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일본이 워싱턴 군축 조약으로 골머리를 썩혔지만


독일은 베르사유 조약의 군함 제약에 신규 군함 건조가 꽉 막혀있었다


베스사유 조약은 독일 신규군함이 12인치(전함포로는 최하) 이상의 구경을 올리지 못하게 막았으며 최대 배수량도 만톤을 넘지 못하게 막았는데 이는 전략병기인 전함 대신 중순양함이나 만들라는 뜻이었다



1차 대전 이후 전함이 엄청나게 발전하며 12인치, 14인치, 16인치 주포를 단 전함이 늘어나자


위기감을 느낀 독일은 일단 만들 수 있는 한계 안에서 최고의 군함을 뽑기로 결심했으니 이렇게 도이칠란트급 장갑함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도이칠란트급은 전함-중순양함-경순양함으로 각이 잡혀가던 그 당시에 매우 파격적인 스펙으로 설계되었는데


평범한 중순포인 8인치 대신 독일에게 허용된 최대구경인 11인치를 다는 대신 장갑을 포기해 6인치 대응방어만 가능하게 만들었다



도이칠란트급의 설계사상은 어차피 전함과는 배수량 차이 때문에 싸움이 안 되니까


적 전함이 뜨면 전함보다는 빠른 속도로 전선 이탈, 적 순양함이 뜨면 압도적인 포 구경으로 찍어누른다는 것


전함한테는 화력으로 경순양함한테는 속도로 따라잡힌다는 어중간한 조합이었지만 전함을 만들 수 없는 독일한테는 이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전함이라기엔 부족하고, 순양함이라기엔 오버파워인 이상한 조합 때문에 독일은 이 함급을 장갑함이라고 불렀으며, 영국은 작은 전함이라는 뜻으로 포켓전함이라 붙였다


나중에 독일이 제대로 된 전함을 손에 넣으면서 도이칠란트급은 중순양함으로 다시 분류된다



구형함 밖에 없는 독일 해군한테 도이칠란트급은 오랫만에 손에 넣은 준전함급 최신형 군함이어서 매우 애꼈고,


자매함 3척이 차례로 독일함대 총기함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히틀러가 열광한 몇 안되는 수상함 중에 하나였다고.



독일과 영국이 협상으로 군함 제약을 파기하자 어중간한 도이칠란트급은 준전함에서 통상파괴용 2선으로 용도가 전환되었는데


이 중 그라프 슈피의 함생이 매우 모범적이면서 뛰어났다



슈피의 함장 한스 빌헬름은 부하들한테 자상하면서 나치보다 독일 해군에 더 충성을 바치는 인물이었고 그런 함장의 영향은 자연스럽게 함선 전체로 퍼져나갔다


한스 함장은 국제법을 철저히 준수하여 경고, 퇴선, 선원 안전 확보, 침몰을 철저하게 지켰고


자신의 위치가 탄로남에도 불구하고 주변 연합군 해군 기지에 통신을 보내 이들을 구해가게 하였다


당연히 영국은 이 통신을 받자마자 주변 상선들한테 경고하거나 해역을 패쇄하였음에도


슈피는 이리저리 잘 빠져나가며 적의 해역 한 가운데서 상선 9척을 침몰시키는 신출귀몰함을 보여줬다



그라프 슈피를 잡기위해 연합군은 전함 3척, 항모 4척이 포함된 16척의 대함대를 편성한다


여기에 우리가 잘 아는 페도로열과 리나운, 빵집눈나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39년 12월 그라프 슈피는 항해 중 3척의 영국군 순양함 에이젝스, 엑세터, 아킬레스를 만나 교전하였는데


3 : 1로 숫적으로 불리했으나 11인치 준전함급 함포가 존나 장난이 아니어서


엑세터 앞에서 터진 지근탄으로 엑세터의 통신시설과 어뢰 발사 요원이  무력화되었고 연이어 포탑과 함교에 직격탄이 날라와 함교 요원 중 3명만 빼고 전사한다


(엑세터는 이 전투 후에 1년 넘게 도크에서 수리 받아야했다)


엑세터는 반 병신이 되어서도 슈피한테 일격을 먹였는데 엑세터의 8인치가 슈피의 연료공급관을 때리는데 성공했다


아킬레스와 에이젝스는 연막을 깔면서 반격했고 슈피의 11인치에 에이젝스도 큰 피해를 입었지만 연료공급관에 피해를 입은 슈피는 전장에서 이탈한다


전투만 보면 혼자서 적 순양함 2척을 중파시키며 싸움에서는 이겼는데 엑세터가 남긴 치명적인 상처 때문에 슈피 역시 핀치에 몰리게 되었다



슈피는 중립국인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항구에 도망쳤는데 


피해를 조사해본 결과 최소한 2주는 수리를 받아야 자력 항해가 가능했고 연료공급관을 피격당해 당장 16시간 밖에 항해할 수 없었다


영국은 리나운과 아크로열 함대가 접근 중이라는 소문을 퍼트렸고, 우루과이는 인도적으로 부상자를 치료하고 사망자를 매장할 3일의 시간만 항구를 쓸 수 있게 허락한다


당장 한스 함장도 이전 전투로 파편에 맞아 부상을 입은 상황이었고 이래나저래나 침몰이 확정된 상황에서 한스 함장은 항구 밖으로 나가 배를 자침시키고 부하들을 탈출시킨다





독일은 자침하더라도 유감을 가지지말라고 미리 전해두었지만 한스 함장은 군함기를 침대에 깔고 그 위에서 권총으로 자살한다


남은 부하들은 전쟁이 끝날때까지 아르헨티나에 이송되어 억류되었다



슈피의 함생은 국제법과 군법 양쪽으로 모두 철저하게 지킨 FM 그 자체였는데


일본, 독일은 윗대가리부터 국제법 씹으라고 명령하고, 미국도 연합군을 구조하던 독일 잠수함을 무지성 공격할 정도로 미쳐돌아가던 2차 머전 때 이렇게 FM대로 살 수 있다는 것도 참 장한 일이었다





40년 1월 '아직' 중립국이었던 미국의 헬레나가 몬테비데오 항구에 들렸을때 슈피의 잔해를 보고 갔는데


항구 밖에 나가서 자침하긴 했으나 잔해가 지나다니는 배들한테 큰 위험이 되었다고 한다





슈피의 포 정확도에 놀란 영국 해군은 전후 슈피의 인양권을 거금을 주고 사들였고 독일 광학 장치를 건져와 연구할 수 있었다


(돈을 너무 많이 줘서 영국 해군 내에서도 불만이 많았다고)


다만 홍차혐성 어디 안가서 완전히 인양하지는 않고 중요 장비만 쏙 뽑아갔는데 


2004년부터 항구 안전을 위해 완전히 인양하고 있다



이때 대형 나치 조형물이 발굴되어 전시되기도 했는데


독일이 네오 낙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자제해달라고 부탁했고 우루과이는 이 조형물을 해군 창고에 가져다 박아버렸다




함생을 고증해서 나긋하고 순딩순딩하게 실장되었다


에이젝스, 리나운하고 붙여놓으면 극혐하는 대사가 출력되는데


리나운한테 쫒겨다니다 이년 온다는 헛소문에 낚여서 자침하고, 에이젝스랑은 마지막까지 싸운 애여서 그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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