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거링 에코스는 간판부터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하고 있는 것을 어느 정도 포착할 수 있다. 왈랄랄루부터 라이타니아는 축음기와 같이  '음악' 극중 매우 중요한 요소로 그려졌는데, 오늘은 링거링 에코스에서 그 자취를 찾아보겠다.


1. 오퍼레이터 체르니와 카를 체르니


어찌보면 가장 뻔한 패러디인데, 오퍼레이터 체르니는 베토벤의 제자이자 뛰어난 작곡가/피아니스트인 오스트리아인 카를 체르니의 패러디다. 링거링 에코스의 스토리에선 에벤홀츠와 크라이드의 음악 선생 역할로 나오는데, 이는 현실에서 카를 체르니가 음악 강사로서도 이름을 날린 것에서 착안한 듯 하다. 그의 수제자 중 한 명은 바로 프란츠 리스트가 있다.


음악사적인 패러디말고도 에코스의 ost중 몇 부분은 카를 체르니의 곡을 패러디한 경우가 있다.


1. B-플랫 단조 / 플룻-첼로-피아노 3중주 "빛과 그림자" = B-플랫 장조 / 체르니의 [서주와 화려한 론도] - Op.233



초반부부터 들어보면 음악적인 모티프는 동일한 것을 알 수 있다.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원곡이 B-플랫 장조인 것에 비해 [빛과 그림자]는 B-플랫 단조로 연주하여 어두운 분위기를 냈다는 것이다. (장조와 단조 차이는 인터넷에 쳐보면 나옴, 대충 밝은 분위기와 어두운 분위기의 차이라고 알고 있으면 됨)


해당 OST를 제외한다면 링거링 에코스의 두 튜토리얼 스테이지의 이름 또한 체르니가 작곡한 피아노 연습곡의 이름을 따왔다.

LE-TR-1 : Opus 599 (작품 번호 599번)

LE-TR-2 : Opus 849 (작품 번호 849번)

599번은 체르니의 초보자를 위한 100개의 피아노 연습곡의 다른 이름이고, 849번은 체르니의 30가지 피아노 테크닉 연습곡의 다른 이름이다. 두 연습곡을 튜토리얼 스테이지의 이름으로 했다는 것부터 음악광인 해묘의 광기가 느껴진다.



2. 에벤홀츠 테마곡 스텐첸 = 슈베르트의 스텐첸 세레나데


두 곡이 같은 이름인 것에 더불어, 에벤홀츠의 스텐첸은 슈베르트의 세레나다 D.957 [스텐첸]과 음악적 모티프가 동일하다. 들어보면 거의 같은 곡인 것을 알 수 있고, 에벤홀츠 테마곡의 경우에는 테너 보컬이 영어로 노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텐첸은 세레나데를 의미한다. 잘 알려진 세레나데의 기원은 밤에 연인의 집 창가에서 부르는 사랑의 노래인데, 후세에는 연주회용의 가곡 혹은 기악곡으로 굳혀졌다. 독일어로는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라고 부르는데, 이는 그 자체의 의미보다는 모차르트의 현악 세레나데 G장조 *K.525를 일컷는 표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여담으로 에벤홀츠의 EP가 세레나데라는 것은


게이게이야....



3. 링거링 에코즈 전투 테마 = 림스키-코르사코프 [왕벌의 비행]



아마 지금까지 소개한 클래식 음악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왕벌의 비행은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오페라 <살탄 황제의 이야기> 2막 1장의 배경곡이다. 미-도-라-파-라-도-미의 주도동기(Leitmotif)가 인상적인 곡이다.


*주도동기(Leitmotif) - 인물, 상황 등 반복되는 짧은 주제나 동기를 묘사할 때 사용되는 선율


개인적으론 곡 자체의 빠르고 긴장되는 분위기때문에 전투 브금으로써의 몫을 톡톡히 한다고 생각한다.



4. LE-ST-1 "화려한 원무곡"

튜토리얼 스테이지와 같이 LE-ST-1의 제목은 피아니스트 프레데리크 쇼팽의 왈츠 1번 "화려한 원무곡"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1번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야기의 초반을 장식하는 곡으로써 걸맞다고 생각한다.



5. LE-1 "트리치 트라치 폴카"


밝고 명쾌한 분위기의 트리치 트라치 폴카는 1858년에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요한 스트라우스 2세가 발표한 작품이다. 슈트라우스 2세는 러시아의 철도회사의 초청으로 16년간 러시아 파블롭스크에서 순회 연주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러시아 귀족 가문의 딸 '올가 스미니츠카야'를 만나게 된다. 이 둘은 빠르게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했지만 신분의 차이로 비밀 연애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들의 비밀 연애는 호사가들의 입을 타고 빠르게 퍼졌고, 곧 요한은 당시 유행하던 잡지의 이름인 트리치 트라치(진부한 소문/가십)을 빌려와 자신의 비밀연에 대한 길거리의 소문 대중들의 수다를 패스트 폴카로 작곡하였고, 이것이 바로 [트리치 트라치 폴카]이다.


밝고 명쾌한 분위기에 걸맞게 LE-1은 작중 에벤홀츠와 크라이드가 처음 만나는 시점이자 음악가 체르니의 콘서트에 대한 대중의 입소문이 주를 이룬다.



6. LE-2 "열정" 혹은 "비창"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3번의 다른 이름으로, [열정 소나타]는 베토벤의 창작열이 폭발했던 시기에 작곡한 작품이다. 베토벤의 여러 작곡명이 그러하듯이 '열정'이라는 이름은 베토벤 본인이 붙인 것이 아닌 후세의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다.



"비창"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의 다른 이름으로 베토벤 초기의 대표작이며 가장 잘 알려진 곡 중 하나이기도 하다. 비창과 열정, 그리고 월광 소나타를 포함해서 베토벤의 3대 소나타라고 칭한다. 


가장 잘 알려진 소나타이자 베토벤의 커리어의 밑바탕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비창은 출판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악보가 없어서 못 팔정도로 잘 팔렸고, 이는 베토벤이 인기 피아노 연주자를 넘어 엄연한 작곡가로서 인정받게 해준 계기가 된다.



7. LE-3 "Der Freischütz, [마탄의 사수]"


독일의 유령과 관련된 전설 모음집인 'Das Gespensterbuch'에 실린 첫번째 이야기인 [마탄의 사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카를 마리아 폰 베버의 3막짜리 오페라이다. 낭만주의를 표방한 독일의 첫 오페라로서 후대의 낭만주의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이름이 워낙 인상적이라 현대에서도 소설 혹은 게임에서 이름을 빌린다.



8. LE-4 "놀람"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요제프 하이든이 1791년에 작곡한 교향곡이다. 제목이 '놀람'인 이유는 2악장 도입부에서 조용하게 주제 선율을 연주해서 사람들의 긴장을 풀게 만든 뒤 느닷없이 포르티시모(ff)의 큰 소리를 내고 다시 조용해지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곡을 작곡했을까에 대해선 의견이 많은데, 이는 치열한 경쟁의 산물으로서 하이든이 당대의 작곡가들 중에서 눈에 띌 수단을 강구한 바가 바로 '놀람' 교향곡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9. LE-ST-2 "봄의 제전"

러시아 출신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1931년에 발표한 발레곡으로, 러시아의 원시적인 종교 제전을 배경으로한 복잡하고 치밀하게 구성된 리듬과 원시적인 선율이 특징인 곡이다. 

음악사적으로는 당시 굉장히 전위적이고 시대를 앞서나가 사람들에게 각인이 된 곡이다. 자세한 사항은 직접 찾아보는 것을 추천.



10. LE-5 "월광"


아마 이 글에서 소개한 곡 중 가장 유명한 곡중 하나일 것같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 '월광'은 베토벤의 소나타 32곡 중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곡으로, 특유의 잔잔하고 아름다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비창'과 비교해 '월광'은 베토벤의 피아니스트로서의 즉흥 능력을 나타낸다. 다만 월광이 제작된 시기의 베토벤은 상당히 우울했다. 1789년부터 베토벤의 원인 모를 청각 장애가 시작되었고 베토벤에게 월광을 헌정받은 줄리에타 귀차르디와의 연애도 서먹해지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월광 특유의 낭만성은 아름다운 서정을 묘사했다기 보다는 베토벤 자신이 처한 우울에서 위안을 얻고자 했음이 더 유력하다.



11. LE-6 "Danse Macabre, [죽음의 무도]"

프랑스의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가 작곡한 교향시로, [죽음의 무도]는 제목 그대로 죽은 자의 춤을 그리고 있다. 섬뜩한 제목과 달리 곡의 분위기는 밝고 경쾌한 편인데, 이는 무덤에서 일어나서 춤추는 해골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12. LE-7 "정화된 밤"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아놀드 쇤베르가 1899년에 작곡한 "정화된 밤"은 그의 초기작으로서 후기 낭만주의 성향이 잘 나타나있다. 쇤베르크는 동명의 시인 리하르트 데멜이 쓴 '정화된 밤'을 모티브로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13. LE-8 "운명"

사실상 나오지 않으면 서러운 베토벤의 다섯 번째 교향곡으로, "운명"은 3대 소나타 못지 않게 현대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베토멘의 곡 별칭이 다 그렇듯 '운명'이라는 이름은 베토벤 본인이 지은 것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운명'이라는 이름이 간지나서 쓰기는 하는데 서양에서는 주로 교향곡 5번 1악장이라는 정식 명칭으로 부르는 편이다. 내용과 형식에서 최상급의 완성도를 지닌 교향곡으로서, 교향곡 9번과 함께 가장 잘 알려진 베토벤의 교향곡이다. 워낙 인류사에 이름을 남긴 곡인지라 NASA 보이저 프로젝트의 골든 레코드에 수록되는 등 지금까지도 굉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장장 2시간이나 글을 썼는데 써놓고 보니 생각보다 링거링 에코스에 클래식 음악에 헌정한 듯한 묘사가 많아 놀람, 벌써 오픈 10분 전인데 명붕이들도 이벤트를 재밌게 즐겨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