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주정부리는 첸과 잠에서 깰 생각이 없는 스와이어를 동시에 데리고 숙소로 돌아와 겨우 잠든 호시구마는 그날 묘한 꿈을 꿨다.평소처럼 박사와 훈련을 하는 꿈이었는데 첸이나 스와이어 같은 다른 인원 없이 단 둘이서만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꿈에서는 현실과 반대로 박사가 호시구마를 제압하는 중이었고, 호시구마는 아래에 깔려 저항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니, 안 하고 있었다. 애초에 훈련도 아니었다. 제압이라기에는 박사와 호시구마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도 다정했고 이내 호시구마는 박사의 팔을 베게삼아 누워서 그를 껴안았고 박사는 그런 호시구마를 조용히 품어주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특별한 장면은 없었지만 굉장히 포근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이라 굉장히 묘한 꿈이었다. 


 꿈은 잠을 깨우는 알람소리에 기분나쁠 정도로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일어나서 무의식적으로 꿈을 되돌아보려하나 꿈이란 애매하게 기억에 남아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포근했다는 기분만큼은 확실히 남는다. 침대 위에서 이불을 안고자는 베게마냥 껴안고 자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침대에서 일어난 호시구마는 기지개를 피우면서 아침의 잠을 쫒으려했다. 용문 근위국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치안을 유지하는 경찰인지라 전날 술을 먹어도 휴일이 없다시피해서 다음날이면 출근을 해야하는 불편한 점이 존재한다. 호시구마의 경우 근위국에 오래 몸을 두고 있었고 호시구마의 종족이 술에 기본적으로 강한 편이라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걱정이 되는 것이라면 스와이어는 오늘 휴가를 냈으니 지금쯤 숙취에 해소하는 중일테고, 전날 주정을 부릴 정도로 취해서 겨우 돌려보냈는데, 오늘 출근해서 숙취 때문에 고통받고 있을 첸이었다. 


 아무래도 숙취에 고통 받는 표정이 웃기겠지만 그 와 동시에 미묘한 꿈을 꾸었던 호시구마의 표정도 꽤 볼만했다. 출근을 준비하면서 세면을 하면서 보이는 거울에 비춰지는 자신이 얼굴이 오늘따라 그렇게 붉다니. 술기운이 아직도 간 게 아닌가 싶다가도 애써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렸다. 


 겨우 꿈속에서 박사가 나온 것 하나 때문에 영 이상한 기분이 드는 아침을 맞이하며 출근지로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협력하고 있는 로도스 아일랜드. 그곳이 호시구마의 출근지였다. 

 

 본래 용문 근위국 소속이니만큼 따로 출근하는 곳이 있었으나, 협력관계이며 파견을 나온 만큼 근위국보다 로도스로 출근하는 일이 잦았다. 비록 완전 신뢰하는 협력관계는 아니나 호시구마 자신 만큼은 개인적으로 로도스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컸다. 이따금은 딱딱한 근위국보다 자유로운 로도스 아일랜드가 더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는 분위기에 매료된 것도 있으나 역시 박사의 영향이 가장 큰 부분이다.


 근위국에서 일했던 만큼, 능력 좋은 호시구마라도 자신의 상관이 여럿 있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 지휘하는 사람은 현장에서 뛰더라도 현장에서 구르는 대원들보다 후방에서 안전을 확보하고, 여차하면 도망칠 수 있게끔 배치된 곳에 지휘하기 마련이었다. 허나 박사는 좀 달랐다.


 의무이긴 하나 군대에 몸을 담궜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뛰는 다른 오퍼레이터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이유로 같이 전선으로 향했다. 수뇌부인 만큼 누군가의 압력이나 명령은 없었을테니 자신의 의지로 나서는 것이었다. 물론, 현장지휘관이라는 역할로 활동하기는 하나 위급하다 싶으면 자기 몸을 날려서 오퍼레이터를 지키려고 하는 돌발행동을 하기도 했다. 전에 언급했었던 사건도 그런 부류였다.


 위험하고 무모하지만, 그런 모습이 오히려 더욱 신뢰가 되는 것은 본능일지도 모른다. 어쩔 때는 오랫동안 활동한 첸보다도 박사의 옆이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 눈앞에 숙취로 고통 받고 있는 첸을 보고 있으면 말이다.


"으윽... 호시구마 왔구나..."


 숙취에 찌들어서 제대로 다듬지도 못하고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의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로도스에 잘도 출근한 모습이 역시 팀장은 팀장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호시구마도 첸에게 인사를 하면서 힘들지 않냐고 걱정스럽게 질문했다.


"좋은 아침입니다만. 팀장님, 괜찮으신가요?"

"스와이어, 이 *용문욕설*... 이럴 줄 알고 술 마시자고 권유한 거였나..."


 한 손에 들린 숙취해소용 드링크를 입으로 가저가면서 휴가를 즐기고 있을 스와이어를 욕한다. 지금쯤 숙취해소하면서 '첸 녀석 지금쯤 숙취로 엄청 고생하고 있겠지? 깔깔깔'이라면서 말이다. 분명히 취했었음에도 서로 싸웠다는 기억은 남은 모양이다. 그런 분과 숙취를 풀려고 드링크를 입으로 가져가 원샷을 하고 주둥이를 때면서 스와이어에 대한 풀리지 않은 분을 담은 욕을 내뱉는다.

 

 숙취 때문에 업무가 걱정이지만 다행히도 오늘은 출근만 했지 로도스에서도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출격할 작전도 없었고 기껏해야 로도스 내부 순찰이나 박사 호신술 훈련등으로 숙취가 크게 문제가될 만한 일은 없었다. 박사의 훈련을 도와주다가 첸에게 문제가 발생할 위험도가 있지만 정말 안 되겠다 싶으면 호시구마가 대신하면 그만이었다.


"해소 될 때까지 좀 쉬는 게 어떻습니까? 어차피 중요한 일도 없고 말입니다."

"으... 박사 호신술 훈련은 시켜줘야지... 너한테만 그러는 건 미안하잖아." 

"아뇨, 이것도 제 임무인 걸요."

"하하, 동시에 내 임무이기도 해. 로도스에 협력하는 동안 로도스의 명령은 근위국에서의 명령과 똑같으니까."


 호시구마도 이상 첸을 말릴 이유는 없었기에 그녀의 선택을 따랐다.


 박사의 호신술 훈련을 위해 훈련실을 찾아가면서 마침 자신에게 닥칠 힘든 훈련 때문에 표정이 영 좋지 못하던 박사와 합류했다. 호시구마와 첸에게 인사를 하면서 안부를 물었으나 얼굴빛이 좋지 못한 첸의 표정이 신경쓰인 모양이다.


"첸씨, 표정이 안 좋은데요."

"어제 과음을 해서 말이야... 빌어먹을 스와이어..."


 또 욕을 먹는 스와이어. 근처에서 스와이어가 있었다면 분명 또 싸움이 일어났을 것이다.


"호시구마씨, 첸씨 괜찮을까요?"

"훈련은 시켜야겠다면서 이러고 찾아오셔서 말입니다."


 첸이 걱정스러운 동시에 내심 그 점을 이용해서 오늘 훈련을 빠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호시구마가 있었다. 오늘도 끔찍한 훈련을 받을 미래가 보여서 기대했던 표정은 다시 좋지 못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런다고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네~네~ 알고 있습니다..."


 피할 수 없음을 알고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였다. 첸과 호시구마, 박사 세명 모두 활동복으로 갈아입고 평소처럼 워밍업을 시작함과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가볍게 뜀걸음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첸이 참지 못하고 바닥에 먹었던 것을 모두 구토하고 만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첸은 숙취가 해소 될 때까지 쉬어야 한다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호시구마가 첸을 훈련실에 배치된 벤치에 앉히고 운동하다 말고 더러워진 바닥을 닦는 박사에게 돌아갔다. 


"쩝, 같이 술 마시자고 하지는 못하겠네."


 바닥을 닦으며 툴툴거리는 박사의 혼잣말이 귀에 들어왔다. 왜 그런 이야기가 귀에 들려왔는지는 모르겠으나 호시구마의 관심을 가지기에는 충분한 내용이었다.


"술이 마시고 싶으신가 보군요? 박사님."

"아, 들렸어요?"


 나름 안 들리게 중얼거렸다 생각했으나 호시구마의 반응을 보니 확실했다. 


"어제 첸 팀장님이랑 스와이어 총경님이랑 같이 셋이서 마시러가긴 했습니다만 말이죠."

"뭐야, 그럼 애초에 마실 수도 없었던 이야기네. 모처럼 휴가를 얻어서 같이 한 잔 하지 않겠냐고 하려 했는데 말이에요."


 '모처럼 휴가'란 것을 보면 박사도 좀처럼 쉴 수 없는 인간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초에 로도스 아일랜드가 제약회사인 동시에 리유니온과 전투를 벌이는 마당에 특별할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휴일이 존재는 했으나, 박사 같이 수뇌부 소속의 인물들은 쉬는 날에도 원하지 않는 업무가 오기 마련이었다. 쉬는 날 제때 쉬는 게 기적이라고 느낄 정도로 바쁜 일상에서 모처럼 술이 마시고파서 신세를 지는 사람들한테 권유를 해보려 했는데 첸의 상태가 안 좋은 것을 보고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면, 저와 같이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아쉬워하는 박사를 향해 호시구마가 그런 박사에게 넌지시물어보았다.


"호시구마씨도 어제 참석했다면서요?"

"오니가 술에 좀 강한 사람들 아닙니까. 그리고 사실 어제 첸 팀장이랑 스와이어 총경님 사이에껴서 마음 편하게 마시지디 못해서 말이죠."

"그러면 뭐 같이 가시죠."


 어차피 마시고 싶은 거 같이 마실 사람 있으면 달리 하는 건 없어도 즐거운 법. 박사는 호시구마와의 술 약속을 잡았다. 


 약속 장소는 첸과 스와이어와 어제 같이 왔던 장소였다. 술 마시기 좋은 곳이 여기 말고도 많았으나 박사는 처음 오는 장소이기에 조금이라도 익숙한 사람이 오는 게 좋다고 느끼고 있었다. 









게임 하느라 올리는 게 게을러졌어. 미안하다

여전히 피드백, 오타지적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