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도스 아일랜드, 국경과 종족을 너머, 광석병 극복이라는 목적 아래 뭉친 그들은 업무를 수행하고, 이곳에 머물면서 휴식을 취한다. 


어느 회사에도 다 있는 휴게실 또한 로도스에 존재한다. 의자 앉아서 편히 쉬는 대원도 있고, 쇼파에 누워서 쪽잠을 취하면서 다음 업무에 대비하는 대원도 있다. 쇼파 앞 테이블에서는 몇몇 대원들이 훈련 결과에 대해서 서로에게 피드백을 해주고 있었고, 옆 테이블에서는 다음 기착지에서 맛있는 케이크 가게가 어디 있는지 토론하고 있었다. 


자판기 앞에서 뭘 뽑아마실까 고민하는 대원도 있고, 한가롭게 창문에 기대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대원도 있었다. 


그리고 자판기 옆에는 냉장고가 하나 있었다. 


다른 휴게실에는 없는 냉장고, 이 냉장고에는 여러 대원들이 휴게실에서 먹을 자기들만의 간식을 넣어두는 곳이였다. 간식의 주인들은 자기 이름을 표시를 해둠으로써 먹지 말라는 무언의 주의표시를 해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걸 건들지 않았다. 단 몇사람은 제외하고 말이다.




"공용 냉장고는 공용 간식이란 말씀~!"


  한밤 중, 카우투스 소녀가 살금 살금 소리를 죽여 휴게실을 향해 가고 있었다. 보라색의 어깨까지 오는 머리카락, 회색의 눈동자, 머리 위로 쭉 솟은 귀, 활동성이 좋은 검은색 가죽 옷에 그녀의 소중한 침투용 장비가 들어있는 색가방이 결속되어 있었다. 발을 감싸고 있는 것은 뛰어다니기 좋은 검은색과 회색이 섞여있는 신발이였다. 그래도 꾸미는 것을 잊지 않았는지 왼쪽 귀와 머리 사이는 검은색 리본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꽃 장식이 되어있는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야간 근무 끝내고, 에너지 보충을 위해서니까 다들 불만 없겠지?"


그녀의 코드네임은 로프였다. 어릴적부터 부모 없이 뒷골목에 살면서 절도와 수감생활을 반복했지만 탁월한 침투, 절도능력 덕분에 로도스 아일랜드로 오게 됐다. 코드네임 답게 로프를 아주 잘 다뤘기에 적들을 끌어 당기거나 물건을 가져올 때 항상 그 힘을 발휘했지만 오래된 '버릇'은 그녀를 가끔 잘못된 길로 이끌곤 했다.


아무런 경보 장치가 없는 냉장고 속에서는 오로지 양심만이 간식을 훔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로프에게는 그런 양심이 자주 잠들었다.


냉장고를 열어서 늘 하던대로 물건을 빠르게 확인한 후 하나를 꺼냈다. 그것은 푸딩이였다. 로프는 잽싸게 문을 닫고, 자기 방까지 도주했다. 


그녀의 방은 그 나이대의 여자아이 치고는 꽤 삭막했다. 침대 하나, 책상 하나, 노트북 하나, 책장 그리고 작은 냉장고가 전부였다. 물론 화장실도 있었지만.


장비와 근무복을 벗어두고, 가볍게 샤워를 끝낸 그녀는 노트북을 켜서 오늘 작전 내용을 작성하면서 푸딩을 노트북 옆에 뒀다. 그녀가 활동했던 작전은 별건 아니였다. 근처 마을에 물자를 구매하고, 물자를 안전히 이송하는 내용이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녀가 도벽이 있더라도 회사의 물건까지 손대진 않았다. 대원들의 사적인 물건을 재미삼아 가져갔다 돌려주는거라면 모를까. 


간결하게 보고서를 작성한 그녀는 자신에게 보상을 내리기 위해, 푸딩의 플라스틱 케이스를 열었다. 플라스틱 케이스 위에는 아마 누군가의 것이니까 건들지 말아달라는 내용이였겠지만 그걸 로프가 신경쓸리는 없었다.


푸딩은 톡 건들면 부들부들하는 부드러우면서도 탱글한 질감을 가졌다. 위에는 달콤 쌉쌀한 카라멜맛이였고, 아래쪽은 달콤한 바닐라의 맛을 가졌다. 천천히 한스푼, 두스푼 먹으면서 오늘의 승리에 만족했다. 


다 먹은뒤 쓰레기통에 던져넣고, 로프는 잠을 취했다. 근무가 없는 날이니까 점심쯤에 느긋하게 일어나서 밥을 먹고, 훈련을 가면 되니까 말이다.




로프가 꿈에서 밧줄을 이용한 끝없는 건물 오르기를 하고 있었을 때, 휴게실은 뒤집어졌다. 


"누, 누가 제 푸딩을 가져갔습니까!"


기분좋게 오전 근무를 끝내고, 햇볕을 맞으면서 간식 먹는것을 좋아하던 어떤 대원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기린족 특유의 노란색 뿔이 삐죽삐죽 머리 위에 두개가 솟아나있었고, 그녀의 뿔 색깔처럼 풍성하면서도 긴 노란색 머리가 허리까지 닿아있었다. 길다란 꼬리는 마구 흔들리고 있었고, 부츠로 탁탁 바닥을 치고 있었다. 


레이즈, 염국 감찰국의 인원이자 로도스에 임시 체류중인 그녀는 전기 아츠를 활용하여 로도스에 협력중이였다. 


누가 범인일까, 그녀는 잠짓 고민했다. 이런 짓을 저지를 사람은 그 사람 밖에 없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리고 운없게도 '그 사람'에 해당하는 엘리시움이 마침 쏜즈와 함께 휴게소 옆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별일 없이 잡담을 늘어놓던 그들 앞을 레이즈가 가로막았다.


"당신들, 또 제 간식을 훔쳐갔군요?"


그녀는 손끝으로 그들을 가리켰다. 아츠 스태프는 없었지만 그녀의 아츠는 이미 손끝에서 전기화 되어 파지직 파직 튀고 있었다. 


"어, 우리는 모르겠는걸!"


"그래, 그 푸딩이라던지."


엘리시움과 쏜즈는 자신들이 먹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며 비켜갈려고 했다. 


"푸딩인건 어떻게 알고 있었죠, 젤리 밀크셰이크 아이스크림처럼 먹어치웠군요? 저번에 분명히 제 뇌법으로 교훈을 남겼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부족했나보군요."


손에서 전기가 튀는 것이 확연하게 보였다. 이것에 맞으면 하루정도는 꼼짝없이 누워야할 판이였다.


쏜즈와 엘리시움은 서로 생각했다. 아 저놈이 먹은 것이 분명하다. 그러고는 재빠르게 복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몇몇 대원들은 또 저 둘이 사고쳤구나 라고 생각했다.


엘리시움과 쏜즈는 분명히 오해때문에 번개를 맞을 것이 분명하니까 빠르게 뛰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했지만, 번개는 그들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이였다.


레이즈는 분노에 찬 얼굴을 하면서 전기 아츠를 조준했다. 뇌법을 다루는데 있어서 염국에서도 인정받던 그녀에게는 직선으로 달려가는 목표물을 맞추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 없었다.


잠시후, 새와 성게 한마리는 번개에 구워져서 복도 한가운데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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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누구 간식을 훔쳐먹는게 재밌을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