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마닉스의 영구추방에 대한 재판은 박사의 참여로 전세가 뒤집어지고 말았다. 프라마닉스의 영구 추방이 취소된 것이다.


 처벌 건에 대해서 대해서 켈시와 아미야 또한 참가했으며, 프라마닉스의 영구 추방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수뇌부들이었기에 갑작스럽게 박사가 참여해서 처벌에 대한 형량을 낮추는 것을 인정못하는 분위기였다.

 사건의 피해자인 박사가 프라마닉스에 대한 일을 역으로 변호하면서 과한 처벌이라며 형량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다니. 별로 상관 없는 3자가 듣기에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실버애쉬가 수작을 부렸다는 것을 간파한 아미야가 그런 실버애쉬에게 항의하려 했으나 박사의 설득에 켈시마저도 '감정에 휩싸여서는 안 된다'라면서 이 이상 일을 벌리지 말고 로도스 아일랜드의 미래를 생각하자며 아미야도 항의하지 않고 조용히 끝난 사건을 씁쓸하게 마무리 되었다.


 물론, 처벌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프라마닉스에게 박사에 대한 접근 금지 명령수준으로 형량이 약화 되었을 뿐이다. 이 마저도 그리 긴 기간은 아니었다. 그 사이 박사의 정신 치료가 끝날지 의문이었으나, 이미 나온 결과를 바꿀 수는 없는 부분이다.


 박사의 변호에 실버애쉬의 협력은 끊어지지 않았으나 로도스에서의 입지는 약해지다 못해 나락으로 추락했다. 겉으로만 협력관계 였을 뿐, 오히려 실버애쉬쪽이 봉사하고 있는 수준이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이미지가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프라마닉스는 오늘도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가 조용히 밖을 감상하고 있었다. 황무지이지만 탁트인 공간이 기분이 좋았다. 도무지 자신이 사건의 원흉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듯 했다.


"...박사님께서 알려주셨나보네요."


 이 장소는 자신과 박사 아니면 아무도 알지 못하는 장소였다. 그런 장소에서 실버애쉬의 난입은 좋은 분위기를 흐트러지게 만들었다.


 그런 실버애쉬는 프라마닉스를 보면서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유이한 혈족으로서, 비록 강압적이라 할 지라도 지키려고 했던 가족이 큰 문제를 만들고, 서로 신뢰한다고 생각했던 박사와의 관계를 파탄내다시피 했다.   


 가족을 지키면서 이루고자 했던 것들이 그렇게나 뒤틀린 목적이었단 말인가?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입 밖으로 내놓지 않았던 실버애쉬는 아무렇지 않게 박사를 언급하면서 눈은 자신에게 돌리지도 않는 원흉에게 입을 열었다.


"카란 무역회사와 로도스간의 막을 수 없는 불화가 생길 뻔 했다. 까딱했으면 너도, 나도, 내 직원들도, 심지어 엔시아도 로도스에서 쫓겨 날 뻔 했다. 간신히 쫓겨 나는 걸 막았지만 우리는 신뢰를 모두 잃었어. 엔야. 말해다오. 대체 박사에게 왜 그런 짓을 한 거냐. 내가 그렇게도 미웠던 것이냐? 우리를 망하게 해서라도 나에게 복수를 했어야 했나?" 


 불과 프라마닉스 건의 처분 결정할 때도 냉정하고 침착한 모습만 보이던 카란 무역회사의 대표였던 실버애쉬는 자신의 여동생에게 비참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허나 프라마닉스는 실버애쉬의 한탄에 조금도 반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처음 실버애쉬가 로도스 아일랜드에게 보였던 무슨 속셈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던 수상한 모습보다도 더욱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조금 있으면 프라마닉스의 접근금지 명령 기간도 끝난다. 이후에 프라마닉스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일이다. 재범의 가능성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정말 끝장이다.


"실버애쉬. 당신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셨군요."


 여전히 풍경을 바라보던 프라마닉스의 뒷모습만 보다가 내려가려던 실버애쉬가 들은 말이었다.


"저는 박사님을 사랑하니까요. 당신의 노고에는 감사드려요."


 그녀의 말에 순간 욱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었을까. 실버애쉬는 프라마닉스를 돌아봤다.


 프라마닉스의 눈과 마주쳤을 때, 그는 입을 열지 못했다. 


 프라마닉스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이제 다음편에 집중하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