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정말 드물게, 라플란드는 거울 앞에 섰다. 살짝 먼지가 껴 있는 탁한 거울이었지만, 제 역할을 다하는 데에 이상은 없었다. 희미한 장막이 낀 것처럼 뿌옇게 거울에 비치는 제 모습이, 영 어색했다. 


  이렇게 거울 앞에 오래 서 있던 적이 있던가? 최소한 그녀의 기억 속에서는 없었다.


  물론, 거울을 멀리 했던 이유가 스스로의 외모에 자신감 부족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라는 자기 과시에 가까운 생각을 하면 했지.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굳이 외모를 가꾸는 것에 깊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눈을 찌르는 앞머리를 정리하고, 얼굴이나 머리카락에 묻은 먼지나 피를 확인할 때 정도일까. 지금 당장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 그녀에게 있어 거울은 딱 그 정도의 용도였다.


  아름다운 외모와 화려한 치장은 여자의 무기라고 하지만, 그녀에게 그런 무기는 필요 없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두 손에 쥐어진 검 뿐. 그렇기에 '라플란드'는 한번도 또래의 여자들처럼 제 외모를 꾸미려 한 적은 없었다.


  물론, 그것도 이 시간 부로 옛 말이지만. 그녀는 벌써 몇 시간 동안이나 거울 앞에 서있었다.


  라플란드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거울 앞에 서서 스스로의 얼굴을 바라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긴 시간 동안 단순히 서서 거울에 비친 제 얼굴만 바라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평소에는 손짓 한 두번, 가벼운 세안 정도를 끝마치면 거울에서 고개를 돌렸지만, 이번은 달랐다. 그녀의 시선은 거울을 떠나지 않았고, 손은 바삐 움직였다.


  이윽고 그녀의 손이 멈췄을 즈음에, 그녀는 다시 한 번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고개를 까딱일 때 마다, 그리고 씨익 미소를 지을 때마다 충실하게 자신을 따라하는 거울 속의 자신이 썩 나쁘지 않게 보였다. 물론, 스스로의 외모에 자신이 있다고 해도 항상 변함 없는 그 얼굴을 보며 자기애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항상 거울에 비치는 자기 얼굴이 신비할 리가. 그녀가 제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는 이유는 참으로 간단했다.


  지금 그녀의 모습은, 평소 그녀와는 전혀 완전히 달랐으니까.



  곱슬기 하나 없이 곧게 편 머리, 조금의 맨살이라도 드러나지 않도록 차려 입은 청순한 스웨터, 그리고 얼굴에 나 있는 자잘한 흉터를 지우기 위한 엷은 화장과 날카로운 눈매를 가려주기 위한 안경까지. 


  머리카락 색을 제외하면 평소의 그녀라는 것을 드러낼 수 있는 요소는 전부 가려 놓았다. 거기다, 평소 그녀의 분위기와는 전혀 상반되는 '청순'이라는 키워드로 무장한 그녀의 모습은 분명 입이 벌어질 만큼 아름다웠지만, 그 아름다움과는 '라플란드'를 상징하는 평소의 모습은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급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던 라플란드는, 상상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뭐, 그래도 꽤 봐줄 만 한 걸. 


  순간 긴장이 풀려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에게 익숙한 섬뜩한 미소가 지어졌다. 초승달처럼 휜 눈꼬리와 이빨이 드러난 미소는 지금 거울 앞에 서 있는 이 청초하고 가녀린 여인이 라플란드라는 것을 여실 없이 보여주고 있었지만, 자연스럽다 못해 당연했던 그 미소는, 이 모습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라플란드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손가락으로 입꼬리를 가볍게 눌렀다. 이렇게는 안 웃어야겠다. 손가락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얌전한 미소를 연습한 그녀는, 그대로 손가락을 때며 따스하게 미소 지었다. 


  입꼬리는 곡선을 그리듯 부드럽게, 이빨은 보이지 않게, 눈꼬리는 살짝 눈을 감는 듯 호선을 그리게. 억지로 꾸며낸 듯한 느낌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연습 만으로도 어느 정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일 수는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영 어색했다.


  그래도, 부드러운 미소로 무장한 끝에 완성해낸 결과물은 그녀 자신이 보아도 거울 속에 비치는 여자가 '라플란드'일 거라는 생각은 감히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결과물은 썩 만족스러웠지만, 이 결과물을 빚어내기까지 걸린 시간만 한 시간 정도에 평소에는 가지고 다니기는 커녕 바를 일도 잘 없던 화장품도 잔뜩 구매했다. 용문에 도착할 당시와 비교하면 확연히 얇아진 지갑에 아쉬운 소리를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고작 장난 한 번으로 태우기에는 큰 금액이었다. 익숙하지도 않은 화장을 하느라 했던 고생은 덤이고. 


  내가 도대체 왜 혼자서 사서 고생인지. 라플란드는 쓴웃음을 지으며 스스로의 헛짓거리를 비웃었지만, 이미 늦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가장 처음으로 돌려서. 라플란드는 어째서 이런 변장에 가까운 치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계기는 단순했다. 고작, 지나가듯 들은 한 마디의 말 때문이었다.


  다른 날도 아닌 바로 오늘. 로도스의 인원들이 용문에 방문할 일이 있어, 라플란드는 겸사겸사 그들과 동행하여 용문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재수가 없었는지 하필이면 오늘 하늘에서 비가 쏟아졌다.


  로도스의 일행과는 헤어진 뒤였고, 갑작스럽게 내린 소나기라 우산도 챙기지 못해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은 채, 찝찝한 기분으로 용문의 은신처로 돌아왔던 그녀를 맞이했던 것은 이름도 가물가물한 부하였다. 목숨을 살려준 대신 이것저것 잡일을 떠맡긴 녀석이라, 지금쯤 도망쳤을 거라 생각했는데 용케 도망치지는 않았다. 칭찬해줄 생각은 없었지만.


  그는 은신처에 들어온 라플란드를 보자마자, 순간 놀란 듯 몸을 움찔하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당장이라도 무기를 꺼내려는 기색도 숨기지 못하는 3류 같은 움직임에, 그리고 제 목숨줄을 쥐고 있던 사람의 얼굴조차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멍청함에 한숨을 내쉰 라플란드는 검으로 손을 가져갔었다.


  하지만, 부하는 이내 표정을 풀고는 무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곤, 꺼냈던 소리가 바로.


'....누님....? 아 죄송합니다. 순간 다른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머리카락.... 젖으면 펴지는 군요.'


  머리가 젖어서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핑곗거리로도 들어주지 못할 어이가 없는 말에, 죽여버릴 마음도 들지 않아 그대로 검을 내려놓았다. 순식간에 김이 빠져 그대로 그 녀석을 무시하고 제 방에 놔두었던 물건들을 챙기러 갔던 라플란드였지만, 문득 그녀는 그의 한 마디에 신경이 쏠렸다. 그래서, 그녀는 그 부하를 잡고 물어봤다. 


  그는,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에. 누님 머리카락이 젖어서 펴지니까, 분위기가 딴판입니다. 무슨 문제라도?'


  됐어. 아무것도 아니야. 별 것 아니라는 듯 대꾸하고 은신처에 있는 자기 방에 들어왔던 그녀였지만,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밖으로 나와 상점으로 달려갔다. 갑자기 어디를 또 가냐는 부하 녀석의 사족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채 물건을 잔뜩 구해 다시 방에 들어온 그녀는 부하의 말을 들은 순간부터 떠올랐던 장난을 시작했다. 작전명은 이름하야, 나홀로 숨바꼭질.


  사실 뭔가 거창한 계획 같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일도 아니고. 그저, 지금처럼 화장을 하고 변장한 그녀를 평소의 주변 사람들은 과연 알아볼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딱히 깊은 사이는 아니었다만, 고작 머리가 젖은 것 가지고 부하는 그녀를 못 알아볼 뻔 했다. 그러면, 작정하고 머리를 펴고 화장을 하면. 과연 얼마나 나를 알아볼까?


  문득, 장난기가 동한 그녀는 용문의 상점가로 향해 화장품부터 치장 용품까지 이것저것 구매했다. 도수가 없는 패션용 안경이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구매해봤다. 그 전에는, 안경은 음흉한 헛똑똑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써보니 잘 어울리는 모습이 어이가 없어 웃겼다. 


  물건을 잔뜩 사고, 은신처의 방으로 돌아와 거울 앞에 섰던 것이 대략 1시간 전이다. 패션용 안경을 사고, 평소에는 입을 생각도 안 했던 헐렁한 옷을 입고. 헤어 스트레이너로 머리를 폈다. 흉터를 가리고, 피부색을 밝게 하려고 화장까지 했다. 중간에 갑자기 문득 따분해져서 그냥 다 관둘까 싶기도 했지만, 꾹 참았다.


  이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라 어버버거릴 '그 녀석'의 표정을 떠올리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며, 앞머리를 정리한 라플란드는 마지막으로 부드러운 미소를 연습했다.


"좋아. 이거면.... 큼. 이렇게하면 되겠지?"


  마지막으로, 목소리 톤을 높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마지막까지 자신을 감춘 라플란드는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거실에서 시답잖은 잡담을 나누던 부하 두 녀석의 얼빠진 표정을 보니 1시간의 고생이 완전히 헛고생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열심히 화장을 한 것이 고작 저 두 놈에게 보여주기 위함은 아니었으니, 두 사람의 반응은 애써 무시한 채, 라플란드는 그들에게 이것저것 잡무를 떠넘기고 그들의 대답도 듣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그 녀석들이 무슨 표정을 지을지. 재밌겠는걸?'


  라플란드는 세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고 키득거리며, 길거리를 걸었다. 고작 상상 뿐이었지만, 그럼에도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평소에는 잘 하지도 않는 짓거리를 연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짜증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짜증보다는 재미가 더 컸다. 


  과연, 그 녀석은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기껏 열심히 변장한 보람이 있어야 할건데. 라플란드는 작게 중얼거리며 바깥으로 나섰다. 


  라플란드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번화가로 향했다.


.

.

.


  비는 소나기였던 모양이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젖게 하고, 이 장난을 시작할 계기를 마련해주었던 비는 언제 내렸냐는 듯 깔끔하게 그쳤고, 하늘은 투명하리만큼 쾌청하게 개였다. 쏟아지는 태양이 포근하게 땅을 비췄다.


  그 덕분인지, 용문의 거리는 평소보다 더욱 사람들로 붐볐다. 비를 피하던 이들이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것인지, 아니면 비 때문에 미뤄 두었던 출발을 서두른 것인가. 우산을 내려놓은 사람들로 거리는 바쁘게 붐볐다. 


  조금 인원이 많은 것을 제외하면,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일상의 풍경. 사진으로 찍어 날짜를 가리면, 도대체 언제 찍은 것인지 누구도 구별할 수 없을 평범한 풍경의 거리 속에, 단 한명 만이 평소와는 다른 파란을 가지고 거리 속에 섞여 들었다.


"야, 방금 지나간 루포 봤냐?"


  스치듯 지나간 필라인 남성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귓가에 들렸다. 자신과 함께 걷던 일행의 어깨를 치며 뒷편을 가리킨 그는 얼굴을 붉히며 가볍게 감탄을 토했다. 감탄과 욕망이 뒤섞인 그의 시선이 적나라하게, 길거리를 거닐던 한 루포족 여성을 향했다.


  곱슬기 하나 없는 새하얀 은발. 어깨를 살짝 드러낸 청순한 스웨터. 잡티 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와 맑디 맑은 은빛 눈동자.


  왠지 모르게 코끝을 스치는 듯한 은은한 향까지 풍기며 여유롭게 길거리를 지나가던 그녀는, 비단 그 남성이 아니더라도 주변을 걷는 뭇 남성들의 눈길을 한 눈에 사로잡았다. 대부분은 그녀의 외모를 보며 시선을 빼앗겼을 뿐이었지만, 개 중에 아주 일부는 그녀를 향해 말을 걸어보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몇몇 남성들이 그녀에게 말을 붙이기 위해 몸을 완전히 돌린 그 순간. 그녀는 순식간에 인파 속에 묻혀 사라졌다. 그리 두껍지도 않은 인파 속에서 녹아 사라지기라도 한 듯, 순식간에 사라진 그녀의 모습에 남성들은 당황하며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당혹을 삼켰다.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라진 그녀를 찾던 남성들은, 이내 아쉽다는 듯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여성은, 라플란드는 그 모습을 골목의 한 켠에 숨어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가볍게 혀를 차며 표정을 구겼다. 과연 그녀를 노리고 다가오던 남자들이 저 표정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어줄 지. 참으로 기대가 됐지만, 딱히 보고 싶지는 않았다. 


"이건 생각 못했는데."


  라플란드는 벽에 등을 기댔다. 그녀를 향해 다가오던 남자들은 결국 포기한 듯, 다시 제 갈 길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모습이 인파 속에 묻혀 사라져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라플란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 남자들을 경계해서는 아니었다. 고작 민간인에 불과한. 여자에게 추파나 던져보려던 남자들이 뭐가 무서우랴. 


  그녀가 걱정한 것은 제 몸의 안위가 아니었다. 그들이 순간 제 등을 향해 다가오는 기척을 느꼈을 때는, 습관적으로 검을 뽑을뻔 했다. 변장을 하느라 검도 안 챙겨왔기에 망정이지. 라플란드는 귀찮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변장을 할 당시에는 흥미와 재미에 관심이 쏠려 거리에 있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못했다. 이건 그녀의 실수였다.


  라플란드도 이건 예상 못 했다. 딱히 자랑은 아니지만, 그녀의 이름은 비단 시라쿠사 뿐 아니라 이 용문에서도 꽤 알려져 있다. 그리고 당연히, 그렇게 알려진 이름은 찬란한 영광보다는 피비린내 나는 악명에 가깝다. 그리고 그렇게 퍼진 악명 만큼이나, 그녀의 얼굴 역시 어느정도 알려져 있었다. 


  자의식 과잉은 아니었다. 그리 멀리 돌아가지 않아도, 비를 맞으며 용문 거리를 다니던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를 알아보고 공포에 질려 몸을 피하던 이들을 봤으니까. 그래서, 거리를 걷는 이들의 시선을 버티면 버텼지. 이런 식의 쓸 때 없는 관심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뭐, 됐어. 라플란드는 몸을 돌려 골목길 안을 나아갔다. 어차피 목적지에는 거의 다 도착했다. 골목길의 반대편으로 나오자, 아까보다는 인파가 조금 옅었다. 그 덕에, 골목길 저 너머의 카페가 훤히 눈에 들어왔다. 콜롬비아에서 출발해서, 테라의 전 이동도시 마다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어의 형상을 한 커피숍. 테라가 망해도 사라지지 않을 불멸의 브랜드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지만, 그녀는 그다지 애용한 적은 없었다. 저딴 식으로 맛대가리 없는 커피를 파는 곳을 갈 리가.


  당연히 그녀의 목적지는 카페가 아니었다. 카페가 아니라 거기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목적이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테라스. 그 곳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이 라플란드의 눈에 들어 왔다. 금발의 루포족으로 보이는 여성과 붉은 머리의 산크타.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펭귄 로지스틱스의 두 사람이었다. 저들이 바로, 라플란드의 목표물들 중 하나이자, 로도스에서 용문까지 같이 움직였던 일행이었다. 일을 쉴 때는 항상 여기서 시간을 보내곤 했던지라, 라플란드는 어렵지 않게 두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두 사람은 라플란드를 발견하지 못한 체 서로의 이야기에 몰두하고 있었다.에스프레스에 물을 탄 흉물스러운 커피를 홀짝이는 소라와 아주 작은 잔에 담긴 에스프레소를 마시던 엑시아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기네들의 사장인 엠페러와 용무가 있다고 하더니, 생각보다 빠르게 끝난 모양이었다. 아니면.... 


  라플란드가 유심히 테이블을 관찰했지만, 역시 테이블에는 두 사람의 모습 뿐이었다. 테이블에 놓인 비어 있는 의자도 없고, 음료도 두 잔 뿐이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찾는 인물은 이 곳에 없었다. 그렇다면 자리를 옮겨야 했다. 이 골목길은 몸을 숨기고 골목을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좁은 곳이다. 거기다 평소에는 사람의 왕래도 드물어 용문의 길을 잘 알고 있는 자들이라면 누구나, 이 골목길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애용한다.


  그래. 이 골목길의 존재를 아는 이 '누구나'


"...이번에는 관음 하는 취미라도 생겼나 보군."


  라플란드의 등 뒤로, 서슬퍼런 칼날이 드리웠다. 그리곤, 한숨 섞인 목소리가 그녀의 등 뒤에서 들렸다. 호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목소리. 조금만 그녀의 신경을 거스르게 했다간 곧바로 칼이 날아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라플란드는 그다지 동요하지 않았다. 판단이 조금 늦긴 했지만, 그녀의 등장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로도스에서. 아니, 이 세상에서 그녀가 기척을 읽지 못할 이가 얼마나 될까. 아무리 변장을 했다고 해도, 그녀가 라플란드가 아니게 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지금처럼 기척을 읽지 못하고 허망하게 뒤를 잡힐 만한 사람은...


  라플란드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살짝 뒤로 돌렸다. 제 등 뒤로 칼이 겨눠졌음에도 움직인 것은, 어차피 그녀가 자신을 찌르지 않으리라는 뒤틀린 확신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긴 검은 머리카락에, 마치 피로 젖은 황금을 연상시키는 듯한 적황색의 눈동자. 그리고 매정한 목소리에 어울리는 날카로운 눈매와 단정한 몸가짐.


  길게 설명했지만 텍사스, 라플란드가 그토록 찾던 오늘의 메인 목표물 중 하나였다.


  라플란드는 조심스럽게 양손을 들었다. 저항할 의사가 없다는 표시였다. 평소였다면, 검을 뽑아 맞받아쳤겠지만 지금 수중엔 검은 커녕 단검 한 자루 없다. 그리고...


  지금은 그녀와 싸우는 게 목적이 아니다.


  라플란드는 아무런 말도 없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알 없는 안경의 테가 시야에 살짝 방해됐지만, 텍사스와 눈을 마주치는 것에는 문제 없었다. 


  그렇게 지금부터, 라플란드의 심혈을 기울인 장난이 시작됐다.


  안경을 쓰고 화장을 한 라플란드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텍사스와 눈을 마주쳤다.


  무감정했던 텍사스의 눈동자가 눈 앞의 여성을 확인하자 눈에 뜨게 흔들렸고,


 이윽고 텍사스의 표정이 혼란과 당혹으로 붉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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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아 반갑소.


....이번에도 쓰던거 완결은 안 내고 다른거 시작했다.

이번에는 라플란드가 혼자 장난치는 소설, '나홀로 숨바꼭질'.


이건 왜 쓰냐고?



쉬펄;;; 이게 역류해서 이렇게 올라갈 줄 알았겠냐.

약속은 지켜야지


이것도 내가 늘 그렇듯, 단편으로 쓰려 했지만 너무 길어져서 + 쓰다보니 넣고 싶은 내용이 많아져서 + 또 이대로 유기했다가 안 쓸거 같아서 등의 이유로 반으로 잘라서 올림.


아무튼 그래서, 이거 하편 쓰고나면 앞에 쓰고 있던 거 2개 마저 쓰고, 간만에 써놨던 거 한번 싹 정리한 다음에 단편을 더 쓰거나, 미뤄뒀던 하얀늑대 리메이크를 해야겠다.


아무튼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더 나은 글을 위해 언제나 피드백 받음.

그리고 댓글 보는 맛으로 글을 쓰는 파라, 댓글 많이 달아주면 하나하나 다 읽고 쥰내 열심히 글 적음.


댓글 달아줘 어서 

잔뜩 달아줘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