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고 갱단의 리더, 비나와 거대한 우르수스 여행자 캄차카가 

만나 인연을 쌓은 지 1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콰아아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건물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그 소리에 잠자고 있던 캄차카는 깜짝 놀라 일어났다.

커튼을 걷고 창 밖을 보니 웬 흰 가면을 쓰고 있는 자들이 

무기를 든 채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몸에 광석이 돋아나 있는 그들은 '감염자 해방'을 외치며 

거리를 활보했다.


".....개판이 따로 없군!"


일렁-


순간 그의 몸에서 '어둠'이 일렁이더니 그의 머리를 감쌌다.

머리를 감싼 어둠은 마치 투구처럼 단단하게 굳어지더니, 

눈구멍이 뚫리고, 입을 보호하며 이빨을 감싸 더욱 단단하고 날카롭게 만들었다.

가지고 있던 짐을 자신의 그림자에 던지자 짐들은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손가락 끝엔 하나 하나가 커다란 외날 대거와 비슷하게 생긴 어둠으로 이뤄진 

검은 발톱이 드러나 있었다.


"....글래스고 아가씨들이 걱정되는군."


벽의 그림자에 손을 쑥 집어넣곤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어봤지만 통신사가 공격 받았는지 전화가 되질 않았다.

설마 싶어 통화권을 확인하자, 예상대로 통화권 표시 위에 X자가 떠 있었다.


"그래....직접 가야 한다 이거지?"


캄차카는 고개를 몇 번 뚜둑이며 호텔에서 나가기 시작했다.








-거리로 나오자 엉망이 된 거리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거리로 나온 그를 눈치챈 근처에 있던 하얀 가면들이 

무기를 들고 캄차카에게 달려들었-


움찔-


"-오메야, 이런 씹....!"


"*빅토리아 욕설*, 저거 사람 맞아...?!"


-달려들려고 했지만, 4m에 육박하는 거대한 덩치를 

확인하자마자 그들은 그대로 방향을 틀어 달아났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그 모습에 캄차카는 뭔가 상처 입은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차라리 방해 받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하곤 다시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쿵-! 쿵-! 쿵-! 쿵-!


키 약 4m, 몸무게 약 900kg에 육박하는 거대한 우르수스 인이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은 흡사 거인이 뛰어오는 듯한 압박감이 있었다.

중간 중간, 그는 위기에 빠진 민간인들이나 분투하고 있는 경비병들을 

도우며 글래스고 갱단이 있는 곳으로 향하자, 쇠가 부딛치는 소리와 

익숙한 백호 여성의 기합 소리가 들려왔다.


"-캬아아아앗!!!!!"


콰지지지직-!!!!!! 


뼈와 살이 부러져 뜯겨나가는 소리와 함께 하얀 가면 한 명이 

골목길에서 튀어나와 길바닥을 굴렀다.

캄차카는 자신이 늦지 않았음을 깨닫고 오른발을 내밀어 제동을 걸었다.


쿠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보도 블럭이 모조리 부숴 갈아버리는 듯한 소리가 

그의 오른발 아래에서 들려왔다.

어째 보도 블럭을 깐 건설 업자들의 통곡 소리도 들린 듯 했지만 

캄차카는 환청이라고 일축하고 싸우던 자세 그대로 굳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하얀 가면들과 글래스고 갱단을 눈에 담으며 외쳤다.









"-괜찮은가, 글래스고 아가씨들?!"


".....등장 한번 화려하군, 우린 괜찮다."


흙먼지와 함께 등장한 캄차카의 등장은 하얀 가면들로 하여금 

공포를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글래스고 갱단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이다!! 전부 쓸어담아!!!!!"


"....?! ㅇ, 이런-"


퍼억-!!!


서걱-


콰아아앙!!!!!


우득!


"-그럼 나도 돕지!"


"으아아아아아아아!!!!! ㄱ, 괴물이 온다아아아!!!!"


"실례구만! 괴물이라니."


바우우우우우우웅-!!!!!!!!! 


캄차카의 앞발이 힘차게 휘둘러지자, 공기를 찢는 듯한 끔찍한 파공음이 들리더니,

더욱 끔찍한 소리가 비명과 함께 터져 나왔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거대한 폭음과 함께 하얀 가면 7명이 일제히 거칠게 찢겨 죽는 

광경이 펼쳐지자 살아남은 하얀 가면들은 기겁하며 급히 흩어졌다.


"ㄷ, 도망가!!!"


"저거 걸리면 진짜 죽는다!!! 진짜 죽어!!!"


"살려줘!!! 저건 너무 끔찍해!!!!!"


흙먼지가 가라앉자, 글래스고 갱단원들의 시선이 원형조차 알기 힘든 

7명...아니, 7개의 고깃 덩어리에 한번, 그리고 자신들을 향해 

어디 다친 곳은 없냐고 태연하게 묻는 캄차카에게로 옮겨졌다.


".....와, 아저씨 진짜 강하구나."


-그 인드라가 혀를 내두르며 캄차카를 인정했을 정도로, 

그가 한번 내보인 위력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말했지 않은가! 난 힘 하난 자신 있다고!"


처음 그녀들과 만났던 날처럼 캄차카는 보디빌더 자세를 취했지만, 

여전히 역효과였다, 아니. 지금은 더 했다.


"-하아, 저기...캄차카 아저씨."


"응? 왜 그러나, 다그다?"


".....아무래도 웃기려고 하는 거 같은데, 그거 엄청 무섭거든?"


"-엥!?"











-대충 상황이 정리되자, 글래스고 갱단은 아지트로 모여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회의를 가졌다.

아니, 방침은 정해졌지만 정확하겐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회의였다.


".....컬럼비아는 어때? 거기가 제일 무난하지 않을까?"


"용문도 괜찮지 않을까?"


비나는 어디로 갈지 의논하는 부하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과거'에 들어본 적 있는 한 인물이 있는 곳을 떠올리곤 말했다.


"....[로도스 아일랜드]로 가겠다."


"로도스....? 전에 우릴 스카우트하려고 했던 거기요?"


"어, 마침 추천장도 있겠다, 거기서 새로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뭐, 난 왕의 말이라면 어지간해선 찬성이야."


"왕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갱단에서 오퍼레이터라, 뭐...나쁘진 않습니다만...."


다그다는 잠시 말을 흘리다가 한숨을 쉬며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로도스가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여행에 필요한 지도도 없는데..."


".....그거라면."


슥-


비나는 고개를 돌려 아지트 문 앞을 막고 있는 거대한 검은 털 벽을 바라봤다.


'....설마, 이 패를 이런 식으로 써먹게 될 줄이야.'


캄차카, 이 거대한 우르수스 여행자에게 은혜를 입힌 것이 

이렇게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래서 사람을 돕고 봐야 한다는 말이 있는 건가."


듣고 있었다는 듯 그녀의 중얼거림에 검은 털 벽이 움직이더니 

캄차카는 머리를 아지트 안으로 들이밀며 말했다.


"-도움이 필요한가?"


"....응, 우릴 로도스 아일랜드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 수 있겠나?"


그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짐들 챙기게! 준비 마치는 대로 출발하자고."


"고마워, 캄차카."


"말했잖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라고."








-이후 짐을 챙기고 나온 글래스고 갱단원들의 짐을 캄차카가 

받아다가 자신의 그림자 속에 집어넣는 걸 보고 비나들이 기겁하는 

해프닝이 잠시 있었지만 그가 네 발로 서며 자신의 등에 타라고 

말하는 바람에 어영부영 넘어가고 말았다.


"-아니, 잠깐. 이거 맞아?"


"꽉 잡게나, 비나. 네 발로 달릴 때의 나는 엄청 빠르다네."


".....아니, 이런다고 뭐 얼마나 빨리 달맄-?!?!?!??!?!"


투쾅-!!! 쿠궁-!! 쿠궁-!! 쿠궁-!! 쿠궁-!!



-참고로, 곰의 달리기 속도는 약 45~50km/h 정도다.

여기에 아츠로 신체 강화까지 건 캄차카의 평균 속도는 약 70km/h.

비나는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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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발로 달리는 캄차카: 평균 약 70km/h로 달리는 우르수스산 중장갑 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