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arknights/53329183 > 이곳으로 들어가면 전편을 마음껏 볼 수 있다구







#. 사잇수(zwischenzug)


0.


 “우선은 여기 적힌 대로 결과를 발표해주십시오, 모브 씨.”














1. 


 3:50 p.m

 날씨/맑음

 카시미어 그랜드 나이트 영지

 어딘가에 있는 개인 펜트하우스


 ‘빅마우스’ 모브.


 그는 멸칭이자 애칭인 그 이름 그대로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스타일이 특히 장기인 경기 해설자였다. 중간중간에 광고 멘트를 서슴지 않고 날리는 건 물론이요, 필요하다면 육두문자만 안 썼지 노골적인 입담까지. 그야말로 관중들의 환호와 야유를 끌어내는 데엔 도가 튼, 이른바 잔뼈 굵은 인물이었다. 유감스럽게도 해설 스타일이 워낙에 호불호가 극명한 편이라, 고작해야 2류 경기 해설이나 전전하는 신세였지만 말이다.


 “…….”


 그러나 펜트하우스 안으로 들어서는 그의 모습에선 예의 그 시끄러운 부산스러움 따윈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엄밀히 말해서 그의 차림새 자체는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싯누런 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눈살 찌푸려질 정도로 화려한 선글라스, 그리고 기사의 갑옷을 조악하게 흉내 내기라도 한 양 쓸데없이 화려한 재킷. 그야말로 당장에라도 시끄럽게 웃어댈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는 웃고 있지 않았다.


 조금도.


 아무리 겉모습이 그런다 한들 사람 자체가 위축되어 있다면 무슨 의미겠는가. 그의 발걸음은 살얼음을 딛는 듯 조심스럽기 그지없었다. 경기장에서 늘상 보여주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 그런 그의 모습은 감정회에 들어서는 죄인과 다를 바 없었다.


 언뜻 생각하기엔 그가 이 펜트하우스의 위용에 주눅이 들었다고 여길 수도 있다. 실제로 이 펜트하우스는 감히 그와 같은 2류 해설자 따위는 평생 넘볼 수조차 없는 곳이었으니 말이다.


 고풍스러운 라이타니엔 풍의 태피스트리에 벽을 장식한 하얗고 검은 대리석, 통짜 유리로 만들어져 속에서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샹들리에. 어쩌면 저 샹들리에를 장식하고 있는 유리 장식 하나만 해도 그의 한 달 치 급여 이상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그를 주눅 들게 만든 건, 그의 떠벌리는 입에 자물쇠를 채운 건 한낱 실내 장식 따위가 아니다. 고작 그런 걸로 주눅이 들 만큼 모브도 어수룩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를 짓누르고 있는 건……. 사람이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시합에서부터 지금까지, 그의 마음을 내내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사람이 바로 그의 눈앞에 있었다.


 그래, 바로 그의 눈앞에.


 고풍스러운 가죽 소파에 몸을 묻은 채로, 한 손에 든 와인 잔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아주 말쑥한 차림의 쿠란타. 입가에 띤 미소마저 계산적이라고 착각이 들 만큼 차가운 인상의 소유자.


 그가 웃으며 소파를 가리켰다.


 “오셨군요, 모브 씨. 자아, 이쪽에 앉으시죠.”


 “아, 아닙니다. 저는…….”


 “앉으십시오, 모브 씨.”


 그는 모브의 말을 자르며 다시 권했다.


 “저는 당신을 벌하려고 부른 것도 아니고, 그럴 권한이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제가 당신을 부른 건 단순히 비즈니스를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부디 앉아주시길 바랍니다. 서 있는 상대와 사업 얘기를 할 순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그의 눈빛은 단호했고, 말엔 힘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리찍어 누르는 듯한 힘. 그러나 딱 상대가 불편해하지 않을 정도로만 지그시 누르는 듯한. 모브는 몇 차례나 주저하고 또 망설이다, 결국 빠져나갈 구멍 따윈 애초에 이곳에 발을 들일 때부터 없었다는 걸 깨닫고선 체념하듯 자리에 앉았다. 그런 모브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번득였다.


 “소개가 늦어 죄송합니다, 모브 씨. 저는 차르니라고 합니다. 이번 기사 협회 경기 구역의 교대 책임자 중 한 명이자…….”


 그는 호기심을 자극할 심산인 듯 일부러 말을 끌었다.


 “미에슈코 그룹 기사 경기 및 선발 부문 집행자, 그리고 상업연합회 주재 경기 구역 대변인으로 있는 사람이죠. 이런, 소개가 너무 장황했군요. 제 직책은 편하게 상업연합회의 ‘대변인’ 정도라고 봐주시면 됩니다.”


 모브의 입이 딱 벌어졌다. 문자 그대로, 목젖이 보일 정도로 쩍 벌어진 게 어디 말마따나 턱뼈가 빠지기라도 한 것만 같은 모양새였다. 그 벌어진 입은 폭풍처럼 요동치는 그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상업연합회. 그리고 그 정점에 서 있다고 알려진 미에슈코 그룹.


 그 두 개의 이름이 거론된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그’ 상업연합회를 대변하는 사람이라니. 바로 이 날카로운 인상의 쿠란타가 바로 그 사람이라니.


 “저, 저저저, 저저……!”


 모브가 엉덩이에 용수철이라도 달린 양 다시 벌떡 일어나 90도로 허릴 숙인 건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저, 전에는 무례하게 굴어서 죄송했습니다! 사, 상업연합회의 분이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정말입니다! 제가 못 배워먹은 놈이라, 눈이 장식으로 달린 놈이라 높으신 분도 몰라뵙고……. 저, 정말 죄송합니다, 차르니 선생님!”


 “그때 일은 괜찮습니다, 모브 씨. 자아, 다시 앉으시죠. 너무 긴장하실 필요 없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지금 저흰 서로 동등한 비즈니스 관계니까요. 마실 거라도 어떠십니까? 1081년산 샹그레알 빈티지입니다. 향이 아주 좋죠.”


 “넵! 잘 마시겠습니다!”


 차르니가 와인이 아니라 걸레 빤 물을 준다 해도 그는 마시겠다고 했을 터였다. 그만큼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으니까. 어쨌든 모브가 다시 자리에 앉자(아까와는 달리 완전히 정자세였다) 차르니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의 앞에 와인 한 잔 따라줬다. 향이 좋긴 했다. 아쉽게도 그걸 느낄 만한 정신이 모브에게 남아 있진 않았지만 말이다.


 차르니는 그런 모브를 바라보며 운을 띄웠다.


 “사실 전 당신의 해설 스타일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숨은 팬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빅마우스’ 모브라……. 누가 지은 별명인지는 몰라도 정말 잘 어울리는 예명입니다. 아, 혹시 이런 자리에서까지 예명은 좀 그러십니까? 본명으로 불러드릴까요?”


 “아, 아닙니다. 저는 이 이름이 좋습니다. 제 본명은 워낙에 좀 평범해서 그다지 임팩트가 있다거나 그러진 않거든요. 개성으로 먹고 사는 게 저희 같은 해설들 아니겠습니까? 아, 아니 물론 제가 그 정도로 잘났다는 뜻이 아니고, 그게…….”


 “아닙니다, 아니에요. 전적으로 모브 씨 말씀에 동감합니다.”


 모브는 말을 하다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쳤지만 차르니는 전혀 불쾌한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즐기는 듯한 태도였다. 이 펜트하우스와 지독히도 어울리지 않는 모브의 옷차림만 제외한다면, 그는 마치 오래된 옛 친구를 만난 듯 시종일관 느긋하고 여유로운 태도였다.


 “개성, 맞습니다. 이 콘크리트의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개성이 필요하죠. 남들과 다른 모습, 남들과 달라지고 싶다는 그 열망이 우릴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문명을 발전시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모브는 차르니의 얘기가 길어질 것을 직감하고선 재빨리 와인을 입술에 갖다 댔다. 아까완 달리 맛과 향이 어느 정도 느껴졌다. 단언컨대 그가 평생 입에도 대볼 수 없을 만큼의 최고급품이었다. 차르니의 말마따나 여긴 비즈니스의 공간이었다. 상대에게 적의가 없고, 또 자신을 질책하지 않는다는 걸 안 이상 그가 두려워할 이유는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어떤 높으신 분들은 이런 콘크리트 정글을 싫어하십니다. 낮과 밤이 구분되지 않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며 우뚝 서 있는 빌딩들이 꼴도 보기 싫다고 한탄하시는 분도 적지 않죠. 그래요, 저도 압니다. 상업연합회의 기사 경기가 모든 분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어떤 분들에게 기사 경기는 그저 전통에 대한 모욕일 뿐이겠죠. 또 어떤 분들에겐 고귀한 전통을 구경거리로 전락시킨 원흉일 테고요.”


 “…….”


 이번에야말로, 모브는 침묵했다. 그가 끼어들기엔 차르니의 말은 너무 크고 무거웠다. 와인으로 최대한 살살 입술을 축이며, 그는 차르니의 말을 경청하는 척했다. 어차피 저 사람의 시야를 따라갈 수 있을 리 없었다. 저건 일종의 추임새일 뿐, 엄밀히 말해 그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차르니는 계속해서 말했다. 와인을 마시는 시늉이라도 하는 모브와는 달리, 그는 와인 잔을 손에서 돌리기만 할 뿐 입에는 한 번도 대지 않았다.


 “넓은 숲과 초원. 기사들의 명예와 영광. 카시미어는 외적과 재앙에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걸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기사들의 희생 덕이었죠. 명예와 영광이라는 정신에 따라 그들이 목숨을 바치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카시미어도 없었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모브 씨?”


 “무, 물론이죠!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저 또한 그걸 부정할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에, 저는 더더욱 우리들의 문명의 중추, 바로 이 카시미어라는 이동 도시를 더욱 번창시키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앙은 갈수록 빈번해지고, 밖으로는 여전히 적의 세력이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은 하나가 아니죠.”


 차르니의 눈이 예리한 면도날처럼 번득였다. 그건 감정 하나 실려 있지 않은, 상업연합회에 속한 사람의 눈이었다.


 “비록 세력이 약해졌다 하나 우르수스는 언제고 우리의 국경선을 위협할 수 있는 강대국이며, 언제까지고 낙후된 곳일 줄만 알았던 쉐라그도 점차 문명을 받아들이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제 카시미어에선 겨울만 되면 쉐라그에서 수입한 방한 용품 따위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죠. 놀랍지 않습니까? 국가 간 무역을 체결한 지 고작해야 3년 남짓 지났을 뿐인데, 조금씩이나마 이쪽과 대등한 자리까지 올라오고 있다니요.”


 “그, 그럼 차르니 선생님께서는 쉐라그를, 혹시 위협이라고…….”


 “훗.”


 모브가 겨우 입을 떼자 차르니는 재밌는 농담이라도 들었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그제야 손에 들고 있던 와인을 한 모금 머금었다.


 “이런, 모브 씨. 제 말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시는군요. 저는 단지 도시와 문명의 발전이 얼마나 빠르고도 정교한지에 대해 감상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쉐라그는 저희의 든든한 우방입니다. 서로 문물을 주고받으며 발전해야죠. 서로의 이익에 상충되지 않는 한 오래도록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모든 세력이 다 우리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닙니다. 유감스럽게도 말이죠. 그러니 우리는 대비를 해야 합니다. 평화로울 때야말로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카시미어 격언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요.”


 “…….”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모브는 속으로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자신은 그저 일개 해설자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저런 장대한 말을 들어봤자 감탄하는 말 정도의 추임새밖에 입 밖으로 낼 게 없단 뜻이었다. 설마 진짜로 그 정도를 위해 여기까지 부른 건 아닐 테고……. 모브의 머릿속은 점점 더 꼬여만 갔다.


 “모브 씨.”


 “넵.”


 “며칠 전 파이어블레이드 경기장에서 있었던 경기를 기억하십니까?”


 ‘갑자기 왜 그걸 묻지?’


 순간 그런 의문이 스쳐 지나갔지만, 해설자라는 직업답게 경기를 떠올리자마자 그의 목소리엔 처음으로 열기가 깃들었다.


 “프리랜서 기사 난투전 말씀이십니까? 기억하다마다요. 리틀 니어와 용문 출신의 그…….”


 “제이.”


 “예, 도살자 기사 제이. 이야, 그 기사가 그리 잘 싸울 줄은 몰랐습니다. 그날 배당률도 최고치를 달성했고요.”


 직업적인 고질병일까, 모브는 혹시라도 차르니가 그날 경기에 대해 좀 더 물어보진 않을까 입이 근질거리는 눈치였다. 그러나 차르니는 그의 열기를 모르는 건지, 아니면 못 본 척하는 건지 별 반응이 없었다.


 “용문 출신의 칼잡이 기사라. 카시미어에선 누구나 다 기사가 될 수 있다지만 그걸 감안한다 쳐도 참 요주의 인물이로군요. 도살자라는 건 그 친구가 신청한 링네임입니까?”


 “아, 아닙니다. 경기장 측에서 임의로 붙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생긴 게 아무래도 그, 뭐냐 좀 그런 게 어울릴 것 같지 않습니까.”


 “이건 노파심에서 여쭤보는 것입니다만, 혹시 그 친구 출신에 대해 좀 더 들은 거라도 있습니까? 뭐든지요.”


 “글쎄요, 그냥 용문 슬럼가에서 횟집인지 선술집인지를 운영했다는 것밖엔……. 죄, 죄송합니다. 사실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닙니다.”


 “아니, 아닙니다. 제가 실언을 했군요. 저 역시 알아봐도 그 정도밖에 모르겠는지라 혹시나 해서 여쭤봤습니다. 잊어주십시오.”


 아무래도 차르니는 경기보단 그 제이라는 청년에 대해 더 관심이 있어 보였다. 확실히, 그럴 수도 있다. 어쨌건 그 경기 이후로 그 제이라는 기사와 리틀 니어의 주가가 훌쩍 뛴 건 사실이니까.


 그러나 차르니가 제이에게 관심을 가지는 건 그런 이유가 아닌 듯했다. 그건 아주 묘한 느낌이었다. 적의도, 악의도 아니지만…….


 마치 칼날로 목덜미를 슥 훑는 듯한 그런, 서늘하면서도 소름 끼치는 느낌.


 차르니의 관심은 아직까지 제이라는 도살자 기사에게 머물러 있는 듯했다. 모브는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그 기사가 뭔가 잘못이라도 저지른 겁니까? 패싸움에 휘말렸다거나…….”


 “하하, 전혀 그런 일 없습니다. 아무리 조사를 해봐도 썩 마음에 드는 정보가 나오질 않아서 말이죠. 용문 근위국 쪽에 문의를 넣어 본다 해도, 도시 간 정보 교환 협상도 되지 않은 우리 쪽에 과연 개인의 정보를 넘겨줄까 의문이기도 하고…….”


 차르니는 드물게 미간을 짚으며 피곤하다는 기색을 내보였다. 그건 모브가 차르니와 마주한 이후로 처음 보는, 그의 가장 인간다운 면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찰나의 순간일 뿐, 눈 한 번 깜빡했을 때 그는 다시 사무적이고 냉철한 미소로 모브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그 도살자 기사의 첫 경기부터 직전 경기까지 쭉 해설을 맡았습니다. 당신이 보기에 그는 어땠습니까?”


 “제, 제가 감히 제 의견을 말해도 될지…….”


 “저는 녹화된 경기 기록보다는 현장의 증언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부디 고견을 들려주시죠.”


 차르니의 말투는 좀 전과 똑같이 부드러웠다. 그리고 여전히 사람을 강압적으로 따르게 만드는 힘 역시 깃들어 있었다. 자신의 증언이 과연 그 기사에게 독이 될 것인가, 득이 될 것인가……. 모브는 짧게 고민하고서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괜한 잔머리를 굴렸다가 이쪽이 손해를 보는 건 사양이었다.


 “사실 도살자 기사란 링네임이 썩 어울리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생긴 게 그래서 그렇지 스타일 자체는 굉장히 침착하고 변칙적이거든요. 특별히 훈련을 받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싸우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싸움에 서투르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고……. 그, 이런 표현을 써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서투르면서도 싸움에 익숙한 사람 같습니다.”


 “흠, 서투르면서도 익숙하다라.”


 “애, 애매하게 말씀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모브 씨. 그게 당신의 감상이라면 감상이겠죠. 전 솔직한 사람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좋아하죠.”


 차르니는 그의 말을 곱씹듯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와인 잔만을 바라봤다. 어찌나 뚫어져라 보는지 얇은 유리잔에 혹여나 구멍이라도 뚫릴까 염려가 될 정도였다. 모브는 그런 그의 눈치를 슬쩍 봤지만, 여전히 차르니의 눈빛에선 어떠한 적의도 뭣도 느껴지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분석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모브는 약간 혼란스러웠다.


 그 용문 출신의 기사가 그리 특별한가?


 출신이 좀 독특하긴 하지만 아주 없는 경우도 아니다. 당장 예전에 3연속 챔피언이 된 어둠의 기사도 있고 하니 말이다.


 그럼 뛰어난 실력을 지녔는가?


 확실히 잘 싸우긴 하나 어디까지나 ‘의외로’란 수식어가 붙어야 가능한 평가다. 프리랜서 기사들 중에서야 확실히 두각을 보이긴 하지만, 정식 칭호를 받은 기사들에 비한다면 기량이 딸린다. 장비도 썩 좋아 보이진 않고. 좋은 장비를 갖추는 것 역시 그 기사의 실력이다.


 혹시 정말 용문 슬럼가의 행동대장이라던가 그런 거라면…….


 아니, 그럴 리 없다. 모브는 속으로 고개를 저으며 그 의문을 바로 짓뭉갰다. 경기장에서 도살자니 뭐니 흉측한 칭호를 붙여서 그렇지, 한 번이라도 그 특유의 맹하고 약간 멍청해 보이는 눈빛을 봤다면 그런 생각 따윈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눈치챘을 땐 모브는 이미 저도 모르게 말을 내뱉고 있었다.


 “저, 차르니 선생님. 외람되지만 질문 하나 해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모브 씨. 얼마든지요.”


 “그, 그럼……. 그때 왜 그런 지시를 내리셨습니까?”


 “흐음, 그런 지시라 함은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지?”


 “그, 그러니까……. 도살자 그 선수와 리틀 니어를 공동 3위로 배정하라 하셨던 그 말씀 말입니다.”


 “…호오.”


 차르니의 눈매가 가늘어지자 모브는 반쯤 무의식적으로 재킷 주머니를 꽉 움켜쥐었다. 거기엔 며칠 전 차르니가 슬쩍 건네줬던 쪽지가 들어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지시를 받은 즉시 파기해야 하는 게 암묵의 규칙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


 그는 경기 결과에 납득할 수 없었다.


 그건 엄밀히 말해 해설자가 의문을 가져도 될 영역이 아니다. 해설자는 광대다. 사람들의 지갑을 여는 광대. 해설자가 고민해야 하는 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쉽게 지갑을 여는가에 대한 것이다.


 그러니 지금 그의 물음은 일종의 직업 윤리에 반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카시미어의 기사 경기에 과연 ‘윤리 의식’이라는 게 있다면, 말이지만.


 “그때 실점이 많긴 했지만 도살자 기사는 여전히 1위였고, 리틀 니어는 변변찮게 점수를 딴 게 없어서 실격 처리 대상이었습니다. 물론 둘이 결투를 벌여서 서로가 실점과 득점을 나눠 가졌다고 볼 수 있지만, 규칙에 따르면…….”


 “그러니까 모브 씨는 그 지시를 이해할 수 없단 말씀이시군요. 납득할 수 없다고도 생각하시는 거고요. 모브 씨, 확인차 묻겠습니다만 그 지시가 누구의 것인지는 기억하시겠죠?”


 “파, 파벨, 회장님의, 지시라고…….”


 “기억하고 계시다니 기쁘군요.”


 모브의 낯빛이 대번에 시퍼렇게 죽었다.


 “안심하십시오, 모브 씨. 맹세코 불편하게 해드리려고 여쭤본 게 아닙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어떤 말씀을 하시든 불이익이 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대변인으로서의 이름을 걸고 약속드리죠.”


 “가, 감사합니다…….”


 모브는 저도 모르게 휴우,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기 와서 저도 모르는 행동을 한 게 벌써 몇 번째일까. 심장이 반으로 쪼그라드는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르니는 그런 그를 보며 엷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방금 질문이 당신에 대한 제 평가를 조금 바꿨습니다. 당신도 그 용문 출신의 기사에게 영향을 받은 걸까요? 흥미로운 일입니다, 모브 씨. 정말 흥미로워요. 그 프리랜서 기사는 정말 몇 번이고 저를 놀라게 하는군요.”


 “그, 그저 이번 기회가 아니면 여쭤볼 수 없을 거 같아서…….”


 “기회를 잡는 것 또한 능력이고 실력입니다. 기회란 손을 뻗을 용기가 있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용기 있는 자는 보상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들려드리는 이야기는 당신에 대한 제 호의의 뜻이라 생각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가볍게 말하는 듯했지만, 차르니의 눈빛은 이전보다 훨씬 더 차갑게 번득이고 있었다. 모브는 직감적으로 이 얘기를 들으면 절대 뒤돌아 도망칠 수 없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나마 있던 거절의 선택지가 사라진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선택을 했고, 이제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할 때였다.


 차르니는 가만히 말을 꺼냈다.


 “상업연합회가 감정회를 경계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계시겠죠.”


 “알다마다요. 카시미어에 살면서 그걸 모르면 간첩이죠…….”


 “사실 연합회와 감정회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같습니다. 다만 서로의 이념과 방법이 너무나도 달라 마찰이 있을 뿐이죠.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결국 다 풀릴 테지만, 아까 말씀드렸듯 우리에겐 시간이 없습니다.”


 평화로울 때야말로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던가.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정신 나간 소리 집어치우라고 웃어넘겼겠지만, 확실히 상업연합회의 대변인쯤 되는 사람이 그리 얘기하니 무게감 자체가 다르긴 했다.


 “니어 가문은 언제나 요주의 대상이었습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조, 좋은 의미로요? 연합회는 빛의 기사를 껄끄러워하지 않았습니까?”


 “빛의 기사의 추방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한 문제가 얽힌 결과입니다, 모브 씨. 그러니 그 얘기는 이만하도록 하죠. 빛의 기사가 카시미어에 돌아올 일은 앞으로 영원히 없을 테니까요.”


 순간 모브는 혹시 이 사람이 빛의 기사에게 그 악몽 같은 암살자들인 아머레스 유니온이라도 보냈나 싶었지만, 그가 채 의문으로 빠져들기도 전에 차르니는 다음 말을 이어서 하고 있었다.


 “빛의 기사가 없는 니어 가문에 상품 가치는 없습니다. 특히 마리아 니어는, 그 빛의 기사의 모조품에 불과하죠. 그런데 그런 소녀가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뛰어든 기사 경기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면서, 제 언니의 발자취를 따라가려 애쓰고 있죠. 그 끝에서 대체 뭘 바라는 건지도 모른 채 말입니다.”


 “…….”


 “그런 사람이 기사 경기의 물을 흐려선 안 됩니다, 모브 씨. 그건 안 될 말입니다. 하늘만 보는 사람은 제 발 앞의 낭떠러지를 보지 못하는 법이죠. 그런 사람이 모두를 이끌게 했다간, 그거야말로 파멸의 지름길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기 전에 니어라는 이름을 꺾어야 합니다, 완전히.”


 “하, 하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이상하지 않습니까. 리틀 니어를 탈락시킬 생각이셨다면 이번 기회가 가장 좋지 않았나요?”


 “그 도살자 기사의 손을 빌려서 말입니까? 아닙니다, 그래선 의미가 없어요. 마리아 니어가 그런 식으로 꺾여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전 겨우 그 정도의 추락으로 니어란 이름을 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차르니의 눈빛은 이제 거의 광기로 번들거리는 듯했다.


 “연명만 할 수 있을 정도로 조금씩 올려보내야 합니다. 자기가 제 발로 함정에 걸어 들어가고 있단 자각조차 못할 정도로요. 그렇게 가능한 한 높이,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옛 기사의 영광에 취해 있는 그 순간, 바로 그때가 그녀의 몰락이 될 겁니다.”


 “그, 그럼 그 용문 출신의 기사는…….”


 “그의 출신이 용문이란 것밖에 정보가 없긴 하지만, 하나 분명한 건 니어 가문과 긴밀히 이어져 있다는 겁니다. 그가 일하고 있는 곳도 옛 니어 가문의 가신들이 차린 가게고, 채찍의 기사도 그에게 꽤 호의적이니까요. 아니고선 중앙 병실의 비싼 병원비를 대신해서 지불해 줄 리가 없겠죠. 그는 니어의 몰락에 극적인 감칠맛을 더해줄 역할을 할 겁니다.”


 “…….”


 역시.


 모브는 등줄기에 서늘한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이 사람은, 위험하다. 분명 예의도 바르고, 또 합리적이지만, 결정적으로 사람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 이 자에게 있어 리틀 니어는 그저 처리해야 할 문제 요소에 불과한 것이다. 그 옆에 있는 제이란 사람도 마찬가지고. 심지어 그게 옳다고 믿고 있다.


 그야말로 광기다. 상업연합회라는 괴물의 악의를, 마치 사람으로 구현해놓은 듯한 광기. 합리성이라는 이름의 광기. 모브는 눈앞의 남자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소름이 끼쳤다. 이 고풍스러운 펜트하우스가 마치 정체 모를 괴물의 뱃속이기라도 한 양 소름이 끼쳤다.


 “두려워하시는군요.”


 “아, 아닙니다. 전, 저는 그저…….”


 “이해합니다. 확실히 어떤 면에선 잔인한 계획일 테죠. 그러나 이미 말은 절벽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그 모습에 취해 하나둘 걸음을 옮기는 말들이 있고요. 말을 멈출 수 없다면, 죽여야 합니다. 두 번 다시 절벽 쪽으로 고개도 못 돌릴 만큼, 처절하게.”


 이 사람은 마리아 니어가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기에 위험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사람도 똑같다. 아니 이 사람이야말로 위험하다. 카시미어의 앞날을 위한 이 사람의 신념과 방법은 거의 광신에 가깝다. 모브는 이 펜트하우스의 현관 문고리를 잡던 그 순간을 뒤늦게야 후회했지만, 옛 격언처럼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었다.


 “당신을 스카우트하겠습니다, 모브 씨. 다시 말해서, 당신을 고용하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의 발전을 위해, 카시미어의 발전을 위해서요.”


 “저, 저도 구미가 당기지만 아쉽게 됐습니다. 저는 이미 바로 얼마 전에 로어 가드 컴퍼니와 계약을…….”


 “그 건이라면,”


 차르니는 좋은 핑곗거리가 생겼다는 듯 화색이 도는 모브를 제지하며 말을 이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모브 씨. 이 비밀 계약서엔 파벨 씨의 도장이 찍혀 있으니까요. 로어 가드 컴퍼니와의 계약에 이변은 없을 겁니다. 당신은 단지, 이 계약서에 서명만 하시면 됩니다.”


 네모반듯한 계약서 한 부가 그의 앞으로 들이밀어졌다. 깔끔한 원목 탁자 위에서, 마찬가지로 깔끔한 글씨체로 되어 있는 한 부의 계약서. 그리고 그 옆에 놓인 만년필. 모브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의 내용을 훑어봤다. 조건은,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제, 제가 본선 토너먼트 해설을 맡는다고요? 해설할 경기를 선택할 수 있는 우선권……? 미, 미에슈코 그룹의 후원?!”


 “그 계약서에 서명만 하신다면, 당신은 미에슈코 그룹을 스폰서로 두는 정식 해설자로 서게 될 겁니다. 당신의 재능을 고작 프리랜서 경기에나 썩히기엔 아깝죠. 미에슈코 그룹은 재능 있는 자에게 후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어, 아니, 허어…….”


 계약서를 넘기는 그의 손이 점차 빨라졌다. 모르긴 몰라도 화려한 선글라스 너머에선 눈이 미친 듯이 계약서의 글씨를 훑어보고 있을 터였다. 지금의 수익으로는 꿈도 못 꿀, 적어도 자릿수가 최소 세 개 이상은 차이가 나는 금액이 그의 정신을 몽롱하게 했다.


 이 돈이라면, 이 조건이라면.


 “당신의 어머니를 그랜드 마스터 영지로 충분히 모시고도 남을 겁니다, 모브 씨.”


 “!!”


 어느새 차르니는 그를 보며 엷게 웃고 있었다. 그 특유의 날카로운 미소, 그건 날카롭기만 한 게 아니었다. 흡사 악마의 미소와도 같았다.


 “…저에 대해서도 조사하신 겁니까?”


 “물론입니다, 모브 씨. 당신의 고향이 ‘숲과 장인의 도시’라 불리는 오그니스코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이라는 것도, 매달 수익의 일부를 고향에 부치면서도 나머지를 아끼고 아껴서 저금하고 있다는 사실도요. 상대를 알아야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


 하긴 카시미어의 중심이나 마찬가지인 상업연합회, 그것의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고작 한 사람의 뒷조사에 애를 먹을 리가 있나.


 처음부터 그에게 결정권 따윈 없었던 것이다. 그가 이 펜트하우스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아니 어쩌면 차르니가 그에게 쪽지를 건넨 순간부터 이미 이런 결과는 정해진 셈일 수도 있었다.


 물론 거절할 순 있다. 목숨을 대가로 말이다. 차르니의 본심을 일부나마 들은 이상, 거절이란 선택지는 늦든 빠르든 그의 입을 확실하게 막을 방법인 게 뻔했다. 그리고 보통 입을 확실하게 막는 방법이라면 죽음을 뜻했다.


 양심을 지켜 거절할 것인가, 아니면 악마의 속삭임 같은 유혹에 넘어갈 것인가.


 거절, 그리고 유혹.


 유혹…….


 거절하기에 유혹은 너무나도 크다.


 거절하기엔, 잃을 게 너무나도 크다. 당장에 자신이 돈을 안 부치면 어머니의 생계가 힘들다. 장장 20여 년이 넘게 지났지만 어머니와의 연락은 꼬박꼬박하고 있다. 그의 고향은 여전히 살기 어렵다. 기사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건 물론이고, 재앙에 대해서도 안전하다곤 볼 수 없는 곳이다. 아니 재앙 이전에 도적이나 위험한 짐승들부터가 문제다…….


 “…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입니다, 차르니 선생님.”


 “평범이라, 좋은 소망입니다. 소박하지만 어쩌면 가장 이루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죠.”


 그는 계약서를 소리나게 탁 내려놨다. 차르니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전 그냥 어머니를 모시고 평범하게 살고 싶습니다. 여기, 그랜드나이트 영지에서요. 어머니를 더 이상 그런 위험한 산간벽지에 두기 싫습니다.”


 “그 계약서에 서명만 하시면 이룰 수 있는 소망입니다, 모브 씨. 어려운 일이 아니죠.”


 차르니의 말은 소름끼칠 정도로 감미로워서, 모브는 지금 제가 제 의지로 만년필을 드는 건지 차르니가 무슨 정신 조작 아츠라도 쓰는 건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고……. 만년필을 될 대로 되라는 듯 휘갈겼다. 계약서에 그의 서명이 적혔다. 차르니의 말대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채 3초도 걸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계약은 성사됐습니다, 모브 씨. 축하의 의미로 축배라도 들까요?”


 “예에, 예…….”


 차르니가 내민 와인 잔에 모브는 제 잔을 가져다 댔다. 그의 손은 가여울 정도로 와들와들 떨려서, 그야말로 언제고 잔을 떨어뜨려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그런가 하면 차르니는 큰일 하나를 끝냈다는 듯 유쾌하게 와인을 죽 들이키고 있었다. 그와 모브의 모습은 냉탕과 온탕이 동시에 존재하는 듯한 이질적인 조합이었다.


 “이거 하나만 기억하십시오, 모브 씨. 우리는 선악을 따라 움직이지 않습니다. 상업연합회가 움직이는 이유는, 오직 카시미어의 발전과 이득뿐입니다.”


 “예…….”


 모브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고, 차르니는 느긋한 표정으로 소파에 등을 묻었다.


 “자, 그럼 일을 시작해볼까요, 모브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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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타토스의 턴이긴 하지만, 이번 편은 너무 쓰고 싶었던 터라 제이기사의 턴. 이번 편의 체크포인트 도달하면 정말 독타토스 쓰러 갑니다.


마리아 니어 읽어 본 사람들은 대강 눈치 챌 수 있을 거라 보지만, 모브와 차르니의 대화는 'MN-4 작전 전'을 기반으로 두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제이가 카시미어에 갔다면? 을 토대로 해서 다시 어긋나는 분기점 중에 하나입니다. 원래 스토리에선 단순히 고용 관계였던 차르니와 모브였지만, 모브가 차르니에게 '질문'을 함으로써 차르니는 그를 다르게 인식했습니다.


지금 차르니는 모브에게서 약간 말키위츠의 모습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모브가 말키위츠의 자리를 대신할 건 아닐 겁니다. 아마도요.


사실 저도 몰라요. 솔직히 냄새나는 남정내들 미래 따위 알 바입니까. 알아서 살겠죠 뭐.


어쨌든 대망의 26화.


이번 소제목인 '사잇수'는 체스 용어입니다. 체스 용어를 소제목으로 넣는 게 굉장히 간지나는 느낌이라 종종 써먹습니다.


꺼라위키피셜로 '사잇수'는 상대의 수를 먼저 읽어서 상대가 유리한 수를 내는 걸 방지하는 수를 둔다...뭐 상대가 주먹 날리기 전에 내가 먼저 선빵친다? 뭐 이런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편은 서로 유리한 고점을 차지하려고 물밑싸움을 하는 편이 될 거라는 거죠, 네. 정비 기간이기도 하고요. 주인공 이대로 둘 순 없잖습니까. 그래도 주인공인데 뭐라도 하나 쥐어줘야지 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지....... 


차르니가 소개하는 샹그레알 와인은 위쳐3에서 따왔습니다. 위쳐3 DLC '블러드 앤 와인' 퀘스트 중에서 '포도주는 신성하다'에 나오는 술인데, 그 장면이 너무 인상 깊어서 꼭 이름이라도 써보고 싶었습니다. 만족스럽네요.


남정네 둘이서 음습한 얘기를 하는 파트이긴 하지만, 다음 편에 주인공 일행도 나오니 부디 봐주세요.


이번 편도 재밌기를 바라며, 감상 남겨주심 언제나 감사합니다.


다음 편으로 뵙겠습니다.


* 수정: 아무래도 차르니가 이빨을 터는 부분이 더 많아서, 모브 대신 차르니 이미지를 위에 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