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중앵여중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사카와가 모항으로 전입오게 된 날


동생이 그렇게 소심한 성격도 아니고 신입의 모항 안내 정도는 지휘관 혼자서도 잘 해왔으니까ㅡ 정도로 생각하며 아가노와 노시로는 별 걱정 없이 중앵 숙소 내에서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멀리서 보았을 때나 그럴 뿐 여유롭게 차를 즐기고 있는 아가노와는 달리 여유로운 척 하지만 떨리는 손과 갈 데 없는 시선으로 입마저 삐죽이고 있는 노시로는 누가봐도 그 둘의 만남에 초조해 하는 듯 보였다


"지휘관님, 도와주러 가 보지 않아도 되나요?"


동생의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는 상황이 떠오른 것인지 아니면 진심어린 걱정인지 아가노는 떠 보듯 그녀에게 말을 던졌고,


"아가노도 참, 으레 있는 맞이 행사고 지휘관님이나 사카와가 처음 보는 상대에게 함부로 무례를 저지를 인물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잘 알잖아요?"


"거기다 만일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 한들, 사카와의 참술실력이라면 지휘관님을 무리 없이 지켜낼 수 있을 거에요. 제가 보장해요."


이번만큼은 간악한 언니의 손아귀에 놀아나지 않으리라, 노시로는 애써 침착한 목소리를 연기하며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래서 하는 말이에요. 정말 지휘관님을 도와주러 가지 않을 건가요?"


걸려들었다는 듯한 기쁨이 섞인 듯, 하지만서도 그 뜻을 전혀 알 수 없는 얕은 미소를 띈 채 아가노는 다시 되물었고


"그럼요, 사카와의 참술은 어릴 적부터 제가 직접 가르쳤으니까...."


...


여기저기 거칠게 베인 짚 인형을 상대로 고사리같은 손으로 열심히 발도술을 준비하는 어린 사카와, 그리고 그녀를 지켜보는 건 중 2 시절의 노시로였다


사카와는 힘 찬 기세로 칼을 뽑아들어 짚 인형을 횡단베기 하였으나 아무리 짚 인형이라 한들 어린 여학생의 힘으로 그 것을 한 번에 베어버리긴 무리일 터, 


아쉬워하는 사카와에게 노시로는 천천히 다가가며 한 손으로는 사카와의 손을, 나머지 한 손으로는 칼집을 잡으며 말했다


"사카와, 발도술에는 요령이 있습니다."


"자, 발도술을 할 땐..."


"조센징의 목을 내려치듯이."


...


불현듯 어릴 적 사카와에게 참술을 가르치던 기억이 노시로를 스쳐지나갔고, 마찬가지로 자신이 처음 지휘관을 만난 날 무슨 결례를 범하였는지도 떠올라버린 노시로는 벌떡 일어나며 지휘관에게 달려갈 수 밖에 없었다


"지휘관님이 완전 위험하잖아욧!!!!!!!!!!!!"




별 일 없이 사카와랑 모항 안내 겸 한 바퀴 돌고 있는데 뿌에에엥 거리며 울면서 날 보호하러 달려오는 우익여고생 좀 꼴릴 거 같지 않냐 ㄹ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