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났나? 박사, 밭일하러 가자!"

따스한 햇빛이 내리쬐던 아침, 그녀가 방문을 열고 들이닥쳤다.
계속되는 잔업으로 사무실에서 쪽잠을 청했기에 정신이 몽롱했다.

"박~사, 정신좀 똑바루 채리고...."

서류와 뒤엉켜 널부러진 나를 보곤 말끝을 흐렸다.


"또 잔업햇나?  증말로 로도스는 복지가 최악이사..."

"열심히 해야지.. 모두 나를 믿고 있으니까."


나는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불안한 몸상태가 걱정됐는지 그녀가 다가와 부축했다.

"고마워, 지금 밭일 하러가는거지?"

"됐서야, 그 몸뗑이로 무슨 일을 한다고,  들어가 시는게 좋지 않겠나?"


그녀의 말대로 온몸이 쉬고 싶다며 울부짖었다.
두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따끔거려왔다.

"미안, 그래야 할 것 같아... 매번 약속 못 지키는 것 같네."
"괜찮다~ 그것보다 박사, 아직 밥 안 먹지않았나?  먹고 싶은거 있나? 머이든지 맹글어줄게."

매번 약속을 못지키는 나에게 짜증도 낼법한데, 오히려 따뜻하게 웃어주며 내게 다가와줬다.

"손 많이 가는 건 안돼?"

"... 이번 한번만이다야."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주방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소리와 부글부글 끓는소리,
도마에 칼질하는 소리가 피로를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기분이 들었다.

눈을 감은채로 몇분이 지났을까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박사~ 일어나야."

눈을 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