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5 p.m 날씨 맑음. 로도스 집무실. 



"으~음............" 



나는 책상 위에 놓인 것을 보며 고뇌한다. 


유리병 안에 담긴 혈액―― 이라고나 할까, 보기에 혈액 같은 액체. 검붉은 색깔이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다. 



"이거, 정말로 사람이 먹어도 되는 거 맞아......?" 



그것의 정체는 히비스커스 특제 『원기왕성 완전영양식』. 하루에 필요한 영양소는 여기에 모두 들어있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이런 유리병 하나 분량 액체에, 대체 얼마만큼의 재료들이 욱여넣어진 것인가? 


실제로 내 옆에서 먼저 시음한 라바는 경련을 일으키며 실신했고, 그대로 의무실로 이송되었다. 히비스커스는 '호전 반응' 이라고 했지만, 솔직히, 돌팔이 의사가 전형적으로 하는 말 같다. 



"냄새는...... 으억!" 



코에서 뇌를 향해 다이렉트로 꽂히는 소름돋는 냄새. 이미 피 그 자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런 게 앞으로 몇 병이고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하니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아, 안 돼...... 이런 건 한 병도 마실 수 있을 리가 없어......!!" 



히비스커스에겐 미안하지만 몰래 버리고 와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병을 들어올린 순간. 



"실례합니다!" 


"히익............!?" 



집무실에 들어온 건 이것을 만든 장본인이었다. 그녀는 밝은 웃음과 함께 내 손에 들린 유리병을 바라보며, 



"아, 딱 맞춰 왔나보네요! 지금 마시려는 참이셨군요!?" 



헉. 



"라바한테는 너무 반응이 좋았던 것았지만, 박사님이라면 괜찮을 거예요! 자, 자, 어서 쭈욱 들이키세요!" 



아, 저, 그게... 



"......박사님?" 


"아, 네...... 잘 먹겠습니다......" 



아아, 이럴 수가...!! 


아무래도 내 운명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그렇다면, 각오를 다지고 들이킬 수밖에 없다. 먼저 떠나버린 라바를 위해서라도, 나는 이런 것에 질 수는 없다앗――――!! 







――크아악!!!!!! 







"........." 


"어, 어라? 박사님? 괜찮으세요?" 


"........." 


"뭐라도 말씀을...... 서, 설마, 그렇게나 맛없었나요!?" 


"........." 


"그, 그럴 수가.........!!" 



좀 더 빨리 좀 알아차리지...... 그랬다면 나도 라바도 이렇게 되진 않았을텐데...... 



"저, 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반드시 고칠 거니까요――!!" 



그대로 달려나가버리는 히비스커스. 왜 내가 나쁜 놈처럼 느껴지지...? 지금 울고 싶은 건 나다. 

우왓, 토할 것 같아...... 



"............?" 



......응? 입구에 누군가 있는 것 같다. 



"서, 선... 배......?" 



에, 에이야......? 어째서 여기에......? 



"무, 무슨 일이에요, 선배......?" 



......아, 미안. 지금, 도저히, 이걸, 참을 수가 없겠어. 



"――으어억!" 


"..................에?" 



내 입에서 쏟아져나오는 꺼림칙한 액체. 맛이 없는 정도가 아니다. 독약도 이것보단 나을 것 같다. 황급히 틀어막은 손 사이로 검붉은 액체가 터져나온다. 



"에, 아......? 헤......?" 



그런 나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에이야퍄들라. 갈 곳 없이 터져나오는 검붉은 토사물 일부가 그녀의 발치에도 튀어버리고 만다. 



"콜록! 커헉, 컥, 으허억......!!" 


"――! 의, 의료부 오퍼레이터 분을......!!" 



의, 의료부 오퍼레이터!? 아니, 그럴 일은 아냐! 그냥 히비스커스의 영양식(?)이 맛없었을 뿐이야! 만약 가비알에게라도 들키면 최소 반 년 동안은 웃음거리가 될 거야! 



"에, 에이야......! 제발, 그것만은 하지 마......!!" 


"그, 그래도......!" 


"부탁이니까......!!" 



말을 하고 나니, 다시 그 맛이 입 속에 번지며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위가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척수에서 경련이 일어나는 것 같다. 



"커헉......! 커흑......! 크......아악!!" 


"서, 선배............" 



꿈틀꿈틀, 위에 남아있던 영양식을 다시 토해낸다. 그런 나를, 그녀는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하아, 하아―...... 미, 미안해, 에이야...... 조금 묻어버렸구나." 


"그, 그런 건...... 읏!" 



그녀의 구두에 묻어버린 검붉은 영양식. 미안하게 생각하면서도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선배, 의무실로 가요. 괜찮아요. 분명 좋아질 거예요......" 


"......미안" 



이런 걸로 의무실에 갔다간 위약이나 받는 정도겠지. 게다가 가비알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금세 소문이 퍼져나가 한동안 민망하게 다녀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런 위험은 피하고 싶다. 



"하아, 하아, 하아......" 


"선배............" 



하아, 참 험한 꼴을 보였다. 크게 숨을 고르면서 이제 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 먼저 집무실을 청소하고, 신발을 변상해주고...... 이거 경비나 산재처리로 할 수 있으려나......? 



"......선배, 적어도, 적어도 저에게만은 가르쳐주세요...... 그렇게나, 안 좋은 건가요?" 



뭐가 안 좋다고? 아아, 히비스커스의 영양식 말인가? 차마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을 정도인데. 



"......많이 좋지 않아. 최악이라고 해도 될 정도야. 솔직히 개선될 여지조차도 없는 것 같아." 


"그, 그런......!?" 



에이야는 히비스커스의 요리솜씨를 몰랐나보구나. 그녀가 희생되지 않도록 미리 이야기를 해둬야겠군. 



"여러모로 노력은 하지만...... 솔직히 별 의미는 없는 것 같아... 이 정도까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으니 웃음이 나올 지경이야......" 


"......케, 켈시 선생님은 알고 계신가요?" 


"켈시?" 



켈시? 아아, 같은 의료동 오퍼레이터니까 물론 알고 있겠지. ......그러고보니 히비스커스는 켈시에게서 조리 금지령도 받지 않았었던가......? 



"......물론, 알고 있지." 


"켈시 선생님은 뭐라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포기하는 게 편하다, 라고......" 



에이야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어간다. 그렇게나 히비스커스의 요리가 무서운 걸까? 지금까지 히비스커스의 오리지널 요리에 희생당한 적 있는 인물은 나와 라바, 지나가던 케오베 정도 뿐이다.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저, 저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반드시 좋아질 거예요! 그러니까, 선배도 포기하시면 안돼요!!" 


"하하......" 



이렇게 굳센 면모도 그녀의 좋은 점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도 있지. 때로는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이제는 무리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어째서 그런 말만 하는 거예요!?" 



갑작스런 큰 소리에 나도 모르게 화들짝 고개를 들자, 눈가에 눈물을 머금은 에이야퍄들라의 얼굴이 있었다. 



"선배는! 선배는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었을 거예요!!" 


"어......?" 


"선배도 제게 말했었잖아요! 광석병으로 망가져서, 전부 다 포기하려고 했던 제게!! 포기하지 않으면, 꿋꿋하게 나아간다면 헛된 일이 아니라고!! 그렇기에 저는, 이렇게 연구를 해올 수 있었던 건데!! 선배는 포기하실 거예요!?" 


"에, 에이야......" 



이, 이게 그렇게 큰일인 건가......? 하긴, 뭐, 포기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긴, 한데...... 그래도 히비스커스의 요리가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이야기할만한 일인가......? 에이야는 참 마음씨가 곱구나...... 



"저, 저도... 윽......! 힘낼, 테니, 까아! 선배, 도오...... 흐윽!"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울상이 되어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으흑......! 싫어요, 싫어......어! 안 돼요, 이런 건...... 윽!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어......!!" 


"............응?" 



역시, 뭔가, 이상한 것 같다. 



"선배애...... 읏! 히끅......! 싫어요......! 죽으면, 안돼...... 으흑!! 절 혼자 내버려두지 마세요...... 흐윽!!" 


"어?" 



죽어? 죽어요? ......나 말이에요? 생각했던 것보다도 터무니없는 주제였다. 그런 요소가 있었나??? 



"저, 무슨 일이든 할 테니까......! 선배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읏! 선배, 포기하면 안돼요......!! 부탁이니까, 살아줘...... 으흑!!" 



......상황을 정리하자. 나는 지금 울고 있는 에이야에게 끌어안기고 있다. 적당히 자란 흉부가 부드러운... 것보다도, 그것 때문에 그녀의 옷에도 검붉은 액체가 묻어버리고 말았다. 



"선배가 있어줬으니까, 저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선배가 칭찬해줬으니까, 저는 힘낼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없어지시면 안돼요......!! 제발 부탁, 이니까아......!! 으으......흑!!" 



마치 피투성이처럼 보인다. 사실 당연할 것이다. 색깔이며 냄새며, 누가봐도 이런 게 영양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아~......" 



어디서부터 문제였는지 알겠다. 아무리 마음씨 고운 에이야라도 히비스커스의 요리에 이정도로 반응할리가 없지. 드디어 꼬여있던 것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내가 피를 토했다고 착각을 했던 것이다. 



"훌쩍......! 흐......윽! 히끅......! 선배, 선배, 선배애......! 싫어요......! 선배가 죽어버린다면, 저는......!" 


"그... 에이야?" 


"............?" 



퉁퉁 부은 눈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는 에이야. 그런 그녀에게 나는



"여기까지 와서 말하기 좀 뭣하지만...... 그, 난 지금 아주 건강한데?" 


"......헤?" 





*** 





"............응?" 



선배에게 자료에 대해 물어볼 것이 있어서 집무실을 방문하려고 했을 때였습니다. 집무실 문을 노크하려고 한 순간, 방 안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물론 띄엄띄엄 들릴 뿐이었지만요. 



'그, 그럴 수가.........!!' 


"!?" 



이 목소리는 히비스커스 씨인가......? 웬일로 이렇게까지 당황하신 목소리를......? 어째선지, 싫은 예감이...... 



'저, 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반드시 고칠 거니까요――!!' 


"――――!?" 



포기하지 않아? 반드시 고친다? 설마, 선배가 모종의 불치병에......? 



"――실례합니다!!" 


"아......" 



그렇게 생각하던 중, 집무실에서 히비스커스 씨가 뛰쳐나오며 그대로 달려나가버렸습니다. 내 옆으로 달려나가는 히비스커스 씨의 눈에는 눈물이 맺힌 것도 보였습니다. 열린 문을 통해, 조심조심 안으로 들어갑니다. 



"서, 선... 배......?" 


".................." 



불러보아도 선배는 대답해주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숙인 채, 뭔가를 견디고 있는 듯한. 무리를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 무슨 일이에요, 선배......?" 



제가 그렇게 말한 그 순간, 



"――쿨럭!" 


"..................에?" 



선배의 입에서, 뭔가 붉은 것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질척거리며 선배 자신과, 저와, 바닥을 더럽히며 



"에, 아......? 헤......?" 



바닥에 퍼져나가는 빨간색, 빨간색, 계속 빨강이, 빨강빨강빨강빨강―― 



"서, 선배!!?!" 



――피다. 선배가 피를 토하고 있다. 징그러운 검붉은색, 숨막히는 냄새, 히비스커스 씨의 비명. 모든 게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콜록! 커헉, 컥, 으허억......!!" 


"――! 의, 의료부 오퍼레이터 분을......!!" 



서둘러 단말기를 열려고 했던 제 팔을 선배의 손이 붙잡아 멈추게 합니다. 제 팔에 묻은 핏자국이 더욱 제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었습니다. 



"에, 에이야......! 제발, 그것만은 하지 마......!!" 


"그, 그래도......!" 


"부탁이니까......!!" 



선배의 필사적인 모습에 무심코 단말을 떨어뜨리고 맙니다. 그것을 본 선배는 또다시 입가를 억누르며 



"커헉......! 커흑......! 크......아악!!" 


"서, 선배............" 



어째서? 어째서 선배에게? 차라리 저였어야 했는데. 어째서? 어째서 이런 일이? 



"하아, 하아―...... 미, 미안해, 에이야...... 조금 묻어버렸구나." 


"그, 그런 건...... 읏!" 



이런 상황에서도 나를 신경쓰며 사과하는 선배. 



"......선배, 의무실로 가요. 괜찮아요. 분명 좋아질 거예요......" 


"......미안" 



명확한 거절. 대체 어째서...... 



"하아, 하아, 하아......" 


"선배............" 



괴로운 듯 거칠게 호흡하는 선배. 숨을 내쉬는 것조차 괴로워 보여...... 



"......선배, 적어도, 적어도 저에게만은 가르쳐주세요...... 그렇게나, 안 좋은 건가요?" 



실낱같은 희망을 담아, 선배에게 매달리듯 묻습니다. 그런 건, 보면 알 수 있는 건데. 



"......많이 좋지 않아. 최악이라고 해도 될 정도야. 솔직히 개선될 여지조차도 없는 것 같아." 


"그, 그런......!?" 



그런 희망조차도 선배의 말에 의해 무자비하게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점점 더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온몸이 차가워지는 감각...... 



"여러모로 노력은 하지만...... 솔직히 별 의미는 없는 것 같아... 이 정도까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으니 웃음이 나올 지경이야......" 


"......케, 켈시 선생님은 알고 계신가요?" 



마, 맞아요......! 켈시 선생님......! 켈시 선생님이라면 분명 어떻게든 해주실 거예요......! 



"켈시? ......물론, 알고 있지." 


"켈시 선생님은 뭐라고......?" 



선배는 나아지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켈시 선생님이라면, 켈시 선생님이라면 선배를 치료해주실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부탁드려요, 켈시 선생님. 선배를...... 



"안타까운 일이지만, 포기하는 게 편하다, 라고......" 



――사지에서 힘이 빠져나갑니다. 털썩, 피웅덩이 위에 무릎을 꿇으며 쓰러져, 제 옷에 선배의 피가 튀었습니다. 차가워진 선배의 피. 그것이 선배의 죽음을 더욱 실감나게 느끼게―― 



"저, 저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반드시 좋아질 거예요! 그러니까, 선배도 포기하시면 안돼요!!" 


"하하......" 



답답한 감정을 토해내듯 소리쳤습니다. 그런 저를 보면서도 선배는 체념한 듯이 미소지을 뿐. 



"이제는 무리라고 생각하는데......" 



그 말을 들은 순간, 제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뚜둑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어째서 그런 말만 하는 거예요!?" 



소리친 저마저도 놀랄 정도로 크게 내버린 소리. 시야가 젖어가고, 선배의 모습이 흐려지고 맙니다. 



"선배는! 선배는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었을 거예요!!" 


"어......?" 



이제 저 스스로도 멈출 수 없어요. 그저 떼쓰는 어린아이처럼, 선배에게 매달려 울부짖을 뿐. 



"선배도 제게 말했었잖아요! 광석병으로 망가져서, 전부 다 포기하려고 했던 제게!! 포기하지 않으면, 꿋꿋하게 나아간다면 헛된 일이 아니라고!! 그렇기에 저는, 이렇게 연구를 해올 수 있었던 건데!! 선배는 포기하실 거예요!?" 


"에, 에이야......" 



이런 짓을 해도 선배를 곤란하게 할 뿐인데. 나보다 훨씬 선배가 힘들 텐데. 



"저, 저도... 윽......! 힘낼, 테니, 까아! 선배, 도오...... 흐윽!" 



선배가 죽어버려요. 그 현실이, 미래가, 저를 산산이 부숴버리고 맙니다. 



"으흑......! 싫어요, 싫어......어! 안 돼요, 이런 건...... 윽!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어......!!" 



시끄럽게 울어대고, 꼴사납게 매달리고, 제멋대로 화내고... 저는, 저는...... 정말 최악이에요. 



"선배애...... 읏! 히끅......! 싫어요......! 죽으면, 안돼...... 으흑!! 절 혼자 내버려두지 마세요...... 흐윽!!" 


"어?" 



자신의 입으로 직접 그렇게 말한 순간, 지금까지 선배와 함께해온 기억들이 터져나왔습니다. 선배가 칭찬해 준 날, 머리를 쓰다듬어 준 날, 함께 공부한 날, 영화를 보러 간 날...... 떠올릴 수록 저에게 선배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저, 무슨 일이든 할 테니까......! 선배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읏! 선배, 포기하면 안돼요......!! 부탁이니까, 살아줘...... 으흑!!" 



아빠, 엄마를 잃고 홀로 남아버린 저를, 광석병에 걸려 망가져버린 저를, 선배는 다정하게 받아주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선배가, 소중한 선배가, 죽어버려...... 



"선배가 있어줬으니까, 저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선배가 칭찬해줬으니까, 저는 힘낼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없어지시면 안돼요......!! 제발 부탁, 이니까아......!! 으으......흑!!" 



나의 소중한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선배와 많이 지내는 거였는데. 선배에게 내 마음을 모두 말해버리는 거였는데. 그런데, 이젠 전부, 이미 늦어버려서. 



"훌쩍......! 흐......윽! 히끅......! 선배, 선배, 선배애......! 싫어요......! 선배가 죽어버린다면, 저는......!" 



선배가 없는 세상. 상상만으로도 춥고, 조용하고, 어두운 세상. 그런 세상에 혼자 남아버릴 바에야―― 



"그... 에이야?" 


"............?" 



어쩐지 미안한 기색으로 저를 부르는 선배. 그 눈은, 괴로워보인다기보다는 오히려...... 



"여기까지 와서 말하기 좀 뭣하지만...... 그, 난 지금 아주 건강한데?" 


"......헤?" 




*** 




"이거, 피가 아니라 영양식이야." 


"............엣?"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에이야. 아니, 오해는 할 만 한 것 같긴 한데. 보통 이런 영양식이 있을 거라는 상상은 안하니까. 



"무슨, 말을 하시는......? 그럴 리가, 없잖아요......" 


"거짓말 아니야...... 자, 여기 책상 위를 봐봐." 



천천히, 에이야의 고개가 책상 쪽으로 돌아간다. 그녀의 눈에는 아직 몇 병 남아있는 혈액과도 같은 액체가 담긴 병이 보였을 것이다. 



"에, 아......? 그, 그치만, 히비스커스 씨가, 반드시 고칠 거라고......" 


"아아, 그거 맛 이야기야." 



멍-하니 입을 벌린 채로 굳은 에이야. 어, 그, 뭐랄까...... 그렇게 충격이었어......? 



"그럼, 그러엄, 선배는......? 정말로 괜찮은, 건가요......?" 


"응." 



그녀의 시간이 멈춘다. 집무실의 시계바늘 소리만이 방 안을 울리고 있었다. 그렇게 대략 1분 정도 지났을 무렵. 



"흐에............" 


"어엇, 에이야?" 



멈춰있던 그녀의 눈물이 다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다행이에요......!!" 


"어, 어어, 그래그래......" 



나에게 매달려 울기 시작하는 그녀를 토닥이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준다. 



"저... 저어......! 정말로, 선배가아......! 주, 죽, 죽어버린다고, 생각해서어......!!" 


"괜찮아, 괜찮아...... 난 아직 안 죽어......" 


"아직......?" 


"아아아아! 안 죽어! 선배 안 죽는다! 착각하게 해서 미안해!" 



어린애처럼 울상이 된 그녀를 달래주며 이런 대형 참사를 일으려버린 것에 대해 사과한다. 



"......용서 못해요! 좀 더 쓰다듬고, 꼬옥 안아 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꾸깃꾸깃 내 가슴에 머리를 비벼오는 그녀. 그 몸은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선배, 선배, 선배애......! 다행이야, 다행이에요......!!"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또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지만, 지금은 이렇게, 그녀가 진정될 때까지 안아주기로 했다. 




*** 




――선배는 무사했습니다. 



"부,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버렸습니다......!" 


"아냐, 원인 제공은 나랑 히비스커스지. 그렇게 신경쓰지 마."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에요. 부끄러웠지만, 안심되는 마음이 더 큽니다. 방금 전까지 차갑게 식어있던 마음이 다시 따뜻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선배...... 제, 제가 말했던 건, 그......" 



뒤늦게 떠오르는 선배에게 했던 부끄러운 말들. 진심이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부끄럽습니다. 



"아아, 에이야도 제정신이 아니었을 테니까. 나도 그랬고, 그래서인지 잘 기억도 안 나." 


"..............."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건 그거대로 싫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선배가 없으면 안된다느니, 선배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다느니...... 이런 건, 완전 고백이나 다름없잖아요......! 그런 걸 기억하지 못한다니......!! 왠지, 분해요. 



"뭐, 그럼 오늘 일은 서로 없었던 걸로―" 


"......싫어요" 



어? 라고 말하는 선배. ......여기까지 왔다면, 부끄러운 게 한두개 정도 늘어나도 괜찮겠죠? 그러니까―― 



"――선배, 좋아해요." 


"............허?" 



선배의 멍해진 표정. 분명 저밖에 본 적이 없을 얼빠진 얼굴. 



"거짓말 아니에요. 저, 선배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어요. 선배를 위해서라면 저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구요?" 


"에, 에이야......?" 



저를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던 게 무색하게 뒷걸음질을 치는 선배. 그런 선배와 거리를 좁히듯이, 저는 한 걸음 나아가고, 다시 한 걸음, 또 한 걸음. 



"선배, 좋아해요. 한 명의 여성으로서, 선배를 사랑하고 있어요." 



똑바로, 선배의 눈을 바라보며. 더는 후회하지 않도록, 더는 놓치지 않도록. 



"대답하지 않으셔도 돼요. 하지만, 기억해주세요. 선배의 후배는 눈물이 많고, 외로움을 잘 타고, 제멋대로라는 걸요." 


"............!!" 



제 얼굴 바로 앞으로 다가온 새빨개진 선배의 얼굴. 방금 전까지는 꼬옥 안아줬으면서, 왜 지금 와서야 부끄러워하시는 걸까요? 



"――응" 



쪽, 무방비한 선배의 입술과의 가벼운 접촉. 첫 입맞춤의 맛은 너무나도 맛없는, 마치 피 같은 맛. 그럼에도, 너무나도 감미로우면서, 치명적인 맛이었습니다. 



"푸하...... 후훗, 선배. 잊어버리시면 안돼요?" 



아직도 한심한 표정으로 멍하니 굳은 선배에게, 마지막 한 마디. 



"제가 처음을 드리는 건, 선배 뿐이라구요!" 







※ 일러스트 출처: https://www.pixiv.net/artworks/110542013



※ 이 소설은 원작자 げんゆー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하였습니다. 

※ 원문출처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1402844



아델 이벤트가 끝나기 전에 에이야퍄들라 주역 소설 하나. 


조금 대중적이고 쉬워보이는 걸로 가져와봤는데 어떨지 모르겠네. 이게 요즘 유행한다는 착각물인가


오타 오역 의역 어색한 표현 지적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