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냄새."


배달 의뢰가 끝나 돌아가던 도중 눈 덮인 보도에서 텍사스는 멈춰 섰다.


살랑살랑 흩날리는 눈송이가 거리에 비쳐 밤거리를 더욱 환상적으로 장식한다. 스쳐 지나가는 이들은 길바닥에 서 있는 텍사스를 살피며 빠른 걸음으로 귀로를 재촉했고, 이 중에 모녀가 몇 쌍인가 그 손에 종이가방을 들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길가에서 반짝반짝 빛을 흩뿌리는 양과자점에는 이미 저녁 무렵인데도 줄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 여자 같았다.


루포의 후각은 날카롭다.

그 향기가 익숙한 카카오의 향이란 것은 일찌감치 깨달았다. 소지하고 있는 초콜릿 과자가 얼마 남지 않았고, 급한 일도 없으니 텍사스는 그 행렬에 동참한다. 그러나 이 한기 속에서 고작 양과자 때문에 여럿이 줄을 서 있는 이유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맨 끝에서 쇼윈도를 들여다본다. 늘어선 양과자들은 다양했고, 초보자의 눈으로도 손이 많이 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로 줄을 선다면 외관뿐만 아니라 맛도 확실할 것이다.

가게 안에서는 젊은 여점원이 바쁘게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 사람 한 사람 정중히 접객하고 쾌활하게 인사하며 웃음을 잃지 않는다. 멀리서도 그녀의 느낌이 좋았다.

앞에 줄을 선 많은 여성 고객은 왠지 까르르 들뜬 목소리로 동반자와 대화하고 있었다. 눈치채면 맨 끝에 있었을 텍사스의 뒤로는 새로운 손님들이 즐비했다. 앞뒤에서 느끼는 푹신푹신한 공기에 불편해져 열심히 휴대 단말기를 만지작거린다.

시각은 8시, 로도스로 귀환하면 해가 질 무렵이 될 것이다.

엠페러, 펭귄 로지스틱스 보스에게 하는 정기 보고는 이미 단말기로 마쳤다. 로도스에의 보고는 귀환 후에 실시하면 심야가 되어 버릴 테니, 지금 단말기로 해 버리려고 손가락을 움직인다.


"...아니, 박사니까. 내가 돌아갈 때쯤에도 아직 깨어 있으려나."

한밤중에도 조명이 켜진 집무실에서 서류와 눈싸움을 벌이는 인간을 떠올리며 텍사스는 슬며시 단말기를 닫는다. 살랑살랑 찬바람이 살짝 얼굴을 상기시킨 그녀의 뺨을 기분 좋게 어루만졌다. 그러다 아무래도 바로 앞 손님의 쇼핑이 끝난 듯, "다음 분 오세요."라며 입점을 재촉당해 텍사스는 옷자락의 눈을 털어냈다.


가게 안은 난방이 되어 부드러운 따뜻함과 달콤한 향기가 비강을 간지럽혀 행복감에 휩싸였다. 자연스럽게 텍사스의 꼬리는 반원을 그리듯 흔들리고 있었다. 물색하듯 턱에 손을 얹으며 쇼케이스의 물건에 시선을 향한다.


그리고 계산대에 시선을 돌렸을 때, 낯선 문자를 포착했다.




"...발렌,타인?"













한산한 집무실에서 박사는 호들갑스럽게 숨을 내쉬었다. 서류뭉치가 겨우 정리되어 깨끗해진 자신의 책상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방에는 아무도 없었고 종이가 맞닿는 마른 소리와 겨울을 위해 만든 난로 위에서 주전자가 펄펄 끓는 소리만이 집무실을 지배하고 있었다. 주전자를 꺼내 커피메이커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커피 특유의 짙은 향이 지친 몸으로 스며든다.

벽걸이 시계에 눈을 돌리면 어느새 수십 분 후면 해가 질 무렵이었다.


"텍사스는...아직 안 돌아왔나?"


염국 배달 의뢰로 외출한 그녀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데다, 단말기 연락도 닿지 않은 것에 박사는 조금의 불안감을 느꼈다. 그녀가 조용하기는 하지만, 일의 연락을 빠뜨리는 일은 절대 없었다. 그런 책임감이 강한 그녀에게서 소식이 없자 뭔가 사고에 휘말린 것은 아닌지 불안해졌다. 집무실 창문에는 한층 강해지는 눈이 비쳐 강한 냉기가 전해져 온다.


최악의 상상을 하는 것과 외출용 코트를 걸치는 것은 동시였다.

단말기로 그녀의 연락처를 열면서 소매에 팔을 통해 집무실 문을 연다. 어딘지 짚이는 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묵묵히 집무실에서 기다릴 수는 없었다. 일단 전망이 좋은 갑판을 목표로 달려 나와 텍사스에게 통화를 걸어 귓가에 단말기를 댄다.


호출음이 반복될 때마다 심장을 쥐어뜯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염국은 강대국이다. 특별히 치안이 나쁘다는 말은 나오지 않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주행으로 인한 피로와는 다른 진땀이 박사의 이마를 번지게 했다.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녹슨 갑판의 문을 열자 세찬 밤바람이 몸을 휩쓸었다. 찬 눈보라가 비강을 자극한다. 흐트러진 호흡을 진정시키고 눈 쌓인 갑판에 발을 들여놓으면, 그와 동시에 단말기 호출음이 멈췄다.


"...박사?"

"텍사스!? 무사한 거 맞아? 지금 어디에 있어!?"


바라던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자 안도와 초조가 뒤섞여 박사는 갑판 펜스로 몸을 내밀었다. 로도스의 요란한 구동음에 지워지지 않도록 단말기를 강하게 귀에 들이댄다.


"아, 걱정하지 마. 지금 막 로도스에 도착했어."

"…엥?"


울타리에 쌓인 눈을 털어내고 박사는 로도스의 탑승구 부근에 시선을 향했다. 그곳에는 단말기를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에는 베이지색 종이봉투를 든 텍사스의 모습이 있었다. 시선을 눈치챘는지 텍사스도 머리 위 갑판에서 놀라는 박사와 시선을 주고받았고. 박사는 펜스에 엎드린 뒤 안심한 듯한 미소와 함께 하얀 숨을 내쉬었다.


"어서 와, 텍사스."


응. 그렇게 말하듯 텍사스는 단말기를 내려놓은 뒤 조심스럽게 손을 흔든다. 그와 반대로 그녀의 꼬리는 살랑살랑 분주히 흔들리고 있었다.






"미안해, 혼자 요란 떨어서."

"아니, 나야말로 연락을 게을리해서 미안했어."


다시 집무실로 돌아온 박사는 외출용 코트를 옷걸이에 걸었다. 불과 몇 분 갑판으로 나왔을 뿐인데 코트 자락에는 군데군데 눈이 쌓여있었다.

따라온 텍사스도 입실해 박사에게 서류를 전달한다.


"부탁받은 서류, 그리고 이번 건의 영수증이야."

"아, 고마워. 그건 그렇고 오늘은 뭔 일 있었어? 평소에는 빼놓지 않고 연락해 줬는데. 뭐 아무 일도 없었던 건 다행이지만."

"조금 더 일찍 퇴근할 예정이었는데 의외로 눈이 많이 와서 돌아오는 길에 시간이 오래 걸렸어."


텍사스 역시 젖은 코트를 벗자, 소매와 옷자락에 눈이 달라붙었고 손끝과 코는 붉은빛을 띠었다. 염국에서도 눈보라가 심했을 것이다.

위로하듯 박사는 커피메이커에서 잔을 꺼내 텍사스에게 건넸다.


"보고 정도는 단말기로 끝내도 괜찮았는데. 서류도 급하지 않았고 펭귄 로지스틱스 거점을 거치는 것도..."

"내일 눈이 그칠지는 모르니까. 들렀다가 다음번에 못 나가게 되면 웃을 수 없겠지."


게다가...라며 텍사스는 커피를 홀짝였다.


"오늘 안에 주고 싶었어"

"........?"


말을 더듬으며 책상에 걸터앉는 박사에게 텍사스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심한 듯 들고 있던 종이봉투를 내민다.

받은 서류를 치우며 내밀면, 박사는 물음표를 띄웠다.


"텍사스, 그건?"

"박사, 발렌타인이라는 이벤트를 알고 있나?"

"발렌타인...?"


낯선 단어에 눈살을 찌푸리는 박사의 표정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나도 조금 전에 알게 되었는데, 일부 이동도시에는 평소의 감사를 담아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는 이벤트가 있다더군."

"이야, 몰랐어. 그거 멋진 이벤트인데."

"...직업상, 이런 토착 행사나 관습은 몇 번이나 봐 왔어. 그래도 일부러 참여하거나 하는 것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었는데."


당황한 박사의 머그컵을 든 손과는 반대쪽 손에 텍사스는 억지로 종이봉투를 쥐여줬다.


"발렌타인 얘기 들었을 때 네 얼굴이 떠올랐다."


텍사스의 맑은 눈동자에 비치자, 박사는 수줍음을 감추듯 종이봉투를 끌어안았다. 자루 틈 사이로 공들인 장식의 종이상자가 언뜻 보였다.


"아, 고마워. 오, 비싸 보이는 초콜릿인데."

"거래처로서 뿐만 아니라 박사 개인에게도 신세를 지고 있으니까."


애써 냉정한 듯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텍사스."

"말해 두지만 다른 뜻은 없어. 평소의 감사로 받아줘."

"음..."

"박사도 단 걸 싫어하진 않으니, 이성 회복제 같은 정체 모를 약보다 이게 더."

"어, 텍사스."


희한하게 횡설수설하는 그녀를 가로막고 박사는 뭔가 말하고 싶은 표정을 지었다.

뭐야, 하고 불복하는 듯 텍사스가 시선을 돌리자, 그는 그녀의 등 뒤를 가리켰다.


"그, 너무 서류를 어지럽히지 말아 주면 고맙겠어."

"...응?"


박사가 가리키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박사의 책상과는 다른 테이블. 그 주위에 흩어져 있는 서류들. 그리고 마치 프로펠러처럼 거칠게 휘날리는 텍사스의 꼬리가 있었다. 본인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말하던 중 텍사스의 뒤에서 정리된 서류들이 거친 꼬리 움직임에 날아가는 모습을 박사는 보여주고 있었다.


"아차."

"헉, 미안해...!"


상황을 이해함에 따라 텍사스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여전히 날뛰는 자신의 꼬리를 억지로 잡아 정지시키고, 난장판이 된 서류에 손을 뻗는다. 마찬가지로 박사도 허리를 굽혀 서류에 손을 뻗자, 박사의 손가락이 텍사스의 손가락과 겹쳤다.

잔뜩 동요한 그녀는 흠칫 손을 빼며 놀라고, 박사는 그 모습에 당황했다.


"? 무슨 일이야, 정전기라도 났어?"

"...미안 박사, 오늘은 이만."


텍사스가 도망치듯 집무실을 뛰쳐나가자, 박사는 텅 빈 방에 남겨졌다.


"뭐, 뭐였지?"


바스락, 하고 종이 줍는 소리가 유난히 허무하게 집무실에 울렸다. 흩어진 서류를 정리해 텍사스가 오기 전처럼 테이블 위에 포개어 놓는다.

오늘의 마지막 일이 끝나고 집무실 한복판에서 기지개를 켜자 자연스럽게 하품이 새어 나왔다. 슬슬 자려고 침실로 발길을 돌리자 조금 전 텍사스가 건네준 초콜릿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만 먹을까?"

살짝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박사는 종이봉투에 손을 뻗었다. 안에는 선명한 빨간색 종이상자가 있었고, 그것을 열면 다양한 초콜릿들과 메시지 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 『친애하는 당신에게, Happy Valentine.』 " 인가? 하하, 텍사스답지 않네."


아기자기한 글씨로 채색된 카드를 상자에 넣고 맨 끝의 초콜릿 봉투를 뜯었다.

씁쓸함 속에 확실한 단맛을 느끼는, 그녀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맛이었다.
















텍사스가 귀함 한지 며칠 뒤, 여전히 로도스 갑판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이러한 날이 계속되면 매일의 생활, 일 등 내용을 불문하고 사람의 활동은 자연스럽게 무뎌지기 마련이다.

그것은 펭귄 로지스틱스에도 해당한다. 최근 의뢰도 오지 않아 빈털터리 상황에 빠졌고, 텍사스도 대낮부터 갑판에서 초코과자를 한 손에 든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읏차......여전히 여기 문은 열기 힘들구나."


펜스에 기댄 텍사스의 뒤에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박사가 갑판 문을 연다. 안녕이란 인사 대신 「먹을래?」 하고, 평소의 막대 모양 초코 과자를 박사에게 건넨다.

"아, 고마워.....가 아니라 감기 걸려. 방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휴대용 비닐우산을 펼쳐 텍사스 쪽으로 기울인다. 그녀는 머리와 귓가에 쌓인 약간의 눈을 털어내듯 쓰다듬더니 편안한 듯 눈을 감았다.


"괜찮아, 우린 추위에 강하니까. 게다가 눈은 좋아해. 조용하고 차분하니까."

"그렇구나, 그런 견해도 있었네. 생각해 본 적도 없었어."

"박사?"


쓰고 있던 후드와 바이저를 벗고 박사는 텍사스가 하는 대로 펜스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본다.


"전장에서 눈이 내리면 시야가 좁아지고 발판도 나빠지고. 무엇보다 체온이 떨어져 체력을 소모하게 된다. 그런 생각만 했어."


박사는 자조하듯 웃었다.


"지휘관으로서는 틀리지 않았어. 하지만 세상은 사실 더 아름답겠지. 사막도, 산도, 비나 눈도."

"...아, 하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거야. 밖으로 눈을 돌리기엔 이 세상은 사람에게 너무 가혹한걸."

"그걸 어떻게든 하려고 박사가 분투하고 있는 거잖아?"


살며시 상냥하게 미소 짓는 텍사스에게 그렇구나, 하고 박사는 수줍어했다.

새하얀 강설이 유난히 잘 어울리는 그녀의 부드러운 미소에 한순간 박사는 눈길을 빼앗긴다.


"...응, 역시 텍사스는 눈이 어울리네."

"뭐야. 갑자기 차가워 보인다는 건가?"

"아니, 조용하고 차분해"


엉뚱한 소리를 듣고 텍사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


"...말하고 부끄럽지 않나?"

"조금, 뭐. 하지만 진짜로 그렇게 생각했어."


새삼 쑥스러운 듯 뺨을 긁적이며 서서히 박사는 코트 안쪽으로 손을 파고든다. 그가 꺼낸 것은 조심스럽게 리본이 장식된 손바닥 크기의 소포였다.


"텍사스, 받아줄래?"

"그게 뭐지?"

"지난번 초콜릿의 답례품이야"

"아, 그거구나....."


이전의 텍사스와 마찬가지로 박사는 응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그 후, 나도 발렌타인에 대해 여러 가지 조사를 했어."


받은 그것을 텍사스가 주머니에 넣는 것을 보자 박사는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는 게 2월 14일의 발렌타인 데이. 그리고 그 한 달 후인 3월 14일에는 그 답례로 남성이 여성에게 선물을 하는 지역도 있데. 화이트데이라든가 여러 가지 호칭이 있다던데, 나도 그걸 주려고."

"...그렇다면 조금 이른데, 3월 14일은 아직인걸."

"아니 괜찮아, 매주 전투가 있는걸. 내일도 살아있는지는 알 수 없으니까. 나도 목숨을 노려지는 입장이니 갚을 수 있을 때 돌려두려고 생각해서..."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사의 가슴에 충격이 전해진다. 부딪힌 것은 그녀의 주먹, 그리고 그것에 쥐어져 있는 것은 조금 전 박사가 건넨 소포였다.


"필요 없어."

"텍사스...?"

"그렇다면 이런 건 안 받아."


텍사스의 목소리에는 그녀답지 않은 분노가 담겨 있었다. 무엇이 그녀의 역린을 건드려 버렸는지 박사는 주춤했다.


"박사, 죽을 각오는 필요 없어. 그런 건 죽은 자의 변명이야. 사지를 잃어도, 내장이 박살나도 살아남을 각오를 해. 거기에는 지휘관이든 전사든 상관없어. 살 각오를 갖는 것은 사람으로서의 의무니까."


강하게 내뱉는 텍사스의 말에 당황하면서도 그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것을 박사는 놓치지 않았다.

자신을 생각하고, 그에 화를 내주는 그녀가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워진다.

옆으로 기울어진 그녀의 귀를 박사는 우산을 든 반대 손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어이, 진지하게 듣고 있어?"

"아, 고마워 텍사스. 내가 잘못했어."


날카롭게 바라보는 텍사스와 정반대로 박사는 미안하다는 듯 웃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그것은 받아주지 않을래? 발렌타인데이 답례는 또 3월 14일에 할게"


가슴에 짓눌린 주먹을 달래듯 박사는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나도 너에게 고마우니까. 그걸 받아두었으면 좋겠어."

"...그런 것이라면"


마지못해 텍사스는 부딪친 주먹을 빼 쥐고 있던 소포의 포장을 꼼꼼히 풀어나갔다.


"...이건 사탕인가?"

"아, 발렌타인 선물에는 초콜릿. 그 답례품으로는 사탕이라던데?"


책에서 얻은 지식에 박사는 자신이 없었지만, 텍사스는 수긍한 듯 사탕을 한 알 입에 집어넣는다.


"달콤해"

"사탕이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네."

"...그걸 어떻게 알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박사에게 텍사스는 의문을 느꼈다.


"알기 쉬우니까 텍사스는."

"뜻밖이네. 엑시아나 크루아상한테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어."

"그렇지도 않을 거야, 꼬리라든가."


그렇게 말하며 박사는 텍사스의 허리를 가리키고, 그녀도 그것에 이끌려 자신의 등 뒤로 시선을 돌린다. 그 흐름에 강렬한 데쟈뷰를 느꼈을 때 그녀의 꼬리는 살랑거리고 있었다.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꼬리의 움직임에, 또다시 억지로 잡고 정지시키며 뺨을 붉게 물들였다.


"...아니야. 이건 가끔이야."

"그래? 전에도 집무실에서 서류 폭풍을 일으켰잖아."

"그건...!"


쿡쿡대며 박사가 웃자, 텍사스는 참지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그런 평소의 그녀에겐 상상할 수 없는 모습에 박사는 신이 났다.


"그러고 보니 발렌타인에 대해 알아보던 중 알게 됐는데,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는 것은 감사뿐만 아니라 연모의 의미로 전달하는 경우도 있데. 로맨틱하지 않아?"

"...그런가?"


박사는 텍사스의 반응을 즐기며 표연히 말하고, 그 말에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이제 박사가 재미있어하는 것은 텍사스도 감지하고 있었다.


"아, 그래서 그걸 알았을 때 순간 착각할 뻔했어. 설마 텍사스가~"

"상관없어."

"...어?"


말을 끊겨 박사는 엉뚱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살짝 그의 시야에 비친 텍사스의 입가가 일순 히죽히죽 곡선을 그렸다.


"착각해도 상관없어."


텍사스에 덥썩 목덜미가 잡히는가 하면 박사의 입술이 막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박사는 머리가 하얘졌다. 충격으로 순간 우산 자루를 놓아버려 두 사람은 눈보라에 노출된다.

치열이 열리고 부드러운 것이 구강에 침입한다, 그렇게 인식함과 동시에 자극적인 물소리가 귓속을 울렸다.

혀가 빠져나와 그녀의 입이 멀어지면, 박사의 입안에는 머금은 기억이 없는 사탕이 남아 있었다.

몇 번인가 감촉을 확인하듯 텍사스는 자기 입술을 매만지더니, 박사의 귓가에 얼굴을 갖다댔다.


"...답례, 기대하고 있어."


어안이 벙벙해진 박사는 벌겋게 달아오른 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박사를 두고 갑판을 떠나는 텍사스의 뒷모습에서 꼬리는 이래도 좋나 싶은 정도로 기분 좋게 흔들리고 있었다.



놀림을 받은 건 어느 쪽이었는가.

입안에 남겨진 사탕은 저절로 녹아 없어질 때까지 한번도 핥아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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