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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박사님. 문제의 그 리유니온 대원이 정찰을 멈추고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전격 아츠도 움직....뒤로 물러서! 박사님! 저기에 맞으면 디펜더 오퍼레이터가 버티기 어렵습니다!]


[박사님! 살상 허가를 내려주십시오! 저항이 거셉니다!]


4월 11일. 오후 1시.

날씨 맑음. 가시거리 10km. 빅토리아 접경 지역의 모처.


귀에 꽂은 이어셋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고, 상황이 잘 보이는 곳에 준비해둔 사령부에서도 전황이 바뀐 것이 눈에 들어온다.

기세 좋게 밀어붙이며 잔당들을 제압하던 오퍼레이터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몇 주간 추적했던 리유니온 잔당의 은신처가 확인되었다. 

다만 이 확인조차도 많은 오퍼레이터들의 부상을 대가로 하고, 생포한 잔당을 설득하여 정보를 캐낸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작전 내용은 바꾸지 않는다. 전투를 회피하며 최대한 안전하게 탐색하되, 진압은 신속하게. 잔당은 이제 그 눈앞의 '어밴저'와 문제가 되는 리유니온 캐스터, 외에 근접 리유니온 잔당 몇이야. 감마팀은 위치가 확인되는 대로 투입할 준비를 해줘."


특히 이 리유니온 잔당은, 많은 작전을 지휘했던 나조차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정도로 성가신 부대이다.

당연하지만 온 사방에 불길을 때려붓는 탈룰라나, 로즈몬티스의 무지막지한 공성 병기에도 끄떡없는 패트리어트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츠에 기반한 능력 자체가 너무도 성가시다.


도신 1미터는 되는 검에 불길을 휘감고 사정없이 오퍼레이터들에게 휘두르던 "어벤저". 

길게 늘어뜨린 새빨간 목도리가 칼 한번 휘두를 때마다 춤을 추는 듯하여 강한 인상으로 남았고, 이쯤 공격하면 쓰러지려나 하면 그걸 비웃듯 더 거센 역습을 가한 탓에 악명이 높은 자다. 사실상 이번 추적 작전에서 가장 많은 중상자를 만들어낸 자다.


그리고 아직 얼굴도 확인되지 않은, 청백색 전격을 쏘며 아군을 농락하는 리유니온의 캐스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체 뭘로 보고 있는지 정확하게 아츠를 통제해서 아군을 공격하는지라 피해는 적지만 이 어벤저 못지않게 요주의 인물이 되어 있는 자다.


지금도 정확하게 아츠 저항력이 낮은 스나이퍼 오퍼레이터에게 전격이 떨어지고 있다. 대비하던 캐스터 오퍼레이터가 아츠 유닛을 들어올리던 그때ㅡ

전격이 구불텅 휘어지며 어벤저 쪽으로 떨어졌다.


[긴급 사태! 전격에 디펜더 오퍼레이터 중상! 박사님! 이대로면 다른 인원들도 위험합니다! 일단 앞에 있는 '어벤저'에 강력 대응하도록 해 주십시오!]


"지금 봤어! 디펜더 오퍼레이터라고? 지금 공격은 스나이퍼 오퍼레이터를 향했을 텐데?"


[서포터 오퍼레이터입니다. 박사님, 아츠의 흐름이 갑자기 기묘하게 바뀌었습니다.]


아츠의 흐름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들어왔던 작전 보고와는 전혀 다른 공격 패턴이다.


지금까지 아츠 저항력도, 장갑도 약한 스나이퍼를 집요하게 괴롭히던 자가 갑자기 디펜더 오퍼레이를 먼저 노린다고?


"아니, 가만."


전격에 명중당한 디펜더 오퍼레이터를 향해 두 번째로 청백색 발톱이 사정없이 내리쳐졌지만, 대기하고 있던 다른 캐스터 오퍼레이터가 겨우 막아냈다.


....잠시만.


"서포터 오퍼레이터. 지금 두 번의 공격과 조금 전까지 스나이퍼 오퍼레이터를 공격하던 위치로 역산했을 때 술자의 위치를 알 수 있겠어?"


[후보지가 세 군데입니다. 분명 아츠가 완벽하게 제어되지 않아 공격이 제 위치로 향하지 않은 거겠죠. 하지만 그 세 군데의 위치조차도 확실치 않습니다.]


선택지는 세 군데. 지금 투입할 수 인원은 끽해야 캐스터와 스페셜리스트 각각 한 명으로 이루어진 감마 팀이다. 지금 이 허점을 잘 파고들어야 한다.

생각을....생각을 하자.


마인드 컨트롤을 재촉하듯, 이어셋 너머로 이번엔 작전실에 있는 아미야의 목소리가 들린다.


[박사님. 지금 서포터 오퍼레이터 분께서 예상 위치와 공격 좌표를 작전실에 보내주셨어요. 하지만 작전실에서 이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거에요.]


"시간이 더 걸리면 안 돼."


이번에는 무리를 이끌고 있는 '어벤저'를 관찰한다. 


맨 앞에 서던 디펜더 오퍼레이터가 물러나자 더 거세게 이쪽을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가드 오퍼레이터가 대응하는 빈틈을 타 전격이 떨어지는 것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호흡....


"아미야."


[네, 박사님.]


"지금 서포터 오퍼레이터가 말한 위치 중, 교전 구역과 가장 가까운 예측 지점에 팀 감마를 투입할게."


[그쪽이요?]


아미야가 바쁘게 무언가를 확인하는 소리에 이어, 이번엔 대기 중인 팀 감마에 무전 통신을 보냈다.


"팀 감마. 지금 내가 말하는 곳으로 투입해서 수색한다. 캐스터 오퍼레이터는 아츠를 가능한 튕겨낼 수 있겠어? 레드가 접근하는 속도면 한두 번이면 될 거야."


[으....알겠습니다.]


"레드. 상대의 목숨을 끊지 말고, 아츠가 튕겨진 빈틈을 파고들어 제압만 신속하게 해 줘. 이번에 놓치면 또 어디서 우리를 괴롭힐지 모른다."


[알겠다.]


"그리고 측면으로 투입해."


[측면? 박사. 그 위치면 저 '어벤저'의 시야 범위다. 침투는 은밀한 게 정석이다.]


"알아. 확인할 게 있어서 그래. 진입할 때 함정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하고."


[알겠다.]


그 무전을 끝으로, 두린족 캐스터 오퍼레이터를 등에 업은 붉은 외투가 쏜살같이 '어벤저'의 정면으로 뛰어갔다. 그 동시에, 어벤저가 몸을 빼려는 동작을 했지만 가드 오퍼레이터의 역공에 무위로 돌아갔다.


[제압 사격 개시! 상대를 이대로 압박하겠습니다!]


아직 후보 위치는 하나 더 있고, 지금 어벤저의 동작이 허수일 수도 있다.


"끝까지 방심하지 않도록! 차근차근 대응해!"


지금 확인하려는 위치인 첫 번째. 리유니온 캐스터는 '어벤저'의 근처에 있을 가능성. 

캐스터 특성상 근접전 대항력이 떨어지고 인원이 적게 남은 이상 밀집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바로 확인할 위치인 가장 먼 곳이 정답일 가능성. 

어벤저와 잔당들이 미끼 역할을 하고, 안전한 곳에서 캐스터 오퍼레이터가 지원을 하고 있다면. 


물론 이쪽은 캐스터 오퍼레이터가 리더급일 때 나올 수 있는 경우기도 하다.


[박사. 목표를 발견....]


측면으로 파고든 레드의 무전에 전격이 터지는 소리가 섞인다. 동시에 전방에서 어벤저의 빈틈을 메우던 전격이 급하게 사라졌다. 


그 직후, 어벤저의 손에서 칼이 벗어나는 데에는 5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기다렸다는 듯, 모든 오퍼레이터들이 무장 해제된 어벤저에게 달려들어 제압을 시도하기 시작한다.


"박사님! '어벤저'를 제압했$#(&%#*!"


거세게 저항하는 모양인지 이어셋 너머로 온갖 잡음과 고함 소리가 들린다.

레드 쪽은? 후속 공격이 전방으로 떨어지지 않는 걸 보면 성공한 모양인데.


"박사. 여기는 팀 감마. 목표 제압 완료."




"뭘 할 셈이야! 그 사람한테 손대지 말라고!"


"당장 놔! 내 몸에 손대느니 죽여!"


과연. 로도스 아일랜드의 소대 몇 개에 중상을 가한 자들답다. 거기다 "어벤져" 쪽은 얼굴을 본지라 우르수스족 남성이라는 걸 알았는데, 캐스터 쪽은 목소리를 듣는 것조차도 처음이라 필라인, 하물며 여성이라는 것도 오늘에야 알았다.


캐스터 쪽은 더 골치아픈 것이, 포박당하고 아츠 유닛을 압수했는데도 온 몸에 전기를 두르고서 위협하고 있다. 다행히 디펜더 오퍼레이터들 선에서 감당이 되는 모양인지 바로 앞까지 생포되어 눈앞에 와 있다. 나머지 잔당들은 완전히 제압되어 우선 호송 요청을 해둔 상태다.


"추가 무장은?"


"없었습니다. 캐스터 쪽도 아츠 유닛을 압수했습니다."


"박사님. 일단 진정시키는 게 어떨까요. 아츠 흐름이 불안정해서 이 주변도 따끔거릴 정도입니다."


거기다 이 두 사람도 그렇고, 조금 전 호송된 리유니온 잔당들도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굶주림과 광석병의 공포를, 타는 듯한 분노로 바꾸어 우리에게 쏟아붓고 있는 것이었다. 


더해 우르수스족 남성은 필라인족 여성에게 손대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필라인족 여성은 로도스 아일랜드 자체를 싫어하는 모양이다.


"알겠어. 우선 진정제부터 주사하자. 취조든 설득이든, 호송하고서부터 해도 돼."


아무튼 4월 11일 오후 3시.

뜨겁게 열이 퍼지는 온몸에 전기가 오를 것 같은 아찔한 추격전이 겨우 끝이 났다.





4월 12일 오전 9시.


취조 내지는 설득을 위해 리유니온 잔당 두 사람을 만나러 내려갔다.


취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은 어제보다는 훨씬 침착해져 있었다. 하지만 당장에라도 나를 반토막 낼 기세로 쳐다보고 있다.

수갑과 아츠 구속구, 무엇보다도 더 무겁게 온몸을 짓누르는 무언가 때문에 할 수 없을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르수스족 남성 분은 혈중 오리지늄 농도 0.3u/L에 체내 오리지늄 결합률 3%에요. 비교적 최근에 감염된 것으로 사료되지만, 오랫동안 영양소 섭취를 제대로 못 하셔서 영양실조에 걸려 계세요. 외상 쪽은 2주 정도면 다 나으실 거에요.'


'필라인족 여성 분은 혈중 오리지늄 농도 0.27u/L에 체내 오리지늄 결합률 4%에요. 좀 오래 전에 감염되신 것 같은데, 정밀검진을 했더니 지속적으로 약물 치료가 된 것이 확인되었어요. 어림잡아 5년 정도려나요. 이쪽 분도 영양실조고, 더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신 모양이에요. 다행히 외상은 없으시구요.'


며칠이나 식사를 못 했을까. 광석병은 확산세인가, 억제되고 있는가.


메딕 오퍼레이터들은 일단 체포한 잔당들에게 전부 수액을 맞혔다고 보고했다. 나머지 잔당들과 필라인 여성 쪽은 얌전히 메딕 오퍼레이터들의 질의나 응급조치에 따랐지만, 우르수스족 남성 쪽은 얼마나 난리를 쳤는지 진정제를 한 번 더 맞혀야 했다고.


"....두 분."


우르수스족 남자 쪽이 고개를 뒤로 빼더니, 얼굴에 끈적하고 축축한 게 달라붙었다.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것 같아 재갈을 안 물려서, 혀를 깨물고 자해라도 하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이 정도면 양호하다.


필라인족 여자 쪽은 반응이 격렬하진 않다. 다만 똑바로 이쪽을 보고, 시퍼렇게 분노를 피워올리며 입술로 무엇인가 벙긋거리고 있다.

....메딕 오퍼레이터들의 보고하곤 다르게 이쪽이 더 상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침착하게 얼굴을 닦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로도스 아일랜드의 박사입니다."


"그딴 거 알 바야? 아니, 로도스 아일랜드라고 했지? 당신들 때문에 내 꿈이 송두리째 날아갔는데."


의외로 먼저 말을 꺼낸 건 필라인 여성 쪽이었다.

그보다 로도스 아일랜드 때문에 뭔가 일이 있었나?


"감염자 구호니 뭐니 그럴싸한 말이나 하면서 우릴 싫어하는 위정자들하고 손잡는 것들하고 할 이야기는 없다고."


"위정자들하고 손을 잡는 건 아닙니다. 저희도 저희 나름대로의 정의가 있으니까요. 어느 나라의 감염자든, 저희는 공평하게 구호할 뿐입니다."


"그 구호가 이렇게 우리를 쥐어패서 눈앞에 끌고 오는 거냐?"


"오퍼레이터들도 사람입니다. 저희의 구호에 협조하셨다면 서로 싸울 일도 없었을 겁니다. 저희도 쓸데없이 사람이 다치고 죽는 건 싫거든요. 그건 리유니온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거구요."


오퍼레이터들이 살상 허가를 내려달라고 몇 번이나 요청했는데도 제압을 선택한 이유도 그것이다.

하지만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우르수스족 남자가 불만스럽게 책상을 툭 걷어찼다.


"그보다 두 분, 실례가 안 된다면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요."


"적한테 이름을 알려주는 얼간이가 어디 있다고."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당분간 지내셔야 할 텐데, 계속 우르수스 신사 분이나 필라인 숙녀 분이라고만 부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다시 한 번 우르수스족 남자가 불만스럽게 책을 걷어찼다.

필라인족 여자가 우르수스족 남자를 흘끗 보더니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왜 당신들하고 협조해야 하는데? 나는 로도스하고는 협조하기 싫은데. 당신이 지휘자라면 더더욱."


"이 배에 있는 우르수스족 사람들과 필라인족 사람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적당한 이름이어도 상관없으니 이야기해 주십시오. 당신들을 포로로 잡은 게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광석병 감염자 구호가 목표인 만큼, 인격적으로 대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지저분하게 기른 갈색 머리카락 너머로 붉은 눈동자가, 기분 나쁜 듯 비틀어진 입술 사이로 드러난 누런 이빨이 무어라 작게 말하더니,


"....레드 스클로도프스카."


"레드 스클로도프스카. 전장에서 검술과 목도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로도스 아일랜드에 영입하고 싶을 정도더군요."


"개뿔이."


"필라인 여성 분은요?"


그 질문에 필라인 쪽이 고개를 숙였다. 지저분하게 헝클어진 분홍색 머리카락은 한쪽으로 땋아져 내려왔지만, 잘 보니 여기저기 쥐파먹은 듯 상해 있다. 그뿐 아니라 왠지 모르게 여기저기 뻗쳐 있다. 아마 몇 번이고 발휘했던 전기 아츠의 영향이겠지.


조금 뒤 호박색의 큰 눈이 이쪽으로 똑바로 향했다.

진한 푸른색의 분노를 씹어삼키는 듯한 말, 그리고 그 눈을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저릿해지는 것 같았다.


"....수지 글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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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및 오류 지적, 피드백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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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야.

퍼퓨머, 안젤리나 글에 이어 세 번째로 소설을 쓰게 됐다.


일본 일 정리하고 돌아와서 지금은 다시 구직활동 중이고, 저쪽에서 있으면서 외국어 시험 같은 걸 본 것도 아니니 요즘은 그 공부랑 이력서 던지는 걸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음.


그러는 와중에 요번에는 좀 다른 가정을 하고 쓴 거긴 한데 또 아주 새로운 발상은 아닌지라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진 모르겠다. 아츠 묘사랑 마지막 리유니온 여자 대원의 이름에서 봤듯, 이번 소재는 수지 글리터다.

큰 흐름은 다 가정했는데 이번에도 자잘한 데서 시간이 걸릴 거 같음.




시간 내서 읽으러 와 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