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요?”
“참다 참다 겨우 말하는 거예요. 그냥 모르는 척할까 했는데, 인간적으로 이건 아니잖아요.”
지휘관이 이마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벨파스트는 당황한 듯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트리고 말았고, 이내 쨍그랑, 깨져버렸다.
하지만 지금은 고작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쓸 노릇이 아니었다. 지휘관도, 그리고 벨파스트도.
“팬티가 없어요. 네? 입을 팬티가 없다고요.”
“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지…….”
“아니, 이제 입을 팬티가 없다니까요?”
무어라 반박하려 한 벨파스트였지만, 지휘관의 격정적인 목소리에 막혀버렸다. 본디 온화한 심성을 가지고 있던 그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인간적으로…… 이건 아니잖아요. 한두 개 가져가면 그냥 내 착각이겠지, 하고 넘어갈 텐데, 지금 옷장에 팬티가 두 장 남았어요. 두 장. 예?”
짤막한 손으로 숫자 2를 그린다. 손가락마저 짧아 영 귀엽다. 벨파스트의 감상이었다.
즉, 귓등으로 듣고 있었다는 뜻이다.
“얌전히 돌려주시면 그냥 없던 일로 할게요. 네?”
“…….”
“벨파스트씨?”
“아, 아뇨 괜찮습니다.”
“……네?”
“저는 괜찮습니다. 주인님.”
“제가 안 괜찮은데요?”
어이가 없다는 듯 표정을 구겼지만, 벨파스트는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리고 또 천천히, 지휘관에게 손을 뻗을 뿐이었다.
“엎드리세요.”
“네?”
“엎드려주세요. 주인님.”
그리고 옷을 벗긴다.
“아니 잠깐!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들켰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받아들이시죠. ”
“아니, 아니, 이건 아니잖아요!!!”
“자, 힘 빼시고.”
“그, 그만, 그마아아안!!!”
-푹.
“응고혹……♡”
여름이었다.
위기 상황에 침착하게 대처하는 모습, 여간 기합이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