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 쓴 거 모 음

 

 

 

 

 

…….”

 

이리저리 거울을 돌려보며 난감함을 표한다. 아니, 난감보다는 당혹과 어이없음의 비중이 더 컸다.

 

지금 나는, 거울에 비치지 않았으니까.

 

후우, 옅은 한숨과 함께 몸에 걸친 담요를 내린다. 그제야 보이는 건 하얀 정복을 입은 내 모습, 그리고 찡그린 얼굴.

 

장난이 아니었다. 지금 내 손에는, 영화에서만 보던 투명 망토가 들려 있었다.

 

……이게 대체.”

 

오늘 아침, 시킨 적 없는 택배가 내 방에 도착했다. 당연히 궁금한 건 못 참는 사람의 본성을 따라 나는 망설임 없이 포장을 뜯었고,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라고 생각했다.

 

박스를 뒤적거리며 느낀 천의 질감, 갑작스레 투명해진 내 손, 심상찮음을 느낀 건 바로 그때였다.

 

그리고 이리저리 만져본 결론, 이건 흔히 창작물에서만 보던 투명망토가 맞다는 것.

 

누군가의 장난일까. 아니면 상부에서 극비로 제작된 시제품을 나에게 보낸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아카시가 사고 친 걸까.

 

알 수 없었다. 솔직히 알고 싶지도 않았고.

 

지금은 그저, 내 손에 들린 이 위대한 물건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할 시간이었으니까.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린 결론.

 

나름 열심히 일한다고는 하지만, 성과도 꽤 냈다고 하지만, 솔직히 말해 조금 불안했다. 평가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궁금했다. 내가 없는 공간에서, 과연 함선소녀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물론 남의 대화를 엿듣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한 번씩은 일탈도 나쁘지 않은가.

 

라고 합리화하며, 나는 망토를 두르고 문을 나섰다.

 

최대한 조심스레, 문소리는 물론이요. 발자국 소리도 줄인다. 잔뜩 긴장한 탓에 호흡은 약간 거칠었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하지만 가슴이 뛰는 건 멈출 수 없었다. 거울을 보진 않았지만, 분명 함박웃음을 짓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어린 시절 동심을 되찾은 느낌, 미소를 그린 나는 우선 중앵 숙소로 이동했다.

 

 

***

 

 

…….”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아카기였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 사색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아, 나는 무심코 시선을 빼앗겨 버릴 정도였다.

 

북슬북슬한 꼬리에.

 

언제 봐도 탐스러운 꼬리였다. 이따금 만지고는 했지만, 솔직히 약간 눈치 보여 얼마 느끼지 못했으니까.

 

물론 그녀 본인은 더 만져도 좋다고 미소 그렸으나, 늘 본능이 경종을 울렸다 여기서 더 하면 무슨 짓이 일어날지 피부로 감지한 까닭이다.

 

하지만 어째선지 오늘은 그런 꼬리보다는 쫑긋거리는 귀에 더 눈이 갔다마찬가지로 털이 북슬북슬해나는 무심코 본능에 몸을 맡겨버리고 말았다.

 

히얏……!”

 

움찔신음과 함께 떨리는 그녀의 몸나 역시 무심코 큰 소리를 내버릴 뻔했다.

 

흐읏……이게 무슨…….”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원인을 찾는 그녀였지만보일 리 만무했다당황하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나는 또 한 번 그녀의 귀를 어루만졌다.

 

하읏……흐읏…….”

 

아까보다 더 진하게 새어 나오는 신음과 풀리는 눈동자그리고 장난기가 발동한 나.

 

잠깐……히익……!!!”

 

만지고쓰다듬고부드럽게 훑어 내리기도 하고내 마음대로.

 

그리고 종막에는살짝 깨문다.

 

헤으윽…….”

 

…….”

 

짧은 단말마를 남긴 채아카기는 그대로 녹아버렸다의식은 더 이상 없는 것 같지만표정에는 행복과 쾌락만이 가득했다.

 

……조금 심했나.”

 

슬쩍 사과를 표했다장난이 조금 선을 넘은 것 같아 미안했으니까.

 

그 대신이라고는 좀 그렇지만사죄의 뜻으로 이불을 꺼내 고이 눕혀놨다


……이렇게 보니까 또 귀엽네.


짧은 감상을 표하며, 나는 다음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귀여워요






다음은 으디로 가서 누구한테 뭘 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