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역시 안 되네 헤헤…….”
문고리를 잡고 몇 번 낑낑대던 하인리히가 슬쩍 웃는다. 멋쩍게 뒤통수를 긁적이는 모습이 참 귀여워 칭찬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미칠 노릇이네.”
우린 지금 갇힌 상태니까.
원인도, 이유도, 누가 이런 짓을 벌인지도 모른다. 그냥 눈을 뜨니 하인리히와 나는 방에 누워있었고, 잠겨있는 문 위로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섹스하지 않으면 못 나가는 방.
“……이게 대체.”
누군가가 짓궂다 못해 정신 나간 장난일까. 아니면 실제 상황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갇혔다는 사실 하나만은 분명했다.
하인리히의 의장 아이젠도 없고, 방에 있는 물건은 물과 약간의 음식을 제외하면 오직 콘돔, 러브젤, 애널비즈, .
그리고 하트 모양의 분홍색 침대, 그 위에서 애꿎은 벽만 바라보는 두 남녀.
어색할 따름이다.
“그래도 기다리면 곧 누군가 오겠지.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없어졌는데. 금방 해결될 거야.”
이런 상황에 가장 중요한 건 침착함을 잃지 않는 것, 천천히 마음을 추스르며, 나는 하인리히에게 격려의 말을 건넸다.
“아하하……역시 그런 건가. 응. 그렇겠지.”
잠시 멍하니 내 얼굴을 바라보던 하인리히는 이내 좋아 보이는 미소를 그린 채 쭈그려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그런데 지휘관. 내가 매력이 없는 거야?”
“뭐?”
더없이 쓸쓸한 목소리와 함께.
“……그냥,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게 무슨…….”
“지휘관도 분명 한창때의 남자고, 그러니까 저런 야한 일에는 관심이 좀 많을 텐데……응. 그런데.”
평소 활달하던 그녀와는 많이 상반된 태도, 주눅 들고 무언가 용기 낸 듯 떨리는 목소리.
“상황도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명분도 있는데……그냥, 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어서 그런 걸까……하하.”
“하인리히.”
“이런 말 하기 좀 그렇긴 한데……나도 분명 여자고, 누군가의 사랑을 원하는 그냥 여자인데,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싶은 그런…….”
“……하인리히.”
“……아.”
겨우 닿은 걸까.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는지 자각한 하인리히는 짧은 한마디와 함께 다시 고개를 숙였고,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냐, 잊어줘. 그냥 없던 일로 해줘.”
“…….”
나는 대답 대신 잠시 생각의 시간을 가졌다.
“하인리히.”
“응? 불렀어? 지휘관.”
“우리……할까.”
“으응……?”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폭탄 같은 선언에 하인리히의 얼굴이 붉게 물드는 건 필연적인 결과였다. 답지 않은 당황한 모습에 또 한 번 귀엽다 칭찬하고 싶은 마음이 차올랐지만, 지금 역시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그……솔직히 나도 많이 전전긍긍했는데, 내가 눈치가 많이 없었던 거 같아서.”
“……헤에.”
귀 끝까지 빨개진 그녀, 붉다 못해 터질 지경이었다.
“나, 나, 나, 어……으…….”
고장 났다. 언어를 잊어버린 채 열심히 팔을 휘두르는 그녀를 향해 나는 조용히 다가가고, 떨림은 차츰 멎어갔다.
그리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는 그 순간, 우리는 같은 감정을 느낀다.
“……단순히 이 방을 나가고 싶어서, 내가 불쌍해서 이러는 건 아니지?”
“그럴 리가.”
천천히 손을 뻗는다.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사람의 온기를 느낀다.
“내가……좋아서 그러는 거 맞지……?”
“…….”
굳이 대답은 필요하지 않았다. 격하게 뜨거워진 분위기, 나는 그녀의 입술을 탐하려 고개를 뻗었고.
-쾅!!!
“됐다! 지휘관!! 여기 있………….”
“……아.”
문이 열린다. 마주하는 건 당황한 표정의 히퍼, 입술을 맞대기 직전의 하인리히와 나.
“벼……변태!!! 지금 뭐 하는거야!!!”
또 격하게 날뛰는 히퍼.
원래 하인리히가 문 일부로 못여는 척 하는 거랑 애초에 문고리 작살낸 것도 하인리히 였다는 뭔가 뭔가 더 있었는데 졸려서 찍 쌈... 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