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이라는 직업은 고달픈 일이다.

 '전투'를 필수적으로 벌여야하는 일이 많은 직업상, 어떻게든 목적을 달성하고 생환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특수부대 뺨치는 고된 훈련은 물론이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하는 잔혹함이 필수적이며, 누군가 죽어도 애도해주는 인물은 동료말고는 없는 고독한 일이다.


 이런 고된 일을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몇몇 인물들은 어린 시절에 당장에 먹고 살 길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입단해서 쭉 용병 노릇을 해오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유복하게 지냈음에도 무슨 이유인지 용병으로 활동하는 존재도 없지는 않았다. 그것도 아니면 그냥 싸우는 게 의외로 자기한테 잘 맞아서 그런 것도 있고.

 

 전자로 활동해왔던 용병들이라면 후자들이 이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전자로 활동한 W는 그런 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쪽이었다. 재미만 있다면 딱히 상관없다 정도로 여겼으며 그 때문에 로도스로 합류한 시점에서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꼈다. 


 정작, 그녀에 대해 꺼림칙하게 여기는 대원들이 더러 있었지만 말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데, 그녀는 꽤 곤란하게 만드는데 능통했다.

 우선, 체르노보그 사태 당시 리유니온에 고용되어서 로도스의 대원들과 접전이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녀의 특이한 싸움 방식에 로도스 소속 대원들을 곤란하게 만들었고, 지금은 리유니온을 배신하고 로도스로 들어와 새로운 동료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딱히 그녀가 의도적으로 곤란하게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녀조차 자신이 가져온 곤란한 상황이 제법 즐겁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이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수뇌부 중 한 명인 박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목숨걸고 싸우는 대원들을 지휘하며 자신도 W를 마주쳤을 때 곤란하다 못해 당황했던 점을 생각하면 무리도 아니지만, 생각을 알 수 없는 그녀의 행동이 종종 박사의 업무를 방해하고는 했다. 그래도 그 정도는 애교지, 대원들과 트러블이 생겨서 싸움이라도 일어나지만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 하루가 일과일 정도였다.


 또 다른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만든 대표적인 것이 있다면, 리유니온의 습격을 막는 작전을 성공 시킨 후, 죽은 리유니온의 병사의 품에서 나온 리유니온의 현상수배서를 발견한 것이다.


 현상수배서에서는 W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었고, 한 눈으로 봐도 수가 어마어마한 액수의 용문화가 걸려 있는 것이다.


 박사는 그런 수배서를 금방 찢어버렸다. 테러조직이 배신자를 찾는다고 눈 깜빡할 대상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 애초에 배신자라니 뭐라니하면서 죽여서 데려오던 살려서 데려오던 그 값을 주겠다는데, 리유니온이 그렇게 많은 양의 돈이 있는지부터가 의심스러웠다.


 다른 곳에서 수배서를 발견하고 농담으로 리유니온한테 넘기면 우리도 부자 되는 거 아니냐고 낄낄거리는 기분 나쁜 대원도 있지만 다른 대원에게 핀잔을 받고 수배서를 구겨서 버려버렸다.


 분노는 좋은 전투력의 원동이 된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반동으로 자기조차 컨트롤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리유니온이 딱 그런 녀석들이었다. 광석병 감염자들이 어떤 삶은 살아왔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에 대한 분노를 끔찍하게 표출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W가 로도스에 가담했다는 것을 리유니온은 이미 알아차린지 오래다보니 로도스에 대한 적대감이 더더욱 높아졌으니 앞으로의 전투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 예상했다.  

 박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후드속으로 한숨 쉬는 소리가 테라 반대까지 들리겠는 걸?"


 싱글벙글 웃는 W가 심심했는지 말을 걸어왔다. 


"네 얼굴이 들어간 수배서가 아무렇지 않게 리유니온 사이에서 돌아다니는데 한숨 안 쉬겠나?"


 박사가 대답했다. 나름 걱정거리였지만 W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웃고 있었다. 자기가 처한 상황을 잘 알고있음에도 나오는 당돌한 웃음이 제일 무서운 법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의미일까? 몇 번을 봐도 W의 생각은 읽을 수 없었기에 꽤 공포스럽다.


 그녀가 더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기억을 읽기 전의 박사와 만남이 있었다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을 알고 있다면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이니 좋은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W가 이야기하기를 박사는 본래 이렇게 상냥한 존재가 아니었었다는 말을 듣고 과거가 두려워진 것이었다.


 W의 말을 듣다보면 평소에는 나긋나긋하게 말하는데, 그러면서 박사를 노리는 듯한 강한 독기가 뿜어져나오는 말을 내뱉고는 했다. 어설픈 신념을 흉내내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라거나,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건 행복한거다, 라는 둥의 기억을 잃고 자신이 해야하는 것을 대해 집중하고 있는 박사를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멘트를 표정 흐트림 없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툭툭 내뱉는다.


 W쪽에서 그렇게 공격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인해 박사 스스로에게도 책임감이 있다 느껴서 부정하거나 항의하지는 않았다. W처럼 박사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대원도 없지도 않았기에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에 대한 책임이라 느끼며 그저 자신을 스스로 깎아내려 갈 뿐이었다. 이러면서도 다른 대원들에게 신뢰를 쌓은 것도 신기한 일일 지경이었다.

 그러면서도 W는 박사의 근처에서 어슬렁거린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이처럼 W는 로도스에서 제법 골치 아픈 일을 만든다. 전투를 수월하게 만드는 것은 부정하지 않으나, 단지 그 장점 하나 때문에 대상을 높이 평가하기는 어렵다.

 존재 자체 만으로도 박사를 포함해 켈시나 아미야도 곤란하게 만들고, 대원들과 불화도 있어서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이른 바 문제아. 

 여러 문제로 골치가 아프게 하는 문제아지만, 박사를 더욱 골치 아프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박사 있지? 이야기할 게 있는데?"


 일이 끝나고 모처럼 일찍 숙면에 취할 준비를 하는데 멋대로 방으로 처들어와서 하던 W의 말이었다. 옷을 벗고 있다거나 하는 타이밍은 아닌데, 박사의 침실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박사나 마스터키 이외에는 열 수 없는 잠금장치로 작동되는 특수한 방이었다.


"뭐야, 너 어떻게 들어온 거야?"

 

 대뜸 들어온 W는 한 손에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마스터키를 보여주듯이 흔들었다. 


"너 그러면 처벌이란 거 모르냐." 

"그 정도로 중요한 이야기를 하러 온 거지. 나 이래보여도 진지하다고?" 

"그렇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 중에 진지한 사람 없더라."

"그래도 로도스 아일랜드 박사는 소속 및 협력하는 오퍼레이터들의 상담을 받아줄 의무가 있지?"

"하아..."


 상담 시간이 딱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생긴 박사였다. 허나 의무는 의무였고, 어쩔 수 없이 W의 상담 요청을 수락했다.

 W는 박사의 침대에 멋대로 다리를 꼬아 걸터앉았고, 박사는 W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의자에 앉았다.


"좋아. W 너한테도 고민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그게 그렇게 의외였어? 하긴, 나도 옛날 박사가 지금 이렇게 있는 거보면 정말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W가 시비를 거는 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다행히도 시비에 휘말린 적은 없다. 


"음, 내 과거를 아는 녀석들 대부분 그렇게 이야기 했지. 내가 그렇게 차가웠던 사람이었는지 몰랐군."

"뭐, 네가 차가웠다는 소리는 아냐. 기본적으로 사람이 됨됨이는 있었으니까."

 

 켈시의 반응을 보면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W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나갔다.


"꽤나 상냥했거든. 예나 지금이나 말이야. 아마 오퍼레이터들이 널 신뢰하는 이유는 그런 상냥함이 있었기 때문일 거야. 차갑디 차가운 전장에서, 미치도록 뛰어다니고, 고통스러움 속에서 그런 상냥함은 꿀보다 달콤하고 마약처럼 위험한 감각이지."


 딱히 상냥하게 군 적은 없었다. 그저 의무를 다했고, 서로가 나쁜 분위기를 만들 필요는 없었기에 그들을 배려해줬을 뿐. 박사는 그렇게 지내왔다.

 ...아니, 이게 상냥함이 맞나? 하고 의문이 잠시 혼란스러웠다.


"사람이란 건 말이야. 참 단순해. 누구나 이상형은 있다지만, 그곳에서 피어나는 사랑은 이상형과 전혀 비례하지 않거든?"

"...연애상담하러 온 거였어?"


 연애 경험이 없는 박사는 연애 젬병이라며, 곤란함이 얼굴에 들어나자 W는 피식하고 웃었다.


"누가 연애상담하러 온 줄 알았어? 난 너한테 경고하러 온 거야."

 

 그러자 더더욱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너에게 있어서 상냥함은 독과도 같아. 네가 퍼트리는 그 독은 상대를 천천히 중독시키지. 그렇게 중독된 상대는 그 상냥함을 더욱 갈구하게 되는 거야. 단순히 바라는 정도가 아니라 그 자체를 원할 정도로 완전히 미처버리는 거지."


 그런 이야기는 박사 입장에서는 좋은 소리가 아니었다. 힘든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건네준다는 것이 그렇게나 위험한 것이란 말인가?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였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영업용 미소 같은 사무적인 성의도 아니었다. 

 박사는 로도스의 오퍼레이터들에게 공감을 해주었다. 누군가는 즐겁고, 누군가는 슬픈 그러한 감정을 공유해주며 그들을 돌봐주었고, 감염자들에게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며 서로 싸움이 있을지언정, 감염자든 아니든 같이 어울릴 수 있는 그런 장소를 만들어놓았다.


 ...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W가 자신을 싫어해서 툭툭 쏜다고 하더라도, 그런 것까지 부정하는 것이 좋게 들릴리 없었다.


"박사는 모르겠지? 내가 그런 위험한 독에 당해버렸다는 걸."

"...!?" 

     

 흠칫.

 

 느닷없이 알 수 없는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오싹함? 누군가가 살벌한 느낌을 낸다면 이러한 오싹함이 들지만, 로도스에서 지내면서 적들이 박사를 향한 강한 적개심은 물론이요, 로도스 내부에서도 별의별 다양한 광기를 봐온 덕분에 그 정도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허나,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에서 오한이 드는 위험한 상황. 

 자연스레 W를 경계하게 되었지만, W는 그런 위험함을 풍기면서도 박사의 뺨에 손을 가져갔다. 나긋나긋하게 톡 쏘던 적개심이 잔뜩 뭍어있던 한 마디와는 달리 어머니가 자식을 어루만져드듯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그렇게 위험한 걸 독차지하는 로도스도 너무하잖아?"


 방은 이리도 밝고 따듯한데, W의 표정은 어둡고 차가웠다. 광석병 환자 중에서도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은 많다지만,  W처럼 오한을 들게 만들 정도로 섬뜩한 존재는 없었다.


"너는 기억에 없겠지만, 나는 그때 봤던 상냥한 너를 기억해.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버리는 데 익숙했던 너를 기억하고 말이야. 사랑과 혐오. 두 가지 감정을 품었던 너를 다시 만났을 때, 사랑만 존재하는 네가 얼마나 낯선지 알아?"


 박사는 눈을 감았다. 시선을 회피하고 싶었다. 


"있잖아. 박사. 나에게 그 달콤한 독을 한 번더 주입시켜 주지 않겠어?"


 시선을 피하고 있지만 박사는 그녀가 자신이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게 일그러진 미소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기억이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본능이 이것은 보지 않아야한다. 라고 주의를 주고 있었다. 과거를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그녀가 주입할 과거는 너무나도 괴로운 것이었다.


"지금의 너로써는 힘들겠지. 하지만 상관 없어."


 W의 손길이 멀어져갔다. 그제야 박사는 눈을 뜰 수 있었다.


"네가 못 하겠다면, 내가 하게 만들 수 밖에 없잖아?"


 방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박사는 한숨만 내쉬었다.


 그렇게 2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평소처럼 업무를 하던 중에 한 오퍼레이터가 아무런 말도 없이 사직서를 내고 로도스 아일랜드를 나갔다. 얼마 전,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개인적으로 만든 초콜릿을 박사에게 준 여성 오퍼레이터였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아미야도 박사에게 그 오퍼레이터가 준 사직서를 주면서 '뭔가 공포에 질린 듯한 표정'이었다면서 자신도 의문을 표했다. 


 허나 박사는 왜 그 오퍼레이터가 '도망'치듯이 로도스에 사직서를 낸 것인지 알 것 같았다.







크게 이거다! 할 만한 게 없어서 한 편으로 가볍게 끝냄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