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요. 저, 너무나 마음이 아파요.”
“뭐가.”
“이 아카기, 아픈 가슴에 도저히 두 눈을 뜰 수가 없어요.”
아카기는 조용히 가슴을 쓸어내렸다. 살짝 젖어있는 그 손길은 이젠 처연함을 넘어 처절함까지 느껴졌다.
“마음이, 마음이 아파요. 지휘관님을 볼 때마다 여기가 아프고, 눈에서는 자꾸만 물이 나와요.”
“…….”
“하지만, 하지만, 아카기는 그럼에도 지휘관님을 사랑해요.”
가슴에 맴돌던 손길은 어느새 그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살며시, 그의 가슴에 손이 얹히고, 아카기는 말없이 심박을 느끼며 그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심박은 이상하리만치 느렸다. 아카기는 다시금 눈물 흘리며 그를 껴안았고, 지휘관의 입꼬리가 살짝 내려갔다.
“지휘관님. 왜 그러셨나요. 대체, 대체 왜…….”
“뭐가.”
“대체 어떤 연유로, 그런 선택을 하신 거예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희, 저희 좋았잖아요. 늘, 저는 당신만 바라봤잖아요. 일편단심, 그 어떤 일이 일어나든 간에, 저는 언제나 당신을 바라봤어요.”
그는 아카기를 바라보지 않았다.
“저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이 세상 그 무엇보다, 하늘보다 당신을 더 많이 바라봤어요.”
“…….”
“슬퍼요. 슬퍼서, 아카기는 너무나 슬프고, 아파, 도저히 지휘관님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어요.”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매만진다. 사랑하는 사람, 일생에 단 한 명뿐인 사람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본다.
“아, 아아, 아아…….”
마음이 아려왔다.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그럼에도 사랑한다.
“저는, 아카기는, 당신을 사랑…….”
“사랑은, 자유야.”
“……네?”
“내가, 하고 싶은 사람이랑 하고 싶었어.”
그는 아카기를 사랑하지 않았다.
“아아, 지휘관님. 지휘관님. 지휘관님……저만의, 아카기만의 지휘관님…….”
발끝부터 타고 오르는 끔찍한 감정을 도저히 버티지 못한 아카기는 무릎 꿇어 눈물을 닦기 시작했다. 툭, 툭, 미처 닦지 못한 눈물은 비가 되어 바닥을 적셨다.
이 처량한 광경에도, 그는 눈물 흘리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소리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내 약혼녀를 죽이고, 내 두 눈을 뽑고, 내 다리를 잘라, 구석진 방에 나를 예쁘게 전시해 둔 이유가 고작 그거야?”
“…….”
잠시 싸늘한 정적이 방을 가득 메웠다. 모든 눈물을 쏟아낸 아카기는 어느새 고개를 들었고, 지휘관의 뺨을 붙잡았다.
“……굳이 두 번 말해야 하나요?”
더없이 붉었다.
“하……흐.”
그가 쓰게 웃었다. 눈물은 나오지 못했다.
“나는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시험 끝난 기념 순애 한 접시
울리히랑 베네토도 써보고 싶은데 캐릭터성을 잘 몰라서 몰?루겠따