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만에 집 도착해서 자고왔다...


여튼 귀신얘기는 아니고 사실 졸음운전 썰임. 어제 밤에... 출근한 지 30시간 지났을 때까지 한 숨도 못자고있는 와중에 왕복 4시간정도 운전할 일이 생겼음.

내 차는 갤로퍼고, 01년식이라 명챈에 이놈보다 어린 사람도 있을거임. 당연히 라이트가 좀 어두운 편이고, 야간주행 시에는 사고 안날 정도로만 밝혀준다.

근데 어제는 비가 왔었지.


밤 10시, 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존나게 졸리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있어서 쉬고 갈 수는 없었음. 잘못하면 오늘도 저녁까지 근무해서 퇴근하면 바로 쳐 자느라 왈랄랄루는 커녕 출첵도 못하게 생겼기 때문. 그래서 빗길에도 어떻게 운전해서 막 톨게이트 지나는데, 시바 고속도로인데 갑자기 오른쪽 앞에서 고양이가 내 차가 지나가는 방향이랑 같이 앞으로 슉 지나가는거임. 놀라서 왼쪽으로 핸들 꺽는데 그 순간 몸이 툭 하고 멈추면서 다시 핸들 돌렸음. 

그리고 그 직후에 옆에 봉고 한대 지나가고 그 옆에는 츄레라 한대 지나가더라. 톨게이트 나오고 난 직후라 걔네도 느려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사고 한 번 무서울 뻔 했음


그래도 고양이는 어찌되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가슴 쓸어내리고 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왜 거기에 고양이가 있냐는거임. 물론 단또쉑 능지가 거기서 거기긴한데 보통 차가 그리 다니면 안온단 말이지. 톨게는 외지기도하고.

그래서 착각이었나 하고 바닥 보니까, 또 고양이가 있는거임.

물론 이 때는 정신 차렸음. 고양이가 80을 밟진 못하거든.

좀 보다보니 깨달은게, 고양이의 정체는 바로 차선이었음.


그 날은 비가 내려서 유난히 바닥이 번들거렸고, 차선페인트는 그 좆같은 유리알 좀 쳐 섞어 넣으라니까 땡페인트 발라서 잘 보이지도 않고 반사도 안되서 차선이 안보였음.

근데 어떻게 차선을 고양이로 착각했냐.

정답은 간단했다. 처음 차선 고양이를 봤었을 때부터 쭈우우욱 차선 밟고 이동하고있었던 거임. 아무리 구진 라이트라도 바로 앞 만큼은 잘 비춰주고 있었고, 누런 라이트라서 차선에 반사된 빛이 고양이처럼 색을 만들어주고 있었던거.

그리고 그만큼 난 차선을 넘나들고 있었던거임. 여기서 1차 멘붕옴. 아까 핸들을 왼쪽으로 꺽었다고 했었는데 옆차가 경적 안울린 이유는 애초부터 조금 거리가 있었던거지.

그래도 아직 견딜만했고 정신차려서 쭉 가고 있었는데, 도저히 못 버틸 일이 일어남.


휴게소 하나 지나고 쭉 주행하고 있었음. 잠은 깻다 생각했고. 좀 가다보니까 저 멀리 흰색 네모난게 빛을 내는거야. 처음에는 그게 뭔지 몰랐는데 차 속도가 있어서 금방 가까워짐.

이번에는 사람이었음. 흰 옷을 입었던지 뭔지 몰라도 크기도 사람이고 서있는 행태도 확실한 사람이었음. 비때문에 흐릿하긴 해도 이번에는 피해야했었다. 당연히 바로 핸들을 꺽으려 했는데 왼쪽에 검은 차가 존나 빨리 지나감. 근데 나는 검은 차가 지나가기도 전에 그 차를 느끼고 핸들 꺽는걸 멈췄음. 그리고 등골이 쫙 오싹해졌지.


그 뒤 1초도 안되는 사이에 그 흰 옷을 입은 사람 옆을 지나갔고, 그게 내 라이트에 반사된 빗물 젖은 표지판이었다는걸 깨달음. 그리고 내 왼쪽을 빠른 속도로 지나는 차량같은건 없었다. 순전히 순간 졸아서 + 핸들 갑자기 꺽으면 안된다 라는 생각이 만든 환상이었던거임.

이걸 느끼고 2차 멘붕 옴. 근데 이제 1차 멘붕 왔을 때는 정신을 잡았는데 2차 멘붕이 오자 마자 진짜 사방에 모든게 어두워지면서 모든게 환각으로 보이는거야.

중앙분리대 너머를 지나는 반대 차선 차의 라이트가 내는 빛은 저 멀리 산에서 빛이 퍼지는걸로 보이고, 저 멀리 보이는 반대 차선의 차는 나를 향해서 역주행 하는걸로 보임. 물론, 내가 그 때 중앙분리대를 향해서 잠깐 주행했을 수도 있고. 비와서 차선에 집중하다보니 아까 봤던 고양이도 보이기 시작하고, 고개를 들면 저 멀리 표지판이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함. 오른쪽에는 검은 모닝같은게, 왼쪽에는 승용차가 지나가는데 날 추월한 차들이 내가 눈깜빡였다 뜨면 사라져있음.

진짜 미칠 것 같은데 내비에서 "ㅇㅇ 졸음쉼터가 2키로 남았습니다. 다음 휴게소는..." 하는거임. 그거보고 다시 겨우 정신차려서 과장님한테 연락드리고 한숨 잤음. 더 운전하다간 백퍼 사고날 것 같았거든.


그렇게 한숨 자고 일어나서 회사로 차몰고 와 일하고 집에 돌아와 자고 지금 일어남. 일어나서 멍하니 있다 생각해보니까 사람들이 고속도로에서 귀신을 봤다는게 진짜 이런거 아닐까 싶더라. 요새 라이트는 좋은데 고속도로 귀신은 또 2000년대 후반에 유행하던 거니까 나처럼 라이트 상태가 안좋음 + 고속도로 주행으로 졸림에서 나온 일이 아니었을까 한다.

지금도 찾아보변

매달린 귀신 = 위에 달린 표지판

길가의 태워달라는 귀신 = 길가의 표지판

길 위의 귀신 = 반대 차선 불빛과 노면 반사

이렇게 대체해서보면 이해가기 시작하더라.


어쨋든 진짜 바빠서 졸음운전 해야할 일이 있다면, 무조건 죽어도 회사에든 어디든 말하고 한 숨 자고 졸음운전만은 피해라... 이번에 진짜 직접 겪고나니까 너무 무섭드라.




세줄요약

1. 바빠서 졸린 상태에서 비 오는 밤에 운전해야할 일이 생김

2. 고속도로에서 고양이랑 사람 봄. 빛의 반사로 인한 착각임

3. 착각+환각이 심해져서 한 숨 자고 다시 출근해 일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