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트킹: 역시 여기 있었군.
웨이옌우: 역시 넌 못 속이겠다니까.
래트킹: 난 네가 여기 와서 그들을 애도할 줄 알고 있었어.
웨이옌우: 어쩌면 우리 자신을 애도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 아니면 목숨을 구걸하고 있거나.
래트킹: 네 검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데.
웨이옌우: 적어도 난 진심으로 네 목을 노리진 않았다는 걸 알아둬.
래트킹: 너무 강한 말은 쓰지 마시죠, 큰 도련님. 진짜 목숨 걸고 한다면 승자가 누가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니까요.
웨이옌우: 비아냥거리지 마라.
래트킹: 비아냥 좀 해야겠어, 친구. 첸훼이지에는 해냈어, 그 감염자들이 해냈다고.
래트킹: 넌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게 좋겠어, 네 독단적인 생각이 하마터면 용문을 무너뜨릴 뻔했다고.
래트킹: 넌 수많은 사람들을 전쟁에 휘말리게 만들 뻔했어.
웨이옌우: 나도 이게 필연적인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
웨이옌우: 아무리 용문이 자신의 미래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정말 작은 일로 인해 그 미래가 목졸려 죽을지도 모르는 거니까.
웨이옌우: 시기가 우연하게 들어맞았던 거지, 우연에 불과한 거야.
래트킹: 이 도시가 그녀를 선택한 게 아니야, 친구. 우린 그녀가 이 도시를 선택한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해.
웨이옌우: 둘 다 거기서 거기잖아. 거뤠이, 이 도시도 그녀를 선택했어.
웨이옌우: 이 도시는 그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래트킹: 그런 말은 네가 직접 그녀에게 전해라. 난 먼저 간다, 큰 도련님.
웨이옌우: ......잠1깐, 거뤠이!
웨이옌우: 그림자 호위가 날 속였던 건가?
래트킹: 뭐?
래트킹: ——네 그림자 호위인데, 내가 어떻게 알아?
웨이옌우: 너랑 린위시아가 함께 뭘 꾸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잖아.
래트킹: 네 그림자 호위는 더 이상 예전의 그 금위군이 아니야. 그 녀석들은 지금 사람이라고.
래트킹: 그 녀석들이 네가 또 잘못을 저지르는 걸 보고만 있겠어?
웨이옌우: 그러니까, 내가 그들보고 처리하라했던 감염자들은 지금 너에게......
래트킹: 쉿. 그건 하늘이 알고 땅이 알아. 게다가 너도 우리가 그럴 줄 알고 있었잖아——
래트킹: 일찍 돌아가. 늙은 호랑이가 널 기다리고 있어.
래트킹: ——훼이지에?
래트킹: 아. 왔구나.
첸: 린 아저씨.
래트킹: 입은 걸보니 벌써 돌아가려는 모양이구나.
래트킹: 훼이지에, 자주 찾아오는 거 잊지 말고.
첸: ......그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네요.
래트킹: 그럼 누구한테 부탁해서 편지라도 보내라, 우린 네가 바깥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첸: 알겠어요, 린 아저씨.
웨이옌우: ......
웨이옌우: 이곳엔 탈룰라의 아버지가 묻혀 있다, 그리고......너희의 어머니도 마찬가지로.
웨이옌우: 그들은 결국 자신들이 사랑하던 도시에 묻히지 못했지. 아니, 네 어머니라면 그 도시에 대해 애증의 마음을 갖고 있었을 거다.
웨이옌우: 이곳의 풍경을 나는 영원히 잊지 않을 거다, 훼이지에.
웨이옌우: 난 도시를 볼 때마다 그들이 떠오른다......내 여동생, 그리고 피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혈육보다 가까웠던 형제까지.
웨이옌우: 그들은 이곳에 묻혀 있다.
웨이옌우: 관은 그들의 열정을 담아내기엔 너무나도 작다. 그리고 말은 그들의 원한을 표현해내기엔 너무나도 가볍다.
첸: 그래서 이름 없는 무덤이 된 거군요.
웨이옌우: 그래. 이름 없는 무덤, 하......어쩌면 이름은 살아있는 자에게나 의미있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웨이옌우: ——이 대지에서 안장이라는 건 이상적인 말이야. 왜냐하면 모든 무덤들은 결국 사라지게 되거든. 그 누구도 평안하게 영면할 순 없어.
웨이옌우: 재앙을 겪고, 전쟁을 겪고, 버려지고 등등이겠지. 한 도시가 사라지면 그 도시에 잠든 사자들도 한꺼번에 재가 되어 사라지는 거야.
웨이옌우: 이 광활한 황야 위에 있는 수많은 마을들, 그리고 내가 들어본 적 있는 모든 마을에서 사는 후대 사람들은 자신들의 선조의 무덤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웨이옌우: 묘도라는 장례 방식이 있다, 이동 도시 노선의 일부를 묘지로 정하는 거지.
웨이옌우: 죽은 이의 유품들을 그 길에 뿌리고, 이동도시가 반복해서 그 길을 지나치는 과정을 일종의 숭배라고 여기는 거다.
웨이옌우: 난 건망증이 심해서 말이지. 잊어버리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 혹은 내가 잊고 싶어하는 일들이 너무 많은 걸지도 모르지.
웨이옌우: 하지만 난 절대로 그들을 잊지 않겠어.
웨이옌우: ......그래서 난......난 이곳으로 정했다.
웨이옌우: ......난 여동생을 데리고 용문에 왔지, 그리고 이곳에서 후미즈키를 만났다, 또 이곳으로 도망쳐 온 애드워드도 만났지.
웨이옌우: 그와 내가 호흡이 잘 맞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는 지혜와 용기를 겸비한 사람이었다. 정말 용감한 사람이었지.
웨이옌우: 비밀리에 용문을 통치하던 코셰이는 우릴 눈엣가시로 여겼었다.
웨이옌우: 우리도 정말 잘 알고 있었지, 그 녀석을 쫓아내야만......우리와 이 도시에 미래가 있을 거라고.
웨이옌우: 지금 이 무덤이 있는 자리는 과거 용문이 갔었던 가장 먼 곳이었다.
웨이옌우: 우리가 협력해서 코셰이를 이기고 그를 완전히 용문에서 쫓아냈을 때, 용문은 수십 리 밖에서 멈췄었지. 그때 도시는 희망의 불로 가득 했었고, 미래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지.
웨이옌우: 우린 바로 여기 있었다. 우린 여기서 술을 마시고, 잡담을 나누고, 크게 웃었었지. 차에 기름이 없는 건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이다.
웨이옌우: 우린 하마터면 여기서 목말라 죽을 뻔했었지. 애덤 그 늙은 호랑이가 콜록대면서 자신의 개인 군용차를 끌고 와서는, 나랑 애드워드를 실컷 혼냈었다니까.
웨이옌우: 음......그때 난 그렇게 늙지 않았었지, 병도 잘 안 걸렸고. 심지어 그렇게 엄하지도 않았었어.
웨이옌우: 근데 누가 그걸 신경이나 써? 우리 모두 웃고 있었어.
웨이옌우: 린도 웃었지......그 녀석은 마치 우리가 손에 피 한번 묻히지 않았던 것처럼 웃었어......마치 좋은 시간을 보내는 소년처럼 웃었어.
웨이옌우: 애드워드는 론디니움에서 가장 고귀한 핏줄의 후손이었다.
웨이옌우: 우린 이 비밀을 용문에 꼭꼭 숨겨두었지. 하지만 코셰이는 그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의 계획도 그때쯤에 완성이 됐었던 거겠지.
웨이옌우: 그는 질투를 품고 있었던 내 친동생과 론디니움의 그림자들에게 애드워드와 내 여동생이......서로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렸지......
웨이옌우: 난 애드워드와 내 여동생 뱃 속에 있는 아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어.
웨이옌우: 애드워드가 죽고, 난 그 후 십 년 동안 그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다. 친동생과 코셰이만 빼고 모두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 그리고 지금, 애드워드와 내 여동생 모두 세상을 떠났다.
웨이옌우: 언젠간 재앙이 이곳을 덮치게 되겠지, 모든 게 없던 일로 될 거야.
웨이옌우: 그 누구도 이 비참한 한 쌍의 연인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않겠지.
웨이옌우: 나 때문에 죽은 두 사람이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거야.
첸: ......전 “코셰이”를 마주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어쩌면 당신이 상상한 것보다 더 사악한 자일수도 있어요.
웨이옌우: 상상이 가는군.
첸: 묘지......
첸: ......어머니.
웨이옌우: 네 어머니는 너에게 별다른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건 내가 지은 죄다.
웨이옌우: 그녀를 지키기 위해 난 어쩔 수 없이 네 어머니를 염국의 귀족에게 시집 보낼 수 밖에 없었지. 분명 더 나은 방법이 있었을 터인데.
첸: 지나간 일들은 전부 과거에 묻어두죠.
첸: 약속해 주세요, 웨이엔우. 다시는 용문을 무덤으로 만들지 않겠다고.
웨이옌우: 다시는 그러지 않으마.
첸: 말로는 당신을 믿을 수 없어요.
웨이옌우: 원래부터 네가 날 믿을 필요는 없었다.
웨이옌우: 흥......그래도......이번엔 정말 날 믿어도 좋다. 마치 내가 너에게 해준 훈련처럼 말이다.
첸: ——
첸: 당신은 저를 정말 잘 훈련시키셨죠. 당신이 없었다면 전 그녀를 구하지 못했었을 거예요.
웨이옌우: 그걸로 됐다.
첸: 당신이 10년 동안 제게 해준 말들을 전부 합쳐도 이번에 당신이 제게 해준 말보다 적을 거예요.
웨이옌우: 내가 예전엔 너에게 말을 별로 안 걸었었나?
첸: 첸 경관이 아닌 첸훼이지에에게 하는 말을 말하는 겁니다.
웨이옌우: 하하.
첸: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웨이옌우: 넌 앞으로 네 언니를 어쩔 생각이냐?
웨이옌우: ......난 탈룰라에게 가족 간의 정같은 건 남아 있지 않다, 남은 건 양심의 가책뿐이지.
첸: 그렇다면 당신은 계속 그 양심의 가책을 갖고 계시는 게 좋을 거예요.
첸: 우린 이 대지 위에서 흩어진 수많은 형제자매 중 하나일 뿐이에요,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서로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첸: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전 그녀를 놓아줄 수 없습니다. 전 지금도 그녀가 대체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첸: 모든 죄수에게는 그 죄수에게 맞는 감옥이 있기 마련이에요, 단지 지금의 용문은 그녀를 가둘 수 없다는 얘기죠.
웨이옌우: 그런 건 내가 만들어 낼 수 없다. 오직 너만이 감염자와 일반인들을 함께 가둘 수 있는 근위국을 만들 수 있다.
첸: 반드시 저일 필요는 없어요.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세요.
첸: 저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알겠어요, 아무리 이 일이 옳았다고 해도 용문의 시민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걸 당신도 받아들여야 해요.
첸: 게다가 정말로 그런 게 있다면 전 로도스와 함께 먼저 하나를 짓고 싶어요.
첸: 탈룰라라면......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전 그녀가 공정한 심판을 받게 할 거예요.
웨이옌우: ......성장했구나.
첸: 당신이 그렇게 말씀 안 하셔도 돼요, 장관님. 전 그게 그렇게 좋은 말은 아닌 거 같거든요.
웨이옌우: 내가 용문을 대표해서 네가 용문에 남길 바란다고 해도 넌 남지 않을 거냐?
첸: 하.
웨이옌우: 만약 너와 탈룰라가 돌아오길 원한다면 용문은 네가 있는 곳으로 갈 거다, 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웨이옌우: 아직 우리로선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다, 미래라면 스스로 흘러가겠지.
첸: 전 단지 당신이 그때 생각하셨던 것들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걸로 만족해요.
첸: 저 대신 후미즈키 이모한테 안부 전해 주세요.
첸: 맞다......
첸: ......음.
첸: ......외삼촌......
첸: 건강하세요.
웨이옌우: ......
웨이옌우: 훼이지에!
첸은 잠시 망설였으나,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첸: 무슨 일이세요?
웨이옌우: 네 앞으로 펼쳐진 길은 멀고도 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라면 분명 할 수 있어.
첸: 기억할게요.
___
후미즈키: 그래서 원래 당신이 로도스에게 제시했었을 두 번째 조건은 뭐였나요?
웨이옌우: ......
웨이옌우: 로도스를 이용해 리유니온의 위협을 배제한 후, 난 그들이 용문에 있는 어느 정도의 감염자들을 데려갈 것을 요구할 생각이었다.
웨이옌우: 그들에게 땅을 나눠주고, 자원을 나눠주고, 그들이 원하는 연구 자료와 자금을 제공할 생각이었지.
웨이옌우: 로도스는 우리가 주는 것들이 너무나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거절할 수는 없었겠지.
웨이옌우: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앞으로도 난 이런 식으로 하게 되겠지.
웨이옌우: 망설이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다.
후미즈키: 지금은요?
웨이옌우: ......하. 세상이 변했어. 나도 변할 수밖에 없더군.
후미즈키: 직접 그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
웨이옌우: ......
후미즈키: 지금의 당신은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죠, 제 생각엔 그 이유도 단 한 가지밖에 없어요.
후미즈키: 첸 때문이에요.
후미즈키: 지금 조건은 바뀌었죠?
웨이옌우: 용문의 감염자는 오직 용문에만 속한다.
후미즈키: 그럼 첸훼이지에는요?
웨이옌우: 그녀에겐 자신만의 길이 있어.
후미즈키: 그 아이를 자주 보러가실 건가요?
웨이옌우: 용문의 장관은 이제 다시는 그 어떤 감염자 조직과도 관계를 맺지 않을 거다.
후미즈키: 흥, 치사하긴.
후미즈키: 그럼 제가 가겠어요.
웨이옌우: 그렇다면......부탁하지.
___
당시 그가 내 여동생과 의동생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을 때 난 내 여동생을 선택했었다.
난 그들이 다시는 고통받게 만들지 않겠다고 맹세했었으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코셰이의 말은 틀렸다, 내게 선택지는 없었다. 웨이옌우, 사실 너에게 주어진 길은 단 하나뿐이었다.
설령 그것이 가족을 죽이게 되는 길이더라도.
남은 길이 그 길 하나 뿐이더라도. 여동생의 두 딸을 위해, 그리고 우리가 꿈꾸는 용문을 위해.
웨이옌우: (훼이지에......반드시 잘 살아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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