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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 일기


■월  ■일

오늘, 나는 로도스에 사표를 제출했다.

정확히는, 본사에서 다른 지부로 이적하고 싶다는 이적 신청서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는 이상하다. 

나는 분명 제약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연구원을 뽑는다는 채용공고를 보고 여기에 지원했건만, 어째서?!?!

리유니온이라는 감염자 폭도들과의 싸움이 일단락된 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젠 로도스 전체에 귀신이 득실거리고 있다.

이제는 싫다. 저번 주에도 이상한 걸 봐버린 동료 직원이 기억소거제를 처방 받고 나서야 겨우 업무에 돌아왔다.

이런 생활은 넌덜머리가 난다. 항상 샤마르가 구해주기는 했지만, 여긴 정상이 아니다.

그래서 로도스의 다른 지부로 옮기기로 했다.

....에기르? 여기가 좋겠다.



■월  ■일

아 씨발. 오지 말걸.

에기르 지부에 오자마자, 날 맞이해준 건 글래디아 지부장님이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로도스 본사에 있던 전투 오퍼레이터였는데, 순식간에 승진해 에기르 지부의 지부장으로 발령이 났다.

엄청 무서운 사람이었던 것까진 기억이 났는데... 

내가 본사에서 왔다고 하니,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다.

그러고보니 에기르 지부는 엄청 특이한 설비를 쓴다던데, 연구원의 학구열이 잔뜩 불타오른다.

...예? 전 연구팀이 아니라 청소부팀에 들어간다고요? ....저 청소 못하는데요? 아니 저 연구원인데요!?

하 서리별 여신님.... 절 도와주세요.



■월  ■일

....나 왜 전투 오퍼레이터가 된 거?

솔직히 말해서, 로도스에서도 작전을 조금 거들어 준 적은 있었지만 본사에서도 전투 오퍼레이터로 남아 있지는 않았다.

기껏해봤자 전기 아츠를 쓸 줄 아는데, 내가 무슨 도움이 되겠다고 오자마자 연구원이 아니라 전투 오퍼레이터로 배정 된건데!?

글래디아 지부장님에게 따졌지만, '전기 아츠를 사용하는 인원이 필요했다.'라는 말만 돌아왔다.

아 씨발. 지부장님이 본사에서 받던 월급의 2배만 안 불렀어도 차라리 퇴사하는 건데...

이러다 감염되면 책임이라도 져 줄 것도 아니면서....

하지만 솔직히, 지부장님은 엄청난 미인이었다. 보고만 있어도 눈호강이었다.



■월  ■■일

전기 아츠를 사용할 줄 안다고 바로 '청소부팀'이라는 이상한 전투 요원 팀에 배속되었지만, 여기가 용병들 천지라고는 말 안 해줬잖아!!

전투원 숙소로 가보니 현상수배서에서나 볼 법한 무법자들이 득실거려서 곧바로 뛰쳐나왔다.

지부장님에게 항의했더니, 개인실을 내줬다.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방인데, '전' 팀장이 쓰던 방이라 했다.

개인 숙소를 마련해주기 전에 하루만 쓰라고 했다.

안에 털이 너무 날려서 방을 청소하다가 일기장을 발견했다. ... ■■■? 특이한 이름이다.

남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긴 싫어서 읽지 않고 놔두었다. ...나중에 심심하면 읽어봐야지.



■월  ■■일

...내가 지금 오징어 잡이 배에 올라탄 걸까?

험악해보이는 용병이나 무법자 자식들과 뒤섞이듯 심해로 내려와서 하는 일이라곤, 기묘한 촉수 자식들을 지져 죽이는 일 뿐이었다.

전기 아츠가 시급하다고 한 게 이것 때문이었던 듯 하다. 

다른 용병 놈들은 총이나 칼을 휘둘러야 겨우 잡는 녀석들이 내 아츠 한방엔 순식간에 맥반석 오징어구이가 되었다.

냄새는 군침이 돈다. 먹을 생각은 없지만, 배가 고파졌다.

아니 난 연구원인데, 왜 여기에 있는 건데?! 라고는 했지만, 일급으로 들어온 두둑한 돈을 보니 그 생각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씨발...돈이 최고야.



■월  ■■일

근대 생각해보니까, 이런 간단한 촉수 잡이 업무는 블랙 스틸에 맡기면 안 되는 거였을까?

임무 브리핑 중 글래디아 지부장님께 물어보니, 지부장님은 단순히 고개를 저었다. 

맡아주는 곳이 없었다라, 허긴. 나 같아도 이런 건 하기 싫지.



■월  ■■일

청소부 팀은 크게 3팀으로 나뉘는 모양이었다.

지금 내가 있는 '비정규팀'. 그리고 조금 숙달된 인원들이 모이는 '정규팀'. 그리고 '헌터즈'.

난 본사 정규직인데 왜 용병들과 같은 비정규직이냐고 따지니까,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승급 시켜준다고 했다.

...근대 헌터즈는 뭐지? 물어보니 지부장님은 사실상 청소부 팀의 팀장이고, '지금은' 1명 밖에 없다고 했다.

팀장은 원래 1명 아냐? 그리고 난 왜 못 만나봄?



■월  ■■일

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

오늘 눈 앞에서 사람이 두 동강 나 죽는 꼴을 봤다.

멋 모르고 앞장서던 용병놈이었는데, '지침서'를 따르지 않고 멋대로 돌진하다 그대로 이상한 물고기에게 씹혀 반으로 찢겼다.

아 시발. 오늘 점심을 맛있게 먹지 말걸. 위에서 전부 뒤섞인 생선 튀김과 빵을 다시 볼 줄을 몰랐다.

광석병 연구팀으로, 예비 전투 요원으로 있으며, 황무지를 떠돌며 온갖 험한 꼴을 다 봤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기절할 뻔 했다.

죽을 수도 있다, 라는 지부장님의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던 과거의 내가 병신 같다.



■월  ■일

결국 악착 같이 살아남았다. ....얼마나 지났더라? 한달? 한달 반?

중간에 지부장에게 몇 번이고 연구팀으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어필했지만, 지부장은 내 말을 들어주지도 않았다.

아니 씨발... 나 연구원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전투요원으로 일하며 받는 편의도 어마무시했기에, 쉽사리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아츠도 예전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숙련됐고. 예전에는 못 했던 3중 타겟 같은 것도 이젠 눈 감고 할 정도가 됐다.



■월  ■일

결국 정규팀으로 승급 했다. ....하 시발. 

그나마 다행인 건, 정규팀으로 승급 하니 더 이상 무뢰배 같은 용병 놈들은 안 봐도 되는 거였다.

한 번 걸러지고, 또 나랑 비슷하게 수라장을 겪었던 양반들이라 그런가 다들 눈이 쾡하고, 또 생기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안 늦었을까? 본사로 돌아갈까.



■월  ■일

오늘 처음으로 팀장을 만났다.

자길 로렌티나라고 소개한 팀장은....


씨발 미친 스펙터 수녀가 왜 여기 있어?????

아 맞다. 저번에 전체 공지로 완치 후 여기로 이적했다고 들었지.

항상 수녀복을 입고 경건하게 기도하는 모습밖에 못 봤는데, 지금 모습은 상당히 신선했다.

수녀복은 입고 있지도 않고, 베일도 벗으니 엄청 미인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식들이 특이했다. 허리에 매고 있는 검은 털장식이 특이했다.

...저거 머리카락 아닌가?



■월  ■일

결국 스펙터 수녀... 아니, 로렌티나 팀장과 이것 저것 말을 섞었다.

예전의 그 경건한 수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장난기가 넘치고 4차원이었다.

입도 더럽게 거칠고. 나도 욕 좀 한다 자부했는데, 난 시골 순둥이였다....



■월  

정규팀은 D구역 이하로 내려가는 모양이었다. 

D구역에 도착하자, 이때까지 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촉수들이 쏟아졌다. 

심지어는 이때까지 보던 작은 촉수들 뿐 아니라, 온갖 괴물 새끼들이 몰려왔다. 

내 아츠에 지져지면 죽는 건 똑같았지만, 죽을 위기를 한 두번 넘긴 게 아니었다.

씨발. 돌아가고 싶어. 



■월  

정규팀도 사망률이 높았다. 처음 올 때 날 반겨줬던 창병이 오늘 죽었다.

E구역에 내려갔다가, 다른 사람들을 구하려다 대신 죽었다고 한다. 

그의 간소한 장례 때, 팀장이 간소하게 기도를 해줬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알던 스펙터 수녀가 맞구나. 싶었다.

내가 죽어도, 스펙터 수녀가 기도해주겠지?



■월  

팀장과도 이제 안면이 트였고 대화가 좀 통했다.

내가 전기 아츠 사용자라는 것을 알자, 팀장은 내게 작은 스태프를 하나 내밀면서 부탁을 하나 했다.

다른 건 아니고, 여기에 아츠를 충전 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간간히 팀장이 무기인 원형톱에 뭔가를 발라 불을 붙혔지.

어려운 것도 아니라 금방 해줬다. 이 작고 낡은 스태프로는 효율이 별로라 바꾸는 게 어떠냐고 물었지만, 팀장은 거절했다.

친구의 유품이라 했다.



■월  ■일

오늘은 진짜 뒤질 뻔 했다.

D-002 구역의 복도. 통칭 '가장 밝은 복도'에서 내 아츠가 잘못 튀어 전등 스위치가 터져버린 것이었다.

같이 있던 공돌이가 겨우 고쳐주기는 했지만, 그 10분 동안 몰려오는 검은 해파리들을 나 혼자 전기로 지져 버리는 건 정말이지 고역이었다. ...이래서 가장 밝은 복도였구나.

지부장에게 이 일을 보고하니, 내 전과는 칭찬하면서 해당 구역 출입 금지를 때렸다. 

애초에 전기 술사를 거기로 보내지 말라고 따지니까, 지부장은 처음 있던 일이라며 미안하다고 했다.

....아니 씨발 내가 오기 전에도 전기 아츠 사용자 있던 거 같더만. 



■월  

오늘 지부장과 대판 언쟁을 벌이고 왔다. 여기에 온 지 꽤 긴 시간이 지났고 정규팀에 까지 들어왔지만, 난 빨리 나가고 싶었다.

이제라도 연구팀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자, 지부장은 내 제안을 거절했다.

전기 아츠 사용자를 지금 이탈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내가 본사에 있는 페신저나 레이즈를 데려오라고 했더니 지부장은 이것마저 거절했다. 

...뭐? 내가 생각보다 너무 우수하다고? 그 딴 사탕발림에 넘어갈 거 같아?



하지만 월급 2배에는 이길 수 없었습니다. 씨발 자본주의 만만세. 고작 5달만에 이때까지 로도스에서 모은 돈을 거의 다 모은 느낌이야.



■월  ■일

아잇 싯팔. 월급 2배라는 건 일도 2배라는 걸 몇 주 전의 나는 왜 몰랐을까.

결국 E구역까지 내려갔다. 거기서부턴 촉수 새끼들과는 차원이 다른 괴물새끼들이 기어 나왔다.

여기서부턴 정규팀원들도 보자마자 토하거나 할 정도로 겁을 먹었다.

저 큰 눈까리를 보면, 누가 안 무섭겠어. 그래도 난 토는 안 했다. 무섭지만... 너무 오버하는 것들 아닌가 싶다.

이딴 게.... 정규팀??

하지만 내 아츠에 지져져도 죽지 않는 괴물같은 생명력을 가진 놈들 천지였다. ...아 괴물 맞지.



■월  

E 구역을 순찰하다가, 엄청나게 거대한 괴물 새끼의 시체를 발견했다.

내 것과 비슷한 전기 아츠에 지져져서 죽은 녀석인데, 그 출력의 정도가 차원이 달랐다. 나보고 이걸 지져 죽이라면 불가능이었다.

정규팀의 선배에게 물어보니 '전' 팀장이 혼자서 죽인 괴물인데, 사체를 치울 수단이 없어서 이정표로 쓰고 있다고 했다.

....이 거대한 문어를 한 명이 죽였다고???



■월  ■일

'전' 팀장은 뭐하던 사람이었을까?

대충 선배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그 때 같이 싸웠던 사람은 지금은 팀장 밖에 안 남았다고 했다.

그 시기 인원들은 대부분 죽거나 퇴사했다고.

....나도 저렇게 되는 거 아냐????



■월  

결국 팀장에게 직접 물어봤다. 

전 팀장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보니, 팀장은 처음 보는 표정으로 작게 웃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잠깐만. 그 스태프가 설마....?

아마 전 팀장은 전사한 모양이었다.



■월  

오늘은 항상 마주하던 정규팀이 아니라, 기다란 검을 든 하얀 머리의 검사였다.

....스카디? 난 당연히 오랜만에 만나는 본사 사람에게 아는 척을 했지만, 스카디는 날 기억 못하는 것 같아 보였다. 

아니, 내 이름은 기억했는데 정작 나라는 걸 기억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럴 만도 해. 머리도 잔뜩 길어졌고, 살도 쭉쭉 빠졌으니까. 

스카디라면 믿을 만 했다.

의외로 둘 사이가 좋은 모양이었다. 팀장은 스카디를 보자마자 이것저것 계속 시비를 걸었다.

이번 임무는 E구역에서 무엇인가를 찾는 임무였다.



■월  

결국 모양세는 스카디와 팀장이 날 호위하는 모양세가 됐다. 그럴만해, 저 괴물들에 비하면 난 그냥 전기 뱀장어에 불과하니까.

E구역에서 찾아야 할 것은 여러가지 자료들이었다. 

정규팀이 되며 이것 저것들은 바로는 이게 '어비셜 헌터즈'의 자료인 모양이었다.

개 중 한 권을 몰래 주워왔다. 일기장 같아 보여서였다.

아 그러고보니, ■■이라는 사람의 일기장도 주웠지? 나중에 한 번 읽어봐야지.

작전은 무사히 끝났다. 저 괴물 둘에게 밀착 호위를 받는데도 다치면, 진작에 죽어야지.



■월  

결국 몇 달 전에 주웠던 일기장을 펼쳤다.

일기장의 주인이라는 ■■이라는 사람이, 바로 내 앞에 있던 전기술사이자 '전'팀장이었다.

자기는 담담하게 일기장을 썼지만, 이 사람. 정말 굉장했다. 여기서 그렇게 오래 버티다니...

일기장은 나중에 팀장에게 줬다. 이 사람, 로렌티나와 친한 친구였던 모양이다.

이 일기장을 받으니, 팀장은 드물게 웃으면서 고맙다고 했다. 

...아 맞다. 한 권 더 남았지.



■월  

E구역에서 주운 일기장은 피로 쓰여진 끔찍한 일기장이었다.

읽을 수 없는 언어로 휘갈겨서 쓴 것만 알아챌 수 있을 끔찍한 내용들이었다. 

읽다보니 글자가 파도 치는 것처럼 휘고 보는 것 만으로 눈이 아파올 지경이라 그냥 관두고 덮었다. 

그대로 지부장에게 제출했다. 지부장은 그걸 읽더니, 나보고 괜찮냐고 물었다.

그냥 머리 아프고 끝이라고 말하자, 지부장은 놀란 듯 날 바라봤다. ....뭐.



■월  

아니 씨발 지부장님. 날 갑자기 F구역으로 떠민다고요????

미쳤습니까 씨발?!!?!?!?!??

하지만 이번 일만 끝나면 연구팀으로 옮겨주겠다고 했다. 아니 씨발. 그럴거면 진작에 해달라고.



■월  

세상에 내가 살다가 이 촉수덩어리들 사이에서 글을 쓰는 날이 올 줄이야.

난 지금 이 에기르 지부의 최심층, F구역에 와 있다. 

진짜 최악이다. 내려오자마자 엘리베이터는 망가졌고 모든 이걸 고치는 데는 못해도 3일이 걸린다. 

방법은 둘 중 하나. 여기서 3일을 버티거나, 임무를 하러 갔다가 그 곳에 있는 직행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나랑 팀장, 스카디는 후자를 선택했다.



■월  

하지만 그 전에 임무부터 하기로 했다 우리 임무는 F구역의 1번 구역, 구멍 뚫린 곳으로 가는 것이었다.

글래디아 지부장은 나에게 이 말을 해줬다. 이 에기르 지부에는 'A구역'이 있다고.

그래 생각해보니 이상했어. 최상층이 B구역이라는 것 부터가. 

근대 왜 A구역이 제일 밑에 있지? 하고 물어보니, 지부장은 원랜 그 곳이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려갔다가 필요한 문서를 입수하곤 바로 돌아오라고 했다. 지부장의 저런 표졍은, 처음 봤다.



■월  

F구역을 뚫고 가는 것만해도 고역이었다. E구역까지만 해도 팀장과 스카디 둘이서 충분히 적들을 썰어버리고 남았는데 여기서부턴 나도 가세해야 했다. 계속 싸워대다보니 아츠 실력이 는 걸까, 아니면 두 사람이 놈들의 껍질을 갈라줘서일까. 예전보단 전기가 더 잘 통하는 느낌이었다. 하루에 한 구역을 돌파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누군가 만들어놓은 은신처가 있어 그 곳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보나마나, 팀장이겠지.



■월  

은신처에서 새우잠을 자다가, 문득 뭔가를 주웠다. 피에 흥건한 만년필이었다.

엄청 비싸 보이는 물건이기도 했고, 사연이 있어 보여 일단 주워뒀다.

F구역의 2구역과 3구역 사이에 물이 차 있었다. 보트가 있긴 했지만, 두 사람이 타지 말라고 했다.

스카디 혼자 먼저 타고 갔더니 그 물 속에서 거대한 촉수가 튀어나왔다.

E구역에서 봤던 그 거대한 크라켄의 어미인 걸까? 팀장이 날 들쳐 업고, 스카디와 둘이서 촉수를 썰어 넘기곤 도망치는 것이 고작이었다.

....잠깐만. 저거의 본체는 결국 A구역에 있다는 거잖아?! 씨발 나 돌아갈래.

...아 돌아가려면 A구역으로 가야 하지.



■월  

F구역의 1구역까지 도착했다. 예상대로 거기엔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밑으로 시선을 옮기자, 나는 처음으로 여기에 와서 정신적인 압박으로 속에 있는 것을 개워내고야 말았다.

저것은 뭐지?! 도대체 여기는 뭘 하는 곳이야?!?!!?

하지만 정신을 다 잡았다. 그것은 몸을 웅크리고 잠을 자고 있었다.

직감으로 깨달았다. 저걸 깨웠다간, 여기 셋은 물론이고 에기르 지부 째로 날아갈게 분명하다는 걸.



■월  

A구역에 도착했다. 세상에나. 이 마경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도저히 문자로 형용할 수 없다. 회상하는 것 만으로도 쓰고 있는 손이 벌벌 떨릴 지경이다. 

심지어는 스카디와 팀장 마저, 간간히 지치고 긴장한 듯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여기서부터 나는 그저 전기를 이용한 CC기 셔틀에 불과했다. 내가 아무리 강한 전기롤 내뿜어도 녀석들은 잠시 움찔 거리기만 할 뿐, 죽을 생각을 안 했다. 



■월  

스카디가 당했다!

최대한 조용히 움직였지만 갑작스러운 괴물의 기습에 양 다리와 오른팔을 꿰뚫린 것이었다.

이대로 싸워봤자 개죽음이라, 난 스카디를 들쳐매고 도망쳤다.

임시로 만들어 놓은 은신처에 겨우 숨었지만, 한시라도 여기에 남아있고 싶지 않았다.

결국 스카디를 혼자 놔두고 팀장과 둘이서 문서를 가져오기로 했다.

스카디는 혼자서 따라오겠다 했다. ....괜찮은 거 맞지?



■월  

..............팀장과 떨어졌다. 이게 내 유서가 될 것 같아서 미리 적어 놓는다.

방금, A구역에서 잠들어 있는 그것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저것은 뭐지? 이게 정녕 이 행성의 생명체가 맞단 말인가?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본능적인 공포심에 나도 모르게 도망칠 뻔 했지만, 소리를 내는 것이 오히려 녀석들 자극하는 꼴이 될 것 같았다.

최대한 날 죽이려 주변을 둘러보는 괴물들을 피해 몰래 움직였다. 전기 아츠를 응용해 천장으로 다닐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결국 팀장보다 먼저, 문서가 있다고 했던 중앙에 도착했다.

...여긴. 작전실? 안에 아무것도 없어서 잠시 한숨 돌리기로 했다.



■월  

문이 열렸다. 유서는 끝까지 남겨야 하니 휘갈긴다.

...상대는 우리와 별 다를 바 없는 인간이다. 검은 머리카락, 몸을 덮는 넝마나 다름없는 로브, 그리고....

분명... 분명. 사람이다. 어째서 여기에? 나는 당장 그녀에게 향했다.





아니 미쳤다고? 상식적으로 여기에 멀쩡한 인간이 있을 리 없잖아? 

난 곧바로 숨었다. 숨을 죽이고 몰래 이 곳에 쳐들어 온 불청객을 훔쳐봤다. 눈이 마주쳤다. 좆됐다.

저 붉은 눈은... 사람....인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팀장이 그녀의 맞은 편에서 나타났다. ....팀장은 처음 보는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월  

팀장은 저 여자의 이름을 아는 것인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위험한데 분명 인간일리가...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팀장은 곧바로 내가 채워준 전기아츠 스태프를 톱에 바르더니 그녀를 향해 덤벼들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순식간에 촉수를 펼쳐낸 저 여자는 그대로 팀장과 싸웠다.

나는 이 작전실에 보이는 문서랑 문서는 전부 챙겼다. 여자 뒤편으로 직행 엘리베이터가 보인다. 

스카디만 오면, 여기서 탈출이다.



■월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와 팀장. 스카디 셋 모두 겨우 살아 돌아왔다.

팀장은 그 검은머리 여자를. 아니, '전' 팀장의 모습을 빌린 괴물을 말 그대로 고깃 덩어리 하나 남기지 않고 불로 태워버렸다.

그 싸움은 차마 글로 옮기지 못할 것 같다.

결과로 말해주자면, 난 여기에서 자고 있는 그 거대한 우주적 괴물이 이 싸움 소리에 눈을 뜨는 것은 아닐까 진지하게 걱정할 정도로 팀장과 괴물은 격렬하게 싸웠다. 괴물은 전기 아츠를 사용했다. 미친, '전' 팀장에 대해 들은 그대로 였다.

그 차원이 다른 전기 아츠의 출력에 대장 역시 고전했지만, 내가 끼어들었다.

내 아츠가 괴물의 전기 아츠를 그대로 상쇄시켰다....는 개소리고, 내 전류로 괴물의 전기막을 흐트려 팀장의 공격이 닿을 수 있게 만들었다. 상대가 진짜 전기 아츠의 숙련자였다면 통하지 않았을, 간단한 트랩이었다. 상대가 괴물이라 통했다.

결국 팀장의 원형톱에 갈갈히 찢긴 괴물은 어떤 작은 광석 하나를 남기곤 전부 사라졌다.

검은 빛 보석. 매우 아름다운 광채였다. 팀장은 이를 챙겼다. 날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스카디를 데려올 테니 기다리라 했다.

여기 혼자 남을 바에는 죽는게 나을 것 같아, 그냥 따라가서 스카디를 같이 데려왔다.

여기에 오는 길에 몰래 문서를 펼쳐 읽었다. ....이건 안 적어야겠다.

누가 실수로라도 이 일기를 읽었다간, 큰일이니까.



■월  

살아 돌아와 문서를 건내자, 글래디아 지부장은 처음 보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저렇게 안도에 찬 모습은 처음봤다.

그래서 감히, 무슨 내용이나고 물어봤다. 무엇인가에 대한 설계도인건 알았는데.

지부장은 '사슬'의 설계도라고 했다.



■월  

결국 난 에기르 지부에 남기로 했다.

그도 그럴 게, 이런걸 보고도 여기서 도망치기엔 내 꼴이 우스워질게 뻔했기 때문이다.

스카디는 본사로 돌아갔다. 'PRTS'의 부탁으로 잠시 온 것이라, 빨리 본사로 돌아가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다.

결국 난 팀장과 둘이서 에기르 지부의 청소부팀에 남기로 했다.

그 날, 처음으로 팀장에게 대놓고 '전' 팀장에 대해 다시 한번 물어봤다. 

그러자 팀장. 아니 로렌티나는 처음으로 나에게 모든 것일 이야기해줬다.

그녀와는 좋은 동성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결국, 그 때 그 괴물이 전 팀장님인건가요?"


"아니. 그건 걔의 껍때기를 뒤집어 쓴 가짜일 뿐이야. ....분명 내가 그렇게 되지 않도록 처리했는데..."


"그 괴물들이 다 그렇죠 뭐. 전기로 지져도 안 죽는 놈들인데."


"....."


"유감이에요. 친구 분을 잃고, 그 시체를 두 번이나 부숴야 했으니."


"....그래도, 차라리 다행이야. 걔의 시체의 한 조각이라도. 그런 괴물로 남아 있기를 바라지 않았으니까."


"...전 팀장님은 어떤 사람이었어요?"


"속물 그 자체였어. 돈 때문에 여기 남았고, 돈에 환장하는 사람이였어. ...그래도, 같이 있으면서 정말 재밌는 애였어."


"....."


"로도스 본사로 갈 수 있다고 결정됐던 때는 엄청 좋아서 나한테 자랑했는데."


"안타깝네요."


"...어쩌겠어. 이미 죽은 사람이 돌아오지는 않는걸."


"팀장 답지 않게 엄청 지적인 말을 하시네요."


" ...아 너, 혹시 시간 좀 비어?"


"그럼 시간이 남아돌지 없겠어요? 여기서 촉수들 지져 죽이는 거 말곤 할 게 없는데?"


"그래? 그럼, 나 대신 팀장 대리 좀 맡아 줘. 한 3일만?"


"....예?"


"예?는 무슨. 나 잠시 어디 좀 다녀오게."


"아니 *용문 욕설* 어디 가게요."


"응? 그거야... 나도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잠시 좀 쉬려고... 갈 곳도 있고..."


"*용문 욕설* 감성 팔이 하지 말고 도망칠 생각 하지 마요. 누군 안 힘든 줄 알아요?"


"이미 글래디아 군단장에겐 휴가 간다고 말했어. 그럼 부탁해~"


"아니 이 년이 야!!!! 로렌티나!? 어딜 도망가?!?!!?!" 


.


.


.


-????에게 (읽음)

이번엔 일이 바빠 부득이하게 편지로 미리 전달합니다.

이제 이쪽의 일은 거의 마무리가 됐습니다. '사슬'의 설계도도 얻었고 이대로 인원들을 투입해 시테러 개체수를 줄이는 것도 유의미한 결과값을 도출해내고 있습니다.

모두 당신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당신이 요청했던 대로, 저희 에기르 지부 측에서 연구한 성과를 스카디를 통해 보내드립니다.

분명 마음에 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신들에게 있어선 혁명이나 다름없는 물건일테니까요.

앞으로, 저는 당신이 먼저 배신하지 않는 한. 계속 당신의 편입니다.

감사합니다. PRTS, 박사


추신) PRTS, 당신의 기술을 좀 빌려줄 수 있겠습니까?

최근 흥미로운 것을 발견해 실험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추신2) 켈시 박사에게서 메일이 한통 왔습니다.

도와달라더군요. 적당히 도와주는 척하면서 소식을 전해주겠습니다. 

....그녀는 왜 당신을 의심하는 거죠? 당신과 그녀가 척을 진 것도 없으면서.

...설마.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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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역시 재탕은 좀 별로였던 걸까.

샤마르의 우당탕탕대모험이라는 글에 조금 현타가 와서 쓰던거 다 갈아엎고 그냥 스토리 진행이나 하려고.

그 말이 잘못이라기 보단, 가장 단적인 전달도 못하는 글을 써서 뭐하냐 싶어서.


이번엔 해피엔딩. 저번에 누가 전 일지 주인은 죽였으니, 얘는 살려달라고 해서. 살림.

간단하게 하나만 말해주면 난 코즈믹 호러 속에서도 아주 극소수, 규격외의 존재들을 이길수는 없어도 '버틸'수는 있는 존재들이 있는게 좋다고 생각하는 파야.


보기만 해도 미쳐버리면, 너무 재미없잖아? 하지만 그렇다고 개나소나 정신공격 면역인것도 재미가 없으니 극소수인걸 좋아함.

이번 일지 주인이 딱, 그런 크툴루스러운 무엇인가의 본체를 봐도 제정신을 유지할 수는 있는 인원인거지.


물론 스카디랑 스펙터나 글래디아쯤 되면 그런 우주적 존재와 맞짱을 까서 승률이 존재는 하는 경우겠지만.

일지 주인 이번에도 여자임.




당연하지만, 기본 골자는 나폴리탄계라 모든 추리를 존중하고 자신의 추리를 말하는 것도 환영함

1%라도 맞으면 별 말 안하고, 100% 빗나가거나 잘못 해석될만한 여지만 정정해줌.


그리고 언제나 말하지만, 이렇게 댓글 잔뜩 달리고 그거 읽는 게 가장 재밌음. 

댓글이 많이 달려주는 덕분에 글 쓰는 게 아주 재밌음. 그거 읽는 맛에 연재함. 

항상 꺼맙습니다.


그리고 이 미천한 글쟁이의 글을 항상 재밌게 읽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