해 많은 땀과 피를 흘려왔지, 용문의 시민들은 엄격할지 몰라도 결국에는 분명 받아들여 줄 거야.

:  용문은 그럴 거야, 용문은 계속 나아가고 있어.

:  나인, 우리 모두 감염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용문에 속해있어!

:  용문은 우리 모두의 도시야, 그래야만 해. 만약 아니라면 우리가 그렇게 만들면 돼.

:  우리도 그동안 정말 많은 걸 봐왔잖아? 감염자들 중에서도 의리있는 녀석들은 많잖아?


나인:  그렇다면 네가 증명해줘.

나인:  우리가 이 도시에 속해있다는 걸 네가 증명해줘.


:  내가 증명해주겠어. 반드시.


나인:  ......어서 움직이는 게 좋을 거야. 


:  ——반드시 증명해보이겠어.


나인:  지금 상황은 웨이에게 알려줘, 웨이가 처리할 거야. 연락은 계속 하고. 무슨 일 있으면 불러.

나인:  맞다, 호시구마한테 전해줘......첸 관리 잘하라고 해, 바보같은 짓하지 말고.

나인:  방금 말은 잊어버려도 돼, 너도 분명 잊어버릴 거야, 그래도 잊어버릴 거면 호시구마한테 전하고 난 다음 잊어.




바보같은 짓?

바보같은 짓이 뭐지?

말과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고, 난 무엇이 달라졌지?

다른 이들의 마음을 공감하면서, 난 무엇을 깨달았지?

끈질긴 노력으로, 난 무엇을 잃었지?



재회의 날은 드디어 왔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몇 년 전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지.



___







아미야:  첸 경관님,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첸 경관님께선......정말 용감하게 많은 일들을 해주셨어요.

아미야:  하지만......아직 결론을 내려선 안 돼요.

아미야:  저도 그녀가 왜 그렇게 했는지 알고 싶어요. 우리 모두 진실을 알아야 해요.

아미야:  경관님께선 탈룰라가 왜 그렇게 변했는지 알고 싶으신 거겠죠......

아미야:  ......전 리유니온이 따르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요.




그녀는 이미 첸의 포효와 탈룰라의 비웃음을 들은 것만 같았다.

아미야는 첸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





__







“함정인 줄 알면서 왜 온 거야?”


“이게 진짜 함정이라면 네가 정말 구제할 길 없는 녀석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으니까!”


“진짜 함정이라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렇다면 나랑 뒷사람들이 아무런 심리적 부담없이 널 해방시켜 줄 수 있겠지. 모든 죄책감은 네 장례식에서 꺼내도록 하겠어!”




__




열 개의 반지 중 한 반지의 결에서 붉은 빛이 나고 있다.



__






“그렇다면 전 언제 하면 좋죠?”


“네가 정말로 그렇게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을 때.”




__



새로운 적을 상대하기 위해선 새로운 무기가 필요하다.

강대한 악을 상대하기 위해선 굳건한 원칙이 필요하다.

과거의 아미야는 긴박한 상황에서만 절박하게 반지 하나를 풀려고 했었으나......지금은 아니다.



아미야:  ......구름을 가른다.



“구름을 가르는 검, 서야 할 땐 선다.”




첸은 단 한번도 도망친 적이 없었지?







그 질문에 첸과 아미야는 아니라고 답했을 것이다.

첸은 이미 여러 번 도망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도망친 적은 없었다.









첸의 기억, 감정, 그리고 모든 변화......모든 건 첸의 결심으로부터 왔다.

적소를 사용하기 위해선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 단련하는 과정에서 첸 또한 변했다. 첸은 계속 의기소침하게 있을 순 없었다.

적소 검술 또한 그렇다.

첸은 결심을 내렸다.




아미야는 묵묵히 마음 속에 새겼다. 칼집에 남아있는 온도가 점점 상승한다, 첸에 대한 기억들이 그녀 마음 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아미야는 그 어떤 때보다도 침착하다. 아미야는 결심을 내렸다.

그녀는 반지를 풀기로 한다. 그녀는 진실을 보기로 한다.










그녀의 시야 속으로 불꽃이 들어온다.

이번에 그녀는 눈을 감지 않았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이 자매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을 보았다.









그리고 첸은 탈룰라 앞에 서있다.

적소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드레이크의 화염은 검과 닿는 동시에 사라진다, 마치 적소가 화염을 삼키는 듯한 모습이다.  

혈족끼리 검을 맞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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