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모음


AA-Sk. 027

(숙소 출입문에 붙어있는 봉투, 안에는 바다색 편지지 한 장과 붉은색 범고래 종이 공예품이 들어 있다.)

스카디에게


좋은 아침이야(물론 곧 정오가 되겠지만,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으면 상관없으니 그냥 아침으로 치자.). 이건 별거 아냐, 네가 어제 한 때 함선의 웃음거리가 되어 패가망신할 뻔한 내 운명을 구해준 것에 대한 답례로 작은 선물을 준비해봤어-비록 지금 내 평판은 별로지만,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몸부림칠 수 있으면 몸부림치자, 이게 내 삶의 철학이야. 오늘 하루를 즐겁게 보냈으면 해. 네가 외출한 것을 확인한 후에 이걸 전달하러 갈거야. 답장할 필요는 없어.

박사.



(여기부턴 게임 스토리 시점 상으로 기병과 사냥꾼 시간대이다.)


AA-Sk. 028

스카디에게


지금까지도 넌 일을 잘 마쳐왔고, 게다가 지금은 쉴 시간이지만 -- 아무리 그렇다 해도 함선을 떠날 때는 보고를 해야지! 대체 말없이 도망간 이유가 뭐야? 넌 가출을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퇴사를 하고 싶은 건가? (어젠 이 소식을 듣고 너무 화가 나서 이성이 0가 될뻔함, 업무 포기를 하고 도망갈 뻔했음.) 아무리 휴가 중이라도 이런 방식은 무단이탈이라는 걸 넌 알고 있을까? 클로저가 우연히 감시 카메라를 둘러보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정말 돌발 임무가 발령날 때까지 기다려야 너를 찾을 수 있었을거야. 제발 이런 방식으로 날 괴롭히지마. 너도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인건 알고 있어. 아무튼, 꼭 나에게 어디 갔었는지,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오래 걸릴지 말해. 빠르게 회답해줬으면 해. 그렇지 않으면 나는 각지 사무소에 협조조사 통고를 보낼거야.

-개빡친 박사가-

(PRTS에서 전송 - 박사)


AA-Sk. 029

스카디에게


카시미어의 목격담을 방금 받았어. 넌 정말 로도스 아일랜드의 일원이 될 생각이 없는거야? 어? 넌 그곳에도 현지 사무소가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결국 이렇게 성큼성큼 옆을 스쳐 지나간거야? 설령 모퉁이를 돌아 들어가서 나에게 편지를 보낼수도 있었잖아. 난 지금 정말 화났어. 연락원은 네가 변방의 숲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고, 직책에 한정되어 더이상 추적할 수 없다고 밝혔어. 난 그 일대가 넓은 미개발 삼림지대와 카시미어의 권력자들이 포기한 작은 마을들, 그리고 메뚜기처럼 그 사이를 떠도는 도둑들이 있었다고 기억하고 있어. 난 네가 위험한 일에 연루되지 않기를 바란다. 위험하지는 않지만 터무니없는 일이라도 안돼. 게다가, 우리는 그곳에 병력적인 여유가 없고, 오퍼레이터 그라니가 근처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그 지역의 한 마을의 의뢰를 받은 것이었지. 의뢰 자체의 난이도는 그다지 높지 않지만, 그녀는 어쨌든 아직 젊기 때문에 그 늙은 불량배들을 상대하기에는 아직 경험이 충분하지 않아. 만약 네가 마침 지나가다 우연히 만난다면, 손을 거들 수 있으면 좀 도와줘, 미리 고마워.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이 편지를 먼저 볼 확률은 그라니를 먼저 만날 확률보다 낮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망할 편지을 보내서 근심을 조금이나마 더는 것밖에 없어(솔직히 말하자면 근심은 절대 덜어낼수가 없겠지). 그리고 맹명속에서 내 뜻대로 되기를 기도하는 것뿐이야…… 흥, 이 세상에는 내가 믿을만한 신이 전혀 없어. 그러나 지금 내가 기도하는 것 말고 뭘 할수가 있지? 빌어먹을, 넌 도대체 왜 그렇게 멀리 떨어진 엉뚱한 곳으로 도망가는 거야?! 그쪽 변경에서는 정기 통신기조차도 안정 신호를 받지 못하니, 애초에 너에게 휴대용 단말기를 지급할 기회를 주지 않은 내 탓이겠지! * 시스템이 자동으로 문구를 필터링함 *--! ! ! (네가 앞에 있다면 그 자리에서 최근의 근육 훈련 성과를 보여줄거야)(내 말은, 내가 드디어 샌드백을 5도 이상 흔들리게 할 수 있다는 뜻이야.) (도베르만을 지금 당장 찾아가서 연습 해야지.) 편지가 도착하면 제발 바로 보고, 바로 회답해주길 바란다! 

-점점 성급해지는 박사가-

(PRTS에서 전송 - 박사) 


AA-Sk. 030

(기숙사 바닥에 누워있는 편지지, 옆에 두루마리도 있다.)

스카디에게 


내가 권한을 가지고 네 방문을 직접 열어서 미안하지만, 단지 이 편지를 던지기 위해서, 나는 문턱을 반 발자국도 넘지 않았어. 미안해. 먼저 사죄할게. 이렇게 전달을 하는 것은 네가 얼마나 더 지나야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야. 오랫동안 편지를 문 밖에 걸어두는 것은 매우 온당하지 않지. 한 염국 간부가 나에게 이 기예를 가르쳐 주었는데, 그녀는 이것을 "광초"라고 불렀지; 나는 이게 감정을 표출하는 데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게다가 술을 마신 후 먹물을 뿌리는 느낌이 특히 시원하다고 생각해. 그러나 염국문자를 잘 쓰는 건 사실 좀 많이 어려워. 나는 아직 서예을 잘 못하기 때문에 좀 쉬운 빅토리아어로 바꿨어. 어차피 넌 다 이해할 수 있겠지(다시 돌아와서 네가 이 편지를 볼 수 있을까? 사실 감히 생각해볼 수가 없어.). 아니, 왜 분위기가 점점 더 슬픈 쪽으로 흘러가는 거지, 차라리 화난 쪽으로 생각하는 게 맞아. 지금 상황은, 희망이 없어. 흠.(두루마리 위의 얼룩덜룩한 먹물 사이에는 큰 글씨가 거침없이 쓰여 있었다: I AM ANGRY! ! ! 두루마리 자체는 심지어 정교하게 표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