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무릇 감정은 제각기 그것에 대한 원인이 실재한다원인과 결과지극히 단순한 이치이다이는 존재가 가진 원시적인 메커니즘이다.

 

분노는 성질을 자극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슬픔은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즐거움은 무언가 기쁘거나 행복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공포는 두렵기 때문에.

 

한 차례 파고 들어간다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대체 무엇에 겁먹었기에 존재는 공포를 느끼는 걸까.

 

지극히 단순하다신변에 위협을 느껴서현재 가진 것에 해를 끼쳐서무언가 자신의 입지에 타격을 입힐 것 같아서.

 

함축하면우리가 궁극적으로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바로.

 

……지휘관님……지금 어디 계실까요???


살고 싶어서.

 

딱 지금의 내게 어울리는 말이었다.

 

 

 


 

***

 


 

 

 

아카기의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뼈를 가른다도저히 진정할 수 없었다호흡이호흡이 가라앉질 않았다.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치고눈가는 파르르 떨리다 못해 더 이상 바로 앞도 바라보지 못할 지경에 다다랐으며벌벌 떨리는 손은 이미 기능을 잃었다.

 

허나 그런 와중에도 어떻게든 눈을 굴려 화면을 바라본다차츰 내 쪽으로 다가오는 아카기가 보인다그녀는 웃고 있었다.

 

.

 

한 번 리듬을 놓친 호흡은 제멋대로 움직이며 날 괴롭혔다감추고 싶었지만그러지 못했다.

 

괜찮을 거야괜찮아야만 해괜찮지 않으면 안 돼.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며 안정을 갈구한다그래별일 없을 거야오늘은 만우절이니까만우절은 장난을 치는 날이니까이건 단순한 장난에 불과하니까.

 

지휘관님여기 계실까요~”

 

허나 그런 와중에도 목소리는 들려오고.

 

쾅, 하고, 옆 방의 문이 짓이겨지는 소리, 귀를 막는다눈을 감는다제 기능을 잃은 손을 억지로 움직이며 최대한 구석으로그 어떤 소음도 내지 않으며 고요히.

 

암시한다그녀는 나를 찾지 못할 것이다이것은 단순한 장난에 불과하기에설령 찾는다 한들 웃으며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별일 아니다왜냐하면 오늘은 만우절이니까전부 장난에 불과하니까어차피 그녀는 날 찾지 못할 테니까.

 

냄새가 나요지휘관님의 사랑스럽고……아름다운……그런…….”

 

한 자 한 자두렵지 않은 것이 없었다분명 온화하기 짝이 없었으나기저에 깔린 검은 색은 도저히 숨길 수 없었다.

 

형태를 가지지않은 목소리에 불과했지만저것은 분명 붉었으며속은 검었다마주한다면도저히 삼키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울 거예요 분명아카기의 곁에서 평생 계실 지휘관님의 모습은…….”

 

손을 뚫고 들어오는 목소리에 가슴까지 꿰뚫린다나는 감각을 닫고스스로의 세계에 몸을 던졌다.

 

공포에서 도망치기 위해.

 

오늘은……만우절.”

 

괜찮다괜찮아오늘은 장난을 치는 날이니까아무런 문제 없다.

 

읊조린다천천히호흡을 가다듬는다반복한다.

 

삐걱 삐걱차츰 내게 다가오던 걸음 소리도 이젠 잦아들었다그녀는 날 찾지 못했다그래애초에 말도 안 된다고작 냄새로 사람을 찾는다니.

 

이곳은 만쥬들과 비밀리에 준비한 공간이다그리 쉽사리 찾아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절대내가 들킬 일은 없다.

 

하아……하아…….”

 

좋은 생각만 반복하니호흡도 차츰 제자리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그래세상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없다아직 늦지 않았으니천천히 바로잡으면 된다.

 

왜냐하면오늘은 만우절이니까이건 단순히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소동에 불과했으니까.

 

후우…….”

 

크게 심호흡귀에서 손을 뗀다어느새 소음은 모두 가라앉았다불안정한 호흡날뛰는 심박그리고 아카기의 발소리까지.

 

할 수 있다바로 잡을 수 있다우선 비밀리에 만쥬들을 소집해빠르게 모항을 정상화하자나는 할 수 있다.

 

생각하며천천히감은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

 

.

 

.

 

…….”

 

아카기가 있었다.

 

 

 

 










내 글 모음







작년 만우절에 써놓고 다음화는 내년 만우절에 나온다고 드립치고 도망갔는데, 진짜 누가 올해 만우절에 나오는 거 맞냐고 찾아와서 짧게 한 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