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면담권이 판매된 지 3일째.


모처럼 생긴 여유에 박사는 오랜만에 식당으로 갔다.

아무 메뉴나 주문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이야기하고 있는 블리츠와 타찬카가 보였다.

"....그래서 그때... 어, 박사."

"어, 쾨츠. 코언이랑 티나는?"

"둘은 잠시 일이 있다고 한다. 나랑 쾨츠만 먼저 식사하고 있는 중이지."

"흐음. 무슨 이야기 중이었어?"

"아..... 그게 말이지."

블리츠는 손으로 개인 면담권 판매지를 가르켰다.

"그..... 소문이 들려서 말이지."

"하아......"

박사는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저었다.

"부정은 안 하지만, 당한거다. '당한' 거라고."

"즐긴 게 아니라?"(러시아어로)

"박사 완력이면 즐길 수도 없을 거다."(러시아어로)

"후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런 걸 팔기 시작한건가?"

"뭐, 짐작은 가지만 말이지."

블리츠와 타찬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야기하지만, 박사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그날 이후로 복도를 왔다갔다하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들.

심지어 의료과에 갔더니 켈시한테

"박사. 유전자의 소중함을 알기 바란다."

확인사살 아닌 확인사살을 당했다.

거기다 복도를 지나다니다 둘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후훗."

의미불명의 미소를 짓는 실론과 얼굴이 붉어지는 슈바르츠.

박사는 그저 이 상황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성회복제 좀 제대로 챙겨먹을걸....."

"쯧쯧."

박사가 한탄하며 입에 빵을 넣으려는 순간.

부우웅-

"누구 호출기냐?"

"내 껀 아닌데."

"나도."

"......."

"후우....."

박사는 입에 넣으려던 걸 내려놓고 호출기를 받았다.

".......아미야냐?"

-바로 아시네요. 박사님.

"말해두지만, 식사중이고 일은 다 끝냈다."

-죄송하지만, 그거 놔두고 올라오셔야 될 거 같아요.

"나 지금 한 숟갈 떴는데."

-이번에는 식사 약속도 잡는다는데요?"

"......? 아. 젠장."

박사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아직 입도 안 댔는데 벌써 가려는 건가?"

"면담권이란다. 빵쪼가리 밖에 입 안 댔으니까 먹을꺼면 먹고."

"......"

"......"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측은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둘을 뒤로 하고, 박사는 집무실로 올라갔다.


"하아..... 나 왔...."

박사는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오다 말을 잇지 못했다.

"아, 안녕하세요..."

".....제시카?"

"우으......"

"......어떻게 온 거냐."

"그.....저기.....박사님."

제시카는 무언가를 내밀었다.

"저기.....저랑 여기서 데이트해주시면 안 될까요?"

"안 될건 없지만.....?! 컥, 컥!"

"바, 박사님! 괜찮으세요?"

"괜찮고 말고가 아니라..... 너, 제대로 가져온 거 맞아?"

박사의 손에 들린 건 유명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명함이었다.

"예전에 업무차 한 번 가 봤는데, 여기 가격이......"

"그, 저기, 하지만, 이미 예약했는데....."

"예약했다고?! 여기를?!"

"네, 그, 이름 듣더니 예약시켜 주던데....."

"......"

박사는 혼이 빠져나간 표정으로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그래서 여긴 왜 온거냐."

제시카의 차를 타고 온 곳은 어느 양복점.

박사는 팔을 벌리고 몸의 치수를 재고 있었다.

"거기 들어갈 땐 턱시도가 필요하다고 해서요...."

"...그 말은?"

"그, 한벌 맞춰 드리려고...... 죄, 죄송합니다....너무 과했죠?"

"아냐. 그냥 입지 뭐. 나도 따지고 보면 제약 회사 높으신 분이라 말이지."

"그, 그럼 여기 구두도.....

제시카가 내민 것은 값이 꽤 나가는 명품 구두였다.

"......"

"드, 드레스 코드 맞추려면 이 편이 나을 거 같아서...."

"후우.....아니다. 줘봐. 신게."

사이즈는 어떻게 맞췄는지, 구두는 박사의 발에 딱 맞았다.

나온 양복을 입고, 박사는 전신 거울 앞에 섰다.

"정장은 잘 모르지만....괜찮군."

"......"

얼굴이 빨개진 제시카를 옆에 두고, 박사는,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저기, 제시카."

"예? 예! 박사님."

"나는 이렇게 입을 건데, 너는 어떻게 할 거냐?"

"저, 저는 준비한 게 있으니 잠시만요...."

제시카는 잠시 탈의실로 들어갔다.

"나왔....."

제시카가 입고 나온 것은 고혹적인 매력을 풍기는 검은색의 원피스 드레스.

거기다, 어쩐지 조금 파여 있는 디자인의 옷이었다.

"어, 어떤가요?"

"크흠! 어, 어. 괜찮네."

박사는 살짝 눈을 피했다.

"그, 그럼 이제 레스토랑으로 갈까요?"

"그러자. 슬슬 배고프고 말이지."


잠시 후.

"어서 오십시오. 예약하셨습니까?"

"ㅇ, 예. 19시에....."

"아.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둘은 직원을 따라 건물 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면....'


"후우....."

박사는 뺨에 도시의 저녁 공기의 서늘함을 느끼고 있었다.

"저기, 제시카. 내가 여길 와보긴 했지만, 그때는 이렇게 테라스석에서 있는 게 아니라 분명 아래 실내에서 먹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거든."

"저, 그, 박사님께 특별한 경험을 드리고 싶어서....."

"......여기는 어지간한 사람은 쳐다보지도 못하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말이지."

"에? 그, 그런 곳인가요?"

'.....설마 모르고 예약한거냐.'

"그, 아버지 이름을 물어봐서 대답했더니 여기로 예약해주던데요...."

"......"

박사는 더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식사를 시작했다.


천천히, 코스에 따라 하나 둘씩 요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박사는 나온 모든 요리의 맛을 음미했다.

".....확실히 더 고급이군, 여기 와서 식사하니 느껴질 정도야.

"그, 그런가요?"

".....그래. 적어도 기분 좋은 경험인건 확실하군."

"헤헤....."

제시카가 싱긋 웃자, 박사도 살짝 미소를 지었다.

"실례합니다. 주문하신 와인 나왔습니다."

마침 주문한 와인이 나왔다.

"자, 그럼."

쨍-

청명한 소리가 울려퍼지고, 둘은 잔을 입에 갖다댔다.

".....강하군."

"강하네요."

강한 알코올 향을 코끝에서 느끼며, 박사는 잔을 다시 입에 갖다대었다. 

".....좋네."

"뭐가요?"

"아니, 그냥 잠깐이라도 이렇게 있는 게 말이야."

"그, 그런가요....."

박사는 제시카를 바라보았다.

쫑긋거리는 귀.

술기운에 살짝 빨개진 뺨.

그리고 방금 마신 와인이 남아있는 듯 촉촉하면서, 앵두같이 새빨간 입술.

술 기운 때문이야, 너무 많이 마셨나보다.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되뇌이며, 박사는 제시카에게 얼굴을 가져갔다.

".....읍?!"

지난번에 한 키스와는 다르게, 이번엔 박사 자신이 주도권을 가져간다.

그리고, 입 안에서 제시카의 혀와 자신의 혀를 얽는다.

제시카도, 천천히 박사의 페이스에 맞춰 혀를 섞는다.

잠깐이였지만 영원한 순간이 지나가고, 박사와 제시카의 사이에 은빛 실 하나가 늘어진다.

"......박사님."

"너도, 원했던 거잖아."

"......그래요."

제시카는 박사를 다시 한 번 껴안고 입을 맞춘다.

이번에는, 박사가 제시카의 페이스에 따라간다.


하아, 하아-

가쁜 숨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입에서 입김이 나온다.

"박사님, 저....."

무언가 애타게 원하고 있는 눈길.

"그, 방, 잡아놨으니까....."

"....이럴 줄 알고 있었던 거냐."

".....네."

박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일어난다.

"바, 박사님?"

".....가자."

제시카의 손목을 이끌고, 박사는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어떻게 입구까지 멀쩡히 나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확실한 건, 적어도 실례는 하지 않았다는 것뿐.

박사는 제시카를 이끌고, 예약한 방으로 들어간다.


순?애로 급히 씀

원래대로는 가학이었는데 급히 바꿈

다음화에 야스 나오고 끝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