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카이룰라 아버에서 경험하는 모든 내용은 시뮬레이션의 일부임




작전 실패 시 출력되는 'uncompleted simulation'



훈장 멘트에서도 미즈키가 두 가지(엔딩을 2종 클리어했으니까) 미래를 그려주었다고 언급됨 


이 시뮬레이션의 목적도 이미 드러나 있는데



pv를 참조하면 더 나은 인류가 되기 위해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임




더 나은 인류가 된다는 건 원래 키케로의 연구 목적인데, 미즈키는 그 목적에 대해 이해했고 마찬가지로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박사에게 와서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거임


이게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냐면


엔딩 2(기사 엔딩, 침묵의 시대)에서 미즈키는 박사를 살릴 시간을 벌기 위해 스스로를 바닷속에 내던짐


미즈키는 목숨을 잃고 천천히 세포 하나까지 쪼그라들어, 시본을 위한 양분으로 생을 다하려던 순간 마찬가지로 이미 죽은 '만연의 가지'와 만나게 됨


여기서 '만연의 가지'에 대해 알게 된 이후, 미즈키는 다른 시간선에서 만연의 가지에 다시 접근함



이 '만연의 가지'가 엔딩3 루트에서 묘사되는 '거대한 유해'로, 이미 죽은 유해에서 끊임없이 자라나는 잔해를 뜯어먹는다는 걸 보면 알 수 있음

여기는 엔딩 2와는 다른 시간선임

죽어서 세포 하나로 만연의 가지와 만난 미즈키가 박사를 데리고 랩 오브 카이룰라에 접근할 수는 없으니까


미즈키가 이 만연의 가지와 융합하여 이샤믈라를 물리치는 것이 3엔딩의 내용



그리고 3엔딩에서 미즈키는 이샤믈라가 아니라 더 근원적인 문제인 '원초의 명맥'에 대해 알게 됨

원초의 명맥은 바다 그 자체로, 쓰러뜨릴 수 없는 존재임


미즈키는 다시 다른 시간선에서 이번에는 원초의 명맥에 접근함



이게 미즈키 4엔딩 스텔라 카이룰라의 골자임

"뉴본"은 진화의 시작일 뿐이며, 그 몸에서 파생된 수천 개의 명맥은 결국 우뚝 솟은 나무가 된다.

이게 해당 장면 스트링






2엔딩은 구성이 특이함

4층까지는 기사를 데려가다가, 5층에서는 기사가 갑자기 사라지고 보스전으로 기사가 튀어나옴


이건 게임적 허용과 (미즈키가 보여주는) 시뮬레이션의 내용이 뒤섞여 있기 때문인데

왜 이런 구성인지 짐작하기 위해 1엔딩으로 돌아갈 수 있음



하이모어는 시본 파라노이아 일루전이 되었다가 돌아오는데, 이건 미즈키가 두들겨패서 돌아온 건 아님

위매니의 의지에 잠식되어 시본이 되었지만 인간성으로 그걸 이겨내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것



여기서도 하이모어는 자기 맹목성과 무능함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하는데 이건 결국 시본이 되었다가 돌아온 게 자의였다는 방증임




미즈키랑 이샤믈라랑 정면대결하는 3엔딩은 예외이긴 한데, 4엔딩 스텔라 카이룰라도 비슷한 구성을 취하고 있음



여기 보스는 당연히 미즈키임

엄밀히 이야기하면 시본 형태의 미즈키


이걸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4엔딩 스크립트에 있음


~


마침내 생각이 끝났다.

인간의 자아는 자신의 감정, 욕망, 생각을 비인간적 자아에게 표출한다.

그는 받아들였다.


그는 물 위에 떠서 미즈키의 새로운 몸을 부드럽게 조각했다.

그리고 큰 무리는 그의 조언을 따랐고, 양분을 모아 침묵에 빠졌다...


그 직후 그는 태어났다.

신의 선물인 인간의 영혼이 담긴 탄소 기반의 몸이 연안 암초에 조심스럽게 놓였다.

그는 곧 깨어나 다시 한 번 인간의 감각으로 세상을 만졌다.

습한 공기, 태양의 온도, 그리고 산들바람이 모두 그를 아주 즐겁게 만들었다. 그러나 친근한 촉수가 그의 머리를 만졌다.


이것은 그에게 이 세상으로 돌아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미즈키가 "미즈키"와 헤어질 때다.


미즈키: 네 곁에 있어서 그동안 지루하지 않았어.

미즈키: 고마워.

미즈키: …

미즈키: 그럼, 안녕.


그는 인간의 언어로 작별인사를 했다.

그는 해사의 방식으로 응답했다.

그 다음에--

우주가 울부짖었다.


~


미즈키와 "미즈키"는 다르고, 전자는 인간이고 후자는 시본임

미즈키는 자신의 인간적 감정, 욕망, 생각을 표출했고, 이걸 "미즈키"가 받아들임

미즈키 보스전 맵 이름이 '인간의 빛'인 것도 생각해 보면 여기서도 인간성이 위매니의 의지를 이겨내는 구조임


난 2엔딩도 이거랑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함

실제로 어떤 전투를 겪는다기보다는, 루트 주연 내면의 갈등을 보여준다는 생각임



기사게이는 인간 출신이지만 인간성을 상실한 지 오래되었음



파도 사냥의 기사라는 이름답게 파도를 쫓아다니면서 잠재우려고 하는데, 아까까지 같이 있던 미즈키한테 대뜸 칼빵을 놓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음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기사게이가 앞뒤 가리지 않는 맹목적인 또라이라는 건 다들 알 거임




기사의 모티브가 돈키호테라는 걸 고려하면 보스전 텍스트의 의미도 명확해짐

원본 돈키호테는 그리 강한 기사가 아닌데 혼자만의 의무감에 심취해 여기저기 일을 벌이고 그 대가로 존나게 두들겨맞음

기사게이도 마찬가지임

물론 이샤믈라를 막아야 하는 건 맞지만, 자기 자신의 맹목성에 매몰된 기사는 무의미한 저항을 밀어붙일 뿐임


돈키호테가 아무 의미 없는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해 돌격했듯이, 기사는 앞에 놓인 돌멩이를 보고 창을 뽑아듬

지금까지 기사가 항상 실체 없는 적에게 덤벼들었듯이 이번에도 기사는 일개 돌멩이를 운명의 재난이나 시련으로 여김


그러니까 2엔딩 보스전의 의미는, 실제로는 아무 의미도 없는 자기 상상 속 '운명'과의 결전임




^따잇^


엔딩 일러스트도 그렇고 마지막 컷씬도 그렇고

이샤믈라가 튀어나오는 것 때문에 기사나 미즈키가 마치 알고 거길 간 것처럼 보이는데

난 둘 다 믈라가 튀어나오기 직전까지 그걸 몰랐을 거라고 추측함


일단 기사 입장에서는 파도의 원흉인 믈라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한시바삐 믈라한테 창 박으러 가지 미즈키랑 소꿉장난할 시간이 없음

미즈키 입장에서는 믈라가 거기 있다는 걸 알았다면 박사를 데리고 거기 갈 이유가 없음


믈라는 정말 갑작스럽게 튀어나왔고, 그 때문에 기사는 박살나고 미즈키는 박사 살리려다가 죽게 된 게 맞다고 봄



여기서 부가적인 질문이 붙을 수 있음

미즈키가 박사랑 시뮬레이션을 한다면 왜 하필 게임의 형태고, 왜 박사가 등장인물의 내적 고뇌를 대신해주는가?

그건 간단함



미즈키가 게임을 좋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