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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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1, 지난해는 놓아주고, 새로운 해가 찾아오는 날

 

그리고, 사람들이 떠들썩해지는 날.

 

허니! 새해야! happy new year!!!”

 

그래. 너도 새해 복 많이 받고.”

 

지휘관의 호칭은 어느새 허니로 바뀌어있었다. 솔직히 많이 달라진 건 없어도, 둘은 이제 명백히 사귀는 사이니까.

 

덕분에 최근 뉴저지의 기분은 최고조였다. 지휘관은 조금 부끄러워하는 모양이지만, 둘은 만리장성도 쌓은, 이른바 갈 데까지 간 관계였다.

 

그렇기에 당연히 뉴저지와 지휘관은 서로 덕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지휘관의 미간은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뉴저지?”

 

! 불렀어?”

 

지휘관이 눈동자를 굴린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안주할 곳 없는 시선의 종착지는 다름 아닌 그녀의 얼굴이었다.

 

……그 옷은.”

 

후후후, 왜 그래, 설마 부끄러운 거야?”

 

그녀가 스타킹을 잡아당기며 게츰스레한 시선을 건넨다, 순간 시선을 빼앗긴 지휘관이었지만, 이내 제자리로 돌아와 한숨을 내뱉었다.

 

대체, 새해부터 왜 바니걸인데.”

 

한 해가 밝은 이 기념적인 날, 뉴저지는 평상복도 아닌 바니걸을 입고 있었으니까.

 

왜긴 왜야, 올해가 바로 계묘년이고, 나는 최강 최대의 블랙 드래곤! 그에 맞춰 토끼 복장을 입어준 거지!”

 

그녀의 말대로 2023년은 계묘년, 즉 검은 토끼의 해에 맞춰 복장을 차려입었다는 뜻이지만, 그녀의 바니걸 코스튬은 검은색보다는 남색에 가까웠다.

 

물론, 본인은 블랙 드래곤이니 상관없다는 모양새였다.

 

다른 거 많은 데 대체 왜…….”

 

지휘관의 한탄 같은 질문에 뉴저지는 당당히 가슴을 폈다.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다는 뜻이었다.

 

그야…… 이렇게 입으면 허니가 좋아할 거 같았으니까?”

 

그리 말하며 뉴저지는 슬쩍 가슴을 들이댔다. 평소라면 무덤덤한 표정으로 밀어냈을 지휘관이었지만, 바니걸의 파괴력은 굉장했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골반 라인, 맨다리보다 매력적인 검은 색 스타킹, 풍만한 가슴,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뉴저지 본인의 외모까지, 남자라면 안 넘어가는 게 이상한 수준이었다.

 

히히, 성공적인 거 같아서 되게 좋아, 지휘관은 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지휘관의 귀를 긁어내리고, 지휘관은 말없이 슬쩍 고개를 숙인다. 한계라는 뜻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뉴저지는 확신했다. 오늘은 숨겨왔던 비장의 무기를 쓰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라고.

 

그럼 지휘관, 새해인데 게임 하나 어때?”

 

한 걸음 물러선 뉴저지가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평소의 해맑은 미소가 아닌, 무언가 꿍꿍이가 숨겨져 있는 수상한 미소였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지휘관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갑자기? 웬 게임?”

 

젠가! 진 사람이 소원 들어주기 어때?”

 

소원……?”

 

지휘관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대답했다. 난잡해진 머리를 정리하기 위함이었지만, 눈앞의 바니걸 탓에 그리 쉽지는 않았다.

 

, 설마 무서워? 천하의 벽람항로 지휘관님이? 정말로?”

 

덤벼.”

 

난잡해진 머리에 승부욕까지 뒤섞인다. 남자의 자존심을 자극당한 지휘관은 생각을 그만뒀고, 덕분에 뉴저지의 비릿한 미소를 볼 수 없었다.

 

미리 말한 거다? 진 사람이 소원 들어주기.”

 

그래. 빨리 가져와.”

 

미리 준비한 젠가를 가져오며 뉴저지가 거듭 강조했다. 평소 뉴저지와 게임을 자주 하던 지휘관은 애초에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망설임 없이 그녀의 제안을 다시금 수락했다.

 

바로 그것이, 뉴저지가 노린 바였다.

 

, 먼저 해.”

 

박스를 뒤집으며 한 번에 세워진 젠가를 향해 뉴저지가 손짓했다. 지휘관은 망설임 없이 블록을 뽑았고, 뉴저지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블록에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그것을 읽은 지휘관의 동공은 작아지다 못해 쪼그라들었다.

 

……엉덩이 주무르기?”

 

지휘관은 슬쩍 고개를 들어 뉴저지를 바라봤다. 참 많은 것이 담긴 눈빛이었지만, 가장 큰 감정은 당연히 의문이었다.

 

못하겠으면, 졌다고 하면 돼.”

 

지휘관은 그제서야 박스에 쓰여 있는 문장을 볼 수 있었다.

 

…………커플 젠가, 19세 이상?”


그녀가 가져온 젠가의 정체는, 바로 높은 수위의 벌칙이 담긴 커플 젠가였다.

 

, 젠가는 맞잖아.”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옛말이 있지 않은가, 싱글싱글 웃는 그녀의 얼굴은 뻔뻔하기 짝이 없어, 지휘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야 깨달은 거다. 자신이 뉴저지의 덫에 걸렸다는 사실을.

 

살짝 고개를 숙인 지휘관은 무어라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고개를 들어 의지를 다졌다.

 

오냐, 오늘 한 번 끝까지 가보자.”

 

…….”

 

그리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엉덩이를 탐한다. 분명 커다란 손이었지만, 뉴저지의 엉덩이는 그보다 거대했다. 양손으로도 담을 수 없는 그 중량에, 지휘관은 무심코 주물럭거리고 말았다.

 

…………으읏…….”

 

…….”

 

그런 그를 멈추게 만든 건 뉴저지의 야릇한 신음이었다. 정신을 차린 지휘관이 황급히 손을 뗐지만, 뉴저지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른 지 오래였다.

  

끝이야그럼 이제 내 차례네.”


그녀가 블록을 뽑는다아무리 게임 운이 없는 그녀라도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무너지지 않았고눈썹을 들썩거린 뉴저지는 블록에 써진 글자를 읽었다.

 

손가락 야하게 빨기.”

 

……미치겠네.”

 

뉴저지가 가녀린 손을 뻗어 지휘관의 억센 팔을 붙잡았다두께의 차이는 확연했지만힘의 차이는 그 이상으로 확연했다.

 

그리고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뉴저지는 지휘관의 손가락을 핥기 시작했다.

 

할짝지휘관이 살짝 움찔하고뉴저지의 눈이 야하게 휜다남에게 손가락을 핥아지는 경험이 처음이었던 만큼이런 종류의 자극은 익숙지 않았다.

 

츄읍……헤에…….”

 

간 보듯이 핥던 것도 잠시손가락을 완전히 입에 담고 야한 소리를 낸다끈적한 혓바닥은 지휘관의 손가락을 맛보듯 이리저리 훑었다.

 

쓸고올리고내리고이빨로 살짝 깨물고좋을 대로 한다지휘관이 도망치려 애쓰지만소용없다.

 

베에…….”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입을 떼니나타나는 건 무수한 은색 실뉴저지는 미소를 그린다.

 

허니 차례야.”

 

빨린 손가락을 멍하니 바라보던 지휘관은 표정을 굳혔다이정도 수위의 게임이라면 졌을 시 소원은 상상조차 할 수 없으리라는 걸 눈치챘으니차라리 이기기로 한 것이다.

 

……간다.”

 

여러 각도에서 이리저리 둘러보던 지휘관이지만글자가 보일 리는 만무했다단념한 지휘관은 대충 손에 잡히는 걸 뽑았고그곳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랑스러운 부위에 뽀뽀하기.”

 

기대되는데허니가 가장 사랑스러워하는 부위는 어디일까?”

 

할만했다블록을 내려놓은 지휘관은 뉴저지의 뺨에 살짝 뽀뽀했고그녀는 살짝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의외네조금 더 은밀한 부위를 기대했는데 말이야.”

 

아직 시작인데천천히 하자.”

 

흐흐…… 그래도 좋지.”

 

그 말과 동시에 톡뉴저지가 블록을 뽑아 글자를 읽었다.

 

……흐읏……흐아아……흐아앙…….”

 

너 지금 무슨…….”

 

갑작스레 이어진 신음에 지휘관이 당황하니뉴저지는 그에게 블록을 보여줬다.

 

-신음소리 내주기.

 

……내가 안 걸린 게 천만다행이구나.”

 

난 아쉬워기대했는데 말이야.”

 

쉽지 않네.”

 

후우옅은 한숨을 내뱉은 지휘관이 블록을 뽑는다살짝 돌려 벌칙을 읽은 그의 표정은 얼음처럼 굳었고뉴저지는 망설임 없이 달려들었다.

 

당첨이구나나도나도!”

 

손을 붙잡아 그의 표정을 굳힌 벌칙을 확인한다어찌나 야한지이번에는 뉴저지조차 살짝 귀 끝을 붉힐 정도였다.

 

x받으며 친구랑 통화하기……?”

 

아무래도새해의 밤은 조금 더 깊어질 거 같았다.

 

 

 





이정도는 19 안 걸어도 되겠지? 





검은 토끼의 해 + 잘뽑힌 스토리 때문에 요즘 요크타운 정실론이 대두되서 여론을 뒤바꾸고자 황급히 써옴……


소꿉친구는 승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