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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의 잔몽



기본 정보


   스카디는 꿈을 꾸었다.

 꿈결에 바라본 광경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드넓은 밤하늘은 마치 대양의 수면 위에 떠오른 그림자와 같았으며, 총총한 별들은 심해 속의 등불 같았다. 공기는 축축하다. 너무나도 축축한 나머지 엄청난 부력이 생겨버렸다. 손을 내밀어 살며시 흔들기만 하면 몸이 두둥실 떠오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두 팔을 벌리고 밤하늘을 자유롭고 평온하게 여행했다.

 스카디는 하늘로 헤엄치지 않았다. 그녀는 해안가에 앉아서 고요히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부드러운 파도가 이따금 그녀의 신발을 어루만졌다. 그녀는 여태껏 단 한 번도 몸을 떠나지 않았던 대검을 옆에 놓았다. 반대편에는 붉은 무용복을 입은 소녀가 앉아 있었다. 소녀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었기에 스카디는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없었다.

 자신과 똑같이 부드러운 흰색의 긴 머리를 가진 소녀의 모습은 스카디에게 또다른 친근감을 주었다. 여느 다른 꿈과 다를 것 없이 이 꿈에도 시작이랄 건 없다. 스카디는 자신이 꿈속에 빠져들었단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녀는 이미 이곳에 앉아 있었다.


 “당신은 헌터인가요?” 붉은 옷을 입은 소녀가 물었다. 목소리는 신비로우면서도 감미로웠다.

 “그래.”

 “사냥을 좋아하시나요?”

 “좋아한다고는 못해. 하지만 끔찍한 괴물들은 늘 내 동포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어. 누군가는 싸워야 해.”

 “동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다른 종족을 잡아 죽여야 한다는 건가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어째서 여러분은 모두 같은 동포가 될 수 없는 걸까요?” 소녀는 진지하게 물었다.

 “네가 있는 곳은, 모두가 같은 동포인가?” 스카디가 반문했다.


 소녀는 한참을 곰곰히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있는 곳이라면, 모두들 서로 잡아 죽일 필요는 없어요.”

 “그럼 넌 평소에 뭘 하는 거지?”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전 노래를 불러요.”

 “들어보면, 네 고향이 더 평화로운 것 같네.”

 “지금 보시는 것처럼요.”


 소녀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뻗어 먼 곳을 가리켰다. 시야의 끝에서, 해수면과 밤하늘을 갈라놓은 그 선이 보이지 않게 사라진다. 만물은 서로 섞인다면 서로를 구별하지 못한다.


 “안녕, 이제 가봐야겠어.” 스카디는 검을 들고 일어섰다.

 “사냥하러 가실 건가요?”

 “이제 깨어날려고. 깨어나면…… 그래, 나는 계속 사냥할 거야.”

 “언젠가 당신이 그런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길 바라요.”

 “만일 가능하다면.”


 ……

 스카디는 이 꿈을 꾸는 동안에도 에기르를 떠나지 않았다. 이 꿈도 다른 많은 꿈들처럼 기억의 파편이 되어 뇌리 한구석에 깊숙히 감춰져 있었다. 그녀가 살비엔토에서 붉은 무용복으로 갈아입었을 때의 기억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전혀 헌터 같지 않구나.” 스카디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지금, 너는 무엇일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hypergryph&no=1217169&search_head=100&page=1



맥락상으론 스카디가 이샤믈라랑 꿈 속에서 대화하는 것같은데 의외로 딱히 심한 갈등 같은 게 없네

애초에 해사랑 시테러 자체가 "동화"를 유익한 것으로 생각해서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