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7440992

작가님:korokoro


#명일방주 #탈룰라(명일방주) #이스티나(명일방주) #지마(명일방주) #로사(명일방주) #압생트  #우르수스 학생 자치단 


작가의 말: 소녀의 얼굴을 한 전쟁.

우르수스의 아이들 이벤트 정도의 밝은 분위기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역주: 멘탈이 안 좋으면 뒤로가기 눌러라. 오글거리는거 알지만 이번 역주의 몇몇 부분은 빨간 글씨로 적는다. 그만큼 멘탈을 건들인다 생각한다. ・'우르수스의 아이들'를 모르면 뒤로가라. ・8지와 9지 이후 스포일러 싫으면 뒤로가라. ・어지간히 상상이 가는 묘사를 보는 것에 자신 없으면 그냥 보지마라.

 이 사실들을 전부 만족했으며,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하면 윗부분만 조금 읽어보고 접힌 페이지를 읽을지 고민해줘라. 처음부터 멘탈을 날리고, 그 분위기로 이어지는 이야기다. 그런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면 좋은 이야기라 생각하지만, 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냥 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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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년 12월  a.m.09:23  용문 근교 간선도로  날씨/흐림


 -로도스의 서포터 오퍼레이터・이스티나, 본명 안나・모로조바는 냉정침착이라 불린다.

 이성적이며 합리적.

 전술에도 이해가 깊으며, 감정에 맡긴 행동을 하는 일은 없다고.


"......"


"......"


 그러니 임시법정으로 호송되어지는 탈룰라・아르토리우스의 옆에서도 도로면의 높이차로 흔들리는 일 말고는 이스티아의 표정이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폭풍으로부터 태어난 것




 2년전 1월  체르노보그  페테르헤임 고등학교


"저기......고마워 안나."


"뭘. 이쪽이야말로 신경써줘서 고마워요."


 곰팡이 냄새와 철이 녹슨 공기와 썩은 냄새가 충만한 좁은 교실.

 전에는 동급생이었던 남자가 떠나고서, 안나의 곁에 남아있는 것은 적은 식재료와 두 권의 책, 그리고 잉크가 남은 볼펜뿐이었다.


"......끝난거야?"


 남학생과 교대하듯 소냐가 들어온다.

 몸에 묻은 더러운 것을 털어낸 안나는 하복부의 둔한 위화감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느긋이 서, 오른발에 걸려져있던 속옷을 올렸다.


"......오늘은 그것을 먹지 않고 넘길 수 있겠네요."


"나간 녀석은?"


"탈출 루트나 밖에서 먹을 것을 발견하면 돌아오겠다고 말했어요."


"하!"


 리유니온・무브먼트에게 많은 학생들이 유폐 된 고등학교에서, 몇 학생들은 탈출을 꿰었다. 성과는 교정에서 기름을 뒤엎고 불탄 검게 그슬린 시체들 뿐이다.


"안나. 아까 자식은 고무 같은거 가지지 않았지?

 보건실에서 이거는 찾아냈다. 다른 제대로 된 약은 남지 않았고, 좀 부작용은 있어 보이지만......"


"......"


"안나!"


 소냐가 내민 약(맥주)에 대해서 말 없이 목을 흔들었고, 반대로 슬며시 통조림이 든 봉투를 내민다.


"약속해주신 먹을거는 들고 온 양의 반이었는데, 그는 전부 두고 가줬어요.

 제가 무언가 남겨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던거겠죠."


"그딴건 그 자식이 멋대로 내달린 망상이잖아?"


"네. 그렇죠. 그거를 전부 먹어버리면, 다음날 저희가 그를 습격해서, 죽이고, 먹을거를 빼앗었을지도 모르지요.

 지금보다도 줄어든 먹을거를, 지금보다도 굶주린 저희들이 나눴을지도 모르니-그 정도로 멋대로 한 일이에요."


 그리 말한 소녀는 아랫배를 눌렀다.


"거기에, 아기가 태어나는게 문제가 될 정도로 살 수 있다면 아직 나은 편이잖아요?"


 안나에게는 소냐와 의론할 생각이 없었다. 갑자기 교실의 창 밖에서 소리가 난다. 큰 거리를 무모한 누군가가 건너려 하는건지, 또 교정에 누군가가 밀어서 떨어트리려 하는건지. 방을 떠난 남자 학생이 탈출을 계획하기에는 아직 이를터다.


 '덤'으로 받은 노트를 펼쳐 창가에 댄다. 이 비상시에는 누구도 마음 쓸 일 없었던 순백의 노트, 원망의 말을 써 남기는 것도, 유언을 남기는 것도 가능한 귀중품.


"......또 그거냐. 그런 방법으로 일기에 덧붙여서 뭘 하려고?"


 소냐가 배고픔과 의문에 짜증을 내면서 입을 연다.

 의론할 생각은 없다. 거친 소냐의 기척을 흘려보내며 들기 좋은 대사를 뱉을 생각은 없었다.

 안나는 눈에 보이는 사람들의 왕래와 행동을 노트에 기록하면서 듣게 할 마음도 없이 대답한다.


"기록해서-'이야기꾼'이 되지 않기 위해서에요."


 현재 a.m.09:45 용문 근교 간선도로 호송차량 안

"미안해. 내가 요청하는게 가능하다면 물을 줄 수 있을까?"


 무겁고 답답한-것인지 어떤지 모르겠는 침묵을 먼저 깨부순 것은 드라코 여자였다. 탈룰라의 양손은 막혀져 있기에 자유롭지 못한다.


"정제물로 괜찮으시다면 부디. 당신을 용서한 것은 아닙니다."


 영리한 얼굴을 부수지 않은 채로 이스티나는 페트병의 빨대를 탈룰라의 입에 댔다.


"그리고 지금 물을 섭취해 주세요. 지금부터 차량의 루트는 우르수스와의 국경에 매우 접근합니다."


"그래. 알고있어. 이 광경을 본 기억이 있으니까."




 같은 시각  ???


 '칼날'은 달리는 호송차량을 보고 있었다. 지켜지고 있는 것은 탈룰라・아르토리우스. 공격에 주저는 없다.


"이제와서 검은 뱀의 허물을 쫓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하지만."


 몇 년동안 여러 세력도가 칠해졌고, 황제의 방침에 사사로운 변경이 있었다-탈룰라・아르토리우스를 우르수스가 살릴 이유는 이미 먼 옛날에 사라졌으며, 죽여야 할 동기에 대해서도 지금의 '칼날'이 신경 쓸 부분은 없다.


 그게 우르수스의 결정사항이며, 회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마스크의 안쪽, 날숨을 낸다. 흙먼지를 내는 차량을 목표로 잡는다.


 -국토가 펼쳐진다.




 같은 시각 호송차량


 고오 하는, 이스티나가 느낀 것은 대지를 울리는 호송차량의 원석 엔진에 문제를 일으키는 '무언가'였다. 양자화 아츠 에너지'가 아닌' 무언가의 위력이 차량을 헛돌게한다. 타이어가 높이차를 가지고 올라져서 공회전했다.


"왔습니다! 북쪽 200m. 수는......한 명!?"


"녀석이다-한 번 우르수스의 동원(凍原)에서 본 적이 있어. 나를 두고 도망가라."


"그럴수는 없습니다. 설령 우리가 당신을 용서치 않는다 해도, 당신을 심판하는 것은 우르수스의 폭력이 아닌 용문의 법정이니까요."


 이스티나는 호송차량의 좌석을 향해서 부른다.


"부탁드립니다. 로사, 지마."


 대답은 차량의 뒤측 문을 차서 부시는 굉음이었다.




 '황제의 칼날'은 호송차량에 공격을 한 번 먹인 감각에 작은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탈룰라・아스토리우스라는 엄청난 중요인물을 호송하고 있다고 하거늘, 너무나도 차량 주변의 경계가 옅지 않은가?

 질문에 대한 대답은 차량의 두터운 금속 문을 차서 부시고서 나온 두개의 사람 그림자로서 이루어졌다.


"오우. 오셨네?

 하하. 뭐야 이 압박감은. 상대방은 혼자인데 닭살이 안 멈추네. 새끼 심상치 않은 녀석인데?"


"지마. 밖에 나가는데 문을 파괴할 필요가 있었던거야?"


"로사의 무기는 크잖아? 지나가기 쉽도록 해준거지!"


 푸른 라인이 들어간 로도스의 제복을 입은 소녀가 둘. 흑발의 제복은 손도끼, 장신의 또 한명은 공성용의 작살 발사기를 양손으로 들고 있다.


 칼날은 우르수스의 언어로 말을 걸었다.


"스으......그 사투리, 로도스에 도망친 우르수스의 학생들인가. 전사로서는 너무나도 빈약한 그 기백-나의 목표물이 되지 않는군. 앞으로 자신의 무력함을 알고서 참극을 눈에 담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자리에서 자살할 것을 권하지."


 악마의 힘이 담긴 제국 근위병의 말이다. 귀족다운 분위기를 가진 소녀는 온 몸을 경외와 공포에 떠는 듯이 보였지만, 앞에 선 손도끼 소녀는 "하!"라며 웃기 시작했다.


"그러냐. 그렇게 말하는 것과 마스크. 너가 그거지? 황제 폐하님의 잘린 나이프란 녀석!"


"공포를 눌러 감추기 위해서 일부러 과대한 비웃음을 필요로 한다.

 스으......커어-.

 체르노보그를 살아 남은 전사조차 아니며, 썩은 고기를 찾아서 죽지 못한 들개에 지나지 않는가."


"그래서......퇴물 날붙이신 나이프씨께서는 무려 상대방을 향해서 '죽어주세요'하고 부탁하는거야? 우르수스의 영광이란 것도 꽤나 남자다워졌구만.

 너한테 흥미가 솟기 시작했어. 새꺄, 어디 출신이냐? '아이 엠. 유어. 파-더.'라고 말해봐라. 컬럼비아 영화에 나올 느낌의 다크사이드 스으 스으 마스크 새꺄!"


 전혀 회화가 맞지 않는 채로 양아치 같은 소녀는 손도끼로 자세를 잡고서 도망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탈룰라・아스토리우스가 있었을터인 운송실에서 나온 기척은 소녀 두명뿐이고, 운전석에 남은 인원들에게서도 차를 발진시켜서 이탈하고자 하는 기척이 없다.


"역시 미끼인가. 저 호송차량에 탈룰라・아스토리우스는 없다. 다른 루트로 이동했다는 소리인가. ......커어-...... 길을 여는게 좋을거다."


 칼날은 '국토'를 확장해서 소녀들의 발 밑까지 펼쳤다.


"로사. 이 새끼 역시 방심해서 저격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어."


"그, 그렇네. 그런 것 같아. 나도 믿을 수 없는 사실이지만 말이야 지마."


 그래. 확실히 로사라고 불린 로도스의 오퍼레이터는 칼날을 향해서 노골적일 정도로 무력한 냉병기를 조준하고 있었다.

 고작해야 이철강으로 만들어진 작살을 고속으로 쏠 뿐인 저차원적인 공성병기.

 그리고 총열에 붙은 '적외선 레이저 조준기'를.


"음!?"


 다가가는 것들을 남김없이 검게 물들이는 악마의 힘을 빌린 '국토'.

 작은 공격의 기척이라도 난다면 칼날은 곧바로 회피행동으로 옮길 터였다.

 혹은 접근하는 화살 소리 하나라도 귀에 들어왔다면.


 하지만, 근위병들이 전에 패트리어트라 불리던 매우 엄청난 전사와의 대결을 피하듯이, 소리보다 빠르게 내달리는 속력의 투사병기를 탐지할 수 있는 수단을 칼날은 가지고 있지 않는다.


 즉, 높은 하늘에서 조용히 사출되어져 커다란 추력으로 단숨에 음속을 뛰어넘은 분진탄이 소리가 도달하는 것보다도 빨리 황제의 칼날에게 직격했다.




 ◇ ◇ ◇ ◇




 1년전  로도스  우르수스 학생 자치단 관활 농업 구역.


"이 야채는 내가 전부 먹을거야!"


 그리 말한 수출용 컨테이너에 매달리는 전 귀족 아가씨를 지마는 접은 두꺼운 종이로 때렸다.


 팡!


 펭귄 로지스틱스의 크루아상이 멀리서 극동에서 들고 왔다는 이 하리센이라 불리는 타격 무기는, 안심할 수 있으면서도 안전한 비살상성을 지닌다. 두꺼운 종이의 다중구조로 로사의 머리를 때리니 매우 좋은 소리가 났다. 심지어 장식하면 분위기를 좋게 한다.


"우으......"


"아~! 진짜! 이제와서 떼 쓰지마!

 이거에 관해서는 우리가 몇 번이나 이야기를 나눴잖아!"


 눈물을 맺은 채로 붉어진 이마에 손을 대는 로사의 목에 팔을 건 지마가 질질 끌고서 컨테이너에서 멀어져 갔다. 학생 자치단 리더가 할 만한 일은 아니다만, 괴력의 로사가 날뛰면 달리 말릴 수 있는 인재는 그리 없다.


"그래, 그랬지. 나도 분명히 납득했었어.

 하지만, 하지만......이렇게나 커다래져서 맛있어 보이는걸!

 감자, 순무, 당근-저렇게나 태양의 빛을 축적했는걸! 바람의 냄새가 나는걸, 흙의 맛이 나는걸!"


"젠장! 시식한게 잘못인가?"


 우르수스 학생 자치단은 이전에 로도스의 폐도시를 무대로 한 임무에서 발견한 상처 하나 없는 농업 구역을 접수했다. 폐도시를 근거지로 삼은 부랑자 그룹을 패서 일하게 시키고, 농업생산에 정통한 오퍼레이터들의 지시를 섬기기를 몇 개월, 마침내 수확을 맞이한 것이다.


 굼이 만든 것은 감자의 갈레트와 야채가 듬뿍 담긴 시츄였지만, 로사가 입에 담은 순간에 떠오른 표정은 재밌어 보인다를 뛰어넘어 조금 깼다.


 아침 밤 가리지 않고 흙을 갈고, 매일 조금씩 자라나는 야채를 지켜보는 로사의 심정에 어떤 변화가 일어난건가? 밭과 함께 새로운 가치관의 지평을 개척해버린 그녀의 폭주를 냅두면 북쪽의 동토까지 개척하려 달려버릴 것 같이 보였다. 우르수스 제국으로서는 딱히 상관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마. 로사. 아직 하고 있나요?"


 거기에 서류를 든 이스티나가 지나친다.


"어서 와 이스티나. 본함쪽에 갔었었나?"


"네. 켈시 선생님과 박사님으로부터 이 노트를 돌려받았습니다. 전부 복사를 받았기에, 이 일기는 이제 사라져도 괜찮아요."


 이스티나는 너덜거리는 노트를 들었다. 반쯤 광란 상태였던 로사는 노트의 표지에 적힌 날짜를 눈에 담고서 스윽 냉정함을 되찾는다.


"그때의......일기야?"


"네. 우리들 우르수스 학생 자치단이 체르노보그에 있었던 때의 기록이에요."


"고, 공개할 예정은 있는거야?"


 어두운 흥분을 내포한 로사가 묻는다. 체르노보그에서 무엇을 했는지, 로사는 그것이 세계에 공표되는 일을 누구보다도 두려워했으며, 동시에 자신의 입장이 돌아올 수 없게 되는 단죄의 때를 누구보다도 바랬다.


 이스티나는 당연히도, 조용히 머리를 흔들었다.


"정밀한 기록을 남겨서 행방불명자와 대조하는 때에 사용할 수 있도록 PRTS에 비밀 기록을 남겼을 뿐이에요. 우리들 모두가 원하는게 아니라면 우리들의 행동이 공개될 일은 없어요."


"그......그래."


 로사의 흰 살결에 안심과 안타까움이 섞인게 떠올랐다. 지마가 옆에서 말을 더한다.


"안나. 그 일기는 뭐라 적혔어?"


"기억 안나요."


"뭐?"


 아무렇지 않게 답변하는 이스티나에게는 겨울의 동원처럼 표정이 없다.


"그야 그렇잖아요? 지금와서 그런걸 다시 읽어본들, 우리들은 분명 부끄러워질꺼고, 누군가를 원망하고, 절대로 적힌 내용을 사실이라고 인정하지 않을거라고요. 보나마나 좋을대로 자신의 마음에서 개찬해버릴거에요.

 그건 지마라고 해도 같을꺼라고 전 생각해요."


"뭐, 그렇지만."


 이스티나의, 안나의 조용한 선언에 지마는 멈칫했다. 이스티나의 이미지를 말하면, 굳이고 꼽자면 소극적이고, 책만 읽고 있는 주장이 작은 성격이었을터다.


"전 이야기꾼이 되고 싶지 않아요."


"그 말 체르노보그에서도 말했었지."


 그게......시츄에이션을 떠올린 지마는 입을 다문다.


"......네. 기록과 기억이 맞다면, 제가 남학생에게 매춘하고서 없는거나 마찬가지인 식재료를 받은 때네요."


"야, 야. 티나!?"


 아무렇지도 않게 수긍하는 이스티나를 보고 도리어 당황한다.


"상세하게 말할 생각은 없어요 지마.

 사상과 사고가 밥을 주지 않았어요. 무엇을 말해도, 무엇을 호소해도, 배는 안 찼어요. 그래서 지금은 흙과 물을 다루잖아요?

 그리고......그 이후에 한번도 그를 본 기억은 없어요, 그 뿐이에요."


 무리를 해서 웃는 이스티나. 손에 든 노트를 멀리서 노려보는 어슴푸레한 시선, 압생트였다.




 ◇ ◇ ◇ ◇ 




 현재  a.m.09:45  용문 근교 간선도로  호송차 근처


 분진탄은 황제의 '칼날'에 직격하는데 성공했고, 뭉실거리는 흙먼지를 일으켰다.

 그 분진조차 검게 물들이는 '국토'의 중앙에 칼날이 서있었다.


"커어-, 흐-......문명으로 두려움을 감추고, 몸을 감싼다 한들 위대한 우르수스의 국-"


"그니까 강한척이 길다고!"


 지마가 간격을 줄였다. 칼날이 팔을 든다. 갑주의 도장이 조금 떨어진 정도이지 악마의 힘이 세어나갈 정도의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


 들이민 지마의 부츠, 학생복의 소매, 휘둘러진 손도끼-모든 것이 검은 업풍을 받고서 닿은 부분부터 너덜거리며 붕괴하기 시작한다.


"뭐~가 황송하신 우르수스의 국토냐!"


 소녀는 '국토'에 유린되는가? 아니-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손도끼는 칼날에 대적할 수 없는가? 결코 아니다-승부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마의 돌격은 칼날이 아닌 지면을 향했고, 소형 중기계에 필적하는 강한 완력이 검게 물든 '국토'를 팠다.


"이게 흙을 막 갈군 학생자치단의-농업 살해술이다!"


 검은 국토를 뒤흔드니 완전히 침식되지 않은 염국의 대지가 얼굴을 내민다. 파내기를 반복한 대지를 길로 삼아 지마가 다가갔다. 들이미는게 가능해지기까지 앞으로 다섯 걸음-네 걸음-세 걸음. 국토의 흉흉한 바람은 지마의 온몸을 때리고, 입술을 얕게 찢으며, 흐르는 피조차 검게 물들였다.


"우리들의 국토를 지나며 달려온들......커어-......왜소한 어린 곰 소녀여, 나하고의 전력차이는 대지와 티끌만큼의 무게의 차이가 있다......" 


"나만이라면!"


"지마!"


 두 걸음을 남기고서 지마는 몸을 엎드렸다. 분진, 말아 올라오는 흙이 지마의 몸을 숨기고, 로사의 사선이 칼날을 향해서 직선으로 통한다. 성문을 꿰뚫는 말뚝박기 기계의 일격이, 열려진 '국토'를 돌파해서 칼날을 찌른다.


"그럼에도......다."


 작살은 칼날이 들어올린 손에 막혔다. 이철강의 손 갑주에 먹혀서 끝에서 부터 검게 붕괴되어 간다.


"......이 갑주를......우르수스의 위광을 상처입히는 것......후회할 것이다."


"우리'들'을 깔보지-마!"


 우르수스의 소녀가 외쳤다. 불어 닥치는 국토의 유린을 몸을 던지면서 아슬하게 피하고, 손도끼를 가지고 작살을 때린다. 이철의 날붙이 끝부분이 살짝 파들어갔지만, 칼날이 자세를 바꾸는 일은 없었다.


 칼날은 흔들리지 않는다-그게 지마의 목적이였다.


"지금이야!"


 갑주의 백팩에서 마스크를 향해 뻗은 파이프 한다발-그걸 사각에서 아츠・에너지의 광탄이 꿰뚫는다.


"뭣."


"아까부터 넌 강한척이 길다고 말했잖아.

 박사의 말이면, 나 혼자서 로사와 압생트 두명치의 코스트를 벌었다!"


 지마의 공세가 한계에 올때까지 몸을 숨긴 압생트가 권총 형태의 아츠 유닛으로 목표를 잡고 있다.


"지마에게 무리를 시켰지만, 유닛도 이제 충분히 불이 붙었어."


 뱅가드를 앞에 둬서 미끼로 쓰고, 스나이퍼와 캐스터로 유효타격을 가하는-대본과도 같은 포진이 더 없을 전술작용을 가져다 주었다.


"어리석은-목표로 삼을거라면 너희들은 이 심장을 꿰뚫었어야 했다."


 압생트의 일격이 황제의 칼날에 대해서 마침내 치명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우르수스의 동토보다도 냉담한 기척-악마-국토의 힘이 흩날린다.


"이제부터다. 긴장해라 로사-압생트!"


"아, 알겠어......뒤는 맡겨줘."


"로도스와 우리들의 법을 따라, 지금부터 집행태세에 들어간다!"


 전쟁은 지금 소녀들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 ◇ ◇ ◇




 일년전  p.m.01:24  로도스 근교  이동 농업 구역  사무실


"얘기하고 싶으신건 뭔가요 압생트?

 오늘 6시까지 박사에게 수확량을 보고하고, 판매처에 제안을 해야 하는데요."


 공조기를 튼 사무실은 이스티나의 방을 겸하고 있다. 책상은 있지만 방문객용의 의자는 없고, 소파베드에 허리를 내린 압생트에게는 홍차에 손을 데려는 기척도 없었다.


"설마하니, 사랑 고백이라도 하실려는 건가요?"


"......진지한 얼굴로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농담인척 얼버무리는 일도 없이, 압생트의 목적은 시선 끝에 있는 노트 다발이다.


"그 노트를 보여줘. 내용을 읽고 싶어."


"네? 이런 끄적인 종이에 무슨 바람이 있으신거에요?

 그거 의외네요......여기요."


 노트는 너무나도 쉬이 압생트의 손에 쥐어졌다.


"저도 어느 페이지에 압생트가 원하는 정보가 있는지, 기록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 하니까 원하시는건 스스로 찾아주세요."


 솔직히 떠올리기 싫은 일이라고 암시하는 듯이 선포한다. 압생트가 끄덕이기를 기다리지도 않고서 이스티나는 자신의 책상을 향했다.


"......아버지......"


 몇 번이나 각오를 했을텐데, 노트를 열기까지는 호흡 한번보다도 시간이 걸렸다.




 p.m.01:50  이스티나의 개인실


 압생트는 페이지를 쫓는다.


 이스티나의 말처럼 노트에는 어떠한 주관적인 이야기도 적혀있지 않았다.


 적혀있는 것은 날짜, 장소, 사람의 이름, 자재. 하드보일드에 도달한 사실의 나열이다.


 리유니온들의 얼굴은 기록되어 있음에도 그들에 대한 증오나 공포는 기억되지 못하고, 학생들끼리의 투쟁과 부상은 있었지만 아픔과 불신은 보이지 않았다.


 체르노보그에서 기록되어진 너무나도 무기질적이며 투명한 펜의 압력은, 태풍의 저기압을 기록한 완전한 동그라미의 기압선을 떠올리게 한다. 집착적일 정도로 주관을 배제한 수기는 하나밖에 없는 사람인 소녀가 남긴 폭풍의 기록이며, 폭풍의 중심에 있는 무풍지대에서 나온 듯 하다.


 그렇기에 독자인 압생트에게 보이는 것이 있다.


 감옥이 되어버린 페테르헤임 고등학교를 휘모는 것은 가열한 지배와 불필요한 대립과, 불가피한 기아-그리고 죽음이었다.


 이스티나는 걔 중에서 식료품에 대해서는 특히나 냉혹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하게 기록을 남겼다.


"과자와 고기와 야채" "야채와 통조림" "빵과 통조림" "빵과 통조림에 물" "물" "여과시킨 물과 곰팡이 슨 빵" "곰팡이 슨 빵조각" "통조림 찌꺼기와 스낵류 과자" "식료창고에 화재가 일어나 배급을 못 했다" "설탕 한 꼬집" "배급을 못 받았다" "먹을게 없었다"




"없었다"



"없었다"


"없었다"





 그리고-


"우, 우웨에엑......!"


 어느날의 '식재료'의 기술을 눈에 둔 압생트는 입을 틀어막았다.


"이 방에 화장실은 없어요. 토하실거라면 밖의 화장실이나 이 양동이에 부탁드려요."


 나쁜 버릇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좋은 이스티나가 내민 에티켓 그릇에게 먹이를 주는 압생트의 쓰다듬는 겸, 열린 페이지를 본다.


"......읽는게 빠르시네요. 벌써 이런 시기의 기록까지 도착하시다니."


"고마워. 이제 괜찮아."


"신경 안 써요. 저쪽쯤에 굴려두면 어떠신가요?"


"그럴 수는 없잖아."


 양동이를 닦은 압생트는 다시 푸르른 얼굴을 하고서 돌아왔다. 서류 작업을 일단락 한 이스티나가 압생트랑 마주한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셔서 체르느보그의 일을 확인하고자 하는건지 물을 수 있나요?"


"......체르노보그에서 나왔을 때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서, 그 원인을 찾는걸로 머리가 가득찼었어."


 허가를 바라는 듯한 말투지만, 이스티나의 손은 노트의 표지에 있다. 대답하는 것이 의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로도스에서 지내며, 오퍼레이터가 되고......너희들과 작전행동을 함께 하는 와중에 점점, 정말로 점점이지만 생각이 바뀌었어."


 압생트는 노트가 아닌 이스티나를 바라보고 계속한다.


"솔직히 말할게. 나는 너희들을 계속 의심하는게 괴로워졌어-너희들과 어딘가 거리를 취하고자 하는 내가 싫어졌어.

 너희들 우르수스 학생 자치단이 필사적으로 하고 있는건 보면 아니까."


"우리들이 당신의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만일 그렇다고 해도-"


 압생트는 말하기를 주저했지만, 입을 막지는 않았다.


"-이 노트를 구석구석까지 읽고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면, 그럼 나는 더욱 로도스에서 사라지고자 생각해.

 오해의 여지가 있네. 로도스가 싫다는 소리가 아니야. 외근 임무로 돌려달라고 해서 로도스의 본함에 다가가지 않도록 하려고."


"압생트가 로도스 본함에서 떠날 필요는 없잖아요? 저희들을 고발하시고, 저희들을 압생트의 시야에서 없애버리면 좋지 않나요? ......그런 경우의 일이지만요."


"후후. 나 혼자인 쪽이 몸이 가볍잖아?"


"멋대로시네요."


 압생트는 나온 홍차를 입에 댔다. 어느틈에가 다시 끓여져서 따뜻했다.


"저기, 여기 적힌 일 이외에 기억하는거 없어?"


"......심한 말씀을 하시네요."


 그럼에도 무거운 침묵은 홍차가 식을 때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이스티나가 일어나 압생트에게 한 발 다가온다.


"떠올리기 싶지 않다는걸 알고 있어서 저는 기록을 남겼다고요?"


"아. 미안해. 설마 더 이상 물으면 혼나는"


"아뇨. 정확히 말하자면-저는 이미 압생트에게 화났어요."


 그리 말한 이스티나는 로도스 제복의 버튼에 손을 댔다.


"잠깐-뭘 하는거야?"


 압생트의 의아한 얼굴이 떠오르기 전에 푸른 라인이 들어간 재킷이 바닥에 떨어진다. 우르수스 학생 자치단의 마크를 찬장에 두면서 이스티나의 손가락은 물의 색깔을 띄는 넥타이에 다가갔다.


"그러니까, 그때의 일을 압생트에게 알려주려고요."


"벗을 필요는 없잖아!?"


"알겠어요. 압생트는 옷을 입은 채로 '하신'거군요?"


"뭐어!?"


 이스티나의 손이 압생트의 목덜미에 걸렸다. 상대의 의중은 없는거야!? 뛰쳐나가려한 손이 붙잡혔다. 체력 트레이닝에 어울리는 일심불란한 집중력을 유감스러운 일 없이 발휘시켜서, 이스티나의 완력에 밀리지 않는다.


"떠올려주세요 압생트. 당신의 '시세'는 얼마셨나요?

 손으로 내주면 빵 한쪼가리? 입으로 '하면' 통조림 정도 받으셨나요? 나온걸 마시셨나요? 거길 사용하시면 하루치의 밥은 나온거 아니신가요? 손톱을 자르지 않은 사람에게 거기를 건들여져서, 굉장히 아프셨죠?"


"그만둬 줘! 나는 그런 생각이 아니였는데......"


"그건 무책임이라고 하죠. 떠올리라고 들어서 저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던 체르노보그를 떠올렸는데......

 저기 압생트......만일 당신의 아버지가 저의 '손님'이였다면, 당신은 저희를 용서하실 수 있나요?"


"......!"


 한순간 노려본 압생트의 손을 이스티나가 밀어서 체중을 걸었다.


"떠올리라고 말하신다면, 떠올려 버렸다면-그게 특별한 일이라도, 나쁜 일이라도, 무거운 일이 아니라고, 스스로 자신의 몸에게 말을 해줘야겠죠?

 그러니까 협력해주세요 압생트."


 얘기는 그 뒤에,하죠. 차가운 물 빛의 눈동자가 압생트를 잡았다.

 우르수스의 완력이라면 간단히 튕겨낼 수 있는 무게. 어째선지 거절하는걸 못했다. 잡은 손은 따뜻하다.


"이스티나-그만......"


"당신이 먼저 떠올려주세요 압생트."


 따뜻한 손끝이 셔츠의 앞 부분을 파고 들어 압생트의 옆구리를 찾았다.


 그 의외스러운 상냥함에 압생트는 떠올려버린다. 사실은 상냥히 만져지고 싶었다. 사달라고 머리를 내릴꺼라고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미안해 이스티나......"


"무슨 사과를 하시나요? -읏!"


 아슬아슬하게 자유로워진 팔을 돌려서 이스티나의 목에 둘렀다.


"어떤 사람이 상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은 키스 정도는 받고 싶었지?"


"......이런 끔찍한 맛의 키스는 바라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조금전에 막 토한 압생트는 이스티나의 불만에 대해서 마침내 웃었다.


"떠올리라고 가볍게 말해서 미안해.

 나도 그 일은 떠올리고 싶지 않아......하지만, 그런 일을 잊고 있었어.

 아버지의 일을 조사하면서, 어째서 돌아가신건지를 밝혀내면, 그게 옅어질꺼라는 느낌이 들었어.

 나의 경험도 살아있으니 그만이라고 납득 된다고, 그런 느낌이 들어서, 착각하고 있었어."


"드디어 솔직해 지셨네요."


"너가 스스로 얘기해줄 기분이 들 때까지, 나는 기다렸으면 좋았을텐데."


 그때다. 굼실거리며 이스티나의 손이 압생트의 등까지 돌아가,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었다.


"이스티나? 어째서 또 풀려고 하는거야? 이제 끝나는 흐름 아니였어?"


"아뇨. 저는 모처럼 벗었으니까 마지막까지 할까 해서요......"


"뭐어-!?"


 압생트가 올리고자 한 항의의 목소리가 입술에 막혔다. 이스티나의 땋은 머리가 풀려, 맑은 물 빛이 압생트의 시야에 내려온다. 붉은건 이스티나의 뺨 뿐이었다.


"저항하시면 제가 알고 있는 미스테리 소설들의 스포일러를 해버릴거에요."


"......"


 압생트의 손목이 힘없이 늘어진다.


"-지금이 2시 전이네요. 5시에 여기를 나가면 본함까지 시간이 맞아요."


 로도스 본함에 가기까지 3시간 듬뿍.

 안나는 고애의 술(압생트)를 병 끝까지 털어 마시고, 조야는 이스티나의 과거에 대해서 알게되는 꼴이 되었다.




 현재 a.m.10:02  ???


 -나탈리아님, 나탈리아님. 이쪽의 의복을 받아주세요.


"어머나. 이 어쩜 예쁜 드레스인지. 청결하고, 순백으로 반짝거리네.

 나에게 딱 맞게 만들어졌어. 낮의 일이 끝나면 무도회에서 입어버리자."


 -나탈리아님, 나탈리아님. 부디 그런 흙에 더러워진 작업복은 당장 벗어 주십시오. 자아, 자아, 머리카락도 청결히하고, 빗질을 해드리겠습니다.


"어머나. 나의 짐을 들고가서 정리하려는 것인가?

 그러면 오늘 일은 벌써 끝내도 좋을려나?

 그렇네, 허리가 벌써 욱씬거리는걸."


 무거운 짐에서 해방 된 나탈리아는 긴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발목까지 잠구는 붉은 카펫을 힘껏 밟아 나가니, 커다란 모습이 있었습니다. 밭 일에 지친 나탈리아가 비치고 있습니다.


 -나탈리아님, 나탈리아님. 머리카락이 정리되실 때까지, 손 끝, 발 끝을 전부 닦아낼 때까지, 부디 간식을 드셔주세요. 우르수스에서 갓 따낸 베리로 만든 파이입니다.


 곰씨들에게 재촉받으면서 허리를 내린 나탈리아로부터, 옷과 도구도 더러움도 피로도, 전부 가져가져버려, 붉은 베리로 된 파이만이 눈 앞의 그릇에 쌓여 있었습니다.


"어머나. 이 어쩜 싱싱한 베리인지.

 나이프를 이쪽으로 주시겠어요? 한 가운데에서부터 작게 나누어서, 곰씨들도 함께 먹자고요."


 몸거울과 화장대에는 어떠한 도구도 없었기에, 나탈리아는 어쩔 수 없이 왠지 모르게 페이퍼 나이프를 손에 들고 고민합니다.

 

 -나탈리아님, 나탈리아님.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 파이는 전부, 나탈리아님만을 위해서 만들어졌으니까요. 베리 한 방울, 설탕 한 조각까지, 나탈리아님만을 위해서 있으니까요.


"어머나. 그런가요? 고마워요.

 하지만, 혼자서 차를 마시는건 슬프고, 나 혼자 먹기에 이 파이는 너무 커요."


 곰씨들은 대답하지 않습니다.


"그럼 파이는 나중에 먹기로 하고, 저는 오늘 농장에서 캔 감자의 양이 신경쓰이네요.

 햇님이 닿으면 싹이 나와서 못 먹게 된다네요......"


 -나탈리아님, 나탈리아님. 푸르른 고결한 피를 가진 분께서 마음 쓰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저희들이 멋대로 길러서 멋대로 수확하겠습니다.


 -나탈리아님, 나탈리아님. 부디 이쪽으로 와주세요. 이제 곧 잘그랑 거리는 샹들리아의 아래서 너무나도 즐거운 무도회가 시작합니다.


"고마워. 매우 반짝거려서 아름다운데, 창문은 어디에 있나요?

 내일의 날씨가 신경쓰여요. 비가 내리면 물을 탱크에 담아야 해요."


 -나탈리아님, 나탈리아님.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나탈리아님은 부디 쌓아 올려진 성과 앞에서 활짝 웃어주십시오.


 -흙으로 손을 더럽히실 필요는 없습니다. 무기를 손에 드실 필요도 없습니다. 이 얼마나 푸르른 고결한 피인가요. 분명 여기에 흐르는 붉은 것들은 나탈리아님과 같은 피가 아니겠죠.


"저기, 슬슬 그만둬줄래? 나의 책무를 가져가는 일을.

 그리고, 요즘엔 로사라고 불러주는 쪽이 기뻐, 나는."


 -나탈리아님, 나탈리아님. 페이퍼 나이프를 이쪽으로 넘겨주십시오. 당신에게는 더 이상 편지가 도착하지 않으니까요. 그런 나이프는 필요 없습니다.


 -부디 침대에 누우셔서, 다음 영광까지 잠들어주십시오.


"못 해."


 로사는 나이프의 날을 꽈악 잡았다.


"이걸 놓을 수는 없어. 나의 약함을 상징한다고 해도, 죄를 나타낸다고 해도, 오지 않는 단죄의 소식을 언젠가 개봉하기 위한 역할이 없는 나이프라고 해도.

 그래. 그러니까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하는 일을 용서치 않아.

 더러움 없는 나탈리아, 고귀한 나탈리아, 불에 태워져서 죽은 귀족의 타고 남은 시체가 나니까."


 붉은 피가 떨어지는 손으로 곰씨를 베어가른다. 안의 솜이 튀어나와 사라진다. 찢겨진 정도로 사라져버리는, 과혹한 현실에서 지켜주는 꿈의 쿠션. 믿음직스럽지 못한 마음의 갑옷.


"일어나야해! 눈을 떠야해!"


 로사는 이런 것에 지켜질 필요가 없다. 전장에 서는 것은 책무이며, 로사의 선택이었다.


"이스티나, 굼, 압생트! 누구라도 좋아. 누가 나를-"


 -어나 로사.


"누가, 나를, 깨워줘! 지마!"


 -일어나라고 했잖냐 로사아!!




 현실


"일어나라고 했잖냐 로사아!!"


 충격이 로사의 의식을 현실로 끌어온다. 주위는 깊고, 무겁고, 검정에 물들어있다.

 그 속에는 홀로 흑발의 소녀가 서 있었다.

 국가의 이름과 폭력을 쓴 적, 황제의 칼날을 스스로 대는 위협, 모든 어둠으로부터 로사를 지키고서 가로막고 있었다.

 단단히 한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의, 찬란히 빛나는 소녀의 모습을 한 결의였다.


"야, 잘 봐라 로사."


 관광지인 마냥 지마는 로사의 시선을 이끌었다.


"이 주변의 흙. 배수가 잘 되는데다가, 편동풍의 영향으로 영양을 가진 지층이 쌓였어.

 뿌리채소류를 맘껏 만들 수 있지 않겠냐?"


"그, 그렇네......농업 구역에 가져가서, 원석 오염도를 측정하고......"


 흙을 보니 야채를 만들 생각을 해버린다. 흠뻑 로도스와 학생 자치단에 (기묘한 방향으로) 물들어버린 로사.


"그걸 말이지? 저기 우르수스의 국토인지 국도인지 모르겠을 나부랭이가 검게 오염시켜서 글러먹게 하고 있어.

 이런건 원석의 세정장치를 사용해도 언제 돌아올지 몰라.

 심지어 너의 머리에 큰 상처가 생겼지! 어떻게 생각해!?"


"피가 나와 미끈거리면서 기분 나쁘고, 욱신욱신거려."


"그치!?"


"그리고 왠지 이의 안쪽이 흔들거리네."


"아. 그건 내가 패서 그래. 먄."


"지마!"


"둘 다 꽁냥거릴 시간 있으면 빨리 여기 좀 도와줄래!"


 4연발 모드로 한 권총형 아츠유닛으로 필사적으로 칼날을 멈춰세우는 압생트가 외친다. 로도스 본함으로부터 쇄도하는 원격 드론은 계속해서 격추되고 있고, 발목도 못 붙잡았다.


"미안, 미안!

 그래서 저 암흑 스으 스으 가면 새끼를 어떻게 생각하냐 로사?"


"어, 어. 그렇네......"


 로사는 묵직히 생각하고 작살을 쏘는 기계를 손에 쥐고 일어섰다. 장신의 소녀가 지마를 내려다보는 형태가 된다.


"굉장히......짜증나."


"그렇지!!"


"지마. 앞쪽을 들어주지 않을래?

 왼팔이 부러져서 양손으로 들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지! 사실 나도 손목이 한 쪽 부러져서, 드는 것 밖에 못하지만."


"조준기를 봐줄래?"


 앞쪽의 중량과 목표를 잡는 것을 지마에 맡긴채, 로사는 작살을 장전했다.

 무게는 맡겨도 상관없다. 목표를 잡게 두어도 괜찮다. 함께 짜증나는 것도 얼마든지 좋다.

 하지만 살의는, 마지막의 방아쇠에 얹는 것은 자신의 손가락이 아니면, 체르노보그에서 더러워지지 않은 이 손에 면목이 서질 않는다.


"이 아픔과 부러진 팔만큼 꿰뚫어줄게......"


 하얀 이빨을 보이며, 로사는 영악하게 웃었다.


 조국의 땅을 칭하는 검은 오탁에 뒤덮혀, 제복을 붉은 피로 더럽히고, 이빨을 보이며 적을 노린다.

 존귀함도, 귀족다움의 조각도 없는, 몸이 큰 우르수스의 소녀였다.

 그럼에도 영혼의 안쪽에서 끓어오르는 의지로 대지를 맞서는 것을 선택한 스스로의 주인이었다.


 작살을 쏜다. 그 작살은 대지마저 도려내어 꿰뚫었다.




 ◇ ◇ ◇ ◇




 '칼날'의 뇌리에 의문이 용솟음치고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째서 우르수스의 소녀들 따위가 자신하고 싸우는게 가능한건가?


 순수한 전력으로서 비교할 수도 없다. 칼날의 실력과 정면에서 부딪힌다면, 전과 같이 근위병이 접전했다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켈시'가 상대라고 해도......더욱이 우르수스의 소녀들에게 켈시가 함께 있었다고 해도, 압도 가능했을터다.


 그런데 탈룰라의 모습도 찾을 수 없는 꼴이다. 이 꼴사나움은 자살해도 채울 수 없다.


 놀란 부분은 소녀들의 전술이다.

 칼날의 진로가 예견되었다. 공격에 대해서 얼마나 대응력을 가지고 있는지 낱낱히 밝혀져 있다. 반드시 죽음을 줄 수 있는 간격이 밝혀져서, 절대 그곳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우수한 헌터가 짐승을 몰아 넣을때 쓰는 함정과도 같이, 소녀들은 핀포인트에 배치되어 최대한의 능력만을 발휘하고 있는거다.


 칼날이 여태까지 계산에 넣지 않았던 요소, 하나밖에 없다.

 로도스의 박사가 작전을 지휘하고 있다.


"스으-.커어......후...... 켈시라는 녀석이 이 장소에 있다면 위험했겠지......"


 우르수스의 귀족이란 느낌의 소녀가 일어나서 작살을 쏘았다. 고통이 섞인 듯 보이는 그걸 튕겨낸다.


"인정하마. 소녀들과 지휘하는 박사여. 너희들은 나와 싸우고 있다."




 ◇ ◇ ◇ ◇




 같은 시각  ???


"꽤나 열세로 보이는군. 너가 도우러 가지 않아도 괜찮은건가?"


 상황을 관망하는 탈룰라.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저의 동료는 강인하고, 이건 저희들의 싸움이니까요."


"너희들의 싸움......사명은 거기에 있겠지.

 하지만 황제의 칼날은 나를 죽이려 오고있다. 걸려 있는건 너희들의 목숨이 아니다. 우르수스의 너희들에게 있어서 나를 도울 의리가 있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말의 의도로 '두고 도망치면 확실하게 목숨은 건진다'라고 탈룰라는 말하고 있다. 당연히 이스티나는 목을 옆으로 흔든다.


"아니요. 의리는 없어도 의무는 있습니다. 당신의 목숨을 지키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이건 저희들이 안고 있는 매일의 난제고, 저희들에게서 떼어놓을 수 없는 임무입니다.

 이 대지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일입니다.

 오히려 제가 묻고 싶네요. 당신에게는 싸울 수 있는 힘이 있으신데도 여기서 앉으신 채로 저의 전우들이 몰려 가는 것을 보고 계실건가요?"


"그건......"


 탈룰라는 제지되어 자유롭지 않은 양손을 바라 보았다. 이런 상태에도 확실히 한 가지 싸울 수 있는 수단은 있다. 하지만 그것은-용서 받을 수 있는 것인가?


"탈룰라・아스토리우스. 저에게는 아미야CEO처럼 당신의 진의를 옅볼 수 있는 수단이 없습니다.

 당신이 법정이 서는 것이 두려워서 도망칠 찬스를 보는 것인지.

 혹은 저 황제의 칼날에게 암살되는 일이 두려워서 저희들을 인간 방패로 삼으려는 것인지.

 그것조차 아니라면 칼날이 저에게 죽어서 테라의 대지가 가져오는 시련과 난제로부터 이탈하고 싶으신건지.

 저의 의문에 당신이 무슨 말을 하셔도 결국에는 당신에게는 자신의 행동만이 남아있겠죠.

 탈룰라・아스토리우스.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으신겁니까?"


"그래......그랬지. 너는 그걸 보기 위해서 나의 옆에 앉아있어.

 차량은 이미 제대로 섰지?"


 목에 멘 감정이 말이 되어서 입에서 나오는 일 없이, 퉁 하니 장으로 떨어진다. 황제의 칼날을 보고있던 동안에 계속 하고 싶었던 일을 마침내 행동으로 옮긴다.


"흔들릴거다."


 탈룰라는 핸들을 꽉 쥐고서 악셀을 힘껏 밟았다.


"스으-뭣이!?"


 '칼날'은 경악을 내비쳤다. 처음으로 눈에 담은 탈룰라・아스토리우스는 흙먼지를 휘날리면서 다가오는 호송차량의 운전석에 앉아 있던 것이다.


 칼날은 매우 짧은 머뭇거림이 지나고서 탈룰라를 목표로 잡는다.

 악마의 힘을 해방하는 찰나에 칼날의 눈앞에 노트의 조각들이 몇 장이나 쌓였다.


 이스티나의 책을 매개로 삼은 아츠다. 잘게 떼어진 노트의 지면을 달리는 잉크에 양자화 아츠 에너지를 보내어, 구조를 강화해, 칼날의 움직임을 묶는 요새로써 조작한다.


 퍼덕이며 악마의 힘을 마셔 검게 물들얼 떨어지는 노트의 종이조각.

 어쩌면 몇 십년 뒤에는 이스티나의 직필 자료로써 역사적 가치를 가질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소모되는 단순한 무기다. 기념품이 아니다. 이스티나는 이야기꾼이 되지 않는다.


 혹시나 싶은 마무리 공격으로 아츠 억제 유닛이 벗겨진 탈룰라에게서 작열하는 불꽃이 앞면 유리를 사탕처럼 녹이고, 칼날의 주변을 태운다.


 노트와 함께 칼날의 마스크에서 나오는 스으 스으라는 소리까지 불꽃에 태워진다.


 도망칠 수 없는 타이밍. 이것만은 박사의 지휘가 아닌 이스티나의 판단으로 이루어진 순간적인 일격.


'콰앙!'


 호송차량은 황제의 칼날을 훌륭히 쓰러트렸다.




 20분 뒤  용문・체르노보그의 사이  임시법정  날씨/흐림


"고마워 오퍼레이터・이스티나. 덕분에 나는 해야할 일을 해내는 것에 성공했다고 생각해."


 호송차량은 임시법정의 장소인 이동시설의 앞에서야, 마침내 원석 엔진이 정지하고서 좌초했다.


 법정의 입구까지는 약 수백 미터다. 용문과 우르수스의 법이 복잡하게 권리와 의무로 엮여서, 그녀들을 마중 나올 이는 누구도 없다.


 스스로 법정까지 보내는 차량을 스스로의 운전한 여성은 올곧이, 그녀의 운명을 마셔 삼키는 승강구를 보고 있다.

 탈룰라・아스토리우스는 마지막 수백 미터를 스스로의 발로,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의 행동으로 메울 필요가 있었다.


"정말로 고마워."


 심판의 장소를 앞에 두고서 더욱 아름다운 드라코 여성이 제지 된 손을 내민다.


"별 말씀을요. 당신에게서 감사 받고싶지는 않았지만요."


 예전에 이상에 불타던 소녀였던 여성의 손과, 예전에 고향이 불타던 속에서 도망치고자 헤메었던 소녀의 손이 단단히 마주 잡았다.




 10분 뒤


 지마와 로사, 그리고 압생트가 호송차량을 쫓아왔다.


"이스티나, 수고했어."


 경장이면서 철저히 아츠로 견제 하는 것에 몰두한 압생트는 별로 상처를 입지 않았기에 곧바로 달려왔다.


"압생트랑 여러분도 수고하셨어요.

 저는 같이 전선에 서지 못해서 미안해요."


"무슨 소리야. 결국에 그 병사는 도망쳐 버렸지만, 차량으로 쳐주지 않았으면 어땠을련지..."


"그렇다고. 신경 쓸 필요 없어."


 압생트의 위로에 지마가 쫓아왔다.


"이스티나가 방어작전에 역할이 없다는건 모두들 잘 알고 있었고, 너가 앞에 나서면 너를 지키기 위해서 인력이 필요하잖아?

 그게 박사가 언제나 생각하는 거잖아 '적에게서 지켜져야 할 필요가 있는 원호는 먼저 나가 떨어지니까 원호가 아니다'라고 말야."


 지마는 어디까지나 전술적인 의미로 이스티나를 위로했다.


"이스티나. 수고했어."


 왼팔을 삼각건으로 매단 로사가 다시 말을 걸었고, 이스티나의 얼굴을 보고서 아픈듯이 얼굴을 일그린다.


"이스티나. 이제 참지 않아도 괜찮아."


"참는다고요? 로사는 제가 지금 참는걸로 보여요?"


"보여."


"응, 굉장히. 무리하는걸로 보여."


 압생트가 로사의 긍정의 뒤를 잇는다.


"어. 이스티나는 굼처럼 처음부터 그자식이 싫다면서 오지 않을 선택이 불가능 했으니까."


 지마가 말을 잇는다. 여기까지 해서 마침내 이스티나는 아까 탈룰라와 이었던 손을 쥔다.


"네. 그렇네요.

 사실은...사실은......! 사실은............!!"


 이스티나는 눈을 돌려서 주위를 살폈다. 


"우리들말고 다른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지마가 어깨를 두드린다. 머리를 숙인 이스티나의 몸이 떨린다.


"저년! 저 리유니온년! 쓰레기! 싫어, 싫어, 싫다고! 악수따위 하고 싶지 않았어!"


 마침내 격발하는 매도가 이스티나에게서 넘쳐 나온다.


"보셨죠! 로사, 압생트, 지마! 저는 저년과 사이좋게 앉고서 악수를 하는건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도, 하지만, 꼴 좋다! 그럼에도 저는 마지막까지, 저년에게 한 마디도 모욕하지 않았어요.

 네, 네에! 사실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추한 말을 내뱉어서 조금이라도 저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싶었어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죄가 밝혀져도, 벌을 받아도! 저희들이 태어난 고향이 돌아올 일은 절대로 없다는 것을 들이밀고 싶었다고요!"


 학생자치단과 압생트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이스티나의 날뛰는 말을 듣는 이는 그녀들만 있다는건 확실했다. 그녀들만 공유 가능한건 명백했다.


"애초에 뭔데요! 그 때에 학교에서 도망친 사람들 중에서 돌아온 사람은 누구도 없는데 저년은! 한 번 로도스에서 도망친 주제에, 리유니온에 돌아간 주제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돌아와서, 모두에게서...다른 사람에게서 제대로 소중한 취급 받고!


 그 학교의 시간이 돌아올 일은 없는데, 불공평한데!

 아아, 저 점잖으신 안면이 두 눈으로 보는걸 못하게 될 정도로 패고 싶었어요!

 그러면 좋았을텐데!

 하지만, 나는, 그렇게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그렇게 하지 않는게 저년에게 가장 굴욕적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면, 나도, 나라도 참을 수 있으니까!"


 냉정한 사고의 뒤에서 소용돌이를 돌아, 지금 이 순간에 폭발한 것은 체르노보그에서 거칠게 부는 폭풍의 안에서 태어난 격노였다. 절대로 기록에 남기지 않는 후회와 증오의 덩어리였다.


"이런 말은, 절대로, 기록에 남기지 않아요.

 후세의 모든 역사 자료에 우르수스 학생 자치단은, ※우르수스 욕설※한 테러리스트 탈룰라・아스토리우스를! 그럼에도 법과 질서의 아래에 지켜냈다고! 그것만을 사실로써 기록하기 위해서! 

 그러니까......그러니까, 이런 불만과 푸념은, 지금 여기서만 내뱉고서, 다시 안 할꺼니까......제발, 지마, 로사, 압생트. 듣고, 잊어......주세요......"


"응."


"그래. 알고있어."


"당연하지. 이스티나는 잘 해냈어."


 셋이 각자 답한다.


"정말, 잘 했어. 저 탈룰라를 상대로 참고 있다는 사실은 들켜도, 결국 행동은 하지 않았잖아.

 나라면 진즉에 패버렸을걸?"


 -로도스의 서포터 오퍼레이터・이스티나, 본명 안나・모로조바는 냉정침착이라 불린다.

 이성적이며 합리적.

 전술에도 이해가 깊으며, 감정에 맡긴 행동을 하는 일은 없다고.


 그러니 호송차량이 칼날을 치는 때에도 표정이 바뀌는 일은 없었지만-그럴리가 없다.

 억제되어진 표정의 아래에는 사색과 정동의 폭풍이 거칠게 불어, 그 속에서 태어난 말들은 언제나 세어 나갈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저 그 때를, 폭발하는 때를 기다리고 있다.


 동료와 시련을 가져오는 대지만이 지금 이스티나의 매도를 받아들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탈룰라・아스토리우스에게 부딪혀서는 안 되는 말들이 조용히 불어 나가는 바람에 녹아간다.


 그건 기록에 남지 않는 싸움이었다.

 그건 기억에 남길 수 없는 투쟁이었다.


 폭풍으로부터 태어난 것을 이성으로 밀어낸다. 자제심만을 물을 뿐인 싸움이라고 해도 이스티나의 손에 남은 것은 의심의 여지 없는 승리였다.


 속에 있는 폭풍에 승리한 소녀의 눈에서 동원을 녹이는 눈물이 떨어지고, 마른 대지를 살며시 적신다.


"기다릴게. 다 울면, 로도스에 돌아가서 박사에게 칭찬을 받자."


"돌아가자 이스티나. 지금은 농업 구역이 우리들의 집이야."


"그래. 굼도 기다리고 있잖아."


"......네."


 봄은 멀다. 겨울을 넘을 필요가 있다.

 전쟁의 폭풍이 지나고나니 차가운 공기가 그저 잔잔히 있었다. 소녀들은 가루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대지에서 서로의 따스함을 공유하며, 달라붙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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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일단 이 이야기를 다 읽은 너희들에게 박수를 보낼게. 정말로 수고 많았다. 잠깐 노래라도 들으면서 한 숨 돌리기를 바랄게.

"어필 포인트라고 해야 할까요? 스베틀라나 알레시예비치가 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의 만화판을 읽던 때에 쓴 사이드 스토리입니다.


이스티나는 책이 좋은 캐릭터 입니다만, 그렇기에 '저작물이나 인터뷰에 기록 된 것은 저자가 경험한 모든 것이 아닌, 책에 적힌, 얘기로 남길 수 있는 이야기 뿐이다'를 실감하고 있는거 아닐까하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스티나의 평정한 척 차분한 얼굴의 아래에서 폭풍처럼 날뛰는 감정이 자제심과 어떻게 싸우고, 그리고 무엇을 만들어 내는지를 읽어주신다면 기쁘게 생각합니다.'


 제목의 '폭풍으로부터 태어난 것'. 고민한 부분임. 왜냐면 '嵐より生まれしもの'는 일본판 아크나이츠 이스티나의 2스킬이거든(한국은 '문학의 폭풍'). 하지만 몇 번이나 반복되는 폭풍을 느끼기 위해서는 폭풍을 강조한 제목이 필요하다 생각해서 유지함. 대신 이스티나가 활약하는 부분에서 어쩌면 '문학'일지도 모르는걸 폭풍으로 썼지. 이걸 알고 다시 보면 느낌이 다를지도 모르겠네.


 캐릭터들의 말투는 신경은 썼지만 능력이 부족한 부분. 로사의 말투는 전형적인 아가씨 말투지만, 한국어에서는 반영하기 힘들지. 그래서 그냥 평탄하게 했어. 악몽을 꾸는 부분에서도 곰들은 굉장한 높인말, 여린 아가씨 말투에서 차가운 아가씨 말투로의 전환이 있지. 그걸 나타내기 힘들다 생각해서 그냥 말의 내용과 느낌이 많이 바뀌게 느껴지게 정도로만 번역한게 좀 아쉽네. 그 외는 그냥 평탄하게 했어. 지마는 애가 걸걸해서 바로 튀게 좀 했고.


 그리고 애들 대사를 한 줄 여백을 넣었어. 읽기 쉬워졌으면 좋겠네. 앞으로도 이렇게 할려고.


스포일러적 내용으로는 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가 이번 이야기임. 로도스에 잡혔다가, 탈주하고, 다시 잡힌 탈룰라. 그러니 본편과 일단은, 혹은 아직은 충돌하지 않는 이야기.


・우르수스 학생 자치단이 농업 구역을 손에 넣기까지

3화, 진은참을 써라 머틀: https://arca.live/b/arknights/56003749 


  띄어쓰기, 오역, 오탈자 지적을 환영하고 희망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