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여성 오퍼들로부터 탄원서가 도착하는데...
여성 대원 탈의실의 물품들이 없어지고 심지어 속옷을 손 댄 흔적이 있었다는 내용
독타는 그런 인간이 있냐며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대답하고 서류 처리를 하려 서랍을 여는데
그 안에는 좀 전의 언급된 '물품들과 속옷'이 가득하고...
놀란 나머지 소리내서 닫아버린 독타의 옆으로 부관이 괜찮냐며 물어오지만, 이미 머리가 새하얗게 변한 독타는
"어...어..." 정도의 대답 밖에 못하고 굳어버린 채 책상에 시선을 고정한다.
그 때 마침 사무실로 들어오는 사일라흐, 뭔가 즐거운 일이 있는지 옅은 미소는 떠나지 않고...
그녀는 부관에게 "독타의 얼굴이 많이 안 좋네요. 피로하신 게 아닌지...?
마터호른씨가 좋은 간식거리가 있다고 하던데 커피와 함께 가져다 드리면 어떨까요?"
부관도 동의하는지, 그러겠다며 문을 나서버리고 사무실 안에는 그녀와 독타 뿐.
이미 일련의 혼란으로 앞으로 이 사태를 어떻게 피할지 고민하는 것 밖에 못하는 독타는 침묵하고,
그녀는 그런 그를 감상하듯 바라보다가 즐거움을 참을 수 없는 얼굴로 묻는다.
"서랍을 열어봤나요?"
소스라치게 놀란 독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사일라흐의 얼굴을 바라 보고는 절망한다.
만연한 웃음, 행복에 겨운 표정...
뭔가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자신은 이제 포식자 앞에 놓인 먹잇감이라는 것을 인식한 독타는 무언가 말하려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책상으로 조심스럽게, 뜸을 들이며 다가간 그녀는 서랍을 거칠게 열고 내용물을 바닥에 쏟으며 말한다.
"이대로 부관이 들어온다면, 당신은 어떻게 될까요?"
절망. 그는 어디까지 그녀의 함정에 얽혀 있는지 모르는 채 앞으로의 미래를 상상한다.
그 곳에는 새까만 절망 뿐이다.
그녀는 부드럽고 자애가 넘치는 몸짓으로 움츠려있던 그의 몸을 조심스럽게 똑바로 세우고,
안기듯 다가가 그의 귀에 속삭인다.
"도망치고 싶나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 내 말만 듣는다면,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에요."
이미 울상이 된 그의 얼굴을 끌어 안으며 정복감에 취해 있던 그녀는
재빠르게 바닥에 널부러진 것들을 챙기고 그에게 짧게 키스한 뒤 작은 쪽지를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여유가 넘치는 그녀의 뒷모습이 문을 빠져나가자 기다렸다는 듯 부관이 들어와 얼이 빠진 독타를 보며 놀란다.
"어머, 오늘은 평소보다 컨디션이 더 나쁘시네요. 일단 좀 쉬시는게... 방까지 가실 수 있으시겠어요?"
"아니... 그래. 좀 쉴게."
그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하며 사무실을 나섰다.
독타의 개인실이 위치한 지하 1층의 복도를 느릿느릿 걷던 그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방을 지나쳐 계속 걸었다.
'사일라흐'
그가 멈춰선 곳에는 방의 주인, 그리고 그의 주인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는 나쁜 짓을 한다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