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어둠이 가득한 하늘 아래, 타닥거리는 소리를 내며 타오르는 모닥불의 빛만이 이질적으로 빛난다. 분명, 하늘 위에는 별이 총총히 박혀 있고, 큼지막하게 뜬 달은 숲을 향해 밝은 달빛을 쏘아 보내지만,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들은 장막처럼 빛을 삼키고 어둠을 드리운다. 


  문자 그대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어둠, 그 속에서 오직 모닥불만이 빛을 내며 주변을 밝힌다. 모닥불의 빛을 타고, 밤의 숲이 그 모습을 편린이나마 드러낸다. 한 밤중의 숲은 스산했지만, 고적했다. 주변을 울리는 이름 모를 새들의 소리가 메아리 치듯 울렸다. 박사는 모닥불 앞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박사는 숲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이미 성인이 되어 있었고, 기억을 잃은 그는 이 곳에 대한 지식을 쌓기보다 먼저 지휘대를 잡았다. 때문에 그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바깥을 한가롭게 거닐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그렇기에 그는 한 밤 중의 숲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순수하게 감탄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카만 검은 장막 위로, 총총히 박힌 별의 바다가 너무나 아름답다.


  그는 기억은 잃었지만 뛰어난 석학이었다. 그는 잃어버린 기억 속에서도 풍부한 지식을 통해 분명 수많은 수식어와 감탄사를 꿰뚫고 있었지만, 지금 그는 오직 하나의 감탄 만을 꺼낼 수 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박사. 수프는 다 됐어. 먹자."


  하늘 위로 고정된 시선을 억지로 움직여 밑으로 내렸다. 이 곳에 그 혼자 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의 동행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모닥불 위에서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음식들을 준비했다. 메뉴는 간단했다. 불로 구운 이름 모를 짐승의 고기와 여러가지 야채를 넣고 끓인 수프. 호화로운 메뉴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곳에서 만큼은 그 어떤 진수성찬 부럽지 않았다.


"자."


  마찬가지로 나무로 만든 그릇에 수프를 담아 박사에게 건넸다. 깊이도 부족하고, 좌우 균형도 은근 맞지 않은 투박한 나무그릇. 하지만, 지금 눈 앞에 있는 그녀가 손수 만든 그릇이라 이곳에 담긴 수프에 그녀의 정성 역시 함께 녹아 들어간다. 


"고마워, 메테오."


  박사는 자신의 동행, 메테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는 숟가락으로 수프를 떠 한입 먹었다. 큼지막하게 썬 감자와 작게 들어간 고기가 씹힌다. 입 안에 퍼지는 풍미가 나쁘지 않다. 별다른 조미료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밤하늘이 떠 있는 주변의 풍경과 손수 이를 준비한 메테오의 정성이 이미 충분한 조미료가 되어 맛을 더했다.


"맛있네. 고마워, 잘 먹을게."


"별 말씀을."


  입가를 가리며 쿡쿡 웃은 메테오는 자신 역시 수프를 떠 한 입 먹었다. 자기 손으로 만든 것이지만, 만족한 듯 그녀는 작게 미소를 흘렸다. 순간, 그 모습을 본 박사는 모닥불의 주홍빛으로 물든 그녀에게서 눈을 땔 수 없었다. 싱그러운 숲을 닮은 그녀의 눈동자 안에서 아름다운 별이 반짝였다. 마치, 방금 바라본 밤하늘 같았다. 


  은은하게 풍기는 모닥불의 따스함, 손 위에 올라간 수프그릇의 온기, 그리고 코 끝을 스치는 수프의 향. 그리고 눈 앞의 메테오. 모든 것이 결코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잔잔하게 어우러져 아름답게 빛났다. 박사의 마음 속에, 작은 파문이 일어났다. 그는 입을 다물었다. 뚜렷한 형태 없이 아무렇게나 그려진 어린아이의 그림이, 지금 느끼는 감정보다는 설명이 쉬울 것 같았다. 박사는 턱 끝까지 올라왔던 말을 삼키며 수프를 마저 먹었다. 억지로 넘긴 수프와 함께, 턱 끝까지 튀어나온 말을 함께 삼켰다.


아름다워. 라는 말을.


  밤하늘을 올려다 볼 때와, 같으면서도 다른 감정. 그 감정을 들키기 싫어, 박사는 고개를 돌려 다시 어둠이 내려 앉은 숲을 응시했다. 한밤 중의 숲은 어둠을 머금어 음산하지만, 그럼에도 말로 설명하기 힘든 고요한 매력이 있다. 울창한 나무로 우거진 숲 속에 마련된 이 좁은 공간이 마치 세상 모든 것들과 단절된 육지 위의 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 인사는 내가 해야지."


  메테오는 아직 뜨거운 수프를 후후 불어가며 입에 넣었다. 저 멀리 귓가에서 숲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평소라면 스산하게 들렸을 이 소리가, 지금은 오히려 감미로운 클래식 음악처럼 귀를 조화롭게 간질인다. 장소 덕분일까, 바람은 불어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왠지 주변이 시원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두 사람 사이에 별다른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모닥불은 장작이 쪼개지는 소리를 내며 따뜻하게 불타고, 하얗게 빛나는 밤하늘의 별들은 새카만 하늘을 점점이 물들이고 있다. 불규칙적으로 일렁이는 모닥불의 움직임이,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어도 뭐라 형용하기 힘든 복잡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가끔은 뜨겁다 싶을 정도로 퍼지는 온기와, 장작 속에 남아 있던 물기가 터지는 소리. 그리고 순식간에 솟구쳤다 흔적도 없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불꽃의 궤적과 그 위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수프의 은은한 향기까지.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 만으로, 모든 시선과 신경이 오롯이 이 모닥불에 쏠리는 것 같았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이 모닥불의 빛이 비치는 곳만이, 남은 세계의 전부 같이 느껴질 것처럼. 가만히 바라만 보는 것으로, 멈춰버린 시간처럼 세상 모든 근심을 잊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타오르는 불은, 가만히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울 때가 있어. 요즘 애들은.... 불멍...? 이라고 하던 거 같은데."


  그리고 그 정적을 깨트린 것은, 메테오의 말이었다. 박사는 시선을 모닥불에서 메테오에게로 옮겼다. 그와 마찬가지로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던 그녀의 표정이 따스하게 풀어진다. 그녀 역시, 가만히 불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고마워, 박사. 날 여기로 데려와 줘서."


  메테오는 언제 꺼냈는지, 모닥불로 끓인 따뜻한 물을 컵에 담았다. 이 컵은 나무 재질은 아니었다. 메테오가 챙겨온 야영 용 용품 중 하나 였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물을 홀짝이며, 메테오는 감사 인사를 담았다.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내 주변에서 숲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너 뿐이었거든. 오히려 나야말로 동행해줘서 고마워."


  다시 두 사람이 사이에 정적이 감돌았다. 긴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가 나쁘거나, 서먹해서 오는 문제라기 보다는. 주변을 감싸는 공기가 너무나 고요했고, 밤하늘의 떠오른 어둠의 적막이 너무나 아름다워 두 사람 모두 대화보단 주변을 감상하는 것을 택했다. 귀를 스치는 바람 소리와, 저 멀리에서 메아리치는 여러 짐승 소리가 뒤섞여 울렸다.


"...그러고보니 이거."


  그렇게 잠시 이어진 정적을 깨트린 것은, 이번에는 박사였다. 그는 손을 뻗어 근처에 놓여져 있던 악기를 집었다. 나무로 된 몸체에 소리를 내기 위해 달린 현이 8개. 순간 기타인가, 싶었지만 그것과는 모양이 달랐다. 박사는 이 악기의 이름을 몰랐다.


"아, 류트구나."


  하지만 메테오는 다행이 악기의 이름을 아는 모양이었다. 메테오는 드물게 화색을 띄며 박사에게서 악기, 류트를 받아 들었다.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내자, 듣기 좋은 청명한 소리가 울렸다. 박사가 튕겨봤을 때는 듣기 싫은 뚱땅거리는 소리를 냈는데, 같은 악기라도 연주자에 따라 저렇게 다른 소리를 낼 수 있구나 싶었다.


"그립네. 예전에 숲에 살 때, 가끔 연주하곤 했어."


  다시 메테오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른 색채의 미소다. 아까의 미소가 모닥불과 같은 따스한 색채였다면, 지금 메테오의 입에 걸린 미소는 저 멀리 보이는 밤의 숲과 같은 어두움이다. 씁쓸함, 혹은 그리움. 


"그럼, 들려줄 수 있을까?"


  그 빛을 읽은 박사는, 메테오에게 연주를 권했다. 그녀의 미소가 차가워지는 것을 막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단순한 호기심 역시 있었다. 그는 저 악기의 음색을 한 번도 들은 적 없었다. 방금 전 메테오가 잠시 손가락을 튕겨 울렸던 짧은 멜로디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 짧은 음색은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다리를 꼬고, 악기를 손에 든 메테오는 분명 아름다웠으니까.


"음... 좋아."


  메테오는 잠시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미소는 다시 따뜻한 색채로 돌아왔다. 즉, 박사의 제안에 거부감이 든 것은 아니었다. 아마 그녀의 머리에 드리운 가벼운 근심은 고작해야, '무슨 곡이 좋을까?'정도 일 것이다. 하지만 그 근심도 오래가지 않았다. 메테오는 결정한 듯, 류트를 잡고 현을 튕겼다.


  현이 튕기는 청명한 소리가 울리고, 소리는 제 높낮이를 찾아가 음색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음색이 하나로 뒤엉켜, 아름다운 한 곡의 음악이 되어 적막 뿐인 숲 속을 울린다. 류트의 소리는 기타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조금 달랐다.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은 박사는, 그 차이점을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천천히, 그리고 조용하게 연주되는 메테오의 연주는 분명 이 어두운 숲 속에 울려퍼지기에 걸맞는 아름답고 차분한 곡이었다.


"~♬♪"


  자신의 손에서 연주되는 류트의 음악에 맞춰, 메테오는 눈을 감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류트의 소리와는 전혀 다른 그녀의 콧노래소리가 류트의 음과 조화롭게 뒤섞여 홀로하는 듀엣을 이끌어냈다. 귓가를 감싸는 그녀의 연주가, 너무 감미로웠다.


  박사는 시선을 메테오에게 고정했다.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주홍빛으로 타오르는 모닥불의 빛에 물든 그녀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현을 튕겼다. 분명 형태조차 없는 음악임에도, 박사의 눈에는 아름다운 음표와 악보들이 수수하지만 아름다운 색채로 메테오의 주변을 감싸는 것 같았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아니,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라고 바랐다. 이대로 영원히 끝나지 않는 그녀의 연주를 들으며, 영원히 이 어둠 속의 섬에 고립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결국에 모든 것에는 끝이 다가오기 마련. 잔잔하게,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던 연주와 콧노래는 서서히 줄어들었고, 메테오는 눈을 떴다. 심록의 숲을 닮은 그녀의 초록색 눈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박사의 마음 속으로 밤하늘을 처음 봤을 때의 감정이 다시 일렁였다. 술이 들어간 것처럼 기분 좋은 고양감, 그리고 넘치기 직전의 가득 찬 유리잔처럼, 아슬아슬하게 고여 있던 감정이 일렁이며, 가슴 속의 욕심이 왈칵 쏟아졌다.


"...아름다워."


  결국 참지 못한 감탄이 입 밖으로 쏟아졌다. 연주도, 콧노래도 사라진 적막 속에서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선명하게 울렸다. 별들조차 들을 정도로, 선명하게 울린 그의 목소리가 적막을 타고 메아리쳤다. 새까만 하늘 위에 총총히 수놓인 별들이, 그의 목소리에 깔깔거리듯 반짝였다. 


"고.... 고마워."


  그리고 별들이 들은 말을, 메테오가 듣지 못했을 리 없었다. 메테오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작게 대답했다. 아까보다 더, 모닥불의 주홍빛보다 더욱 붉게 물든 메테오의 얼굴이 진하게 익었다. 순간, 모닥불의 열기가 차갑게 느껴졌다. 메테오는 웃음을 터트렸다. 순간 얼어붙은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 그리고 자기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서.


[증강현실 기술을 종료합니다.]


  그 순간, 날이 밝았다. 


.

.

.


  하늘을 감싸던 밤하늘의 장막은 걷어져 하얀 천장이 드러났고, 주변을 에워싸던 새까만 나무들의 군집은 먼지처럼 서서히 흩어져 새하얀 벽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불규칙적으로 일렁이던 모닥불은 그저 열기와 불만을 재현한 버너로 변했다.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뜨겁게 타오르는 버너의 불길을 경계로 마주 보고 앉아 있는 두 사람뿐.


"....끝났네."


  박사는 걸터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썩어 넘어진 나무둥치라 생각했던 그의 의자는 사실, 홀로그램이 덧씌워진 의자였을 뿐이었다. 박사는 품 속에서 작은 메모장을 꺼내 몇 가지 내용을 기입했다. 


  사실, 두 사람이 있던 곳은 어두운 밤이 내려앉은 숲 속이 아니었다. 이 곳은 클로저와 공학부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증강현실 프로그램의 실험실.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던 것도, 과연 이 기계가 얼마나 정교한 형상을 빚어낼 수 있는지 시험해보기 위한 것이었다. 


  제약업체인 로도스에서 증강현실을 연구하는 것이 다소 뜬금 없을 수 있다는 의견 역시 있었다. 박사 역시, 클로저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진, 그저 공학부의 독단이라 생각했다. 


'치료해야 하는 건 몸 뿐만이 아니야.'


  증강현실 연구가 뜬금 없다는 박사의 말에 돌아왔던 클로저의 답변이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아무리 사람의 몸이 완벽하게 치료되어도, 그 과정에서 사람의 정신이 피폐해지면 그것은 치료라고 할 수 없다. 진정한 치유는, 사람의 내면까지 보듬어줘야 하는 법이다. 


  그렇기에, 박사는 직접 증강현실 실험에 제 한몸 불사르기로 했다. 물론, 그 혼자서 모든 표본을 담을 수는 없으니 그가 아닌 다른 피험자도 필요했다. 메테오는 로도스의 영광스러운, 증강현실 1호 체험자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증강현실이 선택한 테마는 '메테오가 보았던 가장 아름다운 숲'이었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결과적으로 환자가 느끼는 가장 아름답거나, 익숙한 풍경을 재현하여 그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해주기 위함이다. 메테오는 트라우마에 시달릴 정도로 정신적으로 몰려 있는 환자는 아니었지만, '숲' 자체가 가져오는 안정감 역시 원했기에 이 로도스에서 숲에 대해 가장잘 아는 메테오를 섭외한 것이었다.


  하지만, 중간에 제 역할도 잊고 풍경에 몰입했던 것은 어느 쪽이었더라? 순간, 박사의 눈 앞에 악기를 연주하던 메테오의 모습이 다시금 떠올랐다. 주홍빛 모닥불의 빛으로 물든 그녀는, 분명...


"수고했어, 메테오. 그래서, 어때? 재현도는 높아?"


  박사는 황급히 메테오의 의견을 물었다. 이유는 아까 메테오의 웃음과 똑같았다.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린 제 감정을 숨기기 위해서, 그리고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서.


"멋졌어. 바람이나... 숲의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 만큼은 진짜 숲과 똑같았네. 마치 과거의 그 숲 속에 있던 것 같았어." 


  메테오는 희미하게 웃었다. 아까와 같은 어두운 색채다. 하지만, 아까와 비교하면 그 어두움은 덜하다. 그리움은 묻어 있지만, 그 그리움의 맛은 분명 달콤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메테오 역시, 박사의 질문에 착실하게 대답했다. 몸을 숙여 모닥불이었던 버너의 불을 끄고, 메테오는 의자에 앉았다. 아까와는 정반대로 급변해버린 순백의 방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낯섬이야말로, 방금 전 까지 가짜로 만들어졌던 숲이 얼마나 정교했는지에 대한 반증이었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이, 만약에 하나 더 있다면 그것은...


  아직도 메테오의 얼굴에서 사라지지 않은 열기와, 가슴의 두근거림.


"수프가 남았네."


"그대로 놔두면 클로저랑 애들이 먹을 거야. 엄청 맛있었으니까, 애들도 좋아할 거야."


"어머, 칭찬 고마워."


  메테오는 수줍게 웃었다. '아름다워', 박사의 목소리가 메테오의 귓가에 울린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 덕에, 메테오의 얼굴에 열기가 확 퍼졌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메테오는 어떻게든 열을 식히려고 노력하는 것에 반해, 그녀의 눈에 비치는 박사는 태연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메모했다. 


  나 혼자 너무 설레발 친 걸까.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아직도 콩닥거리는 심장에 메테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메테오. 수고했어."


"응. 박사도 수고했어."


  역시나. 태연하게 실험의 종료와 함께 숲 속의 일을 모두 잊은 듯 다시 사무적인 말투로 돌아온 박사를 보며 메테오는 아쉽다는 듯 쓰게 웃었다. 그래, 이 가슴의 두근거림은, 그저 오랜만에 숲 속에 있었던 덕분에 느낀 두근거림이라고 하자. 메테오는 씁쓸하게 웃으며 챙겨왔던 짐을 다시 주섬주섬 챙겼다. 그러다, 방금 전 까지 연주했던 류트를 다시 손에 들었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숲 속의 풍경처럼, 지금은 소리를 내지 않는 류트의 연주 역시 마치 꿈처럼 실감이 나지 않았다. 박사는, 이 연주가 마음에 들었던 걸까? ...만약, 그렇다면...


  또 한번 그의 곁에서 연주해도 괜찮을까? ...아니다. 괜히 나 혼자 설레발 치지 말자. 메테오는 또 한번 한숨을 내쉬며 짐을 전부 챙긴 배낭을 등에 맸다. 이제는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니까, 숲에서의 추억은 그저 추억으로 남겨두자. 메테오는 단념했다.

 

"메테오, 있잖아."


  하지만, 류트를 본 박사는 잠시 뜸을 들이다.


"....나중에, 또 연주.... 들려줄 수 있을까?"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수줍게 물었다. 메테오는 순간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자기가 잘못 들은 걸까 싶어 박사와 눈을 마주쳤다. 하지만, 메테오와 눈이 마주친 박사의 시선은 천천히 옆으로 돌아갔다. 그는 메테오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분명 모닥불은 꺼졌지만, 그의 얼굴은 아직 주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렇구나. 아직, 숲 속의 야영은 끝나지 않았구나.


"...응, 얼마든지."


  메테오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 두 사람은 밤하늘에 감싸인 육지의 섬 속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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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rca.live/b/arknights/57706592

전편 링크


예아 반갑소. 

 


신청은....아니고, 내가 소재 구걸해서 쓴 메테오 단편. 밤 속의 야영회. 몬가 더 좋은 제목이 없나... 싶긴 한데.


대강 내용은 저기 적힌대로 모닥불을 피우고 수프를 먹으며 캠핑하는 메테오랑 독타. 

갑자기 증강현실이 박혀서 엔딩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냥 저런 식으로 '나중에 또 하자.'라는 여지를 주는 엔딩으로 결정.

모닥불은 뭐... 모닥불처럼 위에 냄비 걸 수 있도록 대충 모양만 구현한 가스버너라고 칩시다. 처음에는 모닥불 피우는 거로 하려 했는데, 그래도 일단 방 안에서 모닥불 피우는 건 좀...


소재 구걸할 때도 이야기했지만, 글이라는 게 결국 안 쓰면 실력이 떡락하다보니 최대한 많이 적으려고 노력은 하는데 요즘 머리가 굳어서 그런가 소재 자체가 안 떠오름. 


로도스 바도, 하얀 늑대도 전부 쓰다가 막혔고 새벽에 올렸던 아네모네의 꽃말도 솔직히 별로...인듯. 그건 야스 빼고 다시 써야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메테오의 성격은 자애로운 성격이라는 거 하나말고는 아는 게 없어서 제대로 썼는지 모르겠다.


뭐 아무튼, 긴 글 읽어줘서 압도적 감사



수정) 전체적으로 증강현실의 목적+약간의 로맨스를 마지막에 추가함. 기승전결의 큰 차이는 없으니, 별 문제는 없어요.



아무튼 그래서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더 나은 글을 위해 언제나 피드백 받음.

그리고 댓글 보는 맛으로 글을 쓰는 파라, 댓글 많이 달아주면 하나하나 다 읽고 쥰내 열심히 글 적음.


댓글 달아줘 어서 

잔뜩 달아줘 당장





일단 더 쓰기로 고민 중인건


1) 얀데레 시

비슷한 주제가 하나 있었던 거 같긴 한데... 수위를 어느정도 할 지, 소재는 뭐가 좋을지 고민해보고 일단 씀. 


2) 이성 0이 된 박사를 보는 로도스 오퍼들

이거... 예전에 내가 로도스 업무상 주의사항 쓸 때처럼, 보고서나 항목 형식+예전에 어디서 봤던 SCP재단 2차 창작인 '브라이트 박사의 101가지 금지사항'...인가? 하는 거 참고해서 써볼까 생각 중. 근대 이것도 이미 비슷한 게 하나 있던거 같아서 고민중? 



그 외에도 일단 단편 신청 받음.

이 글쟁이는 확정은 아니지만 일단 무료로 써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