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링크

https://arca.live/b/hypergryph/31992304?p=1




시험적으로 해보는거긴 한데 브금 틀어놓고 읽으면 더 좋을듯 해서 넣어봄


그리고 가능하면 니엔과 시 배경스토리 + 화중인 스토리 보고 오는걸 추천함





시 그녀는 얀데레다 6장  "마음" 







높은 구름에 청명한 하늘. 산들산들 부는 바람이 서늘하니 정말로 쉐라그에 도착했다고 느끼게 한다. 항구마을 뒷편으로는 깎아지른 산맥이 버티고 있어 바다를 굽어보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아아~ 하. 쉐라그에 와 보는 것은 처음이네.”

 

니엔은 쉐라그의 상쾌한 공기를 만끽하며 검문소 주변을 살피고 있다. 여러 번의 겨울을 버텨내며 생채기가 생긴 오래된 건물 안에는 위험물 검색대, 무장한 경비원들, 그리고 입국 심사대까지 있어 다소 허술해 보여도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다 갖추고 있다.

 

“박사님도 관광 가시는 건가요?”

 

쉐라그에 정박하면서 많은 오퍼레이터들이 시내를 구경하려고 검문소 앞에 장사진을 이루고 있어 기다리는 동안 각자 삼삼오오 모여 잠담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나를 발견한 몇 명의 무리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 팽이구나. 니엔이 같이 나가자고 해서. 너희도 관광 가니?”

 

“네. 하하. 친구들이 쉐라그는 한 번도 와본적이 없어서 다들 많이 들떠있어요.”

 

“나쁘지 않은거 같아!”

“여기 좋다. 기념품은 뭐 살래?”

“굼은 쉐라그 특산품이랑 요리재료를 살꺼야.”

“저… 저는 일단 외투부터 사야 할 것 같아요… 엣취!”

 

니엔과 마찬가지로 경치를 감상하는 크루스, 쇼핑 생각에 재잘재잘 담소를 나누는 굼과 비글, 그리고 추위를 많이 타는지 와들와들 떠는 제시카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좀 더 앞에는 리스캄이 싫은 내색을 함에도 딱 붙어서 억지로 팔짱을 끼고 가는 프란카, 도베르만과 듀나를 필두로 한 교관들 무리 등 여러 로도스 오퍼레이터들이 줄 서 있는데 별안간 큰 소리가 이목을 끌었다.


 


“와아아아! 제에에트 코스터어어어어!”

 

“카디! 제발 뛰지마! 같이 가자고!”

 

검문을 끝낸 메리가 전속력으로 뛰어가는 것을 숨가삐 쫓아가는 스튜어트가 독보적으로 눈에 띈다. 역시는 역시나, 관광하는 내내 스튜어트가 휘둘릴 것을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난다.

 

“혹시 모르니까 단단히 껴입고 다녀. 쉐라그의 날씨는 언제 험하게 변할지 모르니까.”

 

“네. 박사님. 제 팀원들은 제가 잘 챙길께요.”

 

작전에 나갈 때와는 달리 또래의 아이 다운 미소를 짓는 팽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나니 니엔이 경치 감상을 마쳤는지 다가왔다.

 

“어이, 박사. 어디부터 갈까? 

 

“글쎄, 난 배고픈데 일단 점심부터 먹을까?”

 

“좋지! 오늘도 지갑을 탈탈 털어줄께 박사!”

 

“넌 도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거냐…”

 

언제부터 인가 어디든 같이 나가면 내 지갑을 털어먹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그렇게 신세 한탄을 하는데 니엔이 씨익 웃어보이며 팔을 꼈다. 다소 선선한 바람 때문인지 쌀쌀하게 느껴졌는데 옆구리로 느껴지는 그녀의 온기가 몸을 녹이며 박사 전용 코트 안을 덥혔다. 연인처럼 딱 붙어서 걷는 것이 가슴에 열을 올려서 그런 것인지 니엔의 선천적인 열기 때문인지 쉐라그 날씨의 방해에도 후끈후끈 하다.

 

“통행증 보여주십시오.”

 

검문소 경비의 요구에 통행증을 제출하고 검문을 받을 때가 되어서야 니엔이 한발 떨어져서 옆 검문 부스로 향한다. 귀찮다는 듯이 샐쭉한 얼굴을 하면서도 꼬박꼬박 지시에 따라 소지품을 내려놓고 검문을 받는 것이 평소와 달라 귀엽다. 그렇게 니엔을 바라보고 있다 보니 어느새 입국심사원이 심사를 다 마치고 여권을 다시 돌려주었다.

 

“모두 끝났습니다. 안전한 여행 되십시오.”

 

입국심사원의 인사를 받고 건물 밖으로 나오자 때맞춰 니엔도 뒤에서 걸어나왔다.


 


“박사. 끝났어? 그럼 가자. 나오기 전에 쉐라그 전통 매운요리 음식점을 알아본데가 있어. 여기 길모퉁이 바로 앞이야”

 

“또 매운음식이야...아아아!”

 

머뭇거리는 와중에 도축장에 양을 끌고가듯 내 팔을 세게 잡아 끌며 달리기 시작해 어쩔 수 없이 보폭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걸을 테니까 잡아끄는건 그만해~”

 

“벌써 사람들이 줄 서기 시작했어 안 뛰면 늦어!”

 

역시 자기 주관이 강한 니엔이다. 줄을 서기 시작한 가게 앞을 향해 신나서 힘차게 뛰어가는 그녀를 보니 같이 나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아~ 심심해’ 하면서 집무실에 무단으로 들어와서 농땡이를 피우거나 뒹굴거리는 모습 보다는 이 편이 낫다.

 

“두 명이요.”

 

손가락을 들어 웨이터에게 보여주자 안쪽의 테이블로 안내해주었다. 그리고는 웨이터가 자리를 안내해주기 무섭게 니엔이 메뉴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바로 주문을 넣었다.

 

“나한테는 선택권도 없는거냐?”

 

솔직히 좀 서운하다. 자기 주관이 강한 것도 좋지만 때로는 너무 막무가내라 느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닌데다 이번에도 설마 한 번쯤은 물어보겠지 하는 내 기대감을 간단히 박살내버렸다. 그러다가 서운함이 얼굴에 드러났는지 니엔이 늘상 들고 다니던 부채를 식탁에 놓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잘 들어 박사, 매운맛이라는건 삶의 방식이야. 적당한 통증과 강렬한 충격이 혀 위에서 폭발하면, 너도 [인생이란 이렇게나 깊은 맛이 있는 것이었구나!] 하고 생각할걸?”

 

니엔의 말을 듣고 있자니 문득 궁금함이 들었다.

 

“매운걸 먹으면서 그런 생각이 든적은 한번도 없는데… 근데말야, 그렇게 매운 맛을 찾는 이유라도 있어?”

 

“하아… 글쎄다…”

 

니엔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박사. 『우리』가 천지신명의 쪼가리에 불과하고 어느 순간에는 ‘뿅’ 하고 사라질 거라고 말해준거 기억하지?”

 

말없이 고개만 살짝 끄덕.

 

“우리 형제 자매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아가 생기고 스스로의 가치관이 서게 되었는데, 처한 상황의 전말을 알게 되자 우리의 정해진 운명을 한탄하기도 원망하기도 하며 제각각으로 자신의 존재의의를 찾고자 했어. 자신의 이 세상의 한 개체로써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었던 걸까나.”

 

희끄무레한 기억을 되살리려는 듯 시선을 창 밖으로 돌려 허공을 응시하면서 니엔이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다가오는 종말 앞에 덧없음을 느끼고 남은 것이라면 뭐라도 챙기려 혈투를 벌였어. 티엔(天)도 그렇고 자오(早)도 그렇고 나, 그리고 시, 등 여러 형제 자매들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다시 살아나고 또 죽이고… 그러다가 영원히 지속되는 공허함 속에 스스로가 깨달음을 얻은 것이 있었는지, 어느 순간 끊임없는 살육을 멈추고 각자 유능한 분야에 몰두하면서 ‘나만의 것’을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해야 하나? 여튼 각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지. 뭐, 지금도 명절엔 다들 한번씩 모이긴 하지만.”

 

형제자매들 얘기를 하며 니엔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움도 분노도 애틋함도 아닌 묘한 감정. 사람이 오만가지 감정이 뒤섞여 헝클어졌을 때에나 나올 법한 그런 쓴웃음이다.

 

“그러면 니엔 너는 대장장이 일에 몰두하게 된거고? 그럼 매운 것을 찾아다니는 이유도…”

 

“그래~. 전부 다 그 일환이라고 볼 수 있지. 매일 하루 종일 대장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잖아? 난 내 동생 ‘시’랑은 달라서 어느 한곳에 오래 엉덩이 붙이고 있는건 못해. 걔는 잘도 책상을 앞에 두고 몇십년이나 꿈쩍 않고 앉아있더라.”

 

니엔이 시에 대해 얘기를 꺼내자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마치 히비스커스가 라바를 바라볼 때 짓는 표정처럼 이번에는 정말로 애틋한 감정이 드러나는 미소다. 누가 봤으면 니엔이 시를 끔찍하게도 아끼나 싶어할 정도다. 아니면 진짜로 언니로서 동생인 시를 아끼고 있다든가.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웨이터가 2명분 음식과 전표를 식탁에 놓고는 바삐 주방으로 다시 달려간다.

 

“히에엑! 이거 뭐 이렇게 비싸? 오늘 텅장 되게 생겼다.”


 


“어이 어이. 나 같은 미인이 데이트? 라고 하는걸 해주는데 이정도면 싼 거 아냐? 군소리 말고 일단 먹어봐. 평이 좋더라구.”

 

일단 한 입. 숟가락을 입가에 가져다 댄 정도인데 벌써부터 냄새가 맵다. 이걸 먹을 수나 있을지 상당히 고민이 되는데…

 

“호오. 이거 나쁘지 않네. 용문에서 맵다고 하던 식당도 이거 반도 못 따라와. 거긴 뭐 맵다고 해놓고는 전~혀 맵지 않아서 실망했는데 말야.”

 

오랜만에 입에 맞는 매운 음식을 찾았는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청소기 마냥 음식을 흡입하고 있다. 어째서인지 그런 니엔의 모습을 보니 더 먹기가 싫어진다.

 

“켈록! 켈록! 스으읍 하아! 매워! 매워! 물! 물좀 줘!”

 

니엔이 음식을 흡입하다 말고 한 손을 뻗어 물병을 집어서 이쪽으로 건넨다.

 

“스으읍. 고마워. 하… 후…”

 

덜덜 떨리는 다급한 손길로 물병을 기울여 컵에 물을 따라서 바로 원샷. 여전히 맵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버틸 수 있을 정도다. 이제 이 남은 것을 다 먹어야 한다는 압박이 무겁다.

 

“너무 매운데?”

 

“워 호히 하으어야?!”

 

니엔이 음식으로 가득 채운 입을 열심히 움직여 목구멍으로 넘기고는 강력히 항의했다.

 

“이정도 되어야 딱 적당하지. 줘 그럼. 내가 대신 먹어줄께.”

 

매운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완전 충전된 오리지늄 배터리마냥 바알간 빛을 내는 그녀의 손에 접시를 들이밀자 경쾌히 자신의 앞으로 가져가 다시 흡입을 시작한다. 결국에는 메인 요리는 못 먹고 곁가지로 나온 사이드 메뉴만 독식하게 되었다.


 


“아아아~ 맛있게 먹었다. 잘 먹었어 박사. 계산은 내가 하고 올께 입구로 나와.”

 

계산을 하기 위해 내가 지갑을 꺼내자 거기서 용문폐를 쏙 빼가는 니엔. 자기가 사는 것도 아닌데 매우 당당하게 내 지갑에서 용문폐를 꺼내 팔랑팔랑 흔들며 들고 간다.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는 것도 한두번이지 이제는 그냥 체념하기로 했다.

 

“박사. 저녁 대접도 받았으니 쇼핑하러 가야지.”

 

니엔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딱 달라붙어 절대로 놔주지 않겠다는 듯이 내 허리께에 팔을 둘렀다.

 

“오! 저기 괜찮은거 있네. 보러가자.”

 

역시 니엔은 니엔이다. 계속 끌려다니기만 하는 것이 남들이 보기에는 볼썽사납긴 하지만 이제는 익숙해진지 오래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편하다는 느낌이 들 때도 없잖아 있다.

 

잠시 옷을 고르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어느새 마음에 드는 것을 골랐는지 순식간에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 앞에 섰다.


 


“박사! 이거 어때? 어울려?”

 

도저히 몇 천년 묵은 할망구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청초한 소녀의 웃음을 하며 이쪽에 감상을 요구한다. 흰색을 바탕으로 깔끔하니 보기 좋다. 반팔이라 벌겋게 열기를 내뿜는 니엔의 팔이 부각되어 색이 대비를 이루는 게 아름답다.

 

“그거 좋네. 다른거는? 눈에 든거 있어?”

 

“이거 하나면 돼. 자 가라 박사!”

 

역시 결제는 언제나 내 몫. 지갑을 주섬주섬 꺼내 떨리는 손으로 용문폐를 꺼낸다. 조금만 더 쓰면 이번 달 오리지늄 과자와 이성회복제 살 돈도 없어질 것 같다. 게다가 거 귀신 같이도 용문폐를 받는 상점만 골라서 들어가는 게 매우 영악하다.

 

“계산 끝났으면 여기 잠깐 와봐.”

 

계산을 하는 동안 어느새 저 멀리 있는 옷 가게까지 가서 뭔가를 보고 있다. 또 잔소리를 들을라 계산을 마치고는 니엔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거 박사한테 어울릴 것 같은데. 조금만 수그려봐.”

 

니엔은 박사 전용 외투와 목도리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내 목에 군청색 목도리를 두르기 시작했다. 얼굴이 너무 가까워 그녀의 몸에서 항상 나던 열기가 한층 더 강하게 느껴져 움찔하자,


 

“이봐, 움직이지 마! 꾸며주고 있잖아, 가만히 좀 있어.”

 

그러고는 목도리의 매무새를 만지며 보기 좋게 다듬는다.

 

“됐어! 좋네. 이건 진짜로 내가 사줄께 박사. 친구끼리 이정도 선물은 해줄 수 있잖아?”

 

흐뭇한 듯 미소를 지으며 한걸음 뒤로 물러서는 니엔. 목도리가 제대로 매어졌는지 확인하는 기색이다.

 

 


뎅~ 뎅~ 뎅~

 



“쉐라그 관청에서 알립니다. 조만간 얼음폭풍이 올 예정이니 실내로 피난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알립니다. 조만간 얼음폭풍이…”

 

먼 발치에서 나는 듯한 종소리가 시내에 울려 퍼지며 안내방송이 나왔다. 역시 쉐라그인가. 쾌청한 하늘이 먹구름을 쫓아내도 돌연 폭풍이 찾아오곤 한다. 이동도시들이 피해가는 재앙 수준이 아닌게 다행이지, 그래도 안전을 위해서 다들 실내로 향하는 분위기다.

 

“우리도 돌아갈까? 해도 넘어가고 있고.”

 

주변을 둘러보더니 니엔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고는 먼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나를 뒷따른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져 가고 속속들이 사람들이 길가에서 사라져 가는 것을 보고 동의한 듯하다.

 

얼마나 걸었을까. 입국심사소 건물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귀환하는 로도스 오퍼레이터들 무리도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메리와 스튜어트는 여전히 술래잡기를 하듯 뛰어가는데 이에 질세라 무자비하게 전기를 내뿜는 뷔브르와 유쾌한 웃음을 흘리는 루포도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

 

“어어어! 박사님 조심하세요!”

 

와장창.

 

옆 골목길에서 난데없이 상자더미가 와르르 쏟아져 내리며 덮쳐 시야가 캄캄해졌다.

 

“으아아야야얏. 아이고, 아파라…”


 


상자를 치워내고 가까스로 일어서자 비글이 손으로 묻은 먼지를 털어주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죄송해요 박사님. 너무 많이 샀는지 앞이 잘 안보여서…”

 

“괜찮아… 아야야… 그럴 수도 있지.”

 

“아직도 많이 아프세요?”

 

비글이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와중에 팽과 크루스, 제시가, 그리고 굼이 열심히 쓰러진 내용물들을 줏어담고 있다.

 

“아아아~ 굼의 식자재가아아아…”

 

굼이 땅바닥에 널브러진 식자재를 보고 절규를 하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워 나 까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잡힌다.

 

“아냐 아냐 괜찮아. 짐 다시 담는거 도와줄까?

 

“아니에요 박사님 저희가 알아서 할께요. 폭풍이 온다는데 먼저 들어가세요.”

 

“그, 그래… 또 쏟지 않게 조심하고.”

 

“네에…”

 

연거푸 사과를 하고도 미안한 기색을 지우지 못했는지 쭈뼛거리며 인사를 하고는 비글도 바삐 정리를 돕기 시작했다.

 

“여기 봐봐 박사.”

 

니엔이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보면서 상처가 난 부위가 있나 찾기 시작했다.

 

“안되겠다. 여기 찢어진데 이따가 내가 꿰메줄께.”

 

“아이, 괜찮아. 이정도는 내가…”

 

필요 없다며 손사레를 치자 별안간 몸이 번쩍 들리는 느낌이 났다. 발이 땅에 닿지를 않는다. 그리고 용문에서 블레이즈에게 당했던 것 그대로 시야가 빙글 돌더니 땅바닥에 있는 지형이 빠르게 바뀌어간다. 역시 성격 하나는 불같다니까.

 

그 후로 땅바닥이 몇번 바뀌더니 익숙한 복도 바닥이 이어졌다. 도대체 얼마나 빨리 달린건지 상처의 쓰라림은 온데간데없고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만이 남아 머리를 어지럽힌다.

 

“의자에 앉혀줄 테니까 가만히 앉아있어 내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니엔이 아무말도 안하고 가만히 서서 미동도 않는다.

 

“왜 그래 니엔? 뭔일 있어?”

 

그새 궁금함을 못 참고 몸을 버둥거려 발로 착지하고 니엔의 시선이 향한 곳을 바라보니,

 

“시?”

 

얼굴에 홍조를 띄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시가 고통으로 미간을 찡그리고 있다. 머리는 산발에 소파에 맥없이 기대 신음하는 그녀를 보자 이마에 살갗이 찢어진 통증 따위는 순식간에 날아가버렸다.

 

“왜, 왜그래 시? 얘 몸이 불덩이야! 니엔! 일단 자리를 옮겨야겠어.”

 

늘상 집무실에 큰 원을 그리며 먹을 뚝뚝 떨어뜨리던 공간문 조차도 없다. 애초에 닫아두었든지, 아니면 그 아츠를 유지하기도 힘들만큼 고비라는 뜻이리라.

 

“니엔. 의료팀에 연락해서 사람 좀 불러와줘. 일단은 당장 가까운 내 숙소 침대에 눕혀야겠어. 의료팀이 오기 전까지 내 방에서 가능한 응급처치를 해 둘께. 읏 - 차!”

 

그녀의 다리와 어깨 밑으로 팔을 넣고 있는 힘껏 들어올려 안았다. 언제나 반들반들 윤기가 나던 검은 머릿결은 푸석해져 빛을 잃은 채 힘을 잃고 축 늘어져 바닥에 검은 먹을 뚝뚝 떨구고 있다. 그녀의 상태를 암시하듯 항상 어두운 밤하늘을 상기시키는 색을 발하던 팔 마저도 그 빛이 바래 메말라버려 다급한 발걸음을 채찍질한다.

 

“… 그건 병이 아니야.”

 

“어?”

 

시를 편히 눕히려 들어서 욺기려는 내게 니엔이 한번도 본적 없는 무서운 얼굴로 정색을 하고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


“잠깐 얘기를 해야겠어 박사.”

 




                                                                    



필자의 푸념 + 예고


이제 대충 생각해서 아이디어 정리해둔데 까지는 반절 정도 왔다. 그 반절 다 쓰면 ㄹㅇ 아이디어 고갈 때문에 창작의 고통을 온 몸으로 받아야 할듯. 담배가 남아나지를 않는다. 야스 씬은 아마도 7장? 8장? 쯤 번외로 나가지 않을까... 니엔이랑 할카스 야쓰 마렵다.


이번에는 시범적으로 읽으면서 들을 브금도 한번 넣어봤고, 니엔이 독타한테 목도리 해주는 이번편 메인 씬에는 니엔 대사도 함 넣어봤다. 뜬금없이 버튼만 있어서 재생해본 게이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반응 좋으면 간간히 하나 둘 씩 넣을듯함. 그만큼 일은 늘어나겠지...


그리고 다음편에는 유일신님께서 등장하십니다. 쉐라그 까지 왔는데 유일신님 영접 안하면 안돼지.


 추천 줘




간단한 설정


니엔의 형제 자매 중에서 있을법한 이름 대충 생각해서 창작으로 넣은거임. 年 夕 둘 나왔는데 대충 감 잡히지 않나 싶다.

짱깨들은 1일을 이-티엔(一天)이라고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하루를 뜻하는 르(日) 대신에 티엔(天), 그리고 아침을 뜻하는 자오(早)를 넣음. 사실 日도 쓰긴 하는데 어감이 안좋고 天이 더 자주 쓰여서 ㅇㅇ


니엔은 독타를 친한 친구, 딱 그정도로만 보고 있다. 김칫국 ㄴㄴ


현재 로도스 본함의 위치는 쉐라그와 염국 접경지역 항구도시다.


리스캄과 프란카는 블랙스틸 파견요원 신분으로 항상 로도스 본함에 머무르고 있다.


크루스 팽 비글 굼은 항상 같이 다니는 친구다. 제시카는 이번에 얼덜결에 같이 관광하게 됨.


카디건 본명은 메리. 로도스에서 항상 장난으로 난동을 피우다가 기물파손으로 봉급삭감되기 일쑤다.






그림 주소


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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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스 팽 비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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