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도와줘. 부디...나를...우리를..."


 그런 구원을 눈앞에서 놓칠 수 없었다.

 프로스트노바는 포로의 손, 아니, 박사의 손을 잡았다. 수척해져서 볼품 없으나, 분명히 그 안에는 모든 것을 구원할 힘이 있었다. 


"...알았다."


 박사는 구원을 바라는 그 손길을 붙잡았다.


"프로스트노바, 너를 도와줄게."


 프로스트노바를 구원한다. 리유니온을 구원한다. 감염자를 구원한다. 탈룰라의 계획에 동참할 수 없다.

 박사는 자신의 목적을 향해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빠져나가 전 로도스 세력들과 합류한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치료제라는 것을 연구해 양산해낸다. 어려운 일이나,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박사가 늘 해왔고, 원해왔던 일이다. 그것이 어려울리 없었다.


"...박사..."


 예전에 프로스트노바를 봤을 때, 그녀는 자신의 아츠처럼 차갑게만 느껴지는 존재였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를 따르는 동포도, 다른 리유니온 병사들 또한 모두 같은 모습이었다.


 잔혹하게만 느껴졌으나, 속으로 구원을 바라는 따스한 손길.


 박사는 그들을 구원할 것이다. 그들이 놓치지 못하는 동앗줄을 붙잡아 끌어올렸다. 그들에게 희망이 있기를, 그들에게 구원이 있기를. 그들에게 손을 잡아 더 이상 고통 받지 않기를.


 퍽


"...!?"


 굉장히 기분 나쁘케 고기를 찢는 소리와 걸죽한 것이 얼굴에 튀는 것은 동앗줄이 끊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분명히 단단한 동앗줄이라 몇 명이 붙잡아도 끊어지지않을 동앗줄이었을텐데 너무나도 쉽게, 깔끔하게 잘렸다. 

 그것에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박사를 바라보며 검붉은 액체를 내뱉으며 끔찍한 고통을 비추는 프로스트노바의 얼굴에, 박사는 상황이 아주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뒤에서 프로스트노바를 향해 적개심을 내보이는 레스티. 바로 그것이었다.


 프로스트노바는 고통으로 떨리는 고개를 돌리면서 자신을 죽이려고하는 존재를 바라보았다.


"대체... 왜..."


 그런 의문을 남긴 채, 리유니온의 간부. 구원을 바라던 한 명의 카우투스는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녀 뿐만이 아니었다. 혼란스러운 이 상황에서, 밖 또한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프로스트노바의 이야기하던 사이 벌어졌던 일이라고만 추측했다.


"안 돼!!!!!!"


 눈 앞의 붉은 혈액을 흘려가는 프로스트노바를 보며 박사는 절규한다.


"어째서!!!!"


 마음 같아서는 죽어버린 프로스트노바를 끓어안으려 했으나 쇠사슬에 구속된 그는 버둥거리는 것 이상 할 수 없었다. 대신 구원을 바라던 존재를 망설이 없이 죽인 레스티를 노려보며 절규했다.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보다는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분노만이 담긴 외침이었다.


 그런 박사와는 반대로, 프로스트노바와 다른 리유니온 병사들의 피가 뒤섞인 것을 묻힌 채, 낄낄거린다. 라플란드 이후로 온 몸에 피갑칠을 한 후, 미친 듯이 웃는 모습을 본지 얼마만인가. 

 차라리 라플란드였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 이 모든 것이 현실이 아니게 될테니까. 하지만 박사의 품에 고꾸라져버린 차갑게 식기 시작한 프로스트노바. 미친 듯이 웃다가 헉헉거리면서 웃음을 멈춰가는 레스티.

 

 이 모든 것은 잔혹한 현실이었다.


"나... 나만의 박사잖아... 박사? 넌 내꺼라고... 여태까지 다 박사를 사랑해서 그런 건데... 잡년이 끼어들어서 우리의 사랑을 방해한다고...? 뿐만아니라 이제 다 죽어가는 애들까지 날 방해하는데... 어째서 죽이지 않을 수가 있을까?"


 미친 듯이 웃던 레스티의 손에 힘이 들어가 떨리는 게 보였고 이마는 핏줄이 굵어지는 것이 보였다. 

 

"미쳤어... 넌 미쳤다고!!! 프로스트리프!!!"


 로도스 아일랜드를 배신하고 그곳을 폭파시킴과 동료들을 죽였던 레시트에게 과거 프로스트리프로서의 그리움이 담겨 있었던 것인지, 그녀를 레스티라 칭하지 않고 본래 썼던 코드네임으로 부른다. 딱히 '아차'하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이 모두 과거의 그리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증거였다.


 만약 기적이 생겨나서 여기의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프로스트리프를 찾아가서 어떤 조치를 취할까? 정말 고통스러웠다. 


"...오랫만이네 그 이름. 하지만 내 본명이 아니지. 애초에 박사는 내 본명을 제대로 불러주지 않았고... 음... 그러고보니 나도 박사를 본명으로 부른 적이 거의 없네."


 박사의 본명을 불러주는 인물이 몇이나 있었을까. 몇명 없는 오퍼레이터들만이 박사를 본명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었으나 레스티도 마찬가지로 박사의 본명을 부르지 않는 인물 중 하나였다. 참 난처했다. 사랑하는 사람인데 본명도 모르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박사의 이름은 아는 한 명이은 살려두고 알아낼 걸. 하고 후회했다.

 하지만 박사도 자신의 본명은 모르니 피차일반이라며 '일'을 끝내고 천천히 알아내면 될터였다.


"뭐 상관 없어. 어차피 일 끝내면 우리 둘만 남을테니까."

"?!"


 레스티의 말은 박사를 섬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녀가 내뱉은 의도를 눈치채자 수많은 불안한 생각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 안 돼! 기다려!!!"


 레스티가 '일'을 끝낸다면 정말 돌이킬 수 없다.


"가지마! 가면 안 돼!!!"


 여전히 쇠사슬은 박사를 방해한다.


"제발!!!! 안 된다고!!!!"


 박사의 절규는 레스티를 막지 못했다.

 자신이 들어 온 입구에서 몸을 돌리고 절규하는 박사를 바라본다. 절망이 느껴지는 그의 입과 눈에서 흐르는 눈물. 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레스티는 일을 끝낸 이후 상황을 생각만해도 절로 행복해지는 것 같았다.


"그럼, 다녀올게."


 문이 닫혀간다.


 그 문이 닫히기 전까지, 요란한 쇠사슬 소리와 남자의 절규만이 흘러나왔다.



 



용두사미 꼴 나는데 연습을 더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