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뇌피셜 많음
핲갤에서 작성한건데 그냥 여기도 올려둠

2주년 이후 앞으로의 메인스토리에 대한 생각을 적은거라 스포 있음




해묘식 스토리텔링은 다른 게임에서도 말이 많다. “그렇군...넌 알 것 없다”로 대표되는 켈시식 화법이 유명세를 타면서 현재의 명일방주 스토리에 대한 인식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해묘도 어디까지나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이므로, 스토리를 무작정 퍼질러두지는 않는다. 특히 n주년 이벤트와 그 직전 이벤트는 상당히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마리아 이벤은 출시 당시에는 메인 스토리와 아무 관련이 없어보였지만, 2주년 pv에 카시미어가 나온 것을 볼 때 연결되는 지점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1, 2주년 이벤트 전에 나온 이벤트은 스토리상 핵심적린 인물을 위한 이벤트기도 하다. n주년 이벤을 위한 빌드업을 말하는게 아니라 스토리상 중요한 캐릭터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정표와 비슷하다는 뜻이다.

1주년 흑야의 회고록은 W의 과거를 통해 단순한 용병이던 W가 테레사와 바벨을 만나 살카즈의 자유를 원하는 이상을 가지게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흑야의 회고록이 없다면 7지에서 W가 갑자기 탈룰라를 공격하거나, 켈시와 말싸움을 벌이거나, 8지에서 스카웃을 높이 평가하거나, 아미야에게 테레사의 후계자라는 표현을 쓰는 등, W가 보여주는 행동들을 이해할 수 없다.

흑야의 회고록은 W가 앞으로 어떤 이상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정말 해묘다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특히, W가 살카즈의 자유를 갈망함에도 살카즈를 구속하는 원천이었던 테레사에 의존하고 있다는 모순은 이후 스토리에 있어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2주년 이전 이벤트인 먼지 속을 걷다는 여러모로 비판을 많이 받은 이벤트다. 특히 황제의 칼날과 악마 떡밥은 사람들이 해묘씨발놈을 외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황제의 칼날 부분은 이 이벤트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서 벗어난 곁다리라고 생각한다. 흑야의 회고록이 W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로 W 의존과 자유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먼지 속을 걷다는 켈시의 끝없는 방랑과 돌아갈 곳에 대한 내용이다.

ST-2에서 늙은 잇싱은 꿈에서 케식 군대를 이끄는 파샤의 옆에 있는 켈시를 본다. 꿈이 과거를 보여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정황상 켈시가 그곳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장치다. 아마 그 이전에도 켈시는 어딘가에서 자신의 목적을 위해 방랑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실제로, 이 이벤트에서 켈시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끊임없이 방랑한다. 사르곤에서도, 우르수스에서도, 빅토리아에서도 켈시는 목적을 이루면 바로 그 다음 목적을 위해 테라를 누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인연은 만나기도 하지만, 그것은 먼지 속을 걷는 것처럼 사라진다. 젊은 엘리엇과 릴리야가 그랬듯이 말이다. 

패신저: 저에게 필요한건 작은 약속입니다. 절 이곳으로 데려온 켈시는, 몇일, 몇달, 몇년만에 다시 사라질까요?

패신저: 갑자기 다시 여행을 떠나서, 다른 이들의 이해 범주를 벗어난 일을 하면서, 다시 자신의 목적을 위해 테라를 돌아다닐까요?

패신저: 그럴껍니까?
(먼지 속을 걷다 ST-2 중에서 발췌)


이벤트 마지막에 패신저는 켈시에게 지금 로도스에는 얼마나 머물 것인지 묻는다. 충격적인 성능으로 모두에게 웃음을 주었던 광역술사의 질문은 의외로 핵심을 지적한다. 테라를 자기 집처럼 누비며 문명의 존속을 위해 걷는 켈시에게 마음의 안식을 얻거나,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을까? 

의외로 그전까지 막힘 없이 대화를 이어나가던 켈시는 이 질문에 즉답하지 못한다. 

2주년에 핲갤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스터에그는 켈시를 향한 테레사의 편지였다. 테레사는 켈시에게 로도스 아일랜드를 집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했다. 켈시에게 로도스 아일랜드는 어떤 의미일까? 이전까지 만났던, 그리고 앞으로도 만나게 될 먼지 중 하나에 불과할까?


켈시: ...물론, 너 자신도 잘 보살펴야해.

켈시: 스스로를 너무 밀어붙이지마, 로도스 아일랜드는 너가 필요해.

켈시: 나는 임시 회진이 있어서 너와 아미야가 마무리 할 수 있길 바랄게.

켈시: 모든게 잘 풀리면, 로도스 아일랜드는 해가 지기전에--

켈시: --출항하겠지.
(ST-2에서 발췌)



이벤트의 마지막에서, 켈시는 지금까지 보여왔던 태도와는 달리 직접적으로 박사를 높이 산다. 전장의 비화 당시 클로저와 켈시가 전선을 고치던 스토리가 기억나는가? 당시에도 켈시는 상당히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었다. 먼지 속을 걷다에서 단순히 모든 사람들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보던 것과는 상반되는 행동이다.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테레사의 소망은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 같다. 

2주년 pv가 공개된 후, 많은 사람들이 아미야가 로도스를 떠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했다. 그것이 맞을지 틀릴지는 모르나, 나는 켈시가 로도스 아일랜드를 미련없이 떠날 것인지, 아니면 켈시가 처음으로 미련을 보이는 곳일지가 앞으로 있을 메인 스토리의 한 부분을 차지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