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korokoro


7화: W・laugh・making

원문: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4602661

#명일방주 #이차창작 #W(명일방주) #미드나이트(명일방주)


작가의 말: 가끔씩 손님을 받아들이는 로도스의 일상 이야기.

W는 매우 성실하고, 테라 세계에는 괴로울 정도로 정직하다는 이야기입니다.


8화: 성녀님의 미드나이트・애프터

원문: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4862230#1

#명일방주 #이차창작 #미드나이트(명일방주) #프라마닉스(명일방주)


작가의 말:미드나이트가 프라마닉스를 접대(호스트)하는 이야기입니다.


역자주의: 이번에 두편을 한 게시글에 묶은 이유는 읽으면 알 수 있을거임. 그러니 그 전 주의로써, 이 두편의 공개일은 각각2021/02/05와 2021/03/15임. 최근에 공개된 설정들과 다를 것이고, 7화는 주요 스포일러성 인물의 이름이 언급되고, 8화는 최근에 공개된 이벤트인 브레이크 디 아이스와 정면충돌함. 그걸 감안하고 읽어주길 바라고, 브레이크 디 아이스의 이야기를 모른다면 그저 즐겨주길 바람. 7화는 내가 놓인 것일지도 모르지만 W에 관한 어느정도의 오리지널 설정이 튀어나옴. 어느정도 감안해주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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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월모일-로도스 복도.

 W는 지나치는 미드나이트를 향해서 아름답게 양손 중지를 세웠다.


W・laugh・making
가구 재배치

"-정말이지. 어째서 나에게 이런 일을 시키고 아무렇지 않은건데?"


 W는 목각 화장대를 조심히 닦아냈다.

 카즈델 양식의 방이다. 티 하나 없는 거울은 촌스러운 작업복을 입고있는 위태로우며 육감적인 여성의 무뚝뚝한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뭐지? 나흘 뒤면 오신다는 쉐라그의 대~단하신 분들이 사용할 침실에 무언가 설치해주었으면 하는거야?

 이거 부려먹는 건가? 아~ 그런가. 그 고양이를 뒤집어 쓴 고양이녀가 생각하는 일인걸, 나를 부려먹는게 틀림없겠지. 'W, 나는 너의 폭파 해체기능은 높게 평가하고있다. 보너스는 기대해라.'같은 말 할 것 같지 그 자식."


 W는 켈시의 성대묘사를 선명히 피로하며 "말할리 없잖아 그 괴물 고양이가."라면서 비웃듯이 웃었다.


"하지만 그렇네. 내가 무언가를 설치하는 것을 기대하는게 분명해.

 잠깐 한시간 정도 휴식하고 올게-짐이랑 도구들을 가지고 올게!

 벽이건 천장이건 가능한한 가득 이것저것 설치를 해두어서 노인분들의 비장한 영상을 테라 전토에 생방송 해버리면 분명 동냥만으로 로도스를 반대로 고용할 수 있겠네. 정말 기대된다!"


 가슴에 손을 댄채 W는 연기가 들어간 턴을 뽐낸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청소하는 손은 멈추지 않는다니, W씨는 정말로 성실한 사람이네."

 얼마안가 로도스의 폭파계획을 기분 좋게 읽어낼 법한 W를 히죽거리며 지켜보고 있는 장신의 남자는 미드나이트다.

 뿔이 없는 살카즈라는 이채(異彩)적이며, 극동 출신의 전 호스트라는 이색의 경력을 가진 그는 술술 장신을 굽히면서 방의 스톨을 정중히 포장해갔다.


"-아앙? 지금 말은 이 방의 벽에 폭탄과 함께 묻혀버리고 싶다는 소리야?"


 W의 턴이 곧바로 멈췄다.

 책상에 행주를 내달리고 있는 채로 W의 등은 샤프트를 돌려서 쳐다본다.


"서비스로 해주고 싶은 부분이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메이드인 척 하는걸로 바쁘거든. 살크즈식의 대접이라도 받고 싶다면 용문폐를 다발로 묶어오라고 다발로."


 눈을 크게 뜨고서 이빨을 까서 내보인다. 호들갑스러운게 오히려 귀여울 정도의 웃음은 꼬마라고 얕본 상대에게는 예외없이 지옥을 보여준 자부도 존재한다.


"어이쿠 실례. 나를 묻어준다니 영광이지만, 그 손도 벽도 더럽힐 일은 없어."

 W를 아는 상대라면 싸움의 경험이 많은 살카즈조차 떨 정도의 협박이다만, 미드나이트는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어께를 움추려 보인다.

"그 때가 온다면 스스로 잘 묻혀 보일테니, W씨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웃음을 보내주었으면 해.

 그리고 켈시 선생님의 지시로 그 소파는 그대로 두는 것 같아."

"......그래? 사람을 앉히는 거구나. 다른 사람을 이 소파에다."


 마음에 안들어. W의 혼잣말을 티끌하나 없이 청소 된 소파의 좌면이 받아들인다.

 팔꿈치 받이를 '콕'하며 쓰다듬는 새끼 손가락이 진짜 가죽으로 된 소파에 희미한 자국을 남겼다.


"-뭐, 쉐라그의 할배들은 용문의 쉐이와 식사회를 가지는거지? 카즈델 양식의 방으로 대접받는게 카시미어에 대한 의리 세우기라는 의미라도 이상적일지 모르겠네."

"응? 그건 무슨 뜻이야?"

"오는건 쉐라그의 노인들이고 광석병 치료약의 배분 문제로 염국-제대로 말하면 용문과의 교섭일려나."


 갑자기 네개의 나라가 튀어나와 혼란해 하고 있기에 의문부호를 띄우는 미드나이트에 향하여 W는 참으로 질렸다는 듯한 한숨을 내쉰다.


"하아. 너, 여기를 무엇을 위한 청소인지 듣지도 않은거야?"

"그건 아니야. 쉐라그의 대단하신 분들이 오시고, 다음날 염국에 갈거라고는 들었다고?"

"용문에 외유하는 쉐라그 사절단의 단기방문, 이야."


 해명하는 미드나이트의 말을 섬세히 정정하는 W다.


"그래 그거.

 하지만 그거 이외에는 카즈델 양식을 조금만 남기고, 뒤에는 '다국적이며 오리엔탈한 분위기로 해라.'라고 들었을 뿐이야.

 켈시 선생님은 많은 말을 해주시지만, 핵심을 알려주시는 일은 적으시니 말이야.

 정말......비밀이 많은 여성도 또한 매력적이네. 로도스에 오고서의 내 눈은 눈부심에 눈이 어두워지고만 있어."

"도움이 되지 않는 눈알이라면 파내버리는 것도 좋지만......이번에 실수를 일으키면 곤란하단 말이지."


 조금 묵고한 뒤, W는 이인용 소파에서 등을 뒤로 뺐다.


"'미드나이트. 조금 거기에 앉아서 W의 고마운 얘기를 듣도록해.'"

"오, 오키드씨!?"


 카펫에 클리너를 돌리던 미드나이트는 갑작스레 들려온 오키드의 성대묘사에 뒤돌아본다.


"이......이건 나에게  설명해준다는 소리려나?"

"그래. 옆이 아니라 반대편에 앉으라고."


 옆에 앉으려던 미드나이트를 걷어 차고서 반대쪽 소파를 가르킨다.


"할배들의 접대에서 저지르는 바람에 이 방에 무언가 일어나보기만 하라고.

 내가 제정신을 차리고서 로도스가 탄소재 덩어리가 될 때까지 분해해 버릴지도 모르겠으니까.


 잘란 듯이 다리를 꼬는 W이다만, '누군가'가 앉을 공간을 침범하지 않도록 끝부분에 앉고 있었다.

 전에 이 방에 있었던 '누군가'의 그림자를 계속 쳐다보는 듯 하다.


"이 커다란 원쳡이 우르수스야. 동쪽에 있는 옆 원쳡이 염국. 중간에 낀 컵이 용문이라고 하자. 로도스의 현재 좌표가 대충 여기.

 세계지도는 학교에서 배웠을려나? 나는 폭파한 학교의 교과서로 기억했다고?"


 사이드 테이블에서 쟁반과 유리잔을 몇개 테이블 위에 올리고서 한개 한개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간단히 테라의 지도를 만들어낸다. 로도스 역할의 유리잔에 물을 부은 W를 미드나이트는 생글거리며 보고있었다.


'원쳡이라는 말투가 귀엽네'같은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걸까? 언젠가 폭약을 엉덩이에 달아버리고 태워버릴까 생각한다.


"-그래서, 염국에서 꽤나 떨어진 카시미어가 서쪽 컵.

 쉐라그는 독립국가이지만 국력을 사이즈로 나타낸다면 거의 소주잔이야 소주잔.

 -내가 말하기도 그렇지만 체르노보그 사태로 감염자를 보는 눈이 엄해졌지? 단순한 감염자와 리유니온의 구별이 되지도 않고 말이야.


 어느 나라건 감염자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은지에 대해서 모르게 되었지만, 단순히 이동도시에서 내쫓는 걸로 좋은 존재로도 되지 않았다,는 소리야.

 강제수용소든 슬럼이든 쳐넣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다는 것을 체르노보그와 용문에서 명백해졌어."


 W의 이름을 아는 자로써는 의외를 느끼며, 인격을 아는 자는 당연하다 생각하는 거다만, 그녀는 사람을 잘 돌본다.

 미드나이트가 얘기를 듣는 자세를 보이고 있기에 입은 온화하며 매끄럽게 돌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라 위에서 한껏 뽐내시는 이야 그거 참 잘~나신 사람들께서는 몇날 몇일이건 사랑하는 사이인 것 마냥 얘기하고서는 대애충 두가지의 패턴을 잡자고 정한거야."


 오른쪽 손등을 미드나이트에게 보이며 센다."첫~번째" 중지를 곧바로 하나 세운다.


"감염자의 상대방 국경으로의 이동을 막지 않습니~다. 테러리스트가 유입하는 것도 스파이가 섞이는 것도 잘 몰~루겠는데요라는 녀석이지. 칼을 갖다대는 것과 마찬가지인 뱅뱅 꼰 선전포고지."


 W는 우르수스의 쟁반을 용문의 쟁반에 툭툭 부딪힌다.


"그리고 두우~울.

 피스사인이 생길거라고 생각했어?

 안~타깝네, 이번엔 왼측의 〇uck 사인이였습~니다.

 국경을 접하는 나하고 너는 서로의 감염자를 조금 상냥히 취급하고, 상대 나라에 보내거나 하지 않습니~다. 뭐, 그 아종으로 상대나라에서 일부러 받아들이고서는 살아있는 곳에서 그대로 죽이는 곳도 있지만, 지금은 관계 없지. 그리고 그............쓸데없이 숨막히게 더운 얼굴을 내리라고."


 손가락을 내린 손으로 카시미어와 쉐라그의 유리잔을 '건배'시킨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몸을 내민 미드나이트의 뺨을 찌르고서 의자로 돌린다.


"-너어어어어어~무하네! 원래라면 같은 나라의 인간인데도 몸 표면에 조금 돌이 나타났다는 이유로 크게 소란을 피우고 말이야.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다보니 웃음이 튀어나오네. 우리들 살카즈와 비교하면 누가 마족인건지.

 이런 상황은 누구도 바라지 않았는데......"


 W의 손은 소파의 좌면을 어루만진다.


"그래. 당신께서도 바라지 않으셨었지요."


 웅얼거림은 붉은 입술 안에서 머물렀기에, 누구도 들을 일은 없다.


"W씨. 계속해줘."


 몸을 내밀고서 경청하는 미드나이트.

 점점 W가 가르치고 있는 것인지 미드나이트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인지 구별이 안가기 시작해지고 있다만, 계속하기로 한다.


"후우......그래서 이번에 카시미어랑 쉐라그는 서로의 국내에 있는 감염자-까놓고 원석에 닿는 저변 노동자와 난민들 뿐이지만-그것들을 자국이 받아들인다. 서로의 나라에 보내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계약을 하는거야.


 감염자를 싼 원석 노동력으로써 부려먹자는 것은 나라로써는 조금 매력적인 면도 있으니, 서로의 토지사정으로써 보면 타당한 부분이지.


 카시미어의 국경 부근에는 카란을 신앙하는 커뮤니티도 있고 쉐라그의 상층부는 온건파 비스무리한 두더지 자식들 뿐이니 사이가 좋은척 하기에는 문제가 없지. 쉐라그는 애초에 감염자에 대한 편건이 적은 토지였으니 말이야.


 -그래서, 감염자를 받아들이는 이상 두 나라에서 너무나도 치료환경에 격차가 있는다면 계약의 보증이 사라진다는 소리지. 누구라도 펜스의 저편에 낙원이 있다는걸 안다면 터널을 파고 싶어지는 법이잖아?

"거기서 우리들 로도스가 튀어나온다는 거네."


 납득한 미드나이트는 추임새를 친다.


"그래-용문의 슬럼으로부터 '감염자가 줄었을'것이니까, 로도스로부터의 치료약을 도매하는 양이 줄었을거 아니야? 그럼에도 용문은 로도스와의 지위협정을 방패로써 구입양을 유지하고있어."


 W는 로도스의 컵에서부터 용문의 유리잔에 물을 따라 붇는다. 계속해서 카시미어에 꽤나 되는 양을, 쉐라그에는 유리잔의 밑바닥이 젖을 정도의 몇방울을 붇는다.


"쉐라그의 감염자 치료제는 카시미어에 비교하면 빈약하다는 한마디로 끝나.

 감염자의 절대수가 적었기에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뿐이야.

 그러니 아직도 용문이 확보하고 있는 치료약의 구입양의 양보 받고자 하는거지.

 작은 이동설비 정도라면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이 움직이니, 쉐라그의 할배들은 이 존귀한 방에 묵으면서 로도스와의 관계를 카시미어와 용문에 어필하고서 교섭에 응한다는 것이지."

"아~. 그렇다는건 그런건가. 로도스가 용문에도 카시미어의 측에도 서지 않았음을 보이고 위해서 카즈델 양식으로?"


"그래."


 용문과 쉐라그, 두개의 유리잔을 나란히 두고 쳐다보니, 진지한 표정의 미드나이트가 일그러져 보였다.


 가구품의 장식, 벽지의 모양에서 메모장의 메이커까지, 이 방의 80%는 카즈델의 공기가 충만해 있으며, 나머지가 로도스가 방문했었던 다국적인 비품이 점하고있다.


"정확히는 이국적인 정서이면서 무국적,이지. 이딴게 카즈델 양식이라고 착각한다면 조국애 같은건 생각치도 않는 나조차 소름이 돋는다고.

 우리들의 일은 이 방에서 카시미어와 용문을 엮을 수 있을 것 같은 가구를 바꿔치우고, 쉐라그용의 고급 노인 홈으로 만드는 일이야.

 나라면 로도스를 한 번 해체하고 나서 켈시와 노인용의 캣 타워를 지워주고 싶지만......정말로 가증스러운 일이네.

 이걸로 내가 기분이 나쁘고 지금 당장이라도 너를 목졸라 죽이고자 싶어하는 이유가 알겠어?"

"충분히 이해했어."


 유리잔 저편의 일그러진 미드나이트가 미소를 짓는다.


"사실은 W씨가 이 방에 그 누구도 묵이고 싶지 않다는 정도는 말이야."

"그것도 정답이지만 크게 틀렸어. 나의 본심 같은건 아무도 몰라. 알게 된 생각이던 녀석들은 전부 발 밑의 폭탄을 눈치채지 못하고 가루가 되었어.

 너도 그 바보들의 대열의 같이 줄을 서고서 순번을 기다리고 싶은거야? 나는 안말려."


 미드나이트의 위로를 웃어 날린다.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에 상처를 받았으며, 무엇에 화내는가.

 무엇에 집착하며, 무엇을 사랑하고자 하는가, 그 본심을 파악될 일에 대해서 W는 마음 깊이에서 두려워하고 있다.

 소중히 해온 것들은 파괴되어져 왔으니까.


"나는 언제나 이 로도스를 날려버리고 싶다는 욕망에 쫓기고 있다고. 이 배에 어울리는 인간 같은건 이제 한 명도 타고 있지 않으니까, 그대로 고철로 되돌리고자 하는게 숙원이라는 거지.

 나는 로도스가 지불하는 돈과 치료약에 눈이 먼 동안에만 폭파충동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중이라고?"

"그렇네. W씨는 매우 끈기가 강한 사람(여성)이야."


 -지금, 이 녀석 여성이라고 적고서 사람이라고 읽었지?


"정말, W씨가 끈기가 강하다는 소리는 여러 상처들로부터 버티고 있다는 소리겠지.

 그리고 로도스에 모이는 사람들은 모두들 상처와 같은 형태의 여러가지 생각이 있는거겠지. 여기는 상처와 병을 치유하는 배야-그것이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야."

"그럼에도 상처로부터 지키는 일은 나도 너도, 혹은 그 누구도 불가능해.

 여기도, 예전에는 그런 상처와 고통에서 지키는 배였었어. 적어도 한 사람은 상처를 주지 않는 배로 하고자 했었지. 그런데 그 아름다운 의지는 세계에 넘쳐나는 악의와 광기에 삼켜지는 바람에 배는 바뀌어 버렸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 해.

 입으로 알 수 있다고 말하면서 언제나 누군가를 팰 뿐이지. 망가진 문은 누군가가 고쳐버리고 말았어.

 너는 어때? '상처를 매워주면 해, 나에게 치유 받고 싶은거야 미드나이트?'"


 오키드의 목소리로 색기를 내보는 건가, 양손을 올리고 항복한 미드나이트는 머리를 젓는다.


"나는 말이지. 모두(여성)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웃어주었으면 할 뿐이야-나의 눈 앞에서 웃어주면 최고지만, 웃음이 어딘가에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굉장하다고 생각해.

 예전 로도스의 망가진 문의 저편에는 마음 속에서 부터 웃고 있는 W씨가 있었던걸까?"

"있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와서 문은 이미 고쳐져서는 닫혀 있을 뿐이야.

 예전부터 시계만은 부서질 일 없이, 지나간 시간은 전부 기록 되고 있는걸."


 화장대의 위에 노여진 싸구려 디지털 시계를 W는 본다.

'절약이 아니라, 이게 가장 시간이 정확하고 알기 쉬운 걸.'

 그렇게 웃었던 사람의 목소리가 이제는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네. 무언가 재미난 일이라도 일어나서 마음에서부터 웃는 때가 있다면, 마음에서부터의 웃는 얼굴이란걸 너에게 보여줄지도 모르겠네.

 자, '아직 일은 끝나지 않았어요 미드나이트씨. 박사님을 과로사 시키자고요.'"

"어이쿠. 그 말대로네 CEO. 오늘은 빛나고 있네."


 미드나이트가 허리를 올린다.


"-참. 기록에 관계가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켈시 선생님께서 W씨에게 전할 말이 있다는게 떠올랐어. 책상 안에 있는 물건이 필요하다면 가져가도 좋다고 말이야."

"뭐어? 뭐야 그거. 이 방에 필요 없고 나한테 필요한건......"


 말을 듣는대로 서랍을 꺼내어 옅본 W는, 몸의 떨림을 감추고자한다. 감추려고 한 사실은 미드나이트도 알았겠지. 장신이 소리없이 뒤 돌아 눈을 피하는 기척이난다.


"......그렇네, 금품이 있는건 아니지만, 곁에 두고 싶은 모습이라면 여기에 있었네."


 용병 폭탄마의 섬세한 손가락 끝이, 액자에 담긴 한장의 사진을 집는다.

 두 명의 살카즈 여성이 찍힌 사진은 W가 두고 온 마음에서 나온 웃음을 바랜 표면에 남기고 있었다.


 다음 날 식당에 느긋이 지내던 W는 프라마닉스가 한번 쉐라그에 귀환한 뒤에 '카란의 성녀'로써 로도스에 방문한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주변 오퍼레이터들이 떨 정도의 혀를 차는 소리는 뽐내었다.


성녀님을 기다리면서

 이틀 뒤  p.m.08:55  로도스, 중앙구역 귀빈실(가칭) 


"진짜로! 어째서 나에게 프라마닉스가 묵는 방의 경비 같은 걸 맡기고서 아무렇지 않은건데!?"


 이틀 전에도 비슷한 말 하지 않았었나? 하고 W는 조금 줄어든 가증스러움을 뱉어냈다.


"아무렇지 않지는 않다만, 미드나이트의 추천이다. 조금전에 엔야님의 시종분들이 이 방을 확인하기 위하여 들어왔으니, 부실의 내장을 아는 너에게 한 번 확인을 부탁하고 싶다."

"흥......성녀님의 방에 도청기라도 설치하고자 하는 녀석에게 심적으로 예상가는 바가 있는 모양이네.

 그런 것 보다, 그런 태도로 나에게 부탁할 정도라면 차라리 미드나이트에게 맡기면 되잖아. 그렇게나 나하고 둘이 있고 싶었던거야? 싫~다 참, 나의 매력은 쉐라그의 딱딱한 것들 까지도 넋을 놓아버릴 정도라니, 너무나 황송해서 폭파시켜버리고 싶어지네."

"......미드나이트는 지금 한창 엔야님의 접대중이다.

 그 녀석, 극동의 호스트인가 뭔가 하는 이유로 엔야님의 접대역(호스트)을......

 스튜어드군에게서 들은 얘기로는 의외로 잘 하고 있는 모양새라는듯 하다만, 오히려 화가 나는군!"


 벌래를 씹어 버린 것만 같은 매트호른은 사실 바로 조금 전까지 주방에서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쿠리어는 로도스에 재류중인 실버애쉬에게 붙어있는듯 하다. 쉐라그의 사절단에서 성녀의 여동생인 클리프하트는 떨어지게 되고, 카란 무역회사의 얼굴들이 손을 댈 수 없는 위치에 그 호스트가 있는 현상황에 부끄럽고 창피한 생각이 들은거겠지.


"'야카 아저씨들도 큰일이네. 오빠와 언니가 마주치지 않도록 신경쓰고 말이야.'"

"엔시아님의 목소리 흉내는 하지 말아다오! 알고는 있다만, 뇌가 혼란을 느낀다!"


 성대묘사를 피로하는 사이에 서랍을 열고서 데스크의 뒷부분을 손가락을 훑고, 콘센트의 커버를 열어서 세공을 확인한다. 이윽고 샤워기 헤드의 안까지 조사한 W는 입꼬리를 내려서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짓고서 기지개를 킨다.


"이상은 없네. 내가 눈치채지 못할 레벨로 도청기등을 설치할 수 있는 인재는 로도스에 한 사람 밖에 없겠지."

"호오? 그건 누구지?"

"나."


 호텔의 하우스키핑조차 이 이상은 기대 할 수 없다,라는 정녕함을 겸비하고 있는 화장대를 닦아 올린 W는 거울에 비치는 자기가 지어낸 웃음에 위화감을 감출 수 없었다.


"카즈델의 직인이 직접 조각한 거울대, 철혈의 모양이 들어간 벽지, 발이 묻힐 것만 같은 카펫과 진짜 가죽을 쇠못을 박아서 엮은 솜으로 된 단단한 소파. 역시, 지금 나하고 어울리지 않는다는걸 느끼게 만들어 주는 방이네."


 원래 이 거울에 웃는 얼굴을 비추어야 할-이 카즈델 양식에 살고 있어야할 사람은 달리 있으며, 그 사람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 방은 그야말로 소중한 분의 휴식을 위한 곳이야.

 뭐, 그런 점에서 너희 들의 성녀님은............합격점 아니야?"

"W?"

"이 방에 누군가가 묵는 일을 내가 납득할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는 소리야."


 침묵이 찬다.

 양뿔의 늠름한 포르테 남성은 W의 감상을 방해할 정도로 멋 없는 자는 아니었다.


"이제 그만 돌아가도록 할게. 방을 쓰고 나서 어땠는지는 나중에 프라마닉스에게서 들어 줘."

 방에서의 일이 끝난 이상, 침실이 사랑스러워지고 말았다. 이 방에는 혼잣말을 들을 상대는 없다만, 침실에는 한 장의 사진이 있다. 보고싶은 웃는 얼굴이 찍힌 한 장.


"야카, 큰일이야!"


 쾅. 방을 나가고자 했던 W의 앞에서 문이 갑자스레 열렸다. 뛰쳐 들어온 당황한 얼굴의 쿠리어는 W와 격돌하기 직전에 멈춰선다.


"엔야님이- 엔야님이 엔시데디스님, 엔시아님과 마주치고 저편의 방에서 묵기로 하신 것 같아!"

"뭐라고!? 미드나이트는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니까 미드나이트가 주선한거라고!

 정말이지, 직전까지 엔시오데스님과 함께 있던 박사도 분명 한패야. 어째서 이런 타이밍에 수상한 일을 벌이는건데!?

 문이 고장나서 엔야님의 경호는 일단 떨어졌지만, 금방 이 방에 오고말거야. 엔야님을 모셔오던가, 경호를 들어오지 않게 해야 돼!"

"그렇다면 이 방에는 '엔야님'이 계시지 않으면 안되잖나. 경호원들을 두고서 형제자매의 곁에 가신게 알려지면, 엔야님과 엔시오데스님의 체면에 관계될 거다."


 무심코 무언가를 눈치챈 매터호른이 희미한 희망을 안고서 W쪽을 바라봤다.

 다음에 올 매터호른의 말을 한마디 틀림없이 예상해낸 W는 눈치채지 못할 만큼의 헛기침을 한 번 하고서 목의 상태를 갈무리했다.


"그런데 W'씨' 당신께서는-"

"엔야님의 목소리를 흉내내는게 가능하십니까, 하고 나에게 물을 셈이야?

 그런거라면, '성녀에게 목소리를 흉내내라고 말씀을 올리신다 하신들, 그러한 행위를 카란에의 맹세를 걸고서 받아드릴 수 없습니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잖아?"

"......!?"

"오오."


 프라마닉스의 목소리를 똑 닮게 연기해낸 W의 성대묘사 대사에, 매터호른과 쿠리어는 눈과 입으로 3개의 O를 만들어낸다.


"당신들이 밖에 나가있지 않으면 실버애쉬의 관여가 의심받게 되잖아. 그니까 '성녀를 두고서 빨리 본래 주인님 쪽으로 돌아가십시오. 자, 빨리.'"

 W는 프라마닉스의 섞인 성대묘사 연기로 쉿쉿하며 손을 흔들어 둘을 쫓아냈다. 카란 무역회사의 두 명은 쉐라그의 사절단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프라마닉스를 숨긴거 아닌가 의심받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복잡한 표정의 2인조는 인스턴트 성녀(가칭)를 두고서 방을 나선다.


"드디어 시끄러운 녀석들이 없어졌네."

 분명 중앙구역의 바깥에 있는 카란 무역회사의 사람들에게 배정 되었을 방 쪽에서는 매우 소란스러운 입씨름으로 된 광란에 휩싸이고 있겠지.

 실버애쉬의 무관심한듯한 얼굴이 지금쯤 어떻게 바뀌었을지 상상하는 것은 W의 즐거움이었고, 형재자매 사이의 싸움이라도 벌려서 한 구역이 날라가도 재밌겠지.


"그렇다고는 해도 문이 고장,이라고.

 이런 재밌는 타이밍에 부서진다니 거 참 행복한 문이네."


 망가진 문의 저편에는 잃어버리기 전의 얼굴이 보였던걸까?

 2인용 소파에 허리를 맡긴다. 진짜 가죽이 팽팽한 앉을 자리는 차가운 탄력을 가지고서 W를 받아들이고, 티끌하나 없이 닦아낸 화장대의 거울은 조금 피곤한, 하지만 꾸밈없는 웃는 얼굴을 비추고있다.


"하지만, 덕분에 지금은 조용하니 좋네. 그렇지요? ......테레시아님."


 W에게 있어서 소원을 함께하고 싶었던 유일한 사람.

 웃고있어 주었으면 했던 단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W는 과거를 떠올려주는 황홀에 빠졌다.



다음날  a.m.07:15  로도스, 오퍼레이터 통로


 신선한 아침공기가 창문에서 불어오는 복도를 신선하지 못한 표정의 미드나이트가 걷고있다.

 마셔서 날을 지세운 것일까? 어딜봐도 숙취인 살카즈 남자는 푸르른 얼굴을 하고서 눈도 못 뜨는 오키드를 어께에 매고 같이 휘청거리고 있었다.


 거기서 격벽을 이어주는 문이 열리며, 무뚝뚝한 얼굴의 W가 얼굴을 내밀고서는 미드나이트를 눈치챈다. W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채, 지나치는 듯이, 미드나이트를 향해서 양손 중지를 아름답게 세웠다.


 아침의 청렴한 분위기를 폭파하는 제스처에 "와오."라는 얼굴로 뒤돌아보는 미드나이트.


 계속해서 W는 말 없이, 세운 양손의 중지로 붉은 입술의 끝 부분을 초승달처럼 들어올린다.


 -이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마음에서부터의 만든 웃음이야.


 조금은 즐거웠던 어젯밤의 답례로써 W가 보여준 최고의 진심은 미드나이트만을 향하고 있다.


"정말, 아름다워. 빛나고 있어."

"......뭐라고 미드나이트?"

"여성의 웃음과 오키드씨는 언제 봐도 멋지다는 소리에요."

"머리가 아프네......"


 문이 닫히고, 여자 살카즈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두통을 잊은 미드나이트의 얼굴에도 달성감이 있는 웃음이 떠올라있었다. 



성녀님의 미드나이트 애프터

"저는 한 번 쉐라그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됩니다......하아."


 아미야 CEO의 방을 방문한 프라마닉스는 귀찮다는 본심을 얼굴에 붙인채로 말을 꺼낸다.


"1주일 뒤에 있는 용문과의 회담에 덤으로써 얼굴을 내밀라고.

 저는 싫다고 말을 올렸습니다만 쉐라그의 노인들은 얘기를 듣지 않더라고요.

 내일 모래에는 성녀로써 돌아올 예정이니 마중 나오시는 분께는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하아아."


 프라마닉스는 깊게 머리를 내리면서 한숨을 내쉬었고


"큰일이다--내가 한 팔 거둬서 그녀의 호스트(접대역)을 해야겠어."


 문 저편에서 때마침 지나가던 미드나이트가 얘기를 듣고 있었다.


마중

 30시간 뒤, p.m. 03:55  날씨/쾌청  로도스 갑판


 접현 브릿지에서 웃음을 억지로 버텨내는 오퍼레이터들이 정렬해 있다. '쉐라그의 무녀님'의 등장을 기다리는 켈시를 필두로 한 접대반이다. 타이트한 로도스 제복으로 엄하게 정렬하고 있지만, 그들의 대다수는 내심 동료 오퍼레이터인 프라마닉스가 어떤 얼굴로 등장할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쉐라그의 배를 올려다 보고서 억지로 참고 있던 웃음을 한 순간 지운다.


"성녀님이 납심니다."


 규격 밖의 커다란 승강구에서 내려온 것은 사절단이지만 걔 중에 프라마닉스의 모습은 없다.

 대신, 정렬한 사절단의 안쪽에서 목조 '가마'가 굴강한 꾼들의 손에 의하여 운반되어져 온다. 이동설비의 안에서 나타난 목조의 탈 것은 불합리한 장식의 무게를 충분히 느껴지게 하는 소리를 내면서 로도스에 안치된다.


(저거 요여라는 건가?)

(프라마닉스가 타고 있는 거겠지.)

(가마가 통과할 수 있도록 승강구가 큰거냐고.)


 시간을 들이 붇다 싶어서 하는 바보스러울 정도의 '권위 부여'--가마의 문을 호위가 열고, 엷은 비단의 커튼이 뒤집어지자 성녀님의 모습이 처음으로 정식 방식으로 로도스에 내려온다.


 --거기에는 로도스가 아는 오퍼레이터・프라마닉스는 없었다.


 실버애쉬가의 장녀 엔야=실버애쉬조차도 아니었다.

 카란의 엄동을 몸에 두른 성녀가 신의 하사품인 종을 울리면서 한발을 내딛는 순간, 로도스의 브릿지는 쉐라그 최고의 종교적 권위를 알현하는 장소가 되었다.


 굴강한 전사가 주먹을 올려서 무뤂을 꿇어서 만든 대열의 사이를 성녀가 걷는다. 가마의 문에서 영봉의 차가운 바람이 불어 날뛰는 환각에 몇 오퍼레이터들이 몸을 떤다.


 시종은 선도를 받들고, 떨어진 꼬리의 뿌리 부분을 걷는 것만 같은 손톱만큼의 차이와 리듬의 흔들림도 용서하지 않는 세 걸음.

 그리고 묵례.

 다시 다섯 걸음.

 오른손의 종을 카랑하고 울린 성녀는 한 순간의 방심도 느슨함도 용서하지 않는 영봉신앙의 엄연함을 등에 지고서, 마침내 로도스에 내려왔다.


"환영을 기쁘게 받들도록 하지. 카란의 엔야라 하네."


 그저 한마디.

 '권위'에 있어서 용문의 집정들보다도 위를 달린다는 쉐라그라는 한 나라의 종교적 최고자의 말은 그 뿐이었다.


p.m.04:20 로도스, 사무실

"--라는 느낌으로, 언제나의 프라마닉스에게서는 상상도 안 가는 분위기여서 말이야.

 뭐라고 해야하지? 아우라? 마치 신기루 같아서 말이야~."

"참내. 그래서 도망쳐 온거야 에단?"


 엄격함에 버티지 못한 에단의 얘기를 듣고서 표정을 찌푸리는 사무실 동료인 오키드였다.


"아니 제대로 환영의 식전에까지는 정렬했었다고? 그리고서 '내가 안보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두고서 모두들 가버렸다, 라는 거지.

 이야 이거 참, 존재감이 없는 남자는 괴롭네. 언제나 사람들에게서 잊혀져 버려."

"너는 대부분의 일은 문제없이 해결하지만, 뭐든지 용서 받을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말아주면 하는데.

 하아......그래서? 쉐라그의 성녀님께서는 스케줄을 따라서 로도스를 보시는 중이야?"

"예정대로라면 온실에서 아이들의 환영을 받고 있는 중이겠지.

 표면상으로는 '쉐라그의 성녀님께서 로도스를 견학하신 뒤 용문으로의 첫 방문'이라는 형태가 되었으니까."


 뉴스 사이트를 비추는 단말을 에단이 보인다. 쉐라그의 신전을 나오는 성녀님의 모습이 가십이 섞여서 보고되었다. 무녀님의 여동생-감염자 엔시아가 로도스에 소속하고 있는 사실을 더러운 수법으로 억지로 추정하는 기사로부터 오키드는 눈을 돌린다.


"CEO가 로도스를 안내하고 있는 사이에 보기 드물게도 감동을 받은 듯한 연기를 하는걸 보자니, 주연여배우상은 따노은 당상이더라고. 평상시의 멍때리는 얼굴에다가 얼음 가면을 쓰고 있어서는, 숨이 턱 막힐 정도였다니까."

"종교적 권위의 연출이란거지. 누구라도 자신이 놓인 입장에 응하여서 크든 작든 연기를 하는 거지만, 공연한 자리에서 가벼운 언동을 행하면 안된다는 지금의 그 압박이 우리들에게는 상상도 가지 않네."


 사람은 누구일지언정 배우인가,라고 에단은 질린 표정을 짓는다.


"니엔쪽이랑 재밌는 영화를 찍는다면 좀 더 재밌게 할 수 있을려나."

"--얘기를 바꾸겠는데. 지금 실버애쉬도 있는거지? 프라마닉스는 얼굴을 보기 싫을거라고 예상하는데, 실버애쉬는 박사가 상대하고 있는거야?"

"딩동댕동. 박사의 방에 술을 들고가서는 둘이서 뭔가 어려운 보드게임에 열중하는 중이야."


 보고 온 듯이 말하는 에단은 아마 실제로 본거겠지. 몰래 숨어들자고 생각만 한다면 켈시의 개인 방 이외에는(맨티코어가 눈치 채니까) 못가는 곳이 없다는 평판의 남자다.


"프라마닉스 측의 접대는 인사부의 오퍼레이터가 담당할거라고 보는데, 시간 여유는 괜찮은 사람이 맡은 걸려나?"

"어라? ......오키드가 고른거 아니였어?"

"누구를?"


 두 명의 의문이 뒤섞였다.


"누구라니, 그야 당연히.

 .......아, 맙소사. 이거 설마 오키드가 알면 안되는 그런건가."

"그니까 누가 접대를 하고 있다는 건데......설마!?"


 오키드가 소란을 피우며 A6의 스케쥴표를 불러온다.

 단말의 한 면에는 훈련 일정을 채우고 있었을 터인 한 구석에 '동야의 마왕, 프라마닉스를 접대'라고 수정 되어진 칸이 발견 되었고, 오키드는 하늘의 무성함에 통탄을 외친다.


"미드나이트......!"


p.m.05:30 로도스, 온실 옆 통로

 정장 차림의 미드나이트가 온실에 모인 광석병 어린아이 환자들의 합창을 들은 프라미닉스가 함께 꽃을 가꾸는 '체험'을 시키고 있다.


"이상이 로도스의 온실의 설명이 됩니다.

 여기서 환자 어린아이들로 부터 성녀님께 화관의 선물이 있습니다. 성녀님께서는 부디 앞으로 나아가 주십시오."

"어머. 성녀에게 선물을 주시다니, 과분한 영광이옵니다."


 특수억제기를 두른 소년 환자가 화한을 가지고 프라마닉스에게 다가간다.


"이게......응!"

"어머나."

 하지만 안타까운 일로써니 발판을 딛고서도 성녀의 머리에 손이 닿지 않는다.

 프라마닉스가 가볍게 무릎을 구부리지만 성녀로써 머리를 내리지 못하고 곤란에 빠진다.


"실례하겠습니다."


 거기에 미드나이트가 앞으로 나서 소년을 안아 올려주었기에 프라마닉스의 머리에 온실에서 난 화관이 도달한다.


"그럼 다들. 쉐라그의 성녀님께 작별의 인삿말을 하자!"

 빛나는 얼굴을 띈 양복 차림의 미드나이트가 손을 흔들자 나란히 선 유소년 광석병 환자들이 일제히 "성녀님 안녕히 가세요."를 말하며 목소리를 맞춘다.


 "잘가 프라마닉스 누나."라고 말실수를 하였기에 옆에서 입을 막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성녀 본인을 포함하여 신경 쓰는 이는 없다. 행사가 웃음과 함께 진행되고 있기에 '사진으로써 좋기' 때문이다. 이동용의 수레에 '설치' 된 씬이 어느샌가 셔터를 닫는다.


"성녀님. 다음은 로도스의 식당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동반하고 계신 여러분들께서는 통로의 오른쪽으로 나아가주십시오.

 이 뒤에는 야경이 보이는 전망 브릿지에서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보면서 회식을 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어머나. 이동시설에서는 밖의 지면이 보이는군요? 쉐라그의 산들도 매우 아름다운 풍경입니다만 전망대의 밖에 테라의 경치가 흘러가는 것 또한 꽤나 좋은 풍경이겠지요.

 매우 기대됩니다."

"물론입니다. 기대에 응할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오키드가 위가 아픈 사실을 두고서, 미드나이트의 접대는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동반'의 발음이 어째선지 유창하거나, 때때로 알기 힘든 돌려 말하는 방식은 있지만, 극동출신이기에 생기는 어긋남 정도로 정리되는 범위이고, 작법은 쉐라그의 전통에 부합하는 거기에 에스코트 받기 쉽다.

 전장을 같이 보내며 서로 알고 있는 프라마닉스의 앞에는 순도 100% 첫 대면을 연기하고 있는 두둑한 배짱을 포함해서 봐도 총합적으로 우수한 호스트라고 말할 수 있다.


 본래라면 아미야가 안내의 선두에 설 예정이였다만, 로도스의 CEO는 성녀의 위압의 앞에서는 좋든 나쁘든 힘이 없다. 새침한 표정의 프라마닉스를 보고서 날라갈 듯 되어 무심코 '프라마닉스씨'라고 부를뻔한 아미야는 켈시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


 편한 시간은 보내기 쉽다. 빡빡한 형식의 식전의 양에 어깨를 뭉치고 있던 프라마닉스에게 있어서 회식시간까지 목을 쭉 뺀 기분이었다.


 --나는 로도스에서 조금은 바뀐 것일까?

 프라마닉스는 누구도 바라볼 수 없는 각도에서 머리를 기울린다. 옆의 미드나이트를 올려다본다. 이전이라면 오빠를 연상시키는 장신의 남자에게 다가가는 것 만으로도 성녀로써의 가면이 무너져서 태도가 조금은 표독스러워졌을 것이다.


 지금은 쉐라그의 노인들이 자신이 신경 쓸 것도 없이 싱글싱글한 기분좋은 웃음으로 걷고있기에 마음을 둘 일도 아니었다만, 미드나이트의 안내에 긴장하는 일 없이 받아들인 것만 해도 예전이라면 생각할 수도 없었다.


"미드나이트씨. 극동의 호스트라는건 이런 자리에도 익숙하신 보군요."

"그야 물론이지요."


 다른 나라에 익숙치 않은 호위들은 호스트인 미드나이트의 거리를 로도스의 문화라고 착각하고 있다만, 실제로는 로도스로써도 아슬아슬하게 실례가 되지 않을 정도의 그레이 존의 '편히 있는' 상태다.


 사실은 호위의 검사보다 바깥쪽에 위치해야하는 미드나이트가 어느틈인가 경비의 원보다도 안쪽에서 안내를 시작한 일에 누구도 의문을 가지지 않은채, 성녀님의 로도스 견학은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p.m.05:30 로도스, 사무실

"이제 곧 저녁식사겠지. 걱정돼. 정말로 걱정돼."

"딱히 문제는 없지 않겠어?"

 에단이 위를 억누르며 기분을 풀어내는 오키드를 향해 한권의 노트를 던져서 넘겨준다.


"이거는 미드나이트꺼? 쉐라그의 요리와 매너, 우와 틈도 없을 정도로 채워 넣었네."

"이 이틀간 매트호른과 쿠리어에게 부탁해 가면서 쉐라그의 행위 작법을 공부했다는 듯 해."

"조금 안보인다 싶었더니."


 의외로 솜씨 좋은 글씨체의 메모의 끝에는 포푸카의 필적으로 캐터펄트와 스팟과 비슷한 얼굴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미드나이트의 공부를 몰랐던 A6는 아무래도 오키드만이었던 듯 하다.


"중요한 노트인 것 같은데 여기에 두고가서 어쩔려고 그러는지."

"그녀석은 프로라고? 인간을 접대하는 때에 메모를 한 손에 두는 일은 없다니까.

 안심하라고. 오키드가 대장인 것과 마찬가지로 미드나이트는 A6의 대원이야."

"......그렇기에 걱정 된다고."


 상태를 보러 가보고자 시선이 뜨는 오키드의 앞에는 결제를 기다리는 서류가 조금이지만 남아있었다.


p.m.07:15 로도스, 전망 브릿지

 로도스의 얼굴들이 성녀님과 쉐라그를 칭찬하며, 새침한 얼굴의 프라마닉스가 감사를 전할뿐인, 공허하다고 말하면 공허한 연회는 차근히 진행되고 있다.


"잘도 '전망 브릿지랍니다'라는 분위기를 냈구만. 평상시에는 연소자들을 위한 푸른하늘 교실인데 말이야."

"벽의 낙서를 지우지 말아달라고 울때는 곤란했었지. 벽지를 위에 붙이고서 프라마닉스가 돌아가면 벗기자는 것으로 납득해줬지만."


 서빙계를 담당하는 남성 오퍼레이터가 꼬리가 나오는 부분에 땀을 흘리면서 한숨 돌리고 있었다. 사람이 부족한건 심각한 상황으로, 그릇을 배열하고 마실 것을 서빙하는 손이 미묘하게 부족하다.


 그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것은 프라마닉스의 뒤에 있는 쉐라그의 중진들이었다.


 애초에 용문에 향하는 사절단의 요여로써 프라마닉스를 나르고서, 성녀의 권위에 더해서 박차를 더하고자 로도스와의 관계를 어필하는 것이 목적이다.


 용문에 라이브 중인 '그림'만 우호적이라면 노인들에게는 어떤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고, 로도스에의 우호적인 방문은 매우 잘 행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진중들에게 있어서는 가증스러운 카란 무역회사의 그림자도 없다.


"프라마닉스도 평상시라면 뭐라고 말하면 밥을 피하거나 하지만, 오늘은 왠일로 안주를 먹네."


"사실 그거 말인데."


 도입부를 두는 스태프는 품에서 손으로 적은 메모용지를 꺼낸다.


"프라마닉스는 계율로 먹을 수 없는 식재가 있고, 술은 안마시잖아?

 평상시라면 '신은 오늘 눈을 감고 계십니다.'라는둥 하면서 마시고 먹지만 오늘의 프라마닉스는 100% 성녀야.

 프라마닉스가 그럼에도 괜찮을 수 있도록, 미드나이트가 미리 리스트업해서 준비해 둔거야. 재료는 쉐라그에서 공수받았어."

"헤에."


 언제나 나른한 듯한, 혹은 골치아픈 듯이 붙임성 있는 미소를 띄우는 일이 많은 프리마닉스도 입 근처에 손을 두어서 이빨이 보이지 않도록 웃고있다.


"그보다도, 접대 상대에게 저렇게나 알코올을 줘도 괜찮은거야? 내일 오전부터 용문에서 웨이하고 회식이잖아?"

"아니, 이 라벨을 잘 봐봐."

"이거......무알코올? 그럼 프라마닉스의 새빨간 얼굴과 취기는."


 분위기에 취한거였다.


"아, 그릇이 바뀌네. 다음엔 고기 요리인가. 소스도 운반하고자 하면 사람이 부족하네."

"기다렸지, 도와주러 왔어!"


 하고, 제복을 타이트하게 입은 여성 오퍼레이터가 준비실의 문을 열었다.


"고마워! 성녀님의 테이블가지 운반해줘. 미드나이트는 그 옆옆에 있으니 슬며시 필요한 물건을 물어봐주면 좋겠어."

"알겠어, 맡겨만줘."


 오퍼레이터는 손수레를 조용히 밀어서 전망 브릿지로 나아간다.


"......저기 지금 사람."

"아니 설마. 미드나이트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걸? 봐봐, 고기가 담긴 그릇을 그냥 가져간다고."


 회식 장소는 의사 켈시의 스피치에 미드나이트가 추임새를 치고, 프라마닉스를 필두로한 쉐라그의 얼굴들이 화목함을 피우는 와중이었다.


p.m.08:50 로도스, 복도

"오늘은 드물게도 승부까지 돌아갔군, 박사 자식."


 흰 살결의 얼굴에 옅은 붉은색을 띄운 실버애쉬는 깊게 알콜이 섞인 숨을 내쉰다. 박사의 방에는 전투를 모티브로 삼은 보드게임을 즐기고서 돌아가는 중이다.

 박사가 평상시에 자주 취하는 수는 즉단, 즉결로 '기수'를 반복해서 기반을 닦고, 실버애쉬가 치는 '검사'를 주로 삼은 포진을 '방패'로 영격한 뒤, '술사'로 끝을 내는 전법이다.


 목덜미에 닿은 한수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어느틈엔가 역전하고 있는 것이 박사라는 플레이어다.

 하지만 오늘은 힐끔힐끔 시계를 신경쓰면서, '답지 않은' 방식으로 공격해 온 것이다.


"방패와 치료사를 조합하고서 복수자 3기를 후진에 배치한다면, 승부가 길어지는 것도 당연한가.

 나도 사수를 빨리 내고서 치료사를 끌어내렸어야 했던 것인가. 하지만 그래서는 코스트가......"


 결과로써 보드는 길항했고, 긴 싸움을 벌렸다. 전략이 아닌 국지적인 판단, 한 수 늦는 것이 승부를 결정짓는 형태가 되어-매우 흥이 돋았다.

 모르는 틈에 술잔에 손이 뻗어지는 바람에 들고온 질 좋은 위스키가 텅 비었다.


"내일 회의 시간이 급박하게 다가오는 것도 아니니 그저 묵고 가줬으면 한다고 솔직히 말했으면 좋았을 것을, 자식."

"아 오빠. ......설마 마셨어?"

"-엔시아인가. 여기서 얼굴을 마주치다니, 별일이군."


 거기에는 느긋한 표정의 클리프하트가 지나갔다. 알코올 탓에 반응이 살짝 늦는다.


 공적으로는 로도스에 있지 않은 실버애쉬는 여동생의 클리프하트들과 함께 일반구역에 나가지 않도록하고 있다. 이 중앙구역에 프라마닉스가 들어오는 것과 같은 타이밍에 카란 무역회사 측의 방에 틀어박힐 예정이었다.


"그 소쿠리......회식에서 쓰고 남은 요린가?"

"그래. 야카가 실력을 한껏 발휘해주었고, 식재료와 조미료로 맘껏 써도 좋아다는 듯 하니까, 엄청 맛있을꺼야. 언니들만 먹는다는건 아깝다고. 같이 먹자?"

"그런 일인가......"


 실버애쉬는 박사가 게임을 늘리면서까지 방에 머무르게한 의도를 조용히 파악했다.


 쉐라그 사절단의 상태를 보러간 엔시아가 중앙구역에 올라오는 것과 타이밍이 맞도록 계산해 준 것이다.


 켈시나 아미야와 달리 밖에 비추는 얼굴이 없는 박사는 비밀로써 뒤에 몰래 들어온 실버애쉬를 응접해주어서 도움을 받았다만, 중앙구역에만 박혀있어야 한다면 숨이 막힐꺼라 생각하고 배려해 준 것이겠지.


 손바닥에서 춤추는 것은 적잖이 기분이 거슬리는 부분이 있지만, 아주 나쁜 정도는 아니었다.


"상관없지. 가자."

"술은 안돼 오빠. 꽤나 강한 알코올의 냄새가 나고 있어."

"문제없지."


 취기에 맡기어서 여동생의 손을 잡고자 했던 오른손은 소쿠리를 스스로 안아 올리는 뒷 모습에 헛손질했다. 실버애쉬의 검을 잡는데 익숙해져 두터워진 양손바닥은 여동생들의 무게를 점점 잊어갈 것만 같았다.


p.m.08:55 로도스, 복도

"피곤하지? 엔야씨."


 이제는 성녀님이 피곤하실 시간에 미드나이트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온다.


"아홉시까지는 성녀입니다. 미드나이트씨도 수고하셨습니다."


 편안한 말투의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지만 시종이 바로 앞, 만든 미소만은 부수지 않는다. 그렇다고는 해도 회식전보다도 미드나이트는 훨씬 가깝다.

 호스트를 해내는 사이에 호위나 시종의 경계심을 전부 풀어낸 것이었다. 프라마닉스의 주변에 이중, 삼중으로 둘러져서, 원래라면 다른 이를 들이지 않는 사람의 원의 가장 안쪽에 미드나이트는 들어와 있다.


"이런, 아직은 '프라마닉스씨'인 것 같네. 성녀님은 조금 휴식을 취하시는 건가?

 피곤해지면 언제라도 말해줘. 어떤 어두운 밤이라도 너의 눈이 되고 발이 되어, 편안한 방까지 보내줄게."

"후후......"


 평상시라면 성희롱으로 법무부에 보고할 미드나이트의 대사조차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받아 넘겨준다.

 호위역과 시종인들은 미드나이트의 작은 말이 들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까지 떨어져서 걷고 있는 상황이고, 그 얼굴도 어딘가 안심하고서는 들떠있다.


 -아마 옆에 있는게 야카나 쿠리어였다면 미드나이트씨는 여기까지 접근하지 못 했겠죠.


 쉐라그는 닫힌 국가다. 만주원의 장로들은 둘째치고, 호위나 시종들은 '다른 나라의 사람들로부터 환영받는 일'에 익숙치 않다. 상대방은 카란 신앙의 신자가 아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드나이트의 일거수 일투족은 웅크린 쉐라그측의 경계심을 풀어내보였다.


"미드나이트씨. 극동에서 오신분과 깊은 얘기를 나눈 것은 처음입니다만, 얘기하기 편하여 놀랐습니다."

"그야 물론 저 동양의 마왕은 프로이니 말입니다. 더욱이 마음을 열어주신 것은 엔야씨-성녀님을 필두로한 쉐라그의 분들이지요."

"네. 그 오빠도 미드나이트씨의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을 배워줬으면 할 정도입니다.

 확실히...극동의 표현으로는 '손톱의 때라도 달여서 마시게 하고싶다.'라고 말했었나요?"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시종에게 들리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평상시라면 결코 사람 앞에서 화두로 꺼내지 않는 엔시오데스=실버애쉬의 일을 꺼낸 이유.

 장소를 착각할 정도의 훈훈한 분위기에서 술도 들어가지 않은채로 취한 프라마닉스는 고개를 기울인다.


"얘기하시기 힘드시다면 못 들으신걸로 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오빠의 일을 얘기할 정도로, 저도 기분이 들뜬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실버애쉬하고는 오퍼레이터의 입장으로써 몇 번인가 같은 임무에 나갔지만."


 미드나이트는 얇은 뺨에 보조개를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 만큼 든든해지는 오퍼레이터를 따로 답변하라는 질문을 받아도 후보가 나오질 않네.

 검사로써 존경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박사의 지휘에 의견이 가능한 시야의 넓음은 그야말로 매의 눈이라는 이명에 딱맞아."

"어머? 꽤나 오빠를 칭찬해주시네요."


 오빠를 칭찬해주는 것이 불쾌하지 않는 이유는 취했기 때문일거다.


"반대로 그에게 프라마닉스씨들의 얘기를 듣는 경우도 별로 없어.

 나에게 너희들 같은 여동생이 있다면 사이가 좋은 상대에게 하루에 세번은 자랑하고 다녔을테니, 이건 단순히 실버애쉬하고의 친밀도가 부족한 문제겠지."


 '실버애쉬가 박사에게는 하루 세번 가족을 자랑한다'라는 냄새가 풍기는 점에서 조금 웃어버린다.


"후후. 하지만 오빠는 말이죠? 제가 성녀로 뽑힌 때에는 매우 열심히 응원해 주셨어요. 의외지요?"

"응원 '해준'건가. 그가 말이지......"


 밤의 산을 상냥히 비추어주는 보름달 같은 미드나이트의 웃는 얼굴은 어딘가 어두웠다.


"미드나이트씨. 성녀를 선발하는 의식에 관해서 조사하신거군요."

"그래. 프라마닉스씨의 호스트를 한다면 본인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싶어서말이야."


 본심이 푸념이 되어서 넘쳤다. 오빠는 성녀에 선택받는 때에 '응원만 해준'거다. 실버애쉬 가문의 가장이 여동생을 산에 잡혀가는 국면이 되어서야 '응원'이라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소리와 똑같다.


"성녀를 선발하는 의식은 정말. 정말, 정말로 힘든 일이에요. 이제와서의 말이지만요."

"그렇다고 들었어."


 프라마닉스는 어찌저찌 웃는 얼굴을 만들어 내면서 말을 잇는다.

 그 의식은 힘든일이라는 한마디로는 부족한 가열찬 것이다. 영봉 카란의 긴 하늘길을 기도의 방법을 따르며 끝까지 걸어나가는 것은, 어중간한 신앙과 체력으로는 죽음의 위험조차 있었다.


 산의 차가운 바람에 떠는 몸이, 의식을 멈춰주지 않은 오빠를 향한 기분으로 심장의 뒤편에서부터 차가워져 간다. 산기슭에서부터 응원을 받은들 무엇이 된다는 것인가. 애초에 프라마닉스는 성녀의 일을 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성녀님. 묵을 곳은 이쪽입니다."


 이러니 저러니 하는 사이에 미드나이트와 헤어질 시간이 온 듯 하다. 중앙구역의 바로 앞의 좁은 통로에서 장신의 살카즈는 멈춰선다. 이 앞부터는 프라마닉스와 몇 명의 시종만이 들어갈 수 있다.


 거대한 로도스에 방은 남아 있지만 귀인의 침실이 가능한 방의 후보는 적다.


 켈시와 아미야의 조치에 따라 예전에는 어떤 귀인이 사실로 쓰고 있었던 한 곳이 귀빈실로써 배정된 듯 하다. 프라마닉스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구역이었다.


 미드나이트는 통로 옆의 문에 인증키를 대고서 스태프의 통로 문을 열었다.


"아 참."


 무거운 소리를 낸 문이 미드나이트가 지나가길 기다리지 않고 닫히려고 하며 남자의 어깨를 쳤다.


"중앙구역일수록 중요하고 낡았으니까 말이야. 문 하나도 고치기가 힘들어."


 장신의 살카즈는 프라마닉스를 향해서 '방은 저편이다'라고 전한다.

 고장의 낌새가 있는 자동문을 밀면서 뒤돌아본다.


"-하지만, 외부에서 본다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서는 마침 떠올린 것 마냥 얘기를 걸어온다.


"......?"


 로도스의 복도에 업무시간 종료를 가리키는 오후 9시의 함내방송이 퍼져간다.

 오퍼레이터 프라마닉스가 개인으로 돌아가는 순간.

 카란의 성녀 엔야가 한명의 여성으로 돌아오는 시간.

 가벼운 혼란. 얘기를 듣는 자세가 된다-되어버렸다.


"엔시오데스=실버애쉬는 로도스 제약에 엔시아를, 쉐라그의 종교계에는 엔야를 심었다.

 실버애쉬 가문은 여동생들의 신병을 이용하여 총력을 다해서 카란의 패권을 얻고자 한다,고."


 그리고 계속 된 말을 성녀로써 준비하지 않았던 프라마닉스는 무심코 '그대로 받아'버렸다.


"-읏!"


 오후 9시. 하필이면 하루중 가장 안심하는 이 때에 마음이 뜨거운 칼에 찔린 느낌이 든다.


 온몸에 털이 곤두선다. 동공이 열리는 소리조차 들릴 정도다.

 피곤과 접대로 자제심이 풀린 틈을 노린 역린을 잡아빼는 듯한 굴욕이 프라마닉스의 이성을 증발시켰다. 까드득하며 이빨을 간 입을 열고서 프라미닉스 자신의 외침이 소리를 낸다.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미드나이트! 오빠가!"


 한 발, 두 발. 미드나이트에게 다가간다. 살카즈 남자는 한 발하고 반보를 물린다. 손은 망가진 문에서 떨어지고, 장신의 살카즈를 쫓아서 구역의 경계를 넘는다. 성녀가 걸어야하는 로도스의 길에서부터 마족의 남성이 손짓하는 로도스의 어두운 곳으로 넘어간다.


 뒤에서 누르는자가 없는 슬라이드 문이 닫힌다.


"엔야님!?"

"무녀님!"

"야, 얌마. 미드나이트!?"


 저편에서 시종들이 소란을 내는 목소리가 들린다.

 상관 할쏘냐.


"정정, 정정하세요. 아니 용서못해요!"


 미드나이트의 가슴팍을 두드린다.

 로도스에서 배운 단 하나.

 모든것을 해결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주먹의 폭력-그것이 미드나이트의 양복을 퍽퍽이며 때린다.


"저의 오빠가! 저를, 이런, 이런 괴롭고 힘들뿐인 성녀를 시킬리가.

 그걸 바랬을리, 그럴리. 그럴리 없잖아요!?"


 눈의 안쪽이 타는듯이 뜨거운데, 머리의 한쪽에는 '다른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다'라는 차가운 부분이 남아 있었다.


"어디까지나 집의 일만을 생각하는, 빅토리아에 갔다오고서 사람의 인상이 바뀐 사람이라 할지라도, 제 오빠라고요!?

 엔시오데스 오빠가 저하고 엔시아를 이용할리가 없잖아요.

 이딴 괴로운 일을. 힘든일을 바라고 시킬리가, 이런 힘든-성녀 같은걸!"


 신전에서 머리에 떨어지는, 눈이 녹아서 생긴 물이 목덜미에 떨어진 순간의 등줄기가 어는듯한 공포.

 성녀로써 다시 태어나는 성녀를 선발하는 의식의 와중에서 얼마나 오빠를 향한 의심을 가졌던 것일까?


 마음의 뚜겅이 억지로 열려서, 의식을 하는 와중에 안고있던 의심이 기어나온다.


 -세걸음을 걷고서 절을 올렸다. 아래를 볼 때마다 차가움과 괴로움에 카란의 눈에 눈물이 떨어졌다.

 -다섯걸음을 나아가서는 종을 울렸다. 부디 신성한 종의 소리에 숨은 원한의 소리가 산기슭에서 기다리는 오빠에게까지 닿기를 빌면서.


 그런 일방적인 원한을 그저 힘이 없을뿐인 한 남자에게 향하기를 기도해버린 것이다.


 프라마닉스는 어느틈엔가 미드나이트를 진심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한 번 얼굴을 내민 마음은 눈사태처럼 멈출 도리가 없다. 피곤도 느끼지 못한채 계속 때렸다.


 빠악. 몇번인가의 타격을 말 없이 받아들이고서, 마침내 미드나이트의 손이 주먹을 받아들인다.

 검의 단련으로 피부가 거칠거칠하고 두께가 늘은 손바닥.

 오빠의 손을 상기시킨다.

 진정한다.


"이 이상 때리면 뼈가 부러져버려. 내 뼈가."


 미드나이트의 손은 프라마닉스가 상처받는 것을 용서하지 않을 정도의 힘으로 손목을 잡고있었다.


"물론 당신이 하는 말대로야 프라마닉스씨."


 살카즈 남자의 목소리는 오빠랑 비슷한 높이에서 내려왔다. 오빠에게 바래서는 안되는 편안한 목소리와 말. 성녀로써의 수련에 얼어붙은 마음이 녹는다.


"물론 당신이 생각하는 그대로지."


 많은 종교에는 '깨달음을 혼란시켜 마의 길에 떨구는 감언을 속삭이는 자'를 나타내는 말이있다.


"내가 아는 실버애쉬라는 남자가 너 같은 사람(여성)을 울리는 일은 없어.

 여동생인 엔야씨를 성녀로 만들어서까지 가문을 위하여 이용하려하다니,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야."


 신에 봉사하는 성녀의 껍질을 한 순간에 부셔버린 미드나이트는 역시 극동의 가르침이 말하는 '마왕' 그 자체다.


"그가 그런 일을 생각할리가 없지.

 그건 엔야씨-당신이 가장 알고있는 일이잖아?"


 -그야, 이렇게나 다가와서는 기대고 싶어지는 말을 걸어주니까.


"아니야."

 프라마닉스가 가까스로 짜낸 거절은 공허할 정도로 쉰 목소리였다.

"아니에요."

 -그래.

"아니라고요."

 -그렇다.

 오빠가, 가문의 이름과 국가를 위하여 여동생인 자신과 엔시아를 희생을 할리가 없다.


 그니까 답은 하나밖에 없다. 조금만 생각하면 의식을 하고 있던 와중인 엔야마저 도달할 수 있는 당연한 답이었다.


 약했던거다.

 그 실버애쉬가. 쉐라그를 등에 지는 얼음의 남자가.

 그 날은 그저 약해서, 입을 다물고 지켜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못했을 뿐이었다.


 그 답은 성녀가 된 엔야에게는 너무나도 엄하게, 그렇기에 고를수가 없었다.


 그야 힘이 부족해서 아무것도 못했을 뿐인데, 지켜내지 못한 여동생에게는 계속해서 원망을 받는건 너무하지 않은가.


 하지만 오늘이야말로 그것을 스스로 인정해야 하는 날일지도 모른다.

 오빠의 약함을 받아들여야 하는 날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엔야씨? 당신과 애프터를 지내는 영광스러운 남자는 내가 아니야."


 미드나이트는 등을 보인다.


"정말로 화난 얼굴을 시켜버려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진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마음에서부터 나오는 웃는 얼굴은-그걸 봐도 좋은 상대는 내가 아니야.

 당신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녀석은 여기가 아니라 복도의 저편에 있어. 반드시."


 그리 말한 미드나이트의 모습을 자동문이 닫아버린다.

 그렇게 프라마닉스는 로도스의 복도에 텅하니, 홀로 놓여져버렸다.


 정말, 공조기는 돌고 있는데 어째서 이렇게나 추운 것인가? 프라마닉스는 자신의 몸을 끌어안고서, 차가운 고독의 체온에 떤다. 중앙구역에 등을 보이고서, 성녀였던 프라마닉스의 발은 사람의 기척이 없는 통로를 따라 숙사구역으로 향해갔다.


p.m.09:05 로도스, 숙사구역 복도

 -부디, 부디 이 복도를 나아간 끝에는 오빠의 모습이 기다리지 않아주기를.


 '프라마닉스'는 마음에서부터 그리 생각했다.

 '엔야=실버애쉬'는 반대로 오빠가 슬쩍 얼굴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빌었다.

 '영봉 카란의 성녀'는-도대체 무엇을 바라면 좋은지, 신은 말을 내려주지도, 마음의 안쪽에 속삭여주지도 않는다.


 오빠가 그저 약했었던 일을 원망했을 정도로, 여동생으로써는 꼴사나워서 눈물이 나올정도다. 그러니 '성녀로써의 엔야를 이용하기 위하여 계획했다'라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오빠, 산에서 혼자서 걷고있는 때, 제가 얼마나 원망했는지 아시나요?

 그 산길에서 슬며시 얼굴을 내밀고서 '괴로웠지? 이제 괜찮아.'라고 말해주고서 의식을 깨부셔주길 바랬었는지."


 홀로 복도에서 질문한다.

 지금 이 순간에 복도의 저편에서 슬쩍 얼굴을 내밀고서 '괴로웠지? 이제 성녀 따위는 관둬도 괜찮다.'라고 말해준다면 한방 얼굴을 갈기고서 전부 용서해 줄지도 모른다.


 과연-이건 대체 누구의 계획인가-복도의 저편에는 피를 나눈 형제 자매의 모습을 발견해버렸다.


"오빠?"

"어, 언니!?"

"음............엔야니?"

"-니? 읏, 오빠- 술냄새!?"


 이윽고 모습을 들어낸 오빠는 한마디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취해있었다. 상냥한 말을 던져줄 수 있는 제간이 아니다. 꽤나 술기운을 띈 오빠는 붉은 얼굴을 지은채 반응이 둔했다.


 이 무슨일인가. 프라마닉스의 어깨에서는 한순간에 힘이 빠진다.

 어째서 이딴 추태를 보이는 오빠를 위하여 마음을 헤집어 놓은 것인가?


"이.......이 오빠가!"


 매우 얌전하게 자란탓에 매도의 말을 떠올르지 못하고, 프라마닉스는 한발 크게 들이밀어 "에잇!"하고 오빠를 친다.

 어깨의 짐이 내려간듯이 발은 스무스하게 움직였고, 꽉 쥔 오른손의 정권이 강하게 가슴팍을 친다.


 까각,하고. 소리도 없이 싫은 감촉이든다. 주로 찌른 오른손의 손목의 안쪽에서 말이다.


"아파!"

"아파앗!"

"우와아, 지금껀 아프다고 언니."


 얼빠진 중저음의 오빠의 목소리를 뒤따르는 비명을 지르는 자신. 여동생의 코멘트가 그 뒤를 따른다.

 조금전의 미드나이트를 때리는 때에는 이런 반동을 느끼지 못했는데, 극동출신의 호스트는 맞으면서도 충격을 놓아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언니. 지금의 정권 찌르기는 성녀로써 어떤건데?"

"지, 지금은 기도의 시간이 끝났어요. 아홉시부터 내일의 새벽녘까지 성녀는 휴식이에요.

 제가 쉰다고 하면 쉬는거에요!"

"엔야, 혹시 취했니?"

"취한건 오빠겠죠! 언~제나 자신에게 취해있는건 오빠라고요! 혼자서 아무일도 없는듯이 강한척이나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오빠에게 화가 치밀었기에 왼쪽을 잡아 흔든다.

 이번에는 오빠의 손에 멈춰진다. 두터운 거친 검사의 손바닥이 망가질 것만 같은 손목을 잡아준다.


"이 이상은 멈춰라 엔야. 그......내 뼈가 부러져버린다."

"............풋! 그 변명 유행하나요?"


 폭력에 내달린 자존심조차 상처주지 않는, 어디선가 들은 대사였다.

 상냥한 사람들은 이렇게 '스스로의 상처'를 멈추고자 하는 것이다.


"무리하고, 강한척하고. 우리들에게 상냥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때에도 나쁜놈인척 해서 원망받는 주제에, 정작 아주 중요한 때에는 취해 빠져서-"


 아아. 카란의 신이시여. 성녀는 지금부터 거짓을 고하겠습니다.


"-오빠의 그런 점이 정말 싫거든요!"


 외쳤다.


"그, 그래."


 둔한 반응으로 '가족에게 미움받는 것 정도는 익숙한 일이다'하고 여유를 부리는 모습이 머리를 때리기에, 추격해준다.


"오빠보다도 조금전의 미드나이트씨 쪽이 좋을 정도에요!"

"미드나이트......그게!?"

"뭔가 불만이 있나요 오빠!

 같은 정도로 상냥하고 믿음직스럽다면 오빠가 아닌 점에서 훨씬 낫잖아요!"

"엔야, 미드나이트에게 무슨 말을 들은거니?"

"네~ 그거 신경쓰이시겠지오. 하지만 필요 없습니다-오빠가 신경써야하는 저는 이미 어디에도 없는걸요! 상냥한 말을 걸어주신 것 뿐이에요. 과연 극동의 마왕이라 불리시는 분이네요. 아주 완벽한 호스트였어요."


 엔시오데스가 눈바람에 얼고서 벼락을 맞은뒤, 눈사태에 휘말린 불쌍한 등산자의 풍체로 굳었다.

 오빠와 여동생의 놀란 얼굴이 울퉁불퉁 일그러져 보여왔다. 눈동자에 넘치는 눈물을 흘려내리자, 걱정하는 얼굴의 형재 자매가 보이고-마침내 배가 고프다는걸 깨닫는다.


"그런데 엔시아. 맛있어 보이는 소쿠리를 가지고 있네요."

"하지만 언니 아까 먹은거 아니야?"

"성녀는 먹었습니다만, 저는 안먹었어요."


 어린이 레벨의 궤변을 말하며 쉬는 때의 프라마닉스는 웃는다. 눈웃음을 띄울때마다 눈을 녹이는 눈물의 따뜻함이 뺨을 통해온다. 웃는 얼굴이 조금 부끄러워서 형제의 선두에 서서 얼굴을 가린다.


"자. 엔시아. 카란 무역회사의 방으로 갑시다.

 오빠를 향한 불만은 일단락 됐으니, 극동의 표현에서 말하는 '내 천(川)자'라는 방법으로 자자고요."

"언니가 갑자기 극동의 호스트에 빠져버린 건에 대하여. 미드나이트에게는 조금 얘기가 생겼네.

 하지만, 오랜만에 언니의 저런 얼굴을 봤으니 괜찮을려나."

"......나도다."


 눈물에 뺨을 뜨겁게 적시고, 기숙사로의 길을 팔을 크게 휘두르며 걷는 엔야는 형제들이 어떤 속박도 없이 함께 웃던 시대처럼 들뜬 웃음을 띄웠다.


 가족만이 보고있던, 가족에게만 보이는, 쉐라그의 부드러운 봄의 웃는 얼굴로.


p.m.09:20 로도스, 전망 브릿지 회식장

"후우우우우우우우."


 프라마닉스의 안내를 끝내고서 반쯤 정리된 회장에 돌아온 미드나이트는 붙박이 소파에 몸을 깊이 맡기고서 깊은 숨을 뱉었다.

 제아무리 익숙한 접객이라고 할지어도, 진지하게 임하기에 뇌의 안쪽에는 납같이 무거운 피곤이 쌓여있다.


"수고했어. 옆자리, 실례할게."


 옆에는 양복을 타이트하게 입은 여성 오퍼레이트가 허리를 내리고서 와인병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미 하얀 뺨을 붉게 물들이고있다. 회식에서 마시고 남은 것을 부수입으로써 정리하고있는 것이다.


"오, 좋은 밤. 빅토리아의 와인으로 건배중인건가?"

"질 좋은 술이 잔뜩 남아서 아까워서 말이야. 당신도 함께 마시지? 안주가 될 것도 잔뜩이야."

"이야, 고마운 권유야......하지만 오늘만큼은 거절할게."


 요염한 목소리로 내밀어진 와인잔을, 미드나이트는 스윽 밀어낸다.


"프라마닉스씨에 오키드씨.

 오늘은 너무나도 매려적인 여성을 두명이나 화나게 만들어버렸을테니 말이야."

"당신의 '위'에 들키지 않기에는 사람을 모으는게 조금 부족했으니 말이야.

 그럼 정말로 안 마셔도 괜찮은거야?"

"그렇네......날짜가 바뀌기 전에 사랑스러운 A6대장인 오키드씨로부터 아주 그냥 엄한 질타를 받아야해서."

"어머? 오늘 나는 딱히 화 안났는데?"


 여성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낮은 사무적인 색을 띄운 순간, 미드나이트의 목이 뜯겨 나갈 것만 같은 기세로 뒤돌아본다. 제복을 타이트하게 입은 오퍼레이터의 제식모에서 털끝의 푸르스러움이 낀 리베리의 은색 머리카락이 보인다. 장난끼를 띈 금색 눈동자가 미드나이트의 놀란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오.............오키드씨!?"

"어짜피 사람손이 부족하겠다 싶어서 도우러 왔어.

 내가 근처에 오고 말을 걸때까지도 눈치를 못채다니, 꽤나 뛰어난 호스트잖아.

 조금. 아아주 조금 다시 봤어."


 내밀어진 와인잔은 변함없이 둘 사이에 놓여있다.


"그럼 다시 골라. 여기서 나하고 건배할래?

 아니면 사무실에서 취한 나에게 설교 당하기를 기다리는 쪽이 좋을려나......어때?"

"그야 물론......"


 미드나이트가 뻗은 손은 오키드의 손을 쥐고자 주저하고, 겸손해하듯이 얇은 약지 위를 지나고서 와인잔을 받아들인다.


"그렇네......지금 귀빈실에서 프라마닉스의 흉내를 힘내고 있을 W의 목에......"

"그렇담 나는 마침내 눈이 녹는 때를 맞이하는 카란의 밤에......"


 건배.


 빅토리아의 하얀 와인에 비추어진 오키드의 눈동자는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고, 미드나이트의 분투에 쥐어지는 가장 큰 보답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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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역이 들어간 부분 혹은 아쉬워 피드백을 원하는 부분들과 주의점
 우선 7화의 W가 사용하는 원쳡. 쟁반의 옛말 중 하나라고 하고, 원문에서는 W는 쟁반, 미드나이트와 묘사는 트레이라고 하는걸, 한국에서는 쟁반이 표준어니 옛말인 원쳡을 이용해서 W를 표현함. 8화의 요여는 그냥 엄청 예스럽고 뛰어난 사람이 타는 가마라고 생각해주면 좋음. 8화의 프라마닉스의 성녀로써의 자기 인사도 다른 화에서 언급되었듯이 문제인 부분. 원문은 身共로, 굉장히 예스러운 권위있는 자리에 있는 자가 쓰는 표현이라고 해서 무협에서 쓰이는 본녀도 후보로 넣을까 했지만, 쉐라그의 전체 분위기랑 떨어진다 생각하고 그냥 평범하게 번역함. 실버애쉬의 박사의 호칭도 고민한 부분인데, 원문이 奴로 녀석을 뜻하고, 친한 사이인데다가 술도 취했겠다 맹우 같은 말이 아닌 자식으로 번역함.


 혹시나 싶어 쓰지만, 야카는 매터호른, 엔시오데스는 실버애쉬, 엔야는 프라마닉스, 엔시아는 클리프하트임. 


 8화에서 나오는 숙어인 '손톱의 때를 달여 마시고싶다'는 저녀석의 쪼금이라도 닮으라는 의미. 내 천자로 잔다는 것은 셋이서 편안히 누워서 같이 잔다는 뜻. 부모 사이에 애가 누워서 같이 자는 이미지를 떠올리면 좋음.


 브레이크 디 아이스랑 정면 충돌하는건, 프라마닉스의 로도스 합류시기. 프라마닉스의 로도스 합류 시기는 브레이크 디 아이스 이후인데, 8화의 전체적 분위기는 설산사변이 없는 느낌의 배경이기에 정면 충돌함. 그걸 감안해주길 바람.


 7화의 W는 어쩌면 정말로 본편에서 비추는 W의 이미지니 어쩌면 요즘에 가지고 있었던 W의 이미지랑은 다를지도 모르겠음.


 그리고 이번편도 아주 조금씩이지만 전에 나왔던 화에서 나온 얘기들이 살짝 회수됨

・사무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오키드와 있는 에단, 부재중 시리즈의 에단의 이야기는?

4화, 암네시아는 최적의 날에:https://arca.live/b/arknights/56738452


・로도스에 있는 실버애쉬, 부재중 시리즈에서 프라마닉스가 지었던 봄의 미소를 지은적이 있다?

3화, 진은참을 써라 머틀:https://arca.live/b/arknights/56003749

 나의 추한 개인적인 부탁인데, 궁금하면 한 번쯤 가서 봐주기를 희망함. 그리고 언제나처럼 다는 말이지만, 띄어쓰기, 오역, 오탈자 지적을 환영하고 희망함. 사실 그냥 콘 달리는 것도 좋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