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 그리고 극동. 두 나라는 위치적으로는 굉장히 가까우나 두 나라의 관계 엄청난 애증의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한 때 단국과 극동은 문화를 교류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으나, 극동의 호전적인 성향에 수 차례 단국을 침략한 적이 있었다. 그 때마다 침략을 막아냈지만, 어느 순간에는 극동에게 수십년동안 식민지배를 당한 적도 있었다.


 식민지배를 당하는 동안 단국의 문화와 전통등을 말살 당하는 것은 기본이고, 남성들을 강제로 극동의 군인들로 만들어 전쟁에 참여시키고 여성들은 성노예로 부리면서 극동의 병사들의 사기를 고무시키는데 이용했다. 


 이후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이후로는 극동에 대한 큰 반감을 가지고 나라가 약하기 때문에 이런 꼴을 당한 것이라며 힘을 길러왔다. 불과 식민지배에서 벗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뉘어진 남단국과 북단국으로 나뉘어진 상태에서 북단국의 침략으로 인한 끔직한 전쟁을 경험했기에 그런 것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남단국은 여전히 다른 강대국들에 비하면 약한 편인 나름대로의 자신들의 나라를 지킬 힘을 가지는데 성공했으며 힘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입지를 상승시키고자 각종 문화등을 발전시키면서 나름대로의 입지를 다루는 것에 성공했다.


 물론, 이런 단국의 성장을 달가워 하지 않는 존재들도 있기 마련이다. 극동이 그런 부류중 하나였다.


 지리적으로는 가까운 위치나 그럴수록 오히려 사이가 안 좋은 국가이니 많은 만큼, 여전히 힘을 길러야 하고 입지를 지켜야하는 상황에서 극동은 자신들이 저질렀던 역사를 왜곡하거나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등, 도무지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을 외교를 벌였다. 그리고 그런 외교는 조금씩 외세가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으니 반도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 이었을 것이다.   

    

 사람 대 사람이라면 잘 지낼지도 모른다. 허나, 나라의 머리나 다름 없는 정부의 행동은 그런 사람 대 사람이라는 관계를 어울리기 어렵게 만든다.


 어떤 나라가 나라를 식민지배 했으며, 수탈과 민족정신말살, 사람이 이래도 되는 일을 저지르며 식민지배를 한 나라가 '그거 너희들을 우리가 보호해준 것이다.' 라고 말을 한다면 대체 누가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일까?







 

 



 술을 마셔도 기분 좋지 못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니다. 술을 마셔도, 마시지 않았을 때도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은 처음이었다. 

 술 때문에 웃는 일도 많으나 문제가 발생해서 서로 얼굴 붉힌 적도 있었고, 갑자기 토해낸 슬픈 이야기에 슬픔을 느낀 적도 있었다. 허나 어찌 설명할 방법이 없는 이 감정은 정말 처음이엇다. 바늘로 마음을 찌르는 듯한 느낌, 양심이 찔린다 같은 개념이 아니었다. 어디 한 구석이 깨질 것 같은, 마치 하나의 고통처럼 느껴진다.


 박사의 갑작스러운 고백이 불러온 이상한 느낌에 한창 잘 들어가던 술은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억지로 마셔보려고 해도 목 구멍에서 딱 막힌 듯 술이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는 것 같았다. 기분 탓이라 생각하고 한 잔을 더 마시려 했는데 거부반응이라도 일어난듯 사례들린 것처럼 마시려던 술을 뿜어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정면에 있던 박사의 얼굴로 타액과 섞인 술들이 


 박사는 자기가 첸을 좋아한다던 게 그렇게 놀랄 일이라며 쏟아진 술을 닦아냈다. 이 때 농담을 던지면 좋았겠지만, 호시구마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보니 박사의 눈에는 긍정으로 받아들여졌다.


 박사는 술을 마셨고, 호시구마는 술이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는 몸 때문에 조금씩 취해가는 박사를 보고만 있었다. 보면서도 술을 마시고픈데 마시지를 못하겠으면서도 그저 박사가 술을 계속 마시는 것만 눈에 들어왔다.


 용문 근위국 소속의 인물이 해서는 안 되는 생각이 조금씩 들었다. 경찰이라는 신분이나 다름 없는, 시민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는 존재가 해서는 절대로 안 될 위험한 생각을.


"으음, 호시구마. 왠지 아까부터 술잔을 안 드는 것 같은데?"

"그런 가? 같이 계속 마시고 있었는데... 아, 술잔이 비었군, 자, 한 잔 받아."     


 호시구마는 박사의 잔이 빌 때마다 술을 따랐고, 부족하면 주문을 해 다른 술을 가져왔다. 박사는 그런 호시구마의 성의를 무시하지 않았고 주는대로 잔을 받아 홀짝이며 취기가 올라오는 것을 즐겼다. 그러면서 이상하게 호시구마가 잔에 입을 안 가져가는 것을 수상하게 여겼으나 그냥 자기가 못 본 것이라 생각하며 술을 계속 마셨다.


"자, 한 잔 더 받아."

"호, 호시구마, 잠깐... 더는..."


 술 기운이 오른 상태이긴 했으나 아직까지는 이성은 유지되고 있었다. 술을 못하는 것은 아니나 호시구마가 주는 대로 받아마셔서 조금씩 기미가 보이지 시작했다.


"마시다 뻗어도 내가 방까지 데러다 줄테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더 이상 마시기를 거부하는 박사의 술을 다시 한 잔을 따른다. 여전히 호시구마는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나 박사는 이번에도 군말 없이 술을 마셨다.

 술에 강한 오니라고 하더라도 한계에 도달하면 버티지 못한다. 호시구마의 술세례를 이기지 못한 박사는 그만 테이블에 고꾸라지고 말았다. 신음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면 잠이 든 것은 아니나 인사불성이 된 것 확실했다. 


 호시구마가 쓰러진 박사를 보고 조용히 계산대를 다녀와서는 자기 몸도 가누지 못할 상태가 된 박사를 부축이고 가게를 나섰다. 주변에 박사처럼 축 늘어져서 동료의 도움을 받는 취객이나 스스로 걸을 수준은 되지만 비틀거리는 취객, 그리고 그냥 평범하게 걷는 시민들등이 지나쳤다. 호시구마의 어깨에 기대어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로 어떻게든 걸으려는 박사는 여전히 신음 소리를 내면서 호시구마가 향하는 길을 함께 하였다.


  술집이 주변에 많은 덕에 그 이점을 노려서 건설된 모텔이 몇 군대가 있기 마련이다. 박사를 부축이며 이동하던 호시구마의 발길을 사로잡는 장소였다. 평소라면 별 관심도 안 가졌을 곳이나 마치 최면에 걸린 듯 모텔의 간판으로 눈이 향하더니 모텔의 간판에서 호텔의 입구로 시선을 옮기자 그저 본능으로 몸이 가는 대로 행동했다. 술에 취하지 않았음에도 자신간의 고민도 없이 입구로 들어섰다.


 호시구마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박사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자신은 그런 박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느새인가 잠에 푹 빠져서 눈뜰 생각을 안 하고 코를 골며 꿈나라 여행 중인 박사의 흐트러진 복장을 보고 있으니 침이 고여 꿀꺽 삼켰다. 


 취하지 않았음에도 호시구마는 자기도 술을 너무 마신 게 아니었을까? 의심하나 그런 것치고는 아직까지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박사를 호텔로 데려온 시점에서 정말 이성적인 판단이었을까? 


 애초에 박사를 굳이 이런 곳에 데려올 필요가 있었나? 다시 언급하지만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니고 거대한 방패를 들고 다니던 호시구마가 박사를 데리고 로도스 아일랜드로 돌아가는 것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대체 무슨 생각으로 박사를 모텔로 데려왔단 말인가?


 그리고 그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인다. 긴장이 되었다. 흥분이 되었다. 


 멍청한 표정으로 깊은 잠에 빠져든 순해빠진 얼굴. 흐트러진 옷 사이로 박사의 배가 보이며 하반신은 야한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인지 솟아난 게 보였다. 


 손가락이 꿈틀거리며 아예 손을 박사의 하반신을 향해 가져가 고정되어 있는 벨트를 풀었다. 


 생각하라고 있는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술이 너무 취했다. 아니야. 술 취하지 않았다. 무섭다. 그런데 뭐가 무서운 거지? 


 근위국으로 활동하면서 목숨이 위험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위험한 상황에 뛰어들어 동료들을 보호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며 한 두번 있었던 적이 아니었다. 그덕에 로도스 아일랜드와 협력해 리유니온을 상대로 싸웠을 때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호시구마가 두려워 하는 것은 자신이 지켜야 할 동료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허나 여기는 그런 곳이 아닌데, 왜 그런 것이 두려운 것일까?


"...읏..!"


 박사의 바지를 모두 벗기고 팬티가 보일 때 호시구마는 멋대로 짧은 비명을 지르고 몸을 돌렸다. 가슴에 손을 얹으며 거칠허진 호흡과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어느 새인가 식은 땀도 흐르기 시작했다. 평소 느낄 수 없었던 감각에 이어서 이유 없이 난폭하게 행동하고 싶어하는 오니의 본능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오니들은 호전성이 많은 종족이라고 하나 호시구마가 여태 높은 호전성을 보인 적은 없었는데 느닷없이 마구잡이로 날뛰고 싶어하는 본능이 호시구마를 조금씩 갈아먹어가는 것 같은 이 느낌.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자신이랑 함께 하던 동료가 시민을 보호하다 갑작스럽게 적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을 때의 일이다. 그때 호시구마도 근처에 있었으나 찰나의 순간 벌어진 일이라 대응하지 못한 채 동료를 하늘로 떠나보낸 일이었다. 그 때 무언가 올라오는 감각과 함께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동료를 죽인 적을 말 그대로 묵사발을 내버렸던 적이 있었다.


 그 때와 똑같은 기분. 그런데 어디보다 안전한 이 상황에서 그런 기분이 들 이유가 있다는 뜻이었을까.


"허억...허억..."


 한 동안 벽에 기대어 그런 감정을 억제했다. 조금씩 그런 감정이 가라앉고 침착해졌을 때는 시간이 제법 흐른 뒤였다. 기절이라도 한 것인지 벽에 머리를 박은 채 주저앉아 있었고 침대 위의 박사는 여전히 깊은 꿈 나라로 여행가서는 몸을 굴리고 있었다. 차라리 호시구마도 잠이나 자는 게 좋을까 생각하다가도 남녀가 한 방을 쓰는 것은 좋지 못한 상황이 올 거라는 불편한 마음으로 그냥 방을 나왔다.


 이제 돌아다니는 사람 없는 새벽이 되어서야 호시구마도 숙소로 돌아왔다. 씻지도 않고 그대로 옷을 벗어 던진 채 침대에 누워서 오늘 있었던 참 거지 같은 기분을 잊어버리려고 눈을 감았다.


 이번에도 이상한 꿈을 꾸었다.


 다만, 지난 번 꿈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었는다. 저번과 달리 호시구마는 따로 서 있었고, 박사로 보이는 남성과 너무나도 익숙한 여성이 호시구마쪽으로는 시선도 보내지 않고 서로 다정하게 포옹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익숙한 여자가 첸이라는 것을 알아채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하게 웃고 있었고 너무나도 당연하다는듯이 입술을 맞췄다. 우리 사귀는 사이다. 라는 것을 널리 알리 듯이 말이다.   


 정말 불쾌하기 짝이 없는 꿈이었다. 그리고 무서웠다.


 익숙한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을 맞이한 호시구마는 자신이 땀뚜성이가 되어서 깨어났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몸이며 자신이 누워있던 침대며 여름도 아닌데 아침부터 땀을 많이 흘렸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눅눅한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세면을 하면서 기분을 풀어보나 답답하고 메쓱거운 느낌인 돌아올 뿐이었다. 

 토가 나올 것 같은 느낌도 아니었다. 속이 무언가에 걸려 해결 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호시구마의 상쾌한 아침의 시작을 최악의 컨디션으로 시작하게 만들었다.  










지난 번에는 짧게 올렸으니 이번에는 좀 길게

그리고 맨 윗부분 떄문에 오해할 여지 생길 거 같아서 하는 말인데 내가 너무 뇌절한 거니 깊은 의미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줘


그리고 좋은 소식. 내가 이제 주말에 출근을 안 해서 글 쓸 시간이 생김

나쁜 소식. 예약하고 8개월 기다려서 도착한 프라모델 도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