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방주. 소녀전선을 만든 우중이와 전우애를 하던 해묘가 따로 떨어져 나와 만든 게임으로, 한국에선 오픈 초기부터 딱 중국의 양산형게임 같은 광고를 해서 대차게 말아먹었지만. 중국에서는 3년동안 서비스 하면서 높은 실적을 내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게임이다. 명일방주는 타워디펜스의 형식을 띄면서 특색있는 캐릭터들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 중에서 나름 머리를 써야하는 특이성 때문에 분재 게임에 지친 유저들의 마음에 한 줄기의 빛이 되준 게임이었다. 게임이면서 이상할정도로 음악에 집착하거나, 사장인 해묘 본인이 직접 아방가르드함을 언급함으로서 아방가르드한 게임이란 칭호를 얻게 된 이 게임은 고등학교 때 부터 나와 함께 같이 한 게임이다. 실제로 나 또한 명일방주의 커뮤니티에서 일종의 고인물을 이르는 은어인 할배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명일방주의 콘크리트층이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난 명일방주를 오픈 때 부터 해온 진성 할배로서 오늘 역시 명일방주를 키기 위해서 핸드폰을 들었다.



아크~ 나이츠! 누군지 모를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나를 반겼다. 분명 확실히 처음의 그 감동과 재미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도 신선한 기믹 등으로 꾸준한 재미를 주는 명일방주는 오늘 대규모 패치를 했다. 서버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접속하자 로비에 세워둔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호~ 리더. 엑시아의 활발한 목소리가 나를 맞아 주었다. 중국서버에서 실시한 인기투표에서 여러번 1위를 하고 오픈한지 시간이 꽤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오퍼레이터였다. 나 또한 과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엑시아의 덕을 톡톡히 본 만큼 나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오퍼레이터였다.



하지만 한국 서버에서 엑시아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바로 엑시아의 줘팸물. 그러니까 엑시아의 줘팸순애를 주 소재로 한 만화가 눈동자에 올라오며 그것이 한국에서의 엑시아의 인기를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실제로 한국에서의 2차 창작에선 엑시아가 나올 때면 대부분 줘팸순애를 당하는 등의 수모를 겪는 엑시아지만 반대로 그만큼 엑시아를 아껴주는 순애파 역시도 많았다. 나 또한 엑시아 순애파의 한 사람으로서 엑시아의 무용론에 맞서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경험치나 돈을 수급하는 기반시설에서 수금을 한 번 하고 3, 4성 운이 좋으면 5, 6성 또한 얻을 수 있는 공개모집으로 가서 공개모집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오늘은 어쩐 일인지 6성 오퍼레이터를 획득할 수 있는 고급특별채용. 줄여서 고특채 태그가 떳다. 내가 비명을 지르며 좁은 원룸 안에서 기쁨을 만끽하는 과정은 생략하고 나는 얻을 수 있는 6성의 범위를 한정하는 나머지 태그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캐스터, 제어형 특별채용 등등... 아무래도 이건 깡으로 고특채를 돌려야 할 것 같았다. 위의 태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오퍼레이터는 성능이 구리기로 유명한 6성인 모스티마나 일자형으로 높은 범위의 딜을 투사하는 이프리트 정도였는데, 이미 대부분의 오퍼레이터를 가지고 있었고 굳이 50% 확률의 죽음의 고특채를 할 필요는 없었기에 때문에 나는 고특채 단독 태그로 9시간을 돌렸다.



'아 여기서 모스티마가 나오면 그냥 자살 해야지. 확률이 몇인데.'



나는 그따위의 안일한 생각을 하며 고특채를 즉완권으로 빠르게 돌렸고, 이내 가방에서 푸른머리의 오퍼레이터. 그러니까 모스티마가 튀어나오자 그만 혼절하고 말았다.



"어흑 마이 깟."



내 마지막 유언이자 단말마는 그렇게 헛되이 공기중으로 사라져 아무 의미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아니, 사실은 누군가가 들었을지도 모른다.






"안녕한가 조선인."



내 앞에는 명일방주의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명일방주의 개발자인 해묘가 있었다. 나는 도저히 내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패닉에 빠졌다! 마치 내가 주식을 했다면 다급히 핸드폰의 주식어플로 들어가 패닉셀을 했을 정도로! 아니 애초에 상하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하이퍼그리프의 사장인 해묘가 어떻게 한국에 있을 수 있는거지?



'그런건가... 너는 알 필요 없다.'



아, 그런건가. 나는 아주 사람을 열받게 하는 화법을 지닌 녹차단또의 말처럼 이해를 포기하고 그저 순응했다. 그래 해묘가 우리 집에 나타날 수도 있지. 혹시 모스티마를 먹은 내가 가여워 고특채를 한 번 더 주기 위해 직접 행차했는지도 모르잖아? 그렇게 눈 앞에서 어색한 한국어 번역채를 하는 해묘에게 무언가를 물을 찰나 해묘가 말했다.


"해외질문은 받지 않는다 조선인. 그나저나 선택해라."



선택하라니 뭐를? 나는 혼란스러워 머리를 붙잡고 바닥을 굴렀다. 마치 오리지늄이 나에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이성... 이성이 부족하다...! 내 심장이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기특한 조선인. 내 세계에 갈 것인가, 아님 죽을 것인가."



순식간에 돌 4개는 먹은 듯 이성이 풀로 차다 못해 청량하게 오버가 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엑시아를 직접 만날 수 있다고? 엑시아는 펭귄로지스틱스 그러니까 물류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잘만 하면 고객으로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내 머리를 혜성같이 강타하는 엑시아와의 순애물을 그리며. 그 즉시 구르던 바닥에서 일어나 해묘에게 절하며 소리쳤다.



"전능하신 해묘신님 절 엑시아와 만나게 해주세요!"



전능하고 자비로운 해묘는 인자하게 한 손을 들어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하란다고 진짜 하네."



"뎃."



내 말은 또 다시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고 공기중으로 흩어졌다. 다행히 마지막 단말마를 들어줄 사람은 있었다는 점이 위안이랄까... 사실 의미 없는게 아닐까...









"낯선 천장이다."



나는 이세계에 온 회빙환들이 꼽는 무조건 해야하는 대사 TOP 3에 들어가는 대사를 내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고개를 내리니 평평하기 그지없는 가슴이 날 반겨주었다. 다행히 성별이 반전된다거나 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은 듯 보였다. 이왕이면 있는게 엑시아와의 순애물을 위해서라도 조금 더 좋지 않겠는가? 몸을 살펴보니 광석병의 기미도 없어 보였다. 나는 가슴깊이 안심하고 기지개를 펴니 내 시야에 푸른 머리카락이 들어왔다. 나는 푸른 머리카락의 남성 오퍼레이터를 생각해봤지만 딱히 그런거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아무래도 이 몸은 엑스트라인가 보다. 로도스에서 엑시아를 매일 볼 수 없는건 아쉽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엑시아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며 몸을 일으키자 내 하체가 전달하는 생소한 감각이 느껴졌다. 평평했다. 하체도.



"어?"



나는 그 즉시 놀라 이불을 걷어냈다. 아니, 이세계 전생하면 거기도 당연히 대물이 되는거 아니냐고. 하지만 내 사타구니는 가슴과 같이 그저 평평할 뿐 이었다. 어? 쎄함을 느낀 나는 방 안을 훒기 시작했고, 이내 내가 방금 고특채로 본 지팡이가 옷장 근처 한 구석에 세워져 있는것을 봐버렸다. 아 씹. 참 어질어질 하네요... 나는 또 다시 머리의 이성이 오링나는 것을 느끼며 근처의 지탱할만한 아무거나 집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연히 내가 짚은 탁자에서 편지 하나가 발견되었다. 아니 억떡계 우연히 많고 많은 테라인 중에서 모스티마이며 내가 마침 잡은 탁자에서 또 다시 편지가 발견되겠는가? 나는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편지지를 봤다.



 from 해묘. 역시 믿고 있었다구 쥐엔장! 다행히도 탁자에 놓인 편지는 해묘가 쓴 편지였다.


<选择了和你最深缘的朋友,好好享受旅行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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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묘 씹년아! 난 중국어 모른다고... 나는 오늘 생애 처음으로 내 신앙을 부정했다. 따흐흑... 그 날 어째선지 옆방에서 들려오는 구슬픈 소리에 옆 방의 한 오퍼레이터는 불쾌한 아침을 맞이했다. 심지어 월요일인데! 따흐흑... 그 오퍼레이터가 방을 나가고도 한참동안 그 방에선 구슬픈 짐승의 울음소리가 흘러퍼졌다. 그것이 성별을 잃은 것에 대한 슬픔일까, 아니면 새로운 삶에 대한 기쁨인 걸까. 그건 아무도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