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9시 정각,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1종 격납고 내부


"우리가 가진 현대과학기술로는 도저히 해독 불가능한 비물질 에너지 기반의 초장거리 레일건과 대공특화 빔 캐논 사양으로 환장 가능하며, 더욱이 장갑차량 주행 시에는 알맞은 전술기동력 및 상당한 방호력을 지닌 튼튼한 이동요새이자 전함 급의 화력을 보유했군, 확실히 나쁘진 않네 박사. 그런데 말이지~"


연거푸 대화를 늘어놓던 메이어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다시 연설을 시작했다.


"저기 옆에 정비 중인, 저 쪽에서 우리한테 떠넘긴 골동품..! 내 미보들보다 엄~청나게 구형인데다가 나름대로 고쳐서 만든 듯한 거잖아. 그나마 고성능 엔진 드라이브 덕분에 저 고철의 특기인 초장거리 스나이퍼 라이플을 단독 운용 가능하지만 솔직히 이런 거는, 너무 부담이 되고 있어. 아직도 군사고문단의 그 변태장교가 우리 함선 동력로에 접속시켜 쓰게해달라고 계속 떽떽거리는데 난 저렇게 쓰는거 절대로 반대야. 박사도 잘 알잖아? 저게 쳐먹어대는 에너지 소모량이 엄청나다는 거!"


"야, 메이어! 잠깐 타임. 저것도 처음 출고될 때는 고성능기였는데, 지금와서 어쩔수없이 낙후되버린 경우야. 지금은 물론 네 말대로 에너지먹는 하마같은 놈이지. 어쩌면 미보 100마리 굴리는게 더 효율적일 수는 있겠는데?"


"....그러고 보니까 메이어, 내가 켈시한테 들었는데 저번에 미보한테 하이퍼 드라이브 엔진 실험하다가 날려먹었다고 들었는데, 너 말이야.."


"그래. 그러게 왜 멍청하게 존나게 커다란 모빌슈트용 엔진을 왜 쬐간한 니 4족보행 애완 발발이한테 넣으려고 한거냐고. 어? 왜 폭발한건지 아직도 모르겠지? 니가 날려먹은 연구소 1동 복도 보수될 때까지 연구시설 통행증 압수야!"


"아잇, 박사!! 그건 우연히 사고였지, 그리고 발발이가 아니라 미ㅡ보라고, 미ㅡㅡ보ㅡ!!"


"아, 하하..박사, 이런 얘기는 나중에 하자. 그래도 우리들이 제작한 아츠제어형 모빌슈트는 그나마 유지보수에 드는 자원과 비용이 적어서 참 다행이지 뭐야, 헤헤.. 저런거 몇 십대 씩이나 굴리는 장교단 바보들하고는 다르게 우린 아주 검소하게 쓰고 있다는 거 알고 있지? 특히 이 우수한 클로저와 메이어, 아울러 위대한 로도스 기술부의 주도 하에 절반 쯤은 순수한 테라 현대과학력으로 개발됬지만 아츠제어 환장파츠 달아주는게 최선의 방책이었어. 엣헴! 박사, 잘 들어. 우리 대원들이 안심하고 만질 수 있는 몇 안되는 ...응? 뭐야. 무슨 일인데 그래."


"클로저 씨, 잠깐만 건탱크 쪽으로 와주세요! 이거, 전방위 모니터에 설치한 프로그램을 누가 잘못 깔았는지 오류가 난 듯해서 말입죠."


"그래. 그래. 바로 가볼게, 박사! 그리고 메이어. 나 지금 많이 바쁘니까 브리핑은 여기서 중단하자."


"클로저, 나중에 허가 떨어지면 건탱크 몰고 함선 주변 정찰하면서 시험포격할 계획인데 격납고 빌려쓸 수 있어?"


"우으, 그런거 나한테 묻지말고 아미야한테 말해봐. 박사가 원한다면야 나도 같이 바람 좀 쐬고 오는건데. 사실 타보고 싶었거든. 모니터 오류는 금방 고쳐놓을 테니까 아미야들에겐 내가 저거타고 땡땡이치는거 비밀로 해줘!"


박사는 손을 흔들며 드넓은 격납고 사이로 멀어지는 클로저를 배웅했다. 그의 주위로는 메이어가, 그리고 그녀의 조수격으로 따라온 미보 한 마리가 남았다.


"메이어, 네가 오늘 당직부관이지? 많이 쉬었으니까 다시 일하러 가자. 켈시 박사가 나 찾을거 같은 느낌인데."


"응. 그러자, 미보! 따라와."


부ㅡ웅. 박사의 재킷 주머니에서 휴대전화 진동음이 울렸다. 아미야가 그를 찾는 듯했다, 잠시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보던 그는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전 9시 15분,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독타 집무실.


"늦었군, 박사. 그리고 메이어 대원. 자네가 오늘 박사의 당직 당번이었군..?"


"저희가 박사님을 찾은 것은 다름이 아니라 군사고문단 장교 분들이 집무실 직통 핫라인으로 박사님을 찾고 계셨어요. 잠시만요, 제가 연결해드릴게요."


"아니, 파이로.. 왜. 내가 거길 또 뛰어야 되는거야? 지금 내가 업무가 있어서 바쁜데 어제 내가 했으니까 니가 좀 뛰면 안되겠어?"


"아니, 정말 미안한데 ...에, 그게....말하기 조금 그래, 대장! 내가 포수 맡을테니까 댁이 건탱크 운전수 역할을 맡아줬음 해서....어 ..젠장, 교육 중이던 블레이즈 대원한테 임시로 포격수 맡기려고 했는데 허가 승인이 안되서 성가셔 죽겠어! 게다가 위에서 지원나가라고 더 난리잖아. 아잇!!! '사르곤 욕설'..! 게다가 다른 대원들은 본부에서 도착한 인원 몇 명 데리고 정찰하다가 방금 교전 시작했어."


박사는 어쩔수 없다는 듯 혀를 찼다.


"야, 니가 봐도 블레이즈가 운전은 잘 해도 복합관제 시스템을 아직 잘 못 다루잖아, 정 그렇다면 방법이 아에 없는 건 아닌데 너는 지금 격납고에 가서 2호기 출격대기시켜둬."


그는 집무실 전화기를 내리고는 핫라인 회선을 끊었다. 다소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떠맡겨진 셈이다. 그러자 물그러미 바라보던 켈시는 나지막히 한숨을 쉬었다.


"....하아. 박사, 어서 가봐. 당신이 처리해야될 오늘 업무가 조금 밀리겠지만 다음부터는 녀석들에게 알아서 해결하라고 전달해두길 바랄게. 메이어 대원, 자네가 맡되 간단한 서류보조 정도는 놀고있는 블레이즈를 불러서 잘 처리하도록. 그리고 아미야, 나는 잠깐 박사를 따라가겠다."


"네..? 켈시 선생님. 알겠습니다, 의료부에는 선생님 보조로 출근하신 의사가 있으니까 괜찮겠죠."


"그래, 그러도록 하지. 박사, 같이 나들이 할 겸 오랜만에 당신 운전실력 구경이나 할까?"


"햐, 돌겠네 진짜.. 좋아, 얼마든지. 미리 말해두겠는데 이거는 궤도바퀴달린 나쁜녀석들 호가 아니야. 구석에 걸어둔 방음헬멧, 안전복 착용하고 운전석 주변에 잘 붙어있으라고. 어차피 난 필요없지만은."


켈시는 귀를 쫑긋이며 눈을 반짝였다. 분명 무언의 신호같았지만 지독할 정도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녹색머리 필라인에게 있어선 어떤 의미인지는 정확히 알 방법이 없다.


귀찮다는 표정을 지은 박사는 격납고 방향을 향해 발걸음을 무겁게 옮겼다. 사내의 투덜거림이 복도를 에워쌓으나 마나 켈시는 뒤따라 오는 아미야에게 다른 지시를 내리면서도 여유롭게 앞장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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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 여기까지 찍 싸고 끝냄.


 짤녀 꼴리면 자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